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NAT GEO
OBSESSIONS: VIENNA BALL
SHALL WE DANCE?
2019년 10월호

해마다 무도회 시즌이 되면 비엔나에서는 2000시간이 넘도록 춤을 춘다. 드레스를 입고 마차를 타고 우아한 왈츠를 배운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춤을 춘다

무도회는 1814~15년에 개최된 비엔나 회의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전한 후, 새로이 질서를 개편하기 위해 유럽의 왕족과 정치인들이 비엔나에 모였다. 덕분에 도시에 머물고 있는 귀빈들을 대접하는 무도회가 성행했다. 오늘날 비엔나의 무도회 시즌은 11월 11일에 시작된다. 이날에는 명문 무용학교의 주도하에 수많은 사람이 쇼핑으로 잘 알려진 구시가지의 그라벤 거리로 나와 함께 왈츠를 춘다. 무도회 시즌은 ‘재의 수요일’(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시기를 일컫는데 보통 2월 말~3월 초 무렵이다)에 마무리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름까지 분위기를 이어가기도 한다. 매해 비엔나에서는 각기 다른 주최자가 무려 450여 회의 무도회를 개최한다. 무도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단연 이브닝 어타이어Evening Attire, 즉 드레스 코드라 말할 수 있다. 여성은 바닥까지 닿는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하고, 남성은 테일 코트나 턱시도를 착용해야 한다. 이 문화에 익숙한 비엔나의 젊은이들은 엄격한 드레스 코드에 개의치 않고 무도회에 참석한다.

 

수줍은 데뷔탕트

흰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티아라를 쓴 여성들이 턱시도 차림의 남성 파트너와 팔짱을 끼고 무도회장에 일렬로 입장한다. 하얀 장갑을 낀 손에는 작은 꽃다발이 들려 있다. 상기된 표정을 한 이들은 데뷔탕트Debutante다. 데뷔탕트는 무도회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젊은 여성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귀족 여성을 상류사회에 소개하고 배우자감을 물색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비엔나의 대표적 행사인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Vienna Opera Ball에서 데뷔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해마다 150여 커플만이 이곳에서 첫 춤을 출 수 있다. 지원 자격은 무도회에 한 번도 서지 않은 17~24세 사이의 청년이다. 지원자 중 일부 인원을 추려 오디션을 진행한다. 선발된 이들은 1919년부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엘마이어 댄스 스쿨Elmayer Dance School에서 왈츠를 배우고 리허설을 한다. 데뷔탕트는 일반 무도회 참석자보다 더 엄격한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한다. 여성들은 매우 가는 목걸이만 찰 수 있고, 남성들은 포켓치프를 꽂을 수 없다. 공통적으로 문신, 피어싱, 눈에 띄는 머리색도 피해야 한다.

 

레드 카펫을 밟는 순간부터 생중계된다

가장 화려한 무도회는 매해 재의 수요일 직전 마지막 목요일,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규모가 비교적 작은 행사인 오페른레도우테Opernredoute는 1935년 1월부터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라 불리며 규모를 키웠다. 이브닝드레스와 테일 코트를 입은 참석자들이 레드 카펫에 들어서면서, 무도회가 시작된다. 개막식부터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까지 모두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TV뿐만 아니라 라이브 앱을 통해 모바일, 컴퓨터로도 볼 수 있다. 덕분에 데뷔탕트에 지원했으나 아쉽게 참석하지 못한 청년도, 과거 유려한 왈츠 실력을 뽐냈던 노부인도 생생하게 무도회를 즐길 수 있다.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는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기 때문에 개막식 또한 국가적인 행사로 진행된다. 팡파르와 함께 훈장을 찬 정부 인사들이 중앙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무도회가 열리는 동안 극장 내의 계단과 홀은 수백 그루의 야자나무와 풍성한 꽃 장식으로 꾸며진다.

 

커피하우스가 개최하는 무도회

마치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마차를 타고 왕궁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여할 수 있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운영주 협회가 개최하는 무도회Coffeehouse Owners’ Ball는 현지 시민들이 특히 선호하는 행사다. 참고로 커피하우스는 비엔나 커피 문화 형성에 이바지한 기관으로,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행사는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의 축소판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시즌에 열리는 무도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해마다 6000여 명의 참석자가 호프부르크 왕궁을 가득 채운다. 100여 년에 걸쳐 1220년경 완공된 이 왕궁에는 1918년까지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들이 거주했다. 황제들은 기거하는 동안 왕궁에 독특한 양식을 접목해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그 때문에15 세기 왕궁예배당Burgkapelle, 16세기 아말리아 궁전Amalienburg, 17세기 레오폴트관Leopoldinischer Trakt, 18세기 겨울철 승마학교Winterreitschule 등이 각각 서로 다른 건축양식을 보인다. 호프부르크 왕궁은 현재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커피하우스 운영주 협회가 개최하는 무도회는 유일하게 레도우텐젤레Redoutensale 홀과 야외 테라스를 포함한 왕궁 내 모든 연회장을 사용한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공연과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 오케스트라의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밤 12시가 되면

19세기 전반부터 이어진 무도회만의 전통이 있다. 다멘스펜드Damenspende는 남성이 여성에게 주는 작은 선물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주로 진주로 장식된 부채 등 화려한 물건을 건넸다. 최근에는 손목시계나 초콜릿 등 다양한 종류의 선물을 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책을 주는 헤렌스펜드Herrenspende를 시행하는 무도회도 있다. 자정부터는 무도회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카드리유Quadrille는 모든 참석자가 네모난 모양으로 대열을 맞춰 추는 춤을 의미한다. 왈츠와 달리 사전에 배우지 않아 댄스 마스터의 시범을 따라야 한다. 물론 흥에 취해 대열을 벗어나 움직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카드리유의 배경음악으로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요한 슈트라우스가 만든 박쥐 카드리유Fledermaus Quadrille가 잘 알려져 있다. 이 곡은 오페라 <박쥐Die Fledermaus>에 나오는 멜로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몹시 경쾌하다. 흥겨운 분위기는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오케스트라가 느린 왈츠곡을 연주하면 참석자들이 플로어로 나와 마지막 춤을 춘다. 폐회 후, 무도회장 근처에서 이브닝드레스와 테일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헝가리식 수프인 굴라시 혹은 비트징어 소시지를 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마차 타고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9:00 a.m. 부지런히 움직여야 마음에 드는 이브닝드레스를 얻을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비엔나 중심부에 있는 렌털숍 클라이더베르레이 로텐베르크Kleiderverleih Rottenberg에서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15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신중하게 고른 이브닝드레스는 재단사를 통해 맞춤 사이즈로 변형된다. 수선을 마친 드레스는 오후 3시가 되기 전, 호텔에서 입어볼 수 있다. www.kleiderverleih.at


11:00 a.m. 무도회에서 왈츠와 매너는 기본. 엘마이어 댄스 스쿨에서 기본을 익힌다. www.elmayer.at


12:00 p.m. 저녁 만찬을 위해 점심은 간단하게. 더 게스트하우스 브라스리 & 베이커리The Guesthouse Brasserie & Bakery에서 샐러드를 먹는다. www.theguesthouse.at


3:00 p.m. 배달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나니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이 아쉽다. 비자지스트-로시Visagist-Rosi에서 무도회에 어울리는 화려한 업스타일을 시도해본다. www.visagist-rosi.com


6:00 p.m. 파크 하얏트 비엔나 호텔에 있는 더 뱅크 브라스리 & 바The Bank Brasserie & Bar에서 만찬을 즐긴다. www.restaurantthebank.at


8:00 p.m. 도시 한복판에서 말과 만날 시간. 마차를 타고 무도회장인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떠난다. www.fiaker-paul.at


9:00 p.m. 참석자가 모두 입장한 후 시작되는 데뷔탕트들의 왈츠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개회식과 전문 무용수의 공연이 마무리되면 이제 자유롭게 플로어에서 춤을 춰도 좋다. 새벽 즈음,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알베르티나 광장에서 핫도그로 조금 이른 아침 식사를 하자. www.bitzinger.wien

글. 김호경HO-KYUNG KIM
사진. WIENTOURISMUS/PETER RIGAUD(데뷔탕트), WIENTOURISMUS/CHRISTIAN STEMPER(호프부르크 왕궁), WIENTOURISMUS/PETER RIGAUD/COUTURE VIVIENNE WESTWOOD VIENNA(춤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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