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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호
피피섬 뷰 포인트에서 내려다본 섬 전경.

 

KO PHI PHI, KO SAMUI, KO SAMET
13°02'19.93"N  101°29'24.37"E


‘자유의 나라’라는 뜻을 지닌 태국은 동남아시아 중심에 위치해 인도차이나와 미얀마 남쪽을 잇는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형에 따라 산림이 우거진 북부, 농경지가 발달한 중부, 수많은 열대섬을 아우르는 남부로 나뉜다. 세로로 긴 태국의 특성상 북부와 남부의 기후적 차이가 큰 편이라 각 지역별 여행 적기도 미세하게 다르다. 남부를 중심으로 펼쳐진 1430여 개의 섬을 탐험하고 싶다면 12월에서 3월이 적합하다. 강렬한 태양 덕분에 공기가 건조하고 바다가 고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 그중 무려 2614km에 달하는 해안선 끝에 맞닿은 섬 세 곳에서 미지의 심해부터 토착 마을과 로컬 향신료까지, 태국의 본질을 경험해본다.

 

 

늦은 밤에 펼쳐지는 파이어 쇼가 감탄을 자아낸다.

 DO IT 

역동적 비치 탐험, 피피섬

바다 곳곳에서 심신을 단련하다.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태국에 3개의 여름이 있다고 말한다. 여름, 더운 여름, 몹시 더운 여름.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흐린 날을 날씨가 좋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태국인이 자주 쓰는 ‘짜이옌(차가운 마음)’이라는 말도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라 ‘침착하다’는 긍정적 의미다. 

푸껫과 안다만해 중간에 자리한 크라비주의 군도 중 하나인 피피섬Ko Phi Phi은 시원한 바다에서 ‘침착한’ 액티비티를 즐기기 적절한 곳이다. 이 섬은 총 6개의 군도로 구성되어 있으나 주로 유인도인 ‘피피 돈Ko Phi Phi Don’과 무인도인 ‘피피 레Ko Phi Phi Le’로 잘 알려져 있다. 유독 맑은 바닷물을 자랑하는 피피 돈의 롱 비치Long Beach에서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만끽할 수 있다. 항구에서 장비를 빌린 뒤 물속으로 뛰어들어 다채로운 산호초와 열대어를 만나본다. 

수영을 충분히 즐긴 후에는 피피섬 뷰 포인트Koh Phi Phi Viewpoint에 올라봐도 좋다. 친절한 화살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야자수에 둘러싸인 피피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해가 질 무렵에는 깨끗한 백사장에서 자연의 에너지를 따라 움직이며 요가 자세를 취해보자. 고전적인 아쉬탕가 빈야사 동작을 통해 새로운 호흡법을 익혀본다.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면 주 7회 운항하는 페리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해보자. 말레이시아 부근에 위치한 리페섬Ko Lipe에서 프라이빗한 요가 클래스를 진행한다.

피피 레는 2000년에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더 비치>의 배경지로 유명하다. 한때 제비집 요리를 위한 식재료 채집지였던 바이킹 동굴Viking Cave 또한 이곳에 자리한다. 바이킹 동굴은 이름에 걸맞게 과거 해적들의 은신처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값비싼 향료와 보석이 가득했을 동굴에 현재는 원숭이들이 출몰한다. 보트를 타고 동굴 깊숙이 들어가자 원숭이 무리의 날렵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일대를 ‘테이블 코럴 시티Table Coral city’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에 인공 조형물을 설치해 산호 지대의 재생을 돕고 있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다이버들은 동굴 아래서도 다양한 수중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사무이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불상들.

 SEE IT 

자유롭게 표류하는 역사, 사무이섬

1500년 전 유구한 히스토리를 따라서.

 

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사무이섬Ko Samui은 20세기 후반까지 본토와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 독립성 덕분에 여행지로 개발된 이후에도 중앙부는 정글로, 해양부는 국립공원으로 남아 지속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의 역사는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대부분 어부 또는 코코넛을 주로 재배한 농부가 거주했다고 한다. 

당대 흔적은 피셔맨스 빌리지Fisherman's Village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재는 오래전부터 이 마을에 거주해온 현지인들과 새로 정착한 유러피언들이 섞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간혹 입구에서 피셔맨스 빌리지를 흘깃 보고 즐길 거리가 없는 작은 시장 정도로 오인하기도 하는데, 이 마을의 진가는 직접 그곳에 발을 내디딘 여행자에게 발휘된다. 골목 구석구석에 들어선 앤티크한 목조 건물과 힙한 카페 등이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일부 카페에서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저녁 무렵 조명을 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피셔맨스 빌리지 워킹 스트리트’라는 야시장을 열기도 하는데, 오후 5시부터 차량을 통제하니 참고하자. 덧붙여, 북적대는 야시장으로 인해 길을 헤맬 경우 보풋 선착장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레스토랑과 바를, 동쪽에서 숙소를 찾을 수 있다. 

사무이섬 북서쪽에는 40여 개의 섬 전체가 공원을 이루는 곳이 있다. 앙통 해양국립공원Mu Ko Ang Thong National Marine Park은 현지어로 ‘황금대야 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총면적 102km2에 걸쳐 솟아 있는 크고 작은 동굴과 초목으로 뒤덮인 암반 등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는 대부분 석회암 산맥의 일부가 바닷물에 잠기고 그 봉우리들만 남은 것이라고. 1980년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태국 왕실의 해군 주둔지로 활용되어 개방이 제한되었다. 지금은 40여 개의 섬 중 가장 규모가 큰 우아탈랍섬Ko Wua Talap에 국립공원 사무소가 위치하며 유일하게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약 50년 전 역사를 살피기 위해 빅 붓다 사원이라 부르는 왓 프라 야이Wat Phra Yai로 떠나본다. 1972년에 세워진 이 금불상은 높이가 15m에 달해 먼 거리에서도 시선을 끈다. 거대하고 화려한 형태와 달리 온유한 표정을 짓는 금불상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여행자가 몰려든다. 덕분에 사무이섬의 문화재 중에서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장소로 여겨진다. 사원은 일반적인 태국 사찰과 마찬가지로 초자연적 존재인 나가nāga 불상이 계단 위에 늘어서 있고, 내부 공간마다 부적을 비롯해 각종 종교용품이 즐비하다. 빅 붓다 비치라는 별칭을 가진 방락Bang Rak의 비치타운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함께 방문하기 좋다. 

 

각종 향신료가 즐비한 사멧섬의 마켓.

 EAT IT 

컬러풀한 로컬 식탁, 사멧섬 

토양과 기후와 문화가 빚어낸 맛.

 

본토에서 6.4km 지점, 타이만 앞바다에 봉긋하게 자리한 사멧섬Ko Samet. 이곳은 수도인 방콕과 가까워 현지인의 주말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섬 자체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별도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여행자가 사멧섬을 미식의 땅으로 인식하게끔 이끈다. 세련된 본토식 조리법과 청정 자연에서 기른 식재료의 조합이 이곳만의 풍부한 식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열대과일을 맛봐야 한다. 온라인에서 과일별 시즌 도표가 나돌 정도로 열두 달 내내 코코넛, 롱간, 카람볼라 등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수확한다.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주변 카페에서는 패션프루트와 믹스베리를 넣은 태국식 스무디볼을 내놓기도 한다. 

 

다소 묽게 끓여낸 현지 커리.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멧 빌리지Samet Village로 들어서자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여낸 커리 냄새가 가득하다. 태국식 커리는 남아시아와 완전히 다른 레시피로 조리해 걸쭉하지 않고 묽은 것이 특징이다. 그중 시내에서 흔히 판매하는 마사만 커리는 고추, 샬롯, 계피, 카다멈, 클로브 등 다양한 스파이스를 토대로 완성된다. 여타 태국식 커리와 달리 마른 양념이 주를 이루는 까닭은 16세기 모슬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추정한다. 매운맛, 단맛, 짠맛, 신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현지인들은 찰기가 없는 재스민쌀밥 위에 뿌려 먹곤 한다고. 

세계 3대 수프로 손꼽히는 똠양꿍 역시 사멧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똠은 ‘끓이다’, 양은 ‘샐러드’, 꿍은 ‘새우’라는 뜻이다. 베이스인 카피르라임 잎, 박하 등이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며 새우와 오징어를 더해 조리한다. 현지인이 선호하는 매운맛에 집중했기 때문에 여행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사멧섬 해변가에 마련된 운치 있는 다이닝 테이블에 앉으면 똠양꿍의 시큼한 향도 만찬의 일부가 된다. 

 

 

 냇지오와 탐험하기! 

사멧섬 깊숙한 곳, 숲이 무성한 정글을 탐사해보자. 1년 내내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리는 적도 부근에 형성되는 열대우림을 체험할 수 있다. 주로 상록활엽수나 덩굴식물 등이 왕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밀림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열대지방산 목재인 티크teak와 등나무로 꾸며진 초가지붕 아래 머물러보자. 정글 스테이를 제공하는 이곳 파라디 리조트Paradee Resort에서는 싱싱한 로컬 식재료로 뛰어난 퀴진도 준비한다. 태국 왕실에서 요리를 담당했던 맥당McDang 셰프가 섬세한 전통식을 차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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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호경HO-KYUNG KIM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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