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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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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아마존강 유역에 있는 마디디 국립공원은

열대우림 야생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연의 보고다.”

 

남미의 심장부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열대 아마존 밀림이 눈 덮인 봉우리의 안데스산맥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 하늘에 닿을 만큼 키 큰 나무들이 구름 사이로 솟아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강물이 흐르는 곳. 숲속에 잠복한 재규어, 무시무시한 카이만 악어, 개구쟁이 돌고래들이 지키고 있는 곳. 볼리비아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밀림의 낙원 마디디Madidi국립공원이다. 이곳은 전대미문의 다양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해 생태학적 중요 지역일 뿐 아니라 볼리비아의 보호 구역 중 가장 큰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마디디 국립공원으로 가자

우리 넷은 카메라와 드론,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우나그란 나시온Una Gran Nación의 일원으로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탐험하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우나그란 나시온은 볼리비아의 관광 수요를 촉진하고 모험심 강한 영혼들이 자신의 다음 여행지로 볼리비아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우리는 아마존 경계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루레나바케Rurrenabaque에 도착했다. 이곳은 열대우림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베니Beni 강이 옆으로 흐르는 이 도시는 육로나 항공으로 진입할 수 있다.

 

베니강은 활기찬 도시 루레나바케와 밀림을 연결하는 고속 수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맥가이버를 떠올리게 하는 가이드, 이스마엘Ismael을 만났다. 진정한 타카나Tacana 남자인 이스마엘은 밀림을 뒤뜰 삼아 자랐다는데 마체테 칼을 능숙하게 다룰 뿐 아니라 뗏목도 만들 수 있으며 뱀 다루기, 사냥, 낚시 등 다양한 능력을 지녔다. 마디디에는 타카나 외에도 에세에하Ese Ejja, 가까운 친족으로 이루어진 치마네Tsimané, 자발적으로 고립된 토로모나Toromona 같은 토착 부족이 살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베니강 물길을 타고 가는 것이라서 우리는 목재 모터보트로 이동 수단을 변경하고, 쥬라기 공원을 연상시키는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루레나바케를 떠났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초록빛 나무로 뒤덮인 그곳으로 향했다.

 

깊은 밀림 속으로

우리는 상류를 향해 나아갔다. 이번 여정의 첫 번째 목적지인 빌라 알시라Villa Alcira는 타카나 토착 도시에서 온 20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공동체로, 그곳에서 우리는 빵나무 열매와 사탕수수를 한참 동안 끓여서 만드는 사탕수수 시럽 등 현지 특산물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목재 굴림대를 사용해 사탕수수의 즙을 추출하여 만든 구아라포 데 카냐guarapo de caña로 알려진 지역 특산 음료도 맛보았다.

베니강과 투이치Tuichi 강을 모터보트로 두 시간가량 거슬러 올라간 후 1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마사키페 에코Mashaquipe Eco 오두막에 도착한다. 이 오두막은 밀림과 주변 지역에 사는 타카나 토착민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다. 아마존에서 자라는 하타타 야자수 잎을 엮어서 지붕을 만든 타카나 스타일의 오두막은 화장실과 불청객을 막아주는 망사 커튼이 달린 침대를 갖추고 있다. 전기도 사용이 가능하나 단 몇 시간뿐이라 진정한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해볼 완벽한 기회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마사키페는 책임감 있는 여행과 공동체 기반의 관광을 추구하는 업체로 참되고 안전한 밀림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긴소매 옷과 두꺼운 바지, 등산용 부츠에 모자를 쓰고 마체테 칼을 챙긴 다음 보트를 타고 베니강을 통과해 밀림의 질퍽한 땅에 발을 내디딘 순간, 마치 <인디아나 존스>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밀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길에 우리는 수많은 밀림의 거주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침에 쏘이면 통증이 엄청나게 고통스럽다고 알려진 총알개미와 친근한 타란툴라 거미들이 밀림 내부로 들어가 도보로 한참 이동한 끝에 우리는 미리 마련된 작은 야영지에 도착했다.

곧이어 불을 피우고 잠자리를 준비한 다음 해먹을 설치했다. 캠핑 경험이 많거나 적거나 이곳에서는 중요치 않다. 누구든 이런 밀림 속에서 밤을 보내는 경험을 해본 이는 거의 없을 테니까.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아마존의 신비한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자연의 자장가처럼 우리를 감쌌다. 다음 날, 태양의 첫 빛줄기가 쏟아지고 짜증나는 알람음이 아닌 새들의 지저귐과 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텐트의 지퍼를 내리고 나간 순간, 경이로운 광경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왜 이곳을 구름숲이라고 부르는지 알게 된다. 낮게 깔린 구름이 나무 숲 사이를 떠다니는 광경은 마치 땅과 하늘이 바로 눈앞에서 만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다

밀림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나무들이 점점 더 거대해지는 것 같았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커다랗고 빼곡한 나뭇잎 덕분에 우리는 비를 거의 맞지 않았다. 얼마 후 우리는 거대한 헬리코니아를 우연히 마주쳤다. 헬리코니아는 길고 멋들어지게 쭉 뻗은 초록 잎이 5m까지 자라는 식물이다. 이 거대한 식물 옆에서 우리는 한낱 작은 존재임을 느꼈다.


거대한 헬리코니아를 지나 마침내 덩굴로 뒤덮인 절벽의 정상부에 도착했다. 초록빛 나무가 지평선 전체를 뒤덮고 거대하게 출렁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심스럽게 절벽 가장자리로 다가간 순간, 한 쌍의 금강앵무새가 우리를 반겨주듯 절벽 아래쪽에서 꽥꽥거리며 날아다녔다. 의복 제작에 쓰인 화려한 깃털을 가진 탓에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금강앵무는 일부일처제 앵무새로 마디디의 가파른 절벽에 둥지를 틀고 짝짓기를 한다.


금세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험한 지형과 구불구불한 밀림의 길을 거슬러 다시 강변으로 가야 했다. 우리는 이스마엘을 따라 모래로 뒤덮인 강변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그는 타카나식 뗏목인 칼라포callapo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몇 개의 통나무와 단 한 개의 밧줄만으로 4명을 충분히 태울 수 있는 튼튼한 뗏목을 빠르게 완성했다. 그러곤 손수 만든 뗏목을 타고 투이치강의 초콜릿빛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급류를 타고 가다가 물살이 빠르지 않은 안전한 곳에 다다르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강물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직접 만든 배와 함께 수영을 하며 하류로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맡겼다. 작은 빗방울이 얼굴을 적시던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마사키페까지 수영을 해서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정비한 다음 점심식사를 위한 채집을 시작했다. 투유투유Tuyu Tuyu는 세 종류의 딱정벌레 유충 중 하나로 모타쿠Motacú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야자수를 파고들어가서 산다. 마을 사람들은 이 투유투유를 채집해 지방과 단백질원으로 섭취하고 있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힘들 것 같은, 이 지역 대표 먹거리로 생으로 먹기도 한다고. 요리를 할 경우 보통 튀겨서 먹거나 쌀을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야생이 숨 쉬는 팜파스

야쿠마의 팜파스 역시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생태 낙원으로 베니강의 티티원숭이와 푸른마코앵무 같은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들의 집이다. 생태관광은 이처럼 자연을 이용한 관광산업이 주요 경제활동인 곳에서 지역의 자연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야쿠마의 팜파스에서는 야생 생물을 매우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중 어떤 시기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돌고래나 피라니아와 함께 수영을 할 수도 있고, 잠복한 재규어를 볼 수도 있으며, 만약 밀림의 더 깊은 곳으로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거대한 아나콘다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아쿠마의 팜파스를 찾은 것은3 월 말. 덕분에 아마존강의 돌고래와 같이 헤엄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오두막에서 20분 정도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 작고 탁한 늪에서 아마존 돌고래들이 공기를 찾아 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난꾸러기 같은 이 생명체들은 가이드 이스마엘이 보트로 원을 그리며 돌자 거품을 따라 우리를 쫓아왔다. 어떤 돌고래들은 강아지들이 장난감을 쫓아 따라가듯 장난을 치며 따라가기도 하는 모습이다. 야쿠마강의 탁한 물로 뛰어 들어가는 건 미지의 세상으로 뛰어드는 기분이 들게 한다. 물론 뛰어들기 직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믿음의 도약에 성공한다면 10여 마리의 돌고래에 둘러싸여 헤엄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신나고 황홀한 기분은 도저히 눌러두기 힘들 정도다. 경계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수생동물은 호기심이 많아서 사람들 가까이 오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사람들의 손길이나 스침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어떤 돌고래는 사람들을 살짝 깨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강에서 돌고래들과 헤엄을 치며 오후를 보내고 오두막으로 돌아오는 길, 밤 사냥을 나온 카이만 악어의 반짝이는 눈빛이 여기저기서 어두운 물 위로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저녁 식탁에는 갓 잡은 물고기를 바나나 잎으로 싸서 불에 구운 타카나 전통 음식인 두누쿠아비dunucuavi가 준비되어 있었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들과 함께 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조류의 하나인 세레레Sereré를 관찰하며 소용돌이치는 강물길을 타고 여행의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다. 물길이 우리를 인도한 곳은 빅토리아 수련이 가득한 수생 정원이었다. 빅토리아 수련은 수련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잎의 지름이 3m에 이르며 어린아이가 올라가도 끄떡없을 정도다. 이 아름다운 정원은 무시무시한 피라니아의 집이기도 해서 번식기가 되면 수많은 피라니아들이 몰려온다. 잠시 뒤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여행 기간을 통틀어 가장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우리 배 앞으로 펼쳐진 하늘은 빨강, 주황, 분홍 빛깔로 물들며 낙원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에게 잊지 못할 멋진 경관을 선사해주었다.

 

※ 볼리비아 라파스 출신의 사샤 바스케스(인스타그램 @pilchasypintas)는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패션, 여행, 음식에 대한 열정을 전파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한국판에 다수의 글과 사진을 기고한 파블로 오(인스타그램@pablooh)와 함께 드론 사진가 알렉스 페레즈(인스타그램@alexperezbo), 사진작가 케브 알레만(인스타그램@kevalemanr) 넷이 함께 볼리비아 마디디 국립공원을 탐험했던 경험을 이번 호 기사로 실었다.

 

글. 사샤 바스케즈SASHA VASQUEZ
사진. 알렉스 페레즈ALEX PEREZ, 케브 알레만KEV ALEMÁN, 파블로 오PABLO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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