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멈춰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생동하고 있는 바다.
불규칙한 바다의 움직임은 인간의 작은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다. 바다의 흐름을 따르는 서핑과 프리다이빙은 물살의 사이, 아주 잠깐의 좋은 틈 속에서 이루어진다. 완전한 찰나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서 멀리까지 떠나는 일, 온 힘을 다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은 효율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바다라는 낯선 공간에서 파도를 타기 위해선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한다. 마치 태초처럼, 아주 처음부터 시작하는 흔치 않은 경험. 똑같은 지점에서 난관에 부딪혀도 실망하지 않으며, 실패한 그 지점에서 자신을 마주해 다시 한번 용기 내는 것. 천 번의 실패가 당연한 서핑의 매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의지, 결과보다는 경험 그 자체다.
프리다이빙을 하는 동안에는 숨을 쉬지 않는다. 물속에서 인간은 숨을 쉴 수 없기에 전과 후의 호흡이 중요하다. 부드럽고 편안한 호흡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서두르지 않고 내 마음을 챙기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면 프리다이빙은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며 순간을 즐기는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닷물이 안아주는 느낌 속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 먼 길을 돌아 제자리로 왔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서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김울프는 10대엔 요트 선수로 바다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고, 20대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전국의 바다를 찾아 일주했다. 그러는 동안 사진가가 되어 물속에서 바다 사진을 찍은 지 10년째 되는 30대에는 첫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현재 프리다이빙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