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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GUIDE: ISTANBUL
리와인드 이스탄불
2020년 03월호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에 걸쳐 있는 이스탄불의 태엽을 느리게 되감아본다.

 

터키 서부에 위치한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약 1600년 동안 로마제국, 동로마제국, 라틴제국, 오스만제국과 같은 여러 국가의 수도였다. 과거에는 콘스탄티노폴리스라 불렸으며 오스만제국 때부터 이스탄불로 명칭을 변경했다. 1923년 이후, 터키가 앙카라로 천도했으나 이스탄불은 198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2012년에는 유럽의 스포츠 수도로 지정되며 또 다른 의미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KNOW IT

서서히 데우다

터키식 전통 목욕 문화에 대하여.

‘데우다’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유래한 하맘Hamam은 로마제국의 목욕법과 중앙아시아 투르크인들의 증기탕이 절묘하게 조합된 터키식 전통 목욕 문화다. 오스만제국 초기에는 하맘이 주로 이즈닉Iznik과 부르사Bursa 등 큰 도시와 무역이 활발한 외곽 지역에 지어졌다. 1453년, 술탄 메흐메트가 이스탄불을 점령하며 이곳에 19개의 하맘을 만들었다. 하맘을 짓기 위해 오스만제국 지도층의 후원을 받았고 하맘으로 얻은 수익은 모스크 등을 건축하는 데 사용했다. 전통 하맘 안으로 들어서면 돔 모양의 지붕에 뚫린 여러 개의 구멍에서 자연 채광이 스며든다. 도자기 기법으로 구운 세라믹 타일이 벽면을 장식하고 거대한 욕실 중앙에는 대리석 원판이 설치돼 있다. 증기로 달궈진 커다란 대리석 바닥에서 몸을 데우고 괴벡 타쉬Göbek Taşı라 하는 판 위에 누워 때를 밀거나 마사지를 받는다. 전문 세신사가 터키식 수건인 케세Kese를 비벼 몽글몽글한 거품을 만들어낸다.

 

EAT IT

개인의 취향

이스탄불에서는 한 가지 음식도 기호에 따라 수십 가지로 변신한다.

1. 온 더 로드
이스탄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을 꼽으라면 듀룸Dürüm이 빠지지 않는다. 얇은 빵인 라바쉬 위로 화덕에서 갓 구운 고기를 올려 돌돌 말아준다. 여기에 채소나 후추 등을 곁들여 산뜻한 맛을 더한다. 선술집 메이하네Meyhane가 밀집한 발르크 파사르Balik Pazari 지역에 위치한 듀룸자데Dürümzade에서 소고기가 들어간 아다나 듀룸Adana Dürüm을 먹어보자. 터키 동부 출신의 젊은 주방장이 속을 꽉 채워 내준다. 화창한 날에는 좁은 내부보다 야외 테이블이 인기다.

2. 그들의 패스트푸드
쿰피르Kumpir는 오븐에 구운 커다란 통감자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먹는 터키식 패스트푸드다.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클랄 거리를 걷다 보면 검은색 간판 위에 노란 글씨로 적힌 파타토스Patatos가 시선을 끈다. 주문을 하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를 반으로 가른 후 그 안에 버터, 치즈, 소금을 넣어 천천히 으깬다. 취향에 따라 옥수수, 완두콩, 올리브, 소시지, 버섯, 양배추, 오이, 토마토 등을 올리고 마요네즈, 생크림 등을 뿌린다. 콜라보다는 상큼한 석류 주스가 더 조화롭다.

3. 앗 차가워!
터키어로 ‘얼린 것’이라는 의미의 돈두르마Dondurma는 나이프를 이용해 잘라 먹어야 할 정도로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이다. 재료에 따라 멀베리, 체리, 헤이즐 등 다양한 맛을 낸다. 전통적인 돈두르마는 살렙이라는 난초 뿌리와 염소젖으로 만드는데, 살렙이 아이스크림의 쫄깃한 식감을 좌우한다. 이스탄불의 고급 배스킨라빈스인 마도Mado에 가면 포크와 나이프를 먼저 준비해 준다. 창문 밖의 야경을 보며 라즈베리 시럽이 흘러내리는 돈두르마를 스테이크처럼 썰어 먹는다.

4. 유혹의 과자
현지인이 작고 말랑한 스위츠를 입안에 쏙 넣는다. 캐러멜과 유사한 로쿰Lokum은 스펙트럼이 몹시 넓다. 맛뿐만 아니라 모양, 색상도 다양한데 보통은 고운 입자의 슈거 파우더나 코코넛가루를 묻혀 달콤하게 만든다. 1864년에 문을 연 하피즈 무스타파Hafiz Mustafa 내부는 각종 디저트로 빼곡하다. 매장을 기웃거리니 직원이 시식용 로쿰을 내민다. 민트나 레몬을 넣어 새콤하게 만들거나 장미 꽃잎, 사프란, 석류 알갱이 등을 묻힌 독특한 로쿰은 선물하기 좋다.

 

SEE IT

고풍스러운 걸음

어느 곳을 가도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도시.

히스토리를 따라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당인 아야소피아Ayasofya는 360년 콘스탄티누스 2세 때 만들어졌다가 폭동으로 소실됐다. 이후 532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재건축을 지시하고 기하학자가 참여했다. 내부의 이슬람 문양은 1453년 오스만제국에 점령될 당시 모자이크에 석회를 덧바르고 새긴 것이다. 탁 트인 히포드롬 광장Hippodrome Square 중앙이 세계 조형물로 가득하다. 이집트 오벨리스크, 아폴로 신전의 뱀 기둥, 독일 분수대 등을 살펴보자. 갈라타 탑Galata Tower 꼭대기에서 도심을 360도로 조망한다. 총 11층, 약 67m 높이에 불과하지만 신시가지 언덕 위에 세워져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10층 레스토랑에서는 터키 요리와 벨리댄스를 즐길 수 있다.

궁전 산책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톱카프 궁전Topkapi Palace을 제대로 본 것이다. 각 문은 술탄, 경의, 행복의 문이다. 첫 번째 문을 지나 귈하네 공원에 다다른다. 5월마다 장미가 만개하고 배경으로 보이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마르마라해가 낭만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예레바탄 사라이Yerebatan Sarayi는 지하 궁전이라는 별칭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자 대리석 기둥 336개가 줄지어 서 있는 진기한 모습이 보인다. 각 지역의 신전에서 자재를 징발해 기둥별로 그려진 문양이 다르다.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의 모든 시계가 9시 5분에 멈춰 있다. 터키의 아버지라 칭하는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곳에서 사망한 시각이다. 평소 입장권을 지참해야 하나 그의 서거일에는 무료로 개방한다.

아주 크거나 작거나
이스탄불 버전 디즈니랜드를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비아랜드Vialand는 터키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놀이공원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롤러코스터인 네페스케세Nefeskese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탁심 광장Taksim Square과 술탄 아흐메트 자미Sultan Ahmet Camii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여행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부담스럽다면 미니아투르크Miniaturk에서 모든 명소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터키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역사적 건축물들이 25분의 1 크기 모형으로 재현돼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인이 된 느낌이다. 작은 열차가 공원 안을 종종거리며 달린다.

숨은 보물 찾기
무척 화려한 미로 속에 들어선 듯하다. 터키어로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의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쇼퍼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선명한 색감의 도자기, 손으로 짠 양탄자, 조명에 반짝이는 각종 보석 등이 늘어서 있다. 그랜드 바자르를 지나 베야지트 모스크 방면으로 이동하는 중 책을 빼곡하게 진열한 길목이 눈에 띈다. 비잔틴 시대부터 이어진 헌책방 거리 사하플라 차르쉬Sahaflar Carsisi에서 고서적 한 권을 조심스레 펼친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슬람 서예체로 쓰인 글귀가 이색적이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찾고 있다면 아라스타 바자르Arasta Bazaar로 가야 한다. 이곳은 17세기, 블루 모스크와 비슷한 시기에 형성됐다. 천천히 걸으며 그릇, 카펫, 타일 등을 구경하자.

글. 김호경HO-KYUNG KIM
사진. 터키문화관광부Turkish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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