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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에서 찾은 휴식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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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호

넓은 평야와 고요한 바다, 때때로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 등 시흥의 변화무쌍한 자연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쉼을 발견하다.

 

CHALLENGE
완벽한 자유를 향하여

파라다이브의 딥다이빙 풀장.

시흥과 서해가 맞닿은 곳에 세워진 짧은 다리를 건너 거북섬으로 향한다. 거북이 모양의 이 인공섬은 해양 레저 시설과 루프톱 수영장을 갖춘 호텔 등 여름철 휴양지로 조성되었다. 이곳에 거북이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파라다이브가 자리한다. 해양 레저 복합 시설인 파라다이브의 하이라이트는 35m 깊이의 실내 딥다이빙 풀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단 두 곳뿐인 깊이 30m 이상의 다이빙 풀 중 하나인데, 수영장의 수면은 바닥이 가늠되지 않을 만큼 짙은 쪽빛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산소통을 착용하고 스쿠버다이빙을 하거나 장비 없이 프리다이빙을 즐긴다. 다이빙이 처음이더라도 이곳에서 장비를 빌리거나 강습 프로그램을 통해 배워볼 수 있다. 한 층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커다란 창을 통해 풀장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수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깊은 수중은 이집트 신화를 콘셉트로 꾸몄다. 파라오 흉상 앞과 이집트 신전 사이를 유영하는 다이버들은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물속에 들어가는 두려움만 이기고 나면 무중력 공간을 유영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곳은 자유를 만나기 전, 두려움을 없애주는 곳이죠.” 보홀에서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은 그 매력을 수강생에게 전하고 있다는 송민준 강사의 말처럼 이곳에는 밧줄을 잡고 조금씩 깊은 수중에 도전하는 사람과 실내 서핑장에서 몇 번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파도에 도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파라다이브 
경기 시흥시 거북섬중앙로 1, 1동 3층 303호

 

APPRECIATE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

(위부터 시계 방향)
더숲 소전미술관에 전시된 도자기들. 다양한 장르의 책이 꽂혀 있는 책장. 1층부터 2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책이 빼곡하게 꽂힌 거대한 책장, 2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피아노와 소파 등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소품, 벽에 걸린 액자 속 예술 작품까지. 더숲 소전미술관은 드라마 속 저택을 연상시키는 요소로 가득하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재벌 집의 촬영지로 사용된 이곳은 실제로 극동그룹 창업주인 김용산 회장의 별장이었다고. 이후 2004년부터 도자기 전문 미술관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미술관과 서점, 카페가 결합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다채로운 볼거리 사이에서 방문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1층부터 2층 천장까지 뻗어 있는 높은 책장이다.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예술에 관련된 서적이 많지만, 문화 향유의 측면에서 시집과 소설, 인문학 책까지 다양한 장르가 구비되어 있다. 이 중 어떤 책을 구매할지 망설여진다면 ‘아무튼, 더숲 패키지’를 통해 더숲 소전미술관이 추천하는 책과 커피 한 잔을 구매할 수 있다. 책 가격에 1000원만 더하면 되는 가격도 합리적이다. 서점과 카페로 이루어진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정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김용산 회장이 생전 수집해온 도자기 컬렉션, 창밖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마주할 수 있는 다다미방, 주기적으로 회화나 조각 등의 전시가 열리는 전시실까지 머무는 것만으로도 예술적인 정취가 한껏 느껴진다.
더숲 소전미술관 
경기 시흥시 소래산길 41

 

EXPERIENCE
바닷바람 속에서 쌓이는 추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영글공간에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소품. 벽면 한쪽엔 오이도 맛집 지도가 그려져 있다. 서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영글공간.

과실이나 곡식이 잘 익어가다. ‘영글다’의 사전적 의미다. 논과 밭보다는 갯벌이 넓게 펼쳐지는 오이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았지만, 오이도의 빨간 등대와 넓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3층 공간에 도착하자 왜 이곳에 ‘영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키링이나 엽서 등 다양한 소품을 다루는 공방이나 소품숍처럼 느껴지는 영글공간은 오이도 인근의 지역 예술가와 문화 기획자가 모여 만든 일종의 아지트다. 오이도가 조개구이나 칼국수로 기억되는 것이 아쉬웠던 청년들이 문화 콘텐츠를 영글어가기 위해 뭉쳤다고 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모루 인형이나 화분 등 소품을 만들며 색다른 추억을 쌓고, 체험을 마친 뒤엔 벽에 크게 그려진 오이도 맛집 지도를 보며 다음 행선지를 정할 수도 있다. 종종 영글공간의 실내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지역 예술가의 전시가 열리기도 하고, 때때로 외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빨간 등대 아래에서 오이도의 유래와 역사적 사건들을 연극으로 풀어낸 거리극 공연인 〈단독 분양, 저 세계 오이도: 오저도〉와 헤드셋을 끼고 오이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며 일대를 걸어 다니는 사운드 투어인 ‘오이도 오이도 오이도’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지금도 여행자들이 손으로, 눈으로, 귀로 오이도의 다채로운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문화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영글공간 
경기 시흥시 오이도로 185 3층

 

LISTEN
낯선 세계로 인도하는 멜로디

(위부터 시계 방향) 스피커를 향해 놓인 의자들. 음악감상실 온의 입장료엔 음료값이 포함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에어서플라이 음반. 영업시간 내내 돌아가는 턴테이블.

새의 지저귐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는 소래산 자락에 자리한 아파트 상가에 의외의 공간이 숨어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웅장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음악감상실 온은 세상의 소리에서 벗어나 온전히 음악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끊임없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곳에서 턴테이블과 진공관 앰프,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는 음악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곳이 LP바나 카페와 다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은 서로 마주보는 대신 스피커를 향해 앉은 채로 대화 없이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테이블에 놓인 메모장에 신청곡과 사연을 적는 것이 소통의 전부였다. 사람의 키를 웃도는 커다란 스피커나 다이아몬드 바늘이 달린 턴테이블도 중요하지만, 이곳의 본질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5000여 장의 음반이라고.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값비싼 장비도 구입했지만, 그 무엇보다 음악이 가장 중요하죠.” 클래식부터 올드팝, 메탈과 힙합까지 빼곡하게 꽂혀 있는 다양한 장르의 LP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정종렬 대표는 여섯 살 때 처음 구매했다는 호주 국적의 밴드 에어서플라이의 앨범을 자랑스레 꺼내 보여준다. 이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온 음반들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현실에서 벗어난 어딘가로 안내한다.
음악감상실 온 
경기 시흥시 서해안로 1645 상가동 106호

 

 

글. 차성민SEONG-MIN CHA
사진. 김현민HYUN-MIN KIM, 파라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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