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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ING FOR DA VINCI
다빈치를 찾아서
2019년 09월호

레오나드도 다빈치가 세상을 떠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과학, 예술, 공학 등의 분야에서 여전히 천재로 남아 있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피렌체의 서울역이라고 할 수 있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중앙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바글리오니Baglioni 호텔의 역사는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례적으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유럽의 폭염 속에서 나는 지금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이라고 느껴지는 호텔 로비에 앉아 빈치Vinci로 갈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요 과학자요 예술가로 알려진 그는 1452년 4월 15일 피렌체에서 35km 떨어진 작은 마을 빈치에서 태어났다. 레오나르도가 유년과 10대를 보내며 화가, 과학자, 엔지니어로 두각을 나타낼 미래를 준비한 곳으로 지금 그를 만나러 간다.

 

구릉지대가 영감을 주다

피렌체에 짐을 풀고 빈치로 오기 전에 임프루네타Impruneta에서 휴가를 보내며 투스카니 지방의 면모를 보았음에도 빈치타운으로 들어서자 다시 심장이 뛴다. 테라코타 지붕에 돌로 지어진 집들 위로 올리브 나무들이 연푸른 공기를 내뿜는 듯한 다정한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타운을 지나 언덕으로 10분쯤 올라가자 구릉 곳곳에 오래된 벽돌집들이 보인다. 그중 하나가 오늘 내가 묵을 카사 카보나이아Casa Cabonaia다. 1400년대에 농가로 지어진 이 벽돌집은 돼지 축사로 사용된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고 주변이 올리브밭과 복숭아나무, 무화과나무 등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빈치타운이 저 멀리 내려다보인다.

네 명의 형제와 함께 이 집을 매입해 여행자를 위한 독채형 숙소로 운영하고 있는 시모네 세치Simone Cecchi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시모네는 빈치를 중심으로 캐녀닝canyoning(수영, 암벽타기, 하이킹 등이 결합된 계곡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족이 소유한 올리브 농장에서 해마다 2000L의 올리브오일도 생산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으로 유명해진 몬탈바노Montalbano의 부드러운 구릉 지형은 사실 전형적인 빈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릉지대야말로 자연을 면밀히 관찰해 이 관찰로부터 연구와 탐구의 영감을 얻은 다빈치의 뿌리이며, 2019년 지금도 여전히 포도밭과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있는 특별한 곳이다. 다빈치가 어린 시절을 보낸 자연과 풍경과 장소들은 평생 동안 그의 작업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린 그린 다빈치, 스트라다 베르데

투스카니의 구릉지대를 걸으며 다빈치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그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스트라다 베르데Strada Verde를 따라 하아킹에 나서보자.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있는 언덕과 오래된 숲이 있는 이 중세 시대의 마을은 회화에 등장하는 풍경 같다. 이탈리아어인 ‘스트라다 베르데’는 우리말로 옮기면 ‘초록 길’이라는 뜻이다.

스트라다 베르데는 빈치 마을과 다빈치가 태어난 생가 카사 나탈Casa Natale이 있는 안키아노Anchiano를 연결하는 아주 오래된 길이다. 3km 정도 되는 이 길은 왕복하는 데 도보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나는 다빈치 생가에서 출발해 빈치 마을로 이어지는 이 길의 일부를 걸었다. 다빈치가 세례를 받았다고 알려진 산타 크로체 성당Church of Santa Croce의 첨탑을 보면서 올리브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 소풍을 가는 기분이 된다. 성당에는 다빈치가 세례받을 당시의 성수대와 함께 그의 조부인 안토니오 다빈치가 일종의 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 기록 문서에 레오나르도의 탄생을 적은 글을 새긴 석판이 함께 보존돼 있다.

 

탐구하라 연구하라 기록하라

식물, 지질, 지형, 건축, 무기, 기하학, 지도 제작, 해부 등 다빈치가 관심을 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드로잉뿐 아니라 공학적 원리, 기계, 물의 흐름과 역학 원리, 무기 등에 대해서도 매우 과학적인 연구와 실험을 했고 무엇보다 이를 잉크, 분필, 은필 등으로 정교하게 스케치하거나 기록했다. 그 방대한 연구와 기록을 탐험하려면 시간을 내 빈치타운 중심부에 있는 레오나르도 박물관Museo Leonardiano과 레오나르도 도서관을 방문하면 된다.

먼저 레오나르도 박물관은 각각 구이디성Guidi Count’s Castle과 우지엘리 저택Palazzina Uzielli 등 2개 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박물관에는 레오나르도가 과학자이자 엔지니어로서 만든 발명품들을 재현한 80여 점의 목재 모형과 가상 작품이 전시돼 있다. 비행기 등에 관한 연구, 무기 설계도, 광학과 방직기계 실험 등에 대한 기록도 볼 수 있다. 특히 구이디성 1층에 있는 비행을 주제로 한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늘 붐빈다. 다빈치는 새나 박쥐를 관찰해 비행 기기를 설계하곤 했는데, 무려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유인 비행 연구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신관이라 할 수 있는 우지엘리 저택에서는 해부학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르네상스 맨’으로도 알려진 다빈치는 인간의 몸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에 의문을 품고, 신체의 모든 섬유 조직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이나 사람의 사체를 해부했다. 그가 종이에 펜으로 그린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주장한 대로 건축의 원리를 제공하는 인체의 완벽한 비율을 표현하고 있다. 구이디성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이어 일종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테라스로 나가 빈치타운 전경과 몬탈바노 구릉지대를 바라보며 박물관 관람은 마무리된다.

 

레오나르도와 현대미술

빈치 곳곳에 있는, 다빈치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현대미술 작품의 루트를 따라가보는 것도 재미있다. 구이디성 뒤편에 있는 카스텔로 광장에는 빈치의 상징이자 레오나르도의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을 재해석한 마리오 체롤리Mario Ceroli의 <맨 오브 빈치The Man of Vinci>(1987)가 설치돼 있다. 구이디성에서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감상하고 난 후나 그 이전에 많은 사람이 <맨 오브 빈치>를 배경으로 셀피나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진정 빈치의 핫스폿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지엘리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가 미모 팔라디노Mimmo Paladino가 바닥에 여러 가지 기호와 기하학적 패턴을 그리고 조각 작품을 설치한 <피아차 데이 구이디Piazza dei Guidi>(2006)가 같은 이름의 구이디 광장 곳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광장 반대편에는 레오나르도가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산타 크로체 성당이 있고, 이곳에는 조각가 체코 보나노테Cecco Bonanotte가 섬세하게 조각한 <히스토리 오브 살베이션History of Salvation>(2010)이 있다. 레오나르도는 생전에 밀라노의 스포르차 왕조를 세운 프란체스코 스포르차Francesco Sforza를 기념하는 거대한 조형물을 짓기 위한 스케치를 그리고, 1482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초대형 승마 상을 만들기 위한 구상을 했다. 비록 이 동상은 미완으로 그쳤지만 다빈치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아티스트 니나 아카무Nina Akamu는 빈치타운에 있는 리베르타 광장Piazza della Libertà 한가운데 <말Horse>(1997)을 우뚝 세웠다.

 

빈치의 맛과 향과 식감

식감약 1만 5000명 정도가 거주하며 모든 것이 천재 다빈치로 통하는 빈치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와인과 올리브오일과 꿀과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구이디성 근처에 있는 빈치 특산품 가게에 가면 이 모든 것을 테이스팅해보고 예산에 맞춰 빈치의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다. 빈치에서 생산하는 올리브오일은 드라이하고 강한 맛과 향으로 이름나 있다. 포도와 올리브를 유기농으로 재배한다고 알려진 루지아노Luggiano의 올리브오일은 비교적 노란색을 띠는데 달콤하면서도 뒷맛이 가볍다. 반면에 저온 압착 방식으로 짠 산티니Santini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산도가 높고 맛이 매우 강하다. 레몬 껍질을 첨가해 레몬향이 폴폴 나는 오일부터, 목으로 넘어갈 때 과일향이 나는 그린 컬러의 오일까지, 테이스팅을 하면 할수록 신세계가 펼쳐진다.

43년 동안 벌을 기르고 꿀을 채집해온 크리스토포리 마우로Chrostofori Mauro 씨는 빈치 여러 곳에 양봉장을 운영하는데 안타깝게도 2019년은 수확량이 예년 대비 90%가 감소하는 흉작이었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술라Sulla 꽃꿀에는 투스카니 지방에서 자라는 야생화의 향이 가득하다. 영국식으로는 종종 딸기나무로 비유되기도 하는 일종의 관목류인 코르베졸로Corbezollo 꿀은 달지 않으면서도 매우 강한 맛이 특징으로 희귀한 꿀로 알려져 있다(나는 맛보았다!). 운이 좋게도 채밀장에서 처음 만난 다음 날, 숲에 있는 양봉장으로 가는 마우로 씨를 다시 만나 그의 벌들과 벌집, 제법 묵직한 벌꿀이 모인 소비광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빈치타운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복수(La Vendetta)’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띈다. 목이 마를 때쯤 4유로를 주고 산딸기(fragola), 민트(mentha), 코코넛(coco), 초콜릿(chocolato) 등 4가지 스쿠프를 얹은 콘 아이스크림을 주문해보자. 서글서글한 눈동자에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여성이 복수와는 전혀 다른 맛을 건네준다.

글. 최윤정ASHLEY Y. CHOI
사진. 알레산드로 게디나ALESSANDRO GHEDINA, 레오나르도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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