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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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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조형적으로 그린
지속 가능한 여정은
어떤 모습일까?”

 

(왼쪽부터)
게릴라즈가 버려지는 대나무 채묘기로 지붕을 이은 순천 와백당의 테라스.
짚으로 만든 PVC 빈백 소파가 예천 풍정마을 고목 앞에 놓여 쉼터 역할을 한다.

REVIVE
부활을 그리다

“파괴된 별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우주를 헤매던 외계 생명체 게릴라즈. 우연히 지구, 하필 부동산이 비싼 대한민국에 불시착한다. 그들이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며 낙후된 공간이 되살아난다.”

게릴라즈가 숨결을 불어넣자 방치된 숙박시설이 청년을 위한 코리빙하우스로 재탄생했다. 전라남도 순천 와온해변을 품은 유룡마을에서는 100년 된 고택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해 ‘와백당’이라 이름 붙였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꼬막 채묘기는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지만 이를 활용해 조명과 차양 등을 제작했다. 창고를 개조한 무인 카페에는 고택의 오래된 전통 문살을 살려 만든 탁자가 자리한다. 와백당에서 숙박을 하고 싶다면 에어비앤비에서 예약 가능하다. 경상북도 예천군 풍정마을에서는 오래된 창고가 동네 어르신들이 라디오와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맘껏 창작할 수 있는 풍정 스테이지로 변신했다.

추수 후 버려지는 짚으로 채운 PVC 빈백 소파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 게릴라즈는 공간을 재생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오는 폐자재를 업사이클링한 굿즈도 선보인다. 특히 폐비닐장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수거부터 세척, 제작까지 손수 해낸다고. 자체적으로 혹은 여러 장인이나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여 신발, 열쇠고리, 스툴, 폰케이스 등을 창작하고 있다. 버려진 공간을 살리고 그 안에서 소생한 생활 소품까지 경험하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한다.

게릴라즈
@guerrilla_z

 

(왼쪽부터 시계방향)
로우리트 로컬 앰배서더에 방문해 자투리 플라스틱을 기증할 수 있다.
김동호 작가가 티끌 플라스틱으로 창작한 모빌 오브제.
플로깅을 하며 또 다른 쓰레기가 생긴다는 점에 주목한 로우리트 콜렉티브는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한 집게 등이 포함된 키트를 판매할 예정이다.

REPURPOSE
티끌 모아 태산

이물질이 묻거나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은 쓰레기 선별장에서도 재활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러한 자투리 플라스틱을 모아 새활용하는 로우리트 콜렉티브. ‘빛이 적은’이라는 뜻의 로우리트lowlit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며 빛을 받지 못한 것의 가치를 섬세한 시선으로 찾아내고 이를 사람들에게 널리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다만 그 접근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작은 빛처럼 존재하고 싶다고. 콜렉티브는 여러 분야의 개인이 모여 각자의 역량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조직 형태를 말하는데, 현대미술가와 디자이너 등이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

로우리트 콜렉티브가 작업한 패치웍스는 전통 조각보 공예를 평면에서 입체로 옮긴 작업이다. 티끌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각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엮으면 다양한 조합으로 완성되는데, 이는 자투리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형상화한 것이다. 제주 동쪽 바닷가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비롯해 수천 마리의 철새가 도래하는 하도리 습지가 자리한다. 김동호 작가가 티끌 플라스틱으로 창작한 하도 모빌 시리즈는 호젓한 하도 앞바다의 인상을 담았다.

플라스틱은 자유자재로 변용할 수 있는데, 특히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패턴은 다시 재현할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닌다고. 로우리트 콜렉티브는 자투리 플라스틱을 수거해 분류하고 세척한 다음 물건을 디자인한다. 그리고 쓰임이 다한 제품은 다시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선순환을 그린다. 플라스틱을 기증하고 싶다면 홈페이지의 플라스티-끌 맵에서 내 주변에 있는 로우리트 로컬 앰배서더를 찾아보자.

로우리트 콜렉티브
@lowlit.co

 

(왼쪽부터)
한 땀 한 땀 손수 만든 뚜까따의 파 인형.
뚜까따는 팜 라인의 인형 중 실제로 심어 기르기 좋은 채소를 골라 씨앗을 판매했다.

CULTIVATE
마음을 거두어들이다

뚜까따TUKATA는 태국어로 인형이라는 뜻이다. 정하영 공동대표가 봉사활동 차 태국보육원에 방문했을 때, 기부받은 인형을 가지고 놀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에게 들은 말이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출발한 뚜까따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과 채소를 인형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손으로 직접 바느질하다 보니 나타나는 삐뚤빼뚤한 면면은 불완전한 고유의 개성으로 인식되고,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이끈다.

뚜까따는 인형이 만지고 경험하며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넘어 작은 실천을 이끌기를 바랐다. 그래서 인형 중 실제 심어서 기르기 좋은 채소를 골라 씨앗을 판매하고 레시피북을 만들었다. 씨앗을 직접 심어보거나 레시피를 따라 요리해보는 경험을 통해 농산물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과 수고로움이 닿는지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고.

과채를 섭취하는 간편한 방법을 고민하며 팜푸드도 선보였다. 바쁜 현대인들은 손질이나 보관 등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챙겨 먹기 쉽지 않으므로 색채가 비슷한 두 가지 과일과 채소를 정제 형태로 제조한 것이다. 친환경 종이로 제작한 팜푸드 포장재는 제품설명서인 동시에 포스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뚜까따의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면 농산물을 맛있게 먹고 자연과 사람이 모두 건강하길 바라는 농부의 진심을 닮았다. 팜 라인 이외에도 십장생을 주제로 하거나 성게와 조개 같은 해산물을 디자인한 라인도 있다. 인형 외 쿠션과 매트 등 소품도 다양하다. 모두 우리 곁에 오래 지속가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뚜까따
@tukata.kr

 

(왼쪽부터)
폐기되는 오리알 노른자로 창작한 위켄드랩 템페라 시리즈의 캔들 홀더.
바이오 플라스틱 샘플 칩을 비교해보는 위켄드랩 전은지 디자이너.

EXPERIMENT
지구를 위한 실험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썩는 데 무려 500년이 걸린다는 점에 기인한다. 위켄드랩WKND Lab의 이하린, 전은지 디자이너는 이러한 문제점을 역발상으로 풀어낸다. “그렇다면 생분해 되는 물질로 플라스틱을 대체해보자!” 그렇게 동식물성 폐기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과 스툴 등은 리코타 치즈 제조 과정과 비슷한 점에 착안해 리코타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약회사에서 성분 추출 후 폐기되는 오리알 노른자로 만든 템페라Tempera 시리즈에는 캔들 홀더와 트레이 등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폐기하는 달걀 껍데기와 통영에서 구한 굴 껍데기로 만든 오이그Oygg 시리즈에는 그릇과 꽃병, 인센스 스틱 등이 있다. 이외에도 화훼농가나 공판장에서 버려지는 꽃을 소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재료의 특성에 따라 성분 추출, 분리, 건조, 분쇄, 압축 등 각기 다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야말로 연구의 연속이다. 특히 내구성을 살피기 위해 강도를 확인하는 작업에 각별히 신경 쓴다.

두 디자이너가 손수 제작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의 색상과 무늬는 저마다 다르며 독특한 질감도 느껴진다. 쓰임이 다해 버려질 경우 어떤 환경에서도 생분해 된다고 한다. 위켄드랩과 같은 뜻을 지녔다면 제작 의뢰를 해보자. 이를테면 직접 모은 달걀 껍데기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병을 만드는 것처럼.

위켄드랩
@wkndlab.official

글. 김민주MIN-JOO KI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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