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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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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호

 

“프랑스령 에메랄드코스트에는
세련된 리조트 타운과 항해의 역사가 공존한다.
험준한 곶을 산책하며 감상하는 전망 또한 장관이다.”

 

생말로에 있는 유서 깊은 부둣가.

소요 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
여행 기간 — 3~4일
여행 타입 —이국적 풍경 속 드라이브를 즐기는 낭만주의자
이런 선물 — 루델로르메 거리에서 구입한 최상급 버터

 

브르타뉴 지방의 코트데메로드Côte d’Émeraude는 '에메랄드의 곶'이라는 뜻이다. 칸칼레Cancale 지역에서 카프프레엘Cap Fréhel 반도까지 이어지는 경이로운 녹색의 바다와 조우하는 순간, 어떻게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프랑스 북서부의 한편에 위치한 브르타뉴 지방에는 오랜 항해와 탐험의 역사를 지닌 역사적인 항구 도시 생말로Saint-Malo가 있고, 대부분의 삶은 해안을 따라 이루어진다. 18세기에 두드러지게 활동했던 해적과 나포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한편, 랑스Rance 강 건너편에 있는 디나르와 생루네르 마을은 그 이후, 즉 우아한 해변 리조트로 유명해진 시기를 대변한다. 말끔한 빌라에서는 황금빛 초승달 모양을 한 최고의 해변이 내려다보이고, 지금도 여전히 말쑥한 부티크와 일류 레스토랑으로 즐비하다.

브르타뉴는 고상한 매력을 벗겨보면 야생적인 면이 슬며시 표정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브르타뉴의 해안선은 해협을 향해 돌출된 곶들로 들쑥날쑥한 역동적인 형태를 이룬다. 북적대는 리조트를 뒤로하고 서쪽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에메랄드코스트는 보다 거칠어지고 해변은 한결 조용해진다. 곶에는 더욱 거센 바람이 불고 오직 등대와 바닷새 무리만 보인다.

 

생말로 해안가를 걸어보자.

첫째 날

자갈과 크레페

 

아침

항구에서 차를 타고 3~4분 정도 이동하면 성루로 둘러싸인 구시가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아침을 먹을 수 있게끔 페리선에서 내리는 시간을 맞춰 생말로 탐험을 시작한다. 먼저 케생벵성Quai Saint-Vincent에 주차를 한 뒤, 18세기로 가는 관문인 플라스샤토브리앙Place Chateaubriand을 지나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으러 간다.

구시가지를 탐험하며 유서 깊은 성루의 꼭대기에서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주변 섬들과 밀물 때 파도가 그 섬들을 삼키는 모습을 바라본다. 성루에서 가장 넓은 곳에 세워진 항해 영웅들의 동상이 인상적인데, 이들이 바로 생말로의 탐험 역사를 써 내려간 인물들이다. 그중에는 유럽 사람 최초로 캐나다 세인트로렌스강Saint Lawrence River의 지도를 그린 자크 카르티에가 있다. 탐험이 일깨운 식욕을 가지고 구시가지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다.

 

오후

오늘의 메뉴는 갈레트 브루통galette bretonne으로 정한다. 현지에서 나는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운 메밀 크레페로, 카페 브라이즈Café Breizh에서 브르타뉴식 사이다를 곁들여 맛볼 수 있다. 그런 다음 루델로르메Rue de l’Orme 거리로 가서 고급 식료품점을 돌아다닌다.

라메종뒤베레La Maison du Beurre에는 최상급 품질의 버터, 치즈, 샤퀴테리 등이 있고, 라메종뒤사라신La Maison du Sarrasin에서는 다양한 메밀 제품을 갖추고 있다. 르바라바바스Le Bar à Babas는 다양한 럼을 항아리에 담아 판다. 셰프 경력이 있는 올리비에 로엘링거가가 운영하는 에피셰로엘링거 향신료 가게에는 전 세계의 각종 향신료, 조미료 등이 가득하다.

 

저녁

프랑스가 예술적・문화적으로 번성했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를 일컫는 벨에포크 시대에 지어진 빌라가 있는 생말로의 해안가를 따라 산책을 하며 일몰을 본다. 플라주드라오게트Plage de la Hoguette 해변에서는 썰물 때 모래가 보일 만큼 수심이 얕아지는데, 이 연안을 가로질러 ‘모래 요트 타기’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밀물이 되면 파도가 방파제를 때리고 해변은 완전히 사라진다.

오텔레샤르메테Hotel Les Charmettes 호텔에는 빌라 2개 동과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가능하다면 창가에 자리를 잡거나, 날씨가 따뜻한 날이라면 데크에 앉아 인도, 이탈리아,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먹으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대담한 벽지로 장식된 방에서 바다 또는 정원을 내다보며 하룻밤 묵어도 좋다.

 

생말로 해안을 가로질러 포트나시오날 요새가 자리한다.

 최고의 해변 5 

브르타뉴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싶다면.

 

플라주드봉스쿠르
Plage de Bon-Secours

생말로 구시가지의 성루를 경유해서 갈 수 있다. 썰물 때는 잠깐 수영을 해도 좋고, 그랑베Grand-Bé 섬까지 걸어가서 요새를 올려다보며 감탄하는 것도 즐겁다.


플라주뒤프리에르
Plage du Prieure

디나르의 주요 해변에는 해변용 줄무늬 텐트가 즐비하고 사람들로 북적댄다. 하지만 중심가에서 떨어진 덜 알려진 조용한 해변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조수 간만의 차로 만들어진 물웅덩이에서 수영을 하고 생말로의 빼어난 전망을 감상하자.


플라주뒤롱샴
Plage du Longchamp

생루네르 마을은 황금빛 모래가 넓게 펼쳐진 해변과 중간 정도 높이의 파도가 치는 해변이 있어 초보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에메로드 서핑스쿨에서 강습도 가능하다. emeraudesurfschool.bzh

 

그랑드플라주
Grande Palge

생카스트르길도Saint-Cast-le-Guildo는 조용한 해안가 마을이다. 길게 띠를 두른 모래와 끝없이 펼쳐진 해변에서 여유로운 공간이 주는 평화를 느낄 수 있다. 나만의 호젓한 피크닉을 즐겨보자.

 

안세뒤크로
Anse du Croc

카프프레엘 반도 북쪽의 작고 조용한 해변에서 패들링과 조개 줍기에 몰두할 수 있다. 썰물 때는 현지인들이 바위 위에서 홍합과 조개를 채취한다.

 

갓 수확한 굴은 칸칼레 지역의 특산물이다.

둘째 날

해산물과 일몰

 

아침

해안을 따라 동쪽의 칸칼레를 향해 30분 정도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커피를 마시며 감상하기 좋은 활기찬 해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해안가 마을은 굴로 유명해서 굴 수확을 전후로 트랙터가 마을을 질주하는 광경이 펼쳐지곤 한다. 항구 위 푸안테뒤오크Pointe du Hock에 올라가면 굴 양식과 수확 과정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썰물 때가 되면 바다를 향해 약 1.6km 길이로 뻗어 있는 굴 양식용 틀이 모습을 드러낸다. 칸칼레 굴 시장에 있는 포장마차에서는 신선한 굴이나 홍합 등을 한 접시 가득 사서 레몬을 쭉 짜 넣고 먹은 뒤 껍데기를 해변에 던져둔다. 수평선에 몽생미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굴 산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현지에 있는 오스트레이카Ostreika 팀과 함께 하는 굴 서식지 투어를 예약하면 된다.

 

오후

랜스강Rance River 어귀를 가로질러 해마다 영국 영화 페스티벌이 열리는 디나르로 향한다. 영화제뿐만이 아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60년에 만든 영화 <사이코>에 등장하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베이츠 모텔이 바로 디나르 해안 위쪽에 자리한 위풍당당한 빌라레로슈브룬Villa Les Roche Brunes 저택에서 촬영한 것이다. 빌라는 이제 더 이상 불길한 갤러리가 아니다. 우아한 집과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해안선을 조망하며 유쾌한 산책길에 마주치는 그런 곳이 되었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만드는 거장과 디나르 마을의 관계는 플라주델클루제Plage de l’Écluse 해변 덕분에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히치콕의 또 다른 영화 <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이 해변에는 새와 교감하는 히치콕의 동상이 서 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썰물 때가 되면 해변 반대편 끝으로 이동해보자. 조수 간만의 차로 생긴 물웅덩이에서 신나는 오후를 보낼 수 있다.

 

저녁

이른 저녁 르선셋바Le Sunset Bar에 가서 썰물 때 수영장이 되는 웅덩이를 내려다보며 키르브레통, 크렘드카시스, 칼바도스, 사이다 등 식전주를 한 잔 마신다. 푸안테뒤물리네Pointe du Moulinet 바위 주변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발아래 요동치는 바다를 만나게 된다. 그런 다음엔 시내 중심부로 가 셰프 알렉산드르 프린이 지휘하는 고급 레스토랑 옴벨르Ombelle를 찾는다.

셰프 프린은 현지 최고의 농장과 어부들이 가져다주는 신선하고 우수한 농산물로 요리한다. 잠은 유서 깊은 5성급 호텔 겸 스파로 알려진 카스텔브락Castelbrac에서 청한다. 이곳은 원래 자연사박물관으로 사용되었으며, 그런 연유로 1900년대 초 프랑스 남극 탐험을 이끈 과학자 장-바티스트 샤르코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그는 남극 탐험 전에 이곳에서 연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세 가지 모험 

물과 함께 하는 액티비티.


대형 범선을 타고 항해하기

대형 범선에 올라 저명한 생말로 선원들의 발자취를 따라 에메랄드빛 파도를 타고 나아간다. 몇 종류의 범선이 있는데 그중 1812년 로베르 수르쿠프라고 알려진 해적이 소유했던 배를 30m 길이로 복제한 르르나르드Le Renard 호를 타고 항해한다. 흰색의 거대한 돛이 바람에 휘날릴 때 정말 짜릿하다. etoile-marine.com


패들보드 타기

디나르에서 중세시대 마을 디낭과 생말로 인근의 예쁜 만으로 완만하게 흐르는 랜스강에서 패들보드를 탄다.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처음 타보는 사람에게도 무난하다. supequilibre.com


바다에서 카약 타기

몽생미셸만에 있는 크고 작은 섬 가까이 가보려면 발라드카약 35가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자. 카약을 타고 여러 해변에 들러 물놀이를 하며, 바다에서 우아한 벨에포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외관을 조망할 수 있다. baladekayak35.com

 

생루네르 마을 외곽에 있는 플라주뒤롱샴 해안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

셋째 날

해변 따라 걷기

브르타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GR34 산책로는 길이가 무려 2735km에 이른다. 그 일부인 에메랄드코스트에는 전망이 아름다운 곶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전망을 자랑하는 길이 몇 개 있다.

 

카프프레엘곶에서
포트라라테 요새까지

광활하게 뻗어 있는 에메랄드코스트 해안선의 서쪽 끝에 카프프레엘곶이 있다. 북쪽에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해 야생 헤더 꽃이 여기저기 핀 황무지를 지나 1950년에 지어진 파레드카프프레엘Phare de Cap Fréhel 등대로, 그리고 다시 17세기에 건축한 원래 등대로 간다. 이 등대는 새소리가 요란한 바닷새 서식지를 내려다보는 가파른 곳에 위치한다. 여기서부터 고사리가 자라는 들판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가면 포트라라테Fort la Latte 요새가 나온다. 절벽 끝에 위치한 중세시대에 지어진 이 성은 도개교와 포탑과 쇠창살로 된 내림문을 갖추고 있다. 순환로를 따라 요새 주위를 돌아보는 데 2시간쯤 걸리며 요새 안 탐험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lefortlalatte.com 

 


생루네르 마을에서

푸안테드라가르데-게린 포인트까지

생루네르 마을의 해변이 현지인 가족과 서퍼들에게 인기가 있다면,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라주드라가르데Plage de la Garde 해변을 둘러싸고 서쪽 푸안테드라가르데-게린Pointe de la Garde-Guérin 포인트까지 뻗어 있는 선회로를 좋아할 것이다. 봄이면 곶으로 가는 길을 따라 펼쳐진 목초지에서 가시금작화 덤불과 블루벨 야생화가 가득 피어나 이내 드라마틱한 해안선까지 이어진다. 플라주드라가르데와 플라주뒤포르예Plage du Port Hue의 서쪽을 바라보며 피크닉을 즐겨도 좋다. 밀물 때면 해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황금빛 해변이 푸른 바다로 뒤덮인다. 4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생브리악수르메르 지구에서

플라주뒤포르예 해변까지

1시간 정도 이 길을 걷다 보면 흰색 덧문과 꽃을 심은 앞마당이 딸린 돌집이 모여 있는 옛 어촌 마을이 나온다. 생브리악수르메르Saint-Briac-sur-Mer 지구다. 그리고 마침내 바위로 철옹성을 두른 날렵한 초승달 모양의 플라주뒤포르예Plage du Port Hue 해변의 모래사장이 나온다. 여기서 푸안테드라헤이예Pointe de la Haye 포인트를 지나 예쁜 플라주뒤페론Plage du Perron 해변을 향해 걷는다. 썰물 때 모래사장과 바위를 따라 돌아다니다가 플라주드라살리네트Plage de la Salinette 해변으로 돌아오면 주위를 둘러싼 새하얀 오두막이 눈부시게 맞이한다. 거기서 다시 당당하게 서 있는 오텔르네세이Hôtel Le Nessay 호텔을 지나 작은 배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는 플라주뒤베셰Plage du Bechet 만으로 간다. 

 

 친선 도모 

브르타뉴의 영국 사랑은 영화제뿐만이 아니다. 마을의 카지노 근처에는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가 있고, 세인트 바르톨로메오St Bartholomew 교회에서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또한 해마다 8월에 열리는 루트뒤 록페스티벌Route du Rock festival에서는 영국과 미국 밴드가 공연을 한다.

글. 캐롤린 보이드CAROLYN BOYD
사진. 테디 베르뇌이-레즈브로즈, 알라미,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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