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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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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호

케냐의 야생에서 포착한 찰나의 생.

적도 아래에 있으면서 인도양과 접해 있는 케냐는 동아프리카의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인 동시에 야생동물의 왕국이다.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으며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을 50여 군데 지정해 대자연을 보전하고 있다. 나는 마사이마라국립보호구Masai Mara National Reserve에서 야생동물과 조우하며 그들의 감각에 몰입했다. 특히 표범은 개체수가 적고 은밀하게 행동하는 습성으로 인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쫓아다닌 지 나흘째 되는 이른 아침에 마주한 이 표범은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렌즈를 가까이에서 맞아주었다. 붉은색과 녹색이 섞인 듯한 눈동자가 고혹적이다.

수컷의 키가 5m 이상까지 자라는 기린은 긴 목과 우아한 걸음걸이로 우리의 감탄을 자아낸다. 1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고, 나무의 잔가지나 이파리를 먹는데 특히 아카시아 나뭇잎을 좋아한다. 약 3만3000마리의 마사이기린Masai Giraffe이 케냐에 흩어져 산다. 낮 동안의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종종 비구름을 불러오고, 수사자는 여유롭고 위엄 있는 사바나 제왕의 모습으로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사자의 무리는 프라이드pride로 불리며, 사냥은 주로 암사자들이 하고 수사자는 암사자와 새끼를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고 영토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대이동Great Migration을 하며 먼 길을 달려온 얼룩말을 붉은귀리풀Red oat grass이 맞이한다. 제주도 크기만 한 7월의 마사이마라는 우기인 4~6월에 충분히 자란 귀리풀로 넘쳐난다. 검은 바탕에 흰 줄로 이뤄진 얼룩말의 무늬는 인간의 지문처럼 동일한 패턴이 없다고 한다. 아침에 붉은귀리풀을 뜯는 얼룩말의 뒷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사바나의 해돋이는 강렬하다. 습도가 낮은 깨끗한 공기를 뚫고, 토피영양Topi의 등 뒤에서 단숨에 해가 올라온다. 따스한 기운이 한순간에 넓은 초원을 내달리고 이곳저곳에서 야생동물이 기지개를 켠다. 온 세상이 붉다.

이른 아침 초원에 누 떼 이동의 장관이 펼쳐진다. 방향 조절이 어려운 열기구를 타고 이를 목격하는 일은 큰 행운이며 즐거움이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를 출발한 약 150만 마리의 누와 20만 마리의 얼룩말 그리고 무수한 야생동물이 매년 7월경에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 도착한다.


김병태는 1994년에 케냐로 이주하며 적극적으로 사진 작업을 해왔다. 자연을 주제로 한 〈야생의 감성〉과 〈Reflection〉뿐 아니라 케냐인의 얼굴을 담은 〈The Face〉와 〈자화상〉 등 30여 차례 개인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글. 김병태BYUNG-TAE KIM
사진. 김병태BYUNG-T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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