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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마요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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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호

마요르카섬의 주도는 이제 스페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미식 도시가 되었다. 현지 셰프들이 옛 조리법을 되살리고 전통 식재료를 재발견하며 베르무트를 다양하게 변주한 덕분이다.

팔마에 있는 중세 시대 성당. 

토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올리바르 시장Mercado de Olivar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다. 카운터 뒤에 있는 요리사들은 마치 안무에 맞춰 공연하는 댄서처럼 선회한다. 증기 속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던 가리비가 나의 접시로 자리를 옮긴다. 섬세한 한 쌍의 껍데기에 안긴 채 마늘 향이 나는 올리브오일로 매끄럽게 단장하며 등장한다. 가리비가 두 입에 걸쳐 한가득 달큼한 맛을 채우고 나면 다음 요리를 맞이할 준비 완료!
마요르카의 주도 팔마는 휴양지로 유명하나 다이닝 신은 스페인 본토의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인구가 증가하며 미식 문화가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아레스제도에는 약 13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1이 팔마에 산다. 관광산업의 호황으로 지역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곳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기후가 온화하고 해변이 가까우며, 멋진 광장과 화가 호안 미로가 살던 집 등 예술 유산이 풍부한 팔마에 사람들이 점점 매료되면서 현재 스페인에서 다섯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가 되었다.
팔마의 부흥은 레스토랑의 다양성에도 반영되었지만, 현대적 트렌드를 선도할 뿐 아니라 마요르카의 전통 음식을 재발견하려는 진정한 열망이 일고 있다. 다음 날 아침에 나는 잊혀가는 마요르카섬의 조리법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두 명의 현지 셰프, 토메우 아르보나Tomeu Arbona와 아내 마리아 호세 오레로María José Orero를 찾아갔다. 토메우는 이 프로젝트에 ‘고고학 조리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두 권의 요리책을 냈고, 팔마의 역사적인 중심지에 포르네트 데 라 소카Fornet de la Soca라는 빵집을 열어 성업 중이다.
“관광이 막 시작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요르카에서는 모두가 집에서 식사를 했어요.” 마리아 호세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페이스트리 서빙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이야기한다. 관광이 시작되면서 섬에 레스토랑과 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전통 요리의 쇠퇴도 함께 가져왔다.

(왼쪽부터) 데보라 피냐는 제철 코카를 만들어보는 요리 워크숍. 포르네트 데 라 소카는 고대 마요르카 조리법을 되살리고 있다. 칸세라의 안뜰에 앉아 현지 치즈와 와인을 음미한다.

“현지인들은 섬을 찾는 여행자가 마요르카 음식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더 많이 요리했고 여기에 점차 익숙해졌죠.” 그녀가 설명을 이어간다. 토메우가 고고학 조리법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래된 공동체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요리법을 기록했고 이를 책과 빵집에도 적용했다.
마리아 호세에 따르면 이 부부는 버터를 쓰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마요르카섬에서는 돼지를 키우는 농장이 많아 버터를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카coca(카탈루냐 지방에서 주로 먹는 플랫브레드)와 엠파나다empanada(밀가루 반죽 속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구운 파이)는 중세 시대 유대인에게서 유래합니다. 저희는 독창적인 요리법을 고수하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이 섬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설탕 가루를 뿌린 마요르카식 페이스트리 엔사이마다ensaïmada다.
나는 지금 무늬 타일과 종이처럼 얇은 금속 쟁반으로 둘러싸인 포르네트 데 라 소카의 지하 깊숙한 곳에 와 있다. 빵집 직원이 반죽에 속을 채운 다음 고전적인 페이스트리 방식의 고리 모양으로 돌돌 감는다. “우리는 매일 작은 엔사이마다 200개와 큰 엔사이마다 50개를 만드는데, 당일 전부 매진돼요.” 넋을 잃고 지켜보는 내게 그녀가 이야기한다. 제빵사는 긴 반죽을 손목에 감아 반죽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고, 손바닥으로 반죽을 리드미컬하게 잡아당겨 특유의 모양을 만든다. 가게를 떠나기 전에 엔사이마다 하나를 사 먹어본다. 가볍고 쫄깃하며 달콤하다! 정향을 더한 호박잼과 호박씨가 듬뿍 들어 있다.

데보라 피냐가 오래된 빵집을 개조해 마요르카의 요리 비법을 공유하는 장소로 운영 중인 포른 데 사 요트헤타.

팔마의 중세 시대는 결정적인 시기였다. 마요르카섬의 가장 대표적인 페이스트리 조리법이 중세 시대에 생겼기 때문이다. 팔마의 구시가지에는 1229년 아라곤 왕조가 설 때까지 300년 동안 이슬람 세력이 통치하던 알안달루스 지역의 도시 배치가 남아 있다. 즉 이슬람이 마요르카를 지배했던 시기에 붙여진 팔마의 아랍어 이름 ‘마디나 마유르카Madina Mayurqa’의 모습이다. 이튿날 나는 중세 지구에서 마침내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또 다른 빵집인 포른 데 사 요트헤타Forn de sa Llotgeta는 돌로 된 아치와 타일을 깐 바닥 그리고 오래된 장작 오븐으로 장식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데보라 피냐Deborah Piña와 함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코카를 만들 것이다. 한때 발레아레스 TV에서 마요르카 음식 시리즈를 진행했던 데보라는 18세기에 지어진 빵집을 개조해 섬의 식재료에 초점을 맞춘 요리 워크숍을 열고 있다.
“마요르카 사람들은 이 섬의 고유 음식을 아주 자랑스러워하죠.” 그녀가 재료를 꺼내며 말한다. 수줍어서 살짝 홍조를 띤 붉은 볼 같은 마요르카산 살구 한 그릇, 이 섬의 콜드 컷 중에서 가장 으뜸인 소브라사다sobrasada(다진 돼지고기에 소금, 파프리카, 후추 등을 넣어 만든 마요르카 전통 소시지), 고대 마요르카 곡물로 만든 세이사xeixa 밀가루 등등. “글루텐 함량이 매우 낮아 소화가 잘 된다고 알려진 밀이에요.”
데보라가 살구를 입에 넣으며 말한다. “드셔보실래요? 우리 과일은 정말 달아요.” 데보라에 따르면, 지난 천 년 동안 마요르카 사람들은 고립된 섬의 특성상 철저하게 제철 음식을 먹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식습관도 바뀌었다. 포르네트 데 라 소카의 마리아 호세와 토메우처럼 데보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통 요리를 되살리고 있다.
“코카는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에 모든 개인이나 가족마다 자신만의 조리법을 가지고 있어요.” (데보라)
그녀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버전으로 코카를 만든다. 오직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물, 세이사 밀가루만 사용한다. 우리는 살구를 얇게 썰고 로즈메리를 잘게 다지며 소브라사다 덩어리를 떼어내 작은 미트볼 모양으로 굴린다. 금세 손가락이 기름지고 사프란 색으로 변한다.
소브라사다는 마요르카 팬트리의 스타다. 이 지역의 흑돼지는 지방 함량이 높기 때문에 부드럽고 펴기 쉬운 데다 마요르카의 습한 기후 탓에 숙성이 어려워 고기를 잘게 다져 만든다. 소브라사다는 소스로 쓰거나 콜드 컷 또는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로 사용된다. 코카를 소브라사다와 함께 먹으면 맛이 고양된다. 크래커처럼 깨뜨릴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바삭한 코카에 달콤하고 짭조름한 지중해 풍미가 더해져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룬다. 한입 베어 물면 이게 바로 마요르카의 맛이다!

 


팔마의 맛
마크 포시
스페인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마크의 마요르카에 대한 열정은 그의 정교한 테이스팅 메뉴의 모든 디테일에 드러난다. 7코스 디너는 부라타와 양파 콩피 코카, 엔사이마다 아이스크림 등 섬의 전통 음식을 현대적 파인 다이닝으로 재해석했다. 저녁식사는 1인당 약 16만원(와인 페어링 미포함).
marcfosh.com
데 토키오 아 리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과 남미, 지중해식이 혼합된 퓨전 레스토랑이다. 팔마에서 가장 우아한 보른 거리Passeig del Born에 위치한다. 레드몰소스(칠리와 허브,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 양념)를 곁들인 문어구이, 24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 끈적하고 새콤달콤한 이베리아반도의 돼지고기 필레 등을 맛볼 수 있다. 2인 약 22만원(와인 페어링 포함).
detokioalima.com
바르 보쉬
테라스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프리토 마요르킨frito Mallorquin(감자와 양파를 곁들인 간 튀김) 같은 소박한 마요르카 요리를 주문해보자. 콜드 컷이나 스페인식 토르티야로 속을 채운 롤빵인 팔마의 롱게llonguet는 이곳 버전이 가장 인기가 좋다. 점심은 약 1만5000원부터.
instagram.com@barbosch1936
칸세라
17세기 양식으로 지어진 칸세라 호텔의 파티오에는 야자수 그늘이 드리운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마요르카 농장에서 생산한 소브라사다와 부드러운 염소 치즈 등 발레아레스 제도 최고의 장인정신이 깃든 재료로 요리한다고. 투숙객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호텔 조식은 1인당 3만6000원이며, 카바Cava(스페인산 발포성 와인)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
cancerahotel.com

미쉐린 스타를 받은 마크 포시 레스토랑에서 자연산 농어를 파래와 함께 훈연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지금 팔마에서는 전통 음식이 부활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스페인 요리도 발달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두 곳의 레스토랑은 모두 영국과 연관이 있다. 영국 켄트주 출신의 마크 포시 셰프는 17세기 신학교를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뛰어난 테이스팅 메뉴를 개발해 왔는데, 이는 마요르카섬의 산물에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스페인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유일한 영국 셰프이기도 하다. 그리고 5년 전 문을 열어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레스토랑 엘 카미노El Camino도 있다. 런던에서 바라피나Barrafina를 운영하는 에디 하트 Eddie Hart 가 팔마에 현대적인 타파스 바를 열면서 이곳의 타파스 문화에도 변화가 일었다. 
나는 점심시간에 엘 카미노에 도착했는데, 예약하지 않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제법 볼 수 있었다. 엘 카미노 안으로 들어가니 거의 모든 좌석이 바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셰프는 타파스를 요리하고 손님 스물다섯 명 모두가 이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오징어 먹물로 만든 스페인식 오믈렛으로 바삭한 새우와 아이올리 소스를 얹은 요리다. 한입 베어 물면 진한 달걀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짭조름하고 부드러우며 풍성하다.
많은 스페인 도시와 마찬가지로 팔마 역시 베르무트(와인 베이스의 식전주)의 맛을 재발견하고 있다. 나는 북적이는 라 로사 베르무테리아La Rosa Vermutería에서 직접 개발한 레드와인 베이스의 ‘5 페탈로스5Petalos’를 들이켠다. 타파스로는 멸치와 고추, 올리브를 꼬치에 꽂은 힐다를 곁들인다. 나는 베르무트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칵테일 바인 브라스클럽Brassclub에서 믹솔로지스트 앙헬 페레스Angel Pérez가 진행하는 테이스팅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다.
“마요르카 베르무트는 모두 이 섬에서 자라는 식물로 만듭니다.” 앙헬은 마요르카 베르무트의 각기 다른 네 가지 장인 브랜드를 설명하며 보여준다. 핵심 재료인 쓴맛 나는 향쑥속의 허브는 트라문타나산맥에서 자라는데, 현지인들이 마요르카섬의 포도와 섞어 고유한 베르무트 라벨을 만들었다. 베르무트를 양조할 때 반복되는 독특한 과정에 따라 단맛의 정도가 달라진다. 자몽이나 만다린 또는 막대사탕 맛이 나기도 한다. 앙헬이 베르무트와 토닉워터, 체리 리큐어를 섞어 레몬과 아몬드 거품을 얹고 비트 뿌리 가루를 뿌린 칵테일을 제조해 내게 선물한다. 놀라울 정도로 균형 잡힌 맛에 복잡한 레이어가 느껴진다. 알코올 도수도 약 15%라 잘 넘어간다. 앙헬의 말처럼 도수가 낮아 해변에서 마시기 좋다.
앙헬의 말을 기억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팔마의 근사한 성당이 자리한 해변을 둘러본다. 사람들이 파티를 하고 하우스 음악이 흐르며 내 발밑에는 모래가 깔려 있다. 발레아레스 제도의 익숙한 풍경으로 들어온 셈이다. 팔마 여행에서는 이렇듯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콜마다 산토 도밍고Colmada Santo Domingo에서 소브라사다 같은 마요르카산 농산물을 살 수 있다.

팔마의 다섯 가지 음식

소브라사다 SOBRASADA
파프리카를 넣은 소시지로 지리적 표시 제도로 보호받는다. 지방이 풍부한 마요르카산 흑돼지를 다져 만들어 부드럽고 텁텁하지 않아 펴 바르기도 쉽다.
코카 COCA
크래커처럼 얇은 마요르카식 전통 피자. 일반적으로 버터를 넣지 않고 올리브오일로 반죽한다. 토핑으로는 제철 재료를 활용한다.
플로르 데 살데스 트렌크FLOR DE SAL D’ES TRENC
마요르카의 소금 호수에서 손수 수확한 천일염으로 훈제하여 표고버섯이나 지중해 지역의 허브를 첨가한다. 올리바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완벽한 기념품이다.
롱게 LLONGUET
오징어, 소브라사다, 스페인식 오믈렛 등 원하는 재료로 속을 채운 이 뭉툭한 바게트 샌드위치는 팔마 사람들이 ‘롱게’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엔사이마다 ENSAÏMADA
고리 모양으로 감아 만든 이 달콤한 페이스트리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빵집이 여럿 있다. 그냥 먹거나 겉에 아이싱 설탕을 뿌린 것이 전통 방식이다. 속에 커스터드 크림이나 호박잼을 채우기도 한다.

포르넷 데 라 소카의 엔사이마다.

여행 방법
인천-팔마 항공편은 1회 경유하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할 수 있다. 유서 깊은 중심가에 위치한 성인 전용 부티크 호텔, 칼라트라바 지중해 하우스의 2인실 요금은 조식 포함 약 40만원부터.
visitpalma.com, lufthansa.com, calatravahotel.com

글. 로나 파크스LORNA PARKES
사진. 크리스티나 데 라 콘차, 게티, 아드리아 아르보나, 이트 마요르카, 크리스티나 오르테가/마크 포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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