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저 아래, 동굴을 연상시키는 예술적 공간이 숨어 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아담하고 걷기 좋은 나머지, 도시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종종 이곳의 훌륭한 지하철을 이용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시민들이 예술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1950년대부터 건축가, 화가 그리고 조각가를 고용한 정부는 지하 예술의 장을 조성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미술관이 탄생하게 됐다. 화가 중 한 명이었던 시그바르드 올손Sigvard Olsson은 라드후세트역Rådhuset Metro Station 주변의 기반암을 그대로 노출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고스란히 구현되었다. 지하철역의 웅장함에 강렬한 끌림을 받은 나는 바로 카메라를 설치한 뒤,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는 순간을 담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나날이 균질화하는 현실 세계에서 이런 세상이 바로 우리 발밑에 존재한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