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NAT GEO
OBSESSIONS: BOOKSTORE
심야의 기이한 고서점
2019년 05월호

장가계 여행의 경유지로 알려진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뜻밖의 서점을 발견한 중국어 번역가.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곳은 별세계였다. 밖이 을씨년스러운 어둠의 세계라면 그곳은 따뜻한 빛의 세계였고, 더 나아가 밖이 시끌벅적한 대도시의 광장이라면 그곳은 그윽한 문인의 서재였다. 우선 환한 형광등 아래 펼쳐진 것은 양쪽 벽에 가득한 서가였다. 나는 탐식하듯 허겁지겁 그 책들을 훑어보다가 또 놀랐다. 그 수천 권의 책은 뜻밖에도 모두 1980~90년대에 출간된 인문서였다. 내가 석사 공부를 시작할 때 흔히 보던 문학, 철학, 역사 방면의 저명한 연구서들이었다.

나는 손 가는 대로 책들을 빼서 잠시 살피다가 그 전시 공간을 벗어나 오른쪽과 왼쪽에 딸린 공간을 차례로 들어가 보았다. 어두운 조명의 오른쪽 공간은 서고였다. 그곳에는 주로 문인들의 전집이 꽂혀 있었다. 루쉰, 바진, 라오서, 진융 등등, 역시 최근 판본이 아니라1980~90년대 출간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왼쪽 공간은 일종의 살롱이었다.

청나라 양식의 원목 의자와 긴 테이블이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는데 문인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적격이었다. 나는 비로소 페이룽서옥이 서점이라기보다는 전시관, 그것도 지나간 1980~90년대 중국의 열광적인 지적 분위기를 박제해놓은 장소임을 깨달았다.

글. 김택규
사진. 김선우(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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