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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완벽한 고립
2021년 04월호

우연한 순간의 조합으로 완성된 3개 섬의
경이로운 자태를 사진가의 시선으로 만나다.

 


 

 

울릉도, 완전한 형태를 담다

울릉도는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포항에서 217km, 동해 묵호에서 161km 거리. 운이 좋아 배를 타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거친 파도 위에서 7시간의 여정을 보낸 뒤에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계획한 여행이 끝나도 섬이 여행자를 놓아줄 때까지 결코 나올 수 없다. 울릉도에서 겨우살이를 하고 돌아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한국판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파블로 오 작가. 그는 겨울의 거센 파도 때문에 두 차례나 배가 결항되어 계획했던 날짜보다 3일을 더 머문 뒤에야 섬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그런 불확실성이 울릉도를 더욱 매력적인 탐험지로 만들어준다. 

울릉도는 험준하고 깎아지른 듯 가파른 능선(깍개등)으로 이어져 있다. 여기에 조각 상처럼 섬의 곳곳에 세워진 절벽과 바위 등이 울릉도를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북면에 우뚝 솟은 거대한 암벽 ‘추산’, 저동 북쪽의 ‘북저바위’, 행남 해안 산책로의 암벽, 용암 분출로 형성된 버섯바위나 침식 암석인 거북바위(바위는 마치 거북이가 육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등이 그것이다. 

“제가 울릉도에서 포착한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은, 관음도에서 죽도의 풍경을 담았을 때예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고,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고, 사람이 만든 조업 풍경과 죽도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 순간이었죠.” 겨울의 끝 2월의 어느 날을 떠올리며 사진가 한상무는 이렇게 말한다. 

 

 

 

가파도, 바람이 섬을 세우다

제주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5km 떨어진 가파도는 최고 높이가 해발 20m에 불과한 평평한 섬이다. 그 때문에 여느 섬과는 다른 시각적으로 낯설고 독특한 경관을 선사한다. 청보리밭 한가운데 서면 청보리 너머로 마을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의 알록달록한 지붕이 보이고, 그보다 멀리 해안가와 짙푸른 바다가 점층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3월과 4월 사이에는 유채꽃까지 만개해 더욱 다양한 자연의 색이 레이어드되어 여행자에게 색다른 영감을 준다.

“이곳 섬을 생각하면 저는 바람이 먼저 떠올라요. 바람의 형상이 눈에 보이는 곳이니까요. 청보리밭이 일렁이며 흔들리고, 파도의 물보라가 밀려오는 순간들. 아마도 저는 그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한상무)

 

 

 

제주, 지형이 만든 리듬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산섬 제주에서는 독특한 지형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한라산과 368개의 오름은 이 화산섬을 이루는 근간이 되어준다. 화산 분출물의 성질에 따라 오름은 3개의 형태로 분류되는데, 폭발식 분화로 공중에 방출된 쇄설물이 화구 주변으로 쌓이면서 만들어진 화산쇄설구, 마그마와 물의 결합으로 수증기 마그마 폭발이 일어나면서 생성된 응회구, 점성 높은 용암이 분화구 밖으로 천천히 밀려 나오면서 반구 모양으로 만들어진 용암 원정구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섬을 둘러싼 바다와 바람이 더해져 제주 사람들의 삶의 리듬을 만들어왔다.

20년 넘게 여행 사진을 촬영해온 사진가 한상무는 제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주의 다채로운 측면 때문에 사진가에게 무척 매력적인 곳이에요. 드론으로 바라본 해안선은 생각지도 못한 패턴을 보여주기도 하고, 거대한 날개가 무섭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도열한 해안도로는 보이지 않는 바람의 위력을 형상화해주기도 하죠.”

 


사진가 한상무는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등에서 다양한 여행 사진을 촬영해왔다. 또한 유니세프 코리아와 손잡고 재능기부로 촬영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엔 한국 전통 유산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글. 임보연BO-YEON LIM
사진. 한상무SANG-MOO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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