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UNDER AFRICAN SKIES
야생의 모험과 숨막힐 듯 펼쳐지는 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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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올백 머리를 한 듯 머리깃이 바짝 선 남아프리카 고깔새가 알람시계처럼 시끄럽게 울며 낮잠을 자던 나를 깨운다. ‘고-어웨이 버드go-away bird(저리가 새)’라고 불리는 이 새가 “쿠와..쿠와…쿠와!”라고 지저귀며 게으른 자여 당장 일어나라고 우는 듯하다. “쿠와?” 어떤 바보가 사파리에서 잠이나 자고 있어? “쿠와!” 당장 일어낫!

나는 사파리용 랜드로버 지프차를 타는 대신 땅에 발을 디디고 동물과 함께 걸으며 야생 세계를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워킹 사파리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활동이 아니라 야생동물 관리원들과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사람들이 자연환경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반세기 전에 개척한 활동이다. 워킹 사파리를 하는 동안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무방비 상태의 동물이 된다.

 

“이 표범 발자국은 생긴 지 얼마 안 됐네요.” 캘빈이 동물 발자국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며 말한다. 하이에나 발자국은 발가락이 쫙 펼쳐진 모양으로 땅이 푹 파여 있고, 아프리카 들개African wild dog 발자국은 조약돌처럼 작은 발바닥 위로 발가락 네 개가 안쪽으로 모여 있고, 개코원숭이baboon 발자국은 발바닥이 짧고 넓적하면서 발가락은 사람 손가락처럼 길쭉하다.

사파리는 정처 없이 걸으면서 질문하고 답을 찾고, 그 답에서 다시 질문을 이끌어낸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새소리 등 소소한 것들은 더 큰 이야기를 이룬다. 이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올바른 방법이 필요하다. 좋은 가이드는 야생에서 단서를 찾아내 비밀을 풀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자세하게 설명할 뿐이다. 자연의 불가해한 비밀을 엿볼 때보다 자연의 진실이 설명될 때 야생은 더 재밌어진다. 호기심이 많을수록 사파리가 제대로 보인다.

 

해가 기울어간다. 저 멀리서 물소가 기침하고 두꺼비가 인사하고 코끼리가 울부짖으면서 땅이 숨을 내쉰다. 마치 지구가 천천히 열기를 내뿜는 것 같다. 벌꿀오소리honey badger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캠프로 돌아가다 길 아래쪽 습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임팔라impala 무리를 보았다. 문득 오늘밤 달을 보는 동물들 모두가 내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사자가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처음에는 강 위쪽에서 들리던 소리가 점점 텐트에 가까워졌다. 마른 나뭇잎이 밟히며 바스락거렸다. 어느새 사자가 텐트 망사 스크린 바로 밖에 서 있었다. 사자와 나 사이의 거리는 고작 3m! 얼마 뒤 사자는 강둑 쪽으로 돌아갔다. 울음소리는 작아지고 사자는 달빛 아래 그림자로만 보였다. 사자의 야식이 될까 봐 벌벌 떨면서도 까무룩 잠이 들었다. 

 

분홍빛 태양이 떠오르면서 카팜바강을 덮었던 어둠도 걷혔다. 캠프파이어 옆에 있는 캘빈에게 다가가 지난밤 나타난 사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이력이 화려했다. 카시우스Cassius라고 불리는 수사자인데 파트너 브루투스Brutus와 힘을 합쳐 넓은 땅을 지배하고 무리를 지켜왔다. 사람들은 두 사자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존중해주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브루투스가 사라졌다. 카시우스는 혼자 이 땅을 지켰다.

몇 달 후 브루투스는 돌아왔지만 갈기는 다 빠지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데다 골반 뼈도 빠진 듯했다. 세력을 잃은 두 사자는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하이에나나 건드리는 동물 사체까지 먹어치웠다. 카시우스와 브루투스가 몰락하면서 새로운 사자들이 그들의 영토를 차지하려 들었다. 어젯밤 내 텐트 옆에서 울부짖던 카시우스는 아마도 브루투스를 부르거나 다른 도전자들에게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글. 조지 스톤GEORGE W.STONE
사진. 켄 가이거KEN GE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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