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THER
DO IT NOW
‘자연’스러운 꽃집
2021년 11월호

지구의 숨구멍을 열고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여쁜 꽃집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SUBSTITUTE
포장 없이 충분히 아름답죠!

필환경 시대에 발맞춰 무포장 식물가게를 표방하는 피아노숲. 녹사평역에서 2번 버스를 타고 후암동 종점에서 내려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한다. 진한 겨자색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식물이 빼곡한 공간으로 이어진다. 실내에는 이름에 꼭 맞는 연갈색 피아노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그 주변으로 가지각색의 식물이 촘촘히 놓여 있다. ‘피아노숲’이라는 이름에는 피어나다, 아우르다, 숲이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이곳에선 비닐 대신 신문지와 습자지로 꽃을 포장한다. 김가영 대표가 친환경 꽃집을 연 계기는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비닐봉지로 피해를 입은 새 사진을 보고 난 뒤 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가장 큰 고민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로럴폼을 사용하는 꽃바구니였다. 생분해 플로럴폼을 쓰는 방법도 있었지만, 생분해를 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꽃바구니는 과감히 제외하고 대신 와이어를 사용한 친환경 꽃꽂이의 일종인 치킨와이어센터피스나 꽃병 구매를 권유하고 있다. 간혹 고민이 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화려한 포장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 꽃의 힘을 믿는다. 처음엔 매출이 줄기도 하고 손사래 치는 손님도 있었지만 반응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고. 김가영 대표는 우울한 이들에게 초록의 힘을 전파해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기를 희망한다. 동네마다 피아노숲을 여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가 피아노숲 SNS에 작가 카렐 차페크의 말을 인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무포장식물가게피아노숲
서울 용산구 신흥로 139 1층
@pianoforest7

 

TEACH
자연물 자체로 디자인의 요소가 되다

프라나플라워에서는 <친환경 꽃꽂이 자연소재 기법 하나쿠바리>의 저자 강미정 플로리스트가 하나쿠바리를 전수한다. 플라워숍에 들어서면 선반과 책장 위로 다양한 꽃과 책이 자리하고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국적인 분위기를 담은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돌 위에 올린 분재와 80년의 세월을 견딘 기와, 반짝이는 나전칠기장까지.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더하고, 동양적인 모양새의 식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하나쿠바리는 1962년 일본의 한 플라워 학원에서 고안한 꽃꽂이법인데, 일본어로 ‘하나’는 꽃, ‘쿠바리’는 배열을 의미한다. 플로럴폼 같은 인공 소재 없이 가지, 넝쿨, 돌, 뿌리, 잎 등 자연 소재만으로 꽃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꽃을 고정하는 플로럴폼은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재료로서의 매력 없이 가려진 채 제 역할을 하지만, 하나쿠바리에서 꽃을 고정하는 소재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디자인이 된다. 강 대표는 친환경 꽃꽂이를 배울 때 자신이 받은 감동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지리라는 믿음으로 이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호기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하나둘 만나며 힘을 얻었다고. 강미정 대표는 하나쿠바리를 접한 이들이 무심코 버렸던 식물의 부위를 다시 바라보고 그 존재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것 같아 큰 기쁨을 느낀다. 환경을 생각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플로리스트로 남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인 꽃이 편안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꽃꽂이 하나쿠바리가 널리 전파되기를 바라며, 그녀는 오늘도 모든 플로리스트의 숍이 지속가능한 꽃집이 되는 날을 기다린다.
프라나플라워
서울 마포구 신촌로2길 16
@pranaflower_

 

CHALLENGE
플로럴폼 없는 꽃바구니

꽃집이자 소품가게인 동시에 친환경 작업실인 청록화에서는 식물에 골동품을 결합해 전시하고 판매한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작업실과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고, 물레와 떡살, 수막새까지 볼거리도 가득하다. 청록화라는 이름에는 자연이 들어 있다. 자연을 바탕으로 시를 써온 청록파에서 이름을 따온 까닭이다. 신선아 대표 역시 그러한 가치를 꽃으로 실현하고자 늘 애쓰는 중이다. 청록화에서는 유난히 뮤직비디오나 광고 등 규모가 큰 작업을 진행하는 일이 많았다. 다량의 꽃과 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꽃이 하루아침에 버려지는 경험을 반복했다. 그래서 환경파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 서서히 동참했다. 플로럴폼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나뭇가지나 치킨 와이어, 침봉을 활용한 꽃꽂이를 하며 환경에 유해한 재료들을 줄여나갔다. 주문을 받을 때마다 늘 충분한 설명을 해야 했고 조금 돌아가는 길이 처음엔 다소 버거웠지만, 익숙해지니 또 다른 방법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담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도 뜻을 모으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녀가 한 손님에게 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제안했을 때, 처음에 손님은 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엔 다른 꽃집에서 주문을 할 때에도 폼을 사용하지 않은 꽃바구니만을 고집하게 됐다고. 이후 신 대표는 깨달았다고 말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설명을 하는 일이 결국 나아가서는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 수많은 사람을 설득하는 일임을.
청록화
서울 마포구 백범로26길 4-3 1층
@chungrokhwa_

 

RECYCLE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요

꽃을 사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도 딸려온다. 비닐과 포장지, 리본은 버리자니 새것이라 미안하고 막상 보관하자니 쓸모는 없다. 플라워에이블은 ‘비닐 쓰레기를 쥐어드리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했다. 연남동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꽃집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제로플라스틱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화병과 종이가 가득한 풍경을 보게 된다. 이곳에선 썩지 않는 공단 리본 대신 공장에서 버려진 폐천으로 꽃을 묶고, 비닐이 아닌 습자지와 생분해 비닐을 사용한다. 명함은 떨어진 나뭇잎에 도장을 찍어 만들었다. 클래스를 통해서는 한 달 동안 형태를 달리해가며 꽃을 즐길 수 있는 트랜스포머 꽃꽂이를 배울 수 있다. 설해냄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게 된 이유로 몸에 밴 절약 습관을 꼽는다. 하지만 대중화되지 않은 방법이라 부자재를 구하는 일조차 어려웠고, 결국엔 생분해 비닐을 대량 구매해 직접 재단하며 사용했는데, 그때 너무 많이 사서 몇 년째 그 비닐을 쓰고 있단다. 올해부턴 친환경 박스와 생분해 비닐 주머니를 제작해 상품화하고자 테스트 중이다. 친환경 꽃집의 진입 장벽이 이렇게라도 낮아지면 더 많은 친환경 꽃집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이따금 제 말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전할 때면 뿌듯함을 느껴요.” 설 대표의 바람은 친환경 꽃집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쇼룸 운영에 정성을 쏟고, 친환경 꽃집 컨설팅과 부자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나부터 제로플라스틱은 계속되기 때문에!
플라워에이블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7길 101
@i_am_flowerable

글. 유수아SOO-A YOO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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