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FEEL THE BURN
불타는 사막
2019년 10월호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버닝맨Burning Man에 몇 번째 방문한 겁니까?” “처음인데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차에서 내려 특별한 기념식을 해야겠는데요!” 나는 무릎을 꿇고 최대한 입술을 오므린 채 사막의 바닥을 향해 키스하는 시늉을 하고, 내 아내 쿠니코Kuniko가 스냅사진을 찍는다. 킬트맨이 참가 승인의 의미로 손뼉을 친다. “자 이제 종을 울리러 갑시다.” 그에게 금속 막대기를 건네받고1 m가 채 안 되는 높이로 매달려 있는 종을 세 번 세게 친다. 종의 울림이 마치 내 팔을 감전시키는 것 같다.

그 순수하고 맑은 소리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차, 트레일러, 레저용R V 차량들 위와 네바다 사막의 흙먼지 속으로 울려 퍼진다. 약 1시간 뒤 우리는 마침내 적당한 장소를 찾아 캠핑용 차량을 주차하고 데이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흙먼지로 코팅된 빵과 치즈를 먹고 있을 때 한 중년 남성이 어린 딸을 데리고 이동식 화장실로 가는 길에 우리를 발견하고 텐트로 다가왔다.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는 나와 아내를 두 팔 벌려 안아준다. 그의 이름은 팀, 버닝맨에 네 번째 참석 중이고 친구들과 함께 우리 텐트가 있는 블록 끝에 바를 차리는 중이다.

“내일 밤까지 열 거예요. 술 한잔하러 와요.” 그러더니 바람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버닝맨은 이런저런 조언을 따라 하기보다는 직접 경험해보는 게 좋아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주고 싶어요. 바람이 저쪽에서 불어오잖아요. 그러니까 차를 텐트의 다른 쪽으로 옮기면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거예요. 여기 바람은 워낙 강해서요.” 그러더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먼지 속으로 사라진다. 30분 뒤에 다시 나타난 팀은 쿠니코에게 플라야Playa 흙먼지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주면서 말한다. “2013년 버닝맨에 참석했을 때 모은 거예요. 버닝맨은 내 인생을 바꿨어요. 버닝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는 윙크를 한 뒤 또다시 사라진다. 야단스러운 환영에도 불구하고 블랙록 사막에 일종의 팝업 스토어처럼 세워진 이 도시는 집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우선 흙먼지가 너무 많다. 얼굴, 손, 팔, 옷뿐 아니라 빵, 치즈, 살라미 햄, 수프, 맥주와 타월, 침낭, 베개까지 온통 흙먼지로 뒤덮인다. 자는 것도 쉽지 않다. 어디선가 둥둥 울리는 음악이 밤새도록 울려 퍼진다.

사실 나는 여러 해 동안 이 축제에 대해 들어왔다. 내 친구 몇 명은 버닝맨의 창립자로 알려진 래리 하베이Larry Harvey가 1986년에 샌프란시스코의 베이커비치에서 처음으로 나무로 만든 사람을 불태운(burning man) 이후 여러 번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버닝맨은 다소 과한 컬트적 분위기에 원시적이라고 느껴졌다. 낮에는 불에 타는 것처럼 덥고 밤에는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사막에서 샤워도 못 하고 일주일을 견뎌야 한다. 차갑고 메마른 음식에 냄새 나는 이동식 화장실? 노 생큐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에 왔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첫날 아침을 맞고 있다.

플라야는 네바다주의 리노Reno시 북부에서 193km 정도 떨어진 약 18km² 넓이의 건조한 알칼리성 평지로, 이곳에서 해마다 버닝맨이 열린다. 한 달 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이 넓은 지역에 알파벳C 자 형태의 도시 경계선과 아르노Arno부터 로렌조Lorenzo까지 알파벳 순서대로 12개의 반원형 길이 들어서고 각각의 길은 텐트, 트레일러, RV, 캐노피, 캠핑용 차량, 느리게 굴러가는 아트카들로 채워진다. 자전거를 타고 아르노를 지나 일종의 내부 순환도로라 할 수 있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에서 멈춘다. 에스플러네이드 바깥으로는 카키색 평원과 뾰족뾰족한 산이 펼쳐지고 거대한 작품들이 도처에 설치돼 있다. 수만 개의 아주 작은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으로 만든 15km 높이의 어미와 새끼 혹등고래가 보인다. 사람의 다섯 배 정도 크기로 만들어진 나무 고릴라 두 마리가 흙먼지 속에서 명상하는 자세로 앉아 있다. 약6m 높이에 9m 길이 정도 되는 야생 돼지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는데 모험심 많은 버너가 그 뻣뻣하고 날카로운 털 위를 기어오르고 있다. 플라야 곳곳에는 200점이 넘는 작품이 무심하게 콕콕 박혀 있는데, 각각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듯하다.

우리 왼쪽에는 전등이 달린 일종의 기둥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줄로 나란히 서서 길을 만들고 있다. 이 길은 중심 광장에서 시작해 2016년 버닝맨의 테마이던 다빈치의 <비트루비안 맨>을 닮은 사람Man으로 이어지고 사원Temple까지 이어진다. 사람을 태운 다음 날 사원을 태우는데 흥청망청한 버닝맨 분위기에 비해 버닝 템플은 상대적으로 명상적이라고 한다. 전체가 나무와 여러 줄의 나무 등으로 장식된 이 불교식 사원은 첨탑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다. 사원 내부는 기쁨을 경외와 동경의 분위기로 바꾸고, 중앙에 있는 제단에는 사람들이 낙서한 종이 메모와 사진들이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바람과 태양과 흙먼지의 공격을 받으면서 동시에 순수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장면에 압도돼 결국 버닝맨의 마력에 굴복하고 만다.

버닝맨에서는 센터 캠프 카페에서 커피, 차이 티, 레모네이드 등을 사거나 얼음 제공 센터에서 얼음을 살 때를 제외하면 돈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대신 참가자들은 주는 문화에 익숙해지게 된다. 아내와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니면서 잠시 쉬었다 가라는 초대를 받았다. 차가운 화이트 와인, 얼음에 식힌 시원한 병맥주, 모히토, 미모사(와인을 기본으로 만든 약간 쓴 맛의 칵테일), 마르가리타, 스모어(불에 구워 녹인 마시멜로와 초콜릿 등을 크래커와 곁들여 먹는 캠핑용 간식), 핫도그, 그릴에 구운 치즈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 베이컨, 팬케이크, 피자 등이 모든 것이 공짜다! 단지 음식과 음료뿐 아니라 모든 것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올 나이트 광란의 댄스 파티, 일몰 재즈 공연, 요가 세션과 샤크라 명상, 불교식 수행과 시공 물리학에 관한 토크 등과 본디지Bondage(성적 쾌감을 위한 신체 결박) 세션도 있다! 통용되는 화폐 없이 7만 명의 시민이 마인드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블랙록시티가 사회경제학적 갈라파고스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는 아직 글리터캠프Glittercamp에서 탈의한 내 상반신을 반짝거리는 보디 젤로 뒤덮을 준비는 안 돼 있다. 인간의 사체를 씻기는 휴먼 카르커스 워시Human Carcass Wash에 참가할 준비도 아직은 안 된 것 같다. 하지만 내년에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돈 조지DON GEORGE
사진. 애런 휴이AARON HU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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