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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PICTURE
예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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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호

“뮤지엄의 고요한 공기 속
관람객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파동을 담다.”

오래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이루마의 음반 재킷 촬영을 위해 런던 여행길에 올랐다. 도시는 우중충한 하늘과 간혹 흩뿌리는 비로 인해 무채색으로 물들어갔고, 벽돌로 지은 오래된 건물은 습기를 머금어 점점 더 농도가 짙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초록빛의 하이드 파크Hyde Park를 통과해 인근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중앙홀로 들어선 순간, 오렌지색 벽과 마주하면서 런던의 색채가 한결 선명해졌다. 이 미술관은 전 세계의 시대와 양식, 그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미술 공예품을 수집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덕분에 디자인 분야와 장식예술에 있어 최대 규모의 수집품을 보유하고 있다. 1852년 공업제품 박물관으로 시작된 이래 170년 넘는 세월 동안 아카이빙한 작품들은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채 관람객들에게 영감을 주며 동시대와 호흡하는 중이다. 사진 속 장소를 각기 다른 해에 세 번 촬영했다. 시간도, 관람객의 표정과 동선도, 전시된 작품도 모두 다른 그 변화무쌍함을 감지하는 일이 유쾌하다. 갤러리를 촬영할 때에는 보통 작품보다 그걸 보는 사람의 표정이 보다 중요하게 읽힌다. 보는 이의 시각을 통해 작품을 재해석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좀 더 멀리 좀 더 깊게 모험하는 것은 사진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겠다. 이어질 탐험은 물을 주제로, 보다 유연하게 여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글. 안웅철AN WOONG-CHUL
사진. 안웅철AN WOONG-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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