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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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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멀리서 보면 멈춰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생동하고 있는 바다.

파도 속에서는 서로를 발견하고 먼저 용기 내어 다가가 친구가 되는 일이 자연스럽다. 하와이 오아후에서.

불규칙한 바다의 움직임은 인간의 작은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다. 바다의 흐름을 따르는 서핑과 프리다이빙은 물살의 사이, 아주 잠깐의 좋은 틈 속에서 이루어진다. 완전한 찰나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서 멀리까지 떠나는 일, 온 힘을 다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은 효율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다.

서핑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인도네시아 롬복의 오지 마을. 수심은 얕고 바닥은 날카로운 산호초가 있어 위험하지만, 그 이유로 여름철 이곳에는 완벽한 모양의 파도가 생긴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용맹한 서퍼들이 자신의 서프보드를 모두 잃을 때까지 서핑을 즐기다 가는 그곳. 20년 만에 가장 큰 파도가 들어온 날, 물속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등산로가 없는 산에 오르고 나무를 타서 촬영했다.

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바다라는 낯선 공간에서 파도를 타기 위해선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한다. 마치 태초처럼, 아주 처음부터 시작하는 흔치 않은 경험. 똑같은 지점에서 난관에 부딪혀도 실망하지 않으며, 실패한 그 지점에서 자신을 마주해 다시 한번 용기 내는 것. 천 번의 실패가 당연한 서핑의 매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의지, 결과보다는 경험 그 자체다.

18세기 두 번의 쓰나미로 분리되어 새로운 섬이라는 이름을 얻은 니지마(新島)는 이즈반도의 동쪽에 자리한 화산섬으로 여름철에 좋은 파도가 찾아온다. 하부시우라 해변Habushiura Beach에서.
필리핀 세부의 오슬롭Oslob에서 현존하는 어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알려진 고래상어를 만났다. 고래상어는 일정한 서식지 없이 난류를 타고 이동하며
넓은 영역에 걸쳐서 무작위로 돌아다닌다. 서두르지 않고 온순하며 늘 평온한 고래상어의 모습은 프리다이빙이 추구해야 하는 정점이다. 바다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마주하는 경험은 드물고 황홀하다.

프리다이빙을 하는 동안에는 숨을 쉬지 않는다. 물속에서 인간은 숨을 쉴 수 없기에 전과 후의 호흡이 중요하다. 부드럽고 편안한 호흡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서두르지 않고 내 마음을 챙기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면 프리다이빙은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며 순간을 즐기는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닷물이 안아주는 느낌 속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 먼 길을 돌아 제자리로 왔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서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김울프는 10대엔 요트 선수로 바다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고, 20대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전국의 바다를 찾아 일주했다. 그러는 동안 사진가가 되어 물속에서 바다 사진을 찍은 지 10년째 되는 30대에는 첫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현재 프리다이빙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글. 김울프KIMWOLF
사진. 김울프KIM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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