FURTHER
ARTISTS ON EXPEDITION
마이큐의 영감을 얻는 여정
FOLLOW US :
2022년 12월호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다

“부킹닷컴 익스플로러이자 모험가 마이큐.
그의 음악과 미술과 삶에서 영감을 얻는 여정.”

 

(왼쪽부터)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선 마이큐.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울 거리의 벽화. 

 싱어송라이터 마이큐! 

 

마이큐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매일 창작과 기록을 일삼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페인터 마이큐입니다. 음악을 오래 해왔고 이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아서 음악을 시작하신 건 아니라고요?
음악이 문화에 녹아드는 것 그리고 제가 그 문화에 스며들어 사는 것을 즐겼어요. 저는 고등학교를 홍콩에서 다녔는데 당시 펑크 문화에 흠뻑 취해 있었죠. 닭머리, 피어싱, 염색 등 완벽히 그 문화의 일부가 되었어요. 프랑스, 미국, 재미교포 친구들과 함께 펑크록 밴드를 결성해 웨어하우스에서 공연도 했고요. 펑크록의 독립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셈이죠.

 

(왼쪽부터)
홍콩에서 펑크록 밴드로 활동하던 모습. 
마이큐는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들어온 것도 인디 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고등학생 때 결성했던 밴드가 꽤 잘나갔어요. 홍콩에 소속 레이블이 있었으니까요. 당시 한국에 초청받아 공연을 하러 왔는데 순식간에 현지 인디 밴드의 정신에 매료되었어요. 그 어느 곳보다 문화를 삶과 음악으로 살아내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 첫 정규 앨범 <Style Music>을 발매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요.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았기에 저는 여기서 이방인이나 다름없었죠. 특히 서울은 가혹할 만큼 치열하게 느껴졌는데 그런 도시의 역동성이 오히려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아요.

 

서울의 치열함이 빚어낸 음악은 어디에서 감각할 수 있나요?
서울에서 음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홍대입니다. 단순히 공연장을 넘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문화 공간이에요. 관객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뮤지션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죠. 덧붙여 코로나19 이후로는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도 서울의 치열함이 깃든 음악을 감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와 작곡을 하신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제 베이스가 서울이기 때문에 모든 곡이 서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뷔 초 곡인 ‘오 서울’이나 해질 녘에 기대어 만든 ‘Don’t hate me’ 등이 서울의 바이브를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오늘 같은 밤’은 동호대교를 지나며 떠올렸는데, 저녁 6시쯤 이곳을 한번 걸어보길 권해요.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분단된 도시의 풍경과 주황색으로 물든 다리의 모습이 서울을 완벽하게 요약해주거든요.

 

 

(왼쪽부터)
여러 장르를 종합적으로 아우른 <MIKE: 마이큐> 전시.
폐점한 당구장에서 트렌디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구슬모아당구장.

 

 페인터 마이크? 

 

2018년 이맘때 <MIKE: 마이큐> 전시를 준비하며 “마이큐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 마이크라는 평범한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그리고 이듬해 그림을 시작하셨죠. ‘마이크’라는 이름과 그림 사이에 어떤 관계성이 있을까요?
<MIKE: 마이큐>는 사진, 설치, 팝비디오, 아카이빙 등 여러 장르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전시였어요. 공연으로 제안이 왔던 것을 전시로 바꿔 기획했죠. 뮤지션 마이큐에서 더 나아가 사람 마이크를 솔직하게 보여주며 소통하고 싶었달까요. 그림을 시작한 건 2019년 말부터예요. 공연을 한 지 벌써 15년에 접어들었는데 매번 공연장 분위기를 다르게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직접 공연장 벽에 커튼을 달고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어요. 굳이 그 관계성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자극을 맞닥뜨렸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울 것 같네요.

 

그림을 그리게 된 후로 어떤 것들이 바뀌었나요?
소통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만든 창작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나이에 제한이 없어졌어요.

 

여행의 루틴도 살짝 달라졌다고 들었어요.
보통 한 동네에 길게 머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걸 선호해요. 동네 카페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그림을 그리게 된 후로는 그림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도시의 독립 작가들과 거장들의 작품을 최대한 다 보고 오려고 해요. 마음 깊숙이 담아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죠. 여행의 본질이 비움과 채움이잖아요.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느낄 때 창의력이 무궁무진해져요.

 

지난 8월에는 그림을 그리러 런던에 다녀오셨다고요?
네, 낯선 곳에서 붓질을 하는 건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해주거든요. 8월 초에 2주 정도 머물렀고 그곳에서 그린 작품 3점은 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에 출품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영국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군요.
거의 20년 만에 영국을 다시 찾은 거예요. 그림을 그릴 당시에도 마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듯 묘한 느낌을 표출했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을 보냈던 곳은 런던이 아니라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였지만요. 2년간 킬 대학교Keele University를 다닐 때와 지금의 영국은 너무나 달랐고 저 역시 많이 성장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과거 우범 지역이었던 쇼어디치Shoreditch는 이제 힙한 예술가들의 터전이 되었으니까요. 오래전 제가 느꼈던 영국은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아요. 

 

 

(왼쪽부터)
그림을 공들여 감상하는 마이큐.
런던에서 그린 작품 3점.

 여행에 영감을 불어넣다 

 

얼마 전 부킹닷컴 익스플로러에 선정되셨어요.
모험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선정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먼저 정말 감사했어요. 저를 둘러싼 복합적인 요소가 여행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할 수 있다고 여겨진 것 같아요. 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이방인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이곳에 적응하고 나서 다시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니까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독자들도 모험심이 가득한데요. 이 모험심을 표출할 만한 여행지를 추천해주신다면?
프랑스 파리요. 정돈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도시죠. 그들의 생활 방식이나 감정을 소모하는 방식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마치 연기하듯 체득해보는 것도 낭만적인 여행법 중 하나일 듯합니다. 혹은 서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익숙한 도시를 낯선 시각으로 살펴보는 거죠. 그러면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곳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게 되지 않을까요?

 

모험심 외에 여행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여행에는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돌아보고 보다 나은 인간으로서 인류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책임감. 결국 이런 행위와 정신이 비로소 지속 가능한 여행에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실천하는 것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바꿀 수 없는 상황을 자책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합니다.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니고 플라스틱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요. 동일한 여행지를 반복적으로 방문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지속 가능한 여행의 한 면이라고 생각해요. 그 도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나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고 생각을 더듬는 과정이 중요하죠.

 

지속 가능한 여행에 영감을 줄 만한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넷플릭스에서 <시스피라시>를 보고 지속 가능한 여행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어요. 인간의 수산업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발하는 이야기인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인간이 인간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이끌어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 마이큐의 개인전 <영원한 날들 EVERYDAY>가 12월 2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개최된다. 본 전시는 매일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충실한 세계를 찾아야 함을 이야기하며 마이큐의 신작 57점을 선보인다. 

글. 김호경HO-KYUNG KIM
사진. 부킹닷컴
RELATED
TRAVEL WITH PASSION AND PURP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