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GENESIS ROAD TRIP @SONGDO
로드트립, 삶의 범위를 확장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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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호

CROSS THE BRIDGE,
DEEP IN NATURE

“처음, 가슴 뛰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된 여정. 그것은 모든 첫 경험의 설레던 기억을 소환했다. 차에 대해 존재하는 기억 속 첫 장면은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아빠의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그 뒷모습은 때론 가장의 출근길을, 여름 바다로 향하던 가족 여행의 한때를, 인생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가기 위한 순간들로 이어진다.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는 다시 오지 않을 ‘나의 처음’을 기억하라고 정서를 자극한다. 그 자극은 모든 근원적인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족, 나아가 자연의 본질 같은 것 말이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송도-영종도로 이어지는 로드트립을 하는 동안 여행하는 자아에게 몇 개의 질문을 던져보기로 한다.

 

STOP 1. 컨템퍼러리 아트의 정수,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영종도는 과거 4개이던 섬(영종도, 신불도, 삼목도, 용유도)이 간척사업을 통해 지금과 같이 하나의 섬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여기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여행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 됐다. 그리고 뒤이어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열었다. 예술적 반짝임과 일상과 여행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막히는 반전들, 생의 즐거움을 마음껏 향유하라고 말하는 이 대범한 공간은 마치 섬 속의 또 하나의 섬처럼 은밀하고 매력적이게 여행자를 부른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파라다이스시티 속으로 들어갔다.

건물 사이사이 나 있는 여러 갈래 길은 처음 이곳을 여행하는 이에게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낯선 통로처럼 여겨진다. 통로를 지나면 럭셔리한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를 비롯, 감각을 일깨우는 휴식 공간인 씨메르 스파, 그리고 황금 태양이 녹아내리는 듯 강렬하고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 클럽 크로마까지 각기 다른 정체성을 부여받은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을 특별한 공간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트렌디한 동시대의 예술품을 큐레이팅해 감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이다. 여행이라는 특별한 삶 속에 들어온 그것들은 기능적인 동시에 우아하다. 순식간에 이곳 일상에서 저 너머의 여행으로, 공간과 인식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하다.

NAVIGATOR.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해안남로 321번길 186/ P-C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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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
아트 컬렉션

그렇다면 예술적 순간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차근차근 채색의 과정을 거치고 말리기와 덧입히는 시간을 지나, 마지막 하나의 방점을 찍어내는 예술가의 결정적인 터치, 심혈을 기울인 그 한 방울이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때로는 거대한 자연물을 밖에서 안으로 다듬어 들어가며, 응축된 스토리를 완성해 낸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어느 취향 좋은 수집가가 큐레이팅한 갤러리와도 같다. 마치 리조트 전체를 3000여 점의 아트워크를 통해 감싸고 있는 듯하다. 한국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아 감각적인 색 구성으로 거대한 의자 조각을 장식한 <파라다이스 프루스트Paradise Proust>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에 의해 만들어졌다. 로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데이미언 허스트Damian Hirst의 <골든 레전드Golden Legend>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날개 달린 페가수스를 조형물로 재현한 것.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작품은 바로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대표작 <노란 호박Great Giant Pumpkin>이다. 이외에도 레드윙을 거쳐 컨벤션으로 가는 길. 신비로운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하우메 플렌자Jaume Plensa의 조각상 를 감상하고, 컨벤션에서 수묵화 작가 김호득의 <계곡 변주>에 도착한다. 이렇게 리조트를 유영하며 발견하는 예술품들은, 여행의 과정처럼 컬렉터의 수집 과정을 공감하도록 이끈다.

 

STOP 2. 지평선의 끝 수평선의 시작, 요트의 세계와 왕산마리나


우아하고 과감한 예술의 세계를 통과해 마시안해변과 을왕리해수욕장을 달려 목적지인 왕산마리나에 도착한다. 바다로 향해 뻗어 있는 불완전한 디귿자 형태의 구조 덕분에,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바다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요트를 정박할 수 있게끔 직선으로 재단한 계류장에는 10개의 독Dock이 열을 맞춰 세워져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20~30km 거리엔 영흥도, 자월도, 이작도와 덕적도가 자리 잡고 있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의 계절보다는 조금 느리고, 어떤 의미로는 빠르게 변한다. 봄이 가까웠지만, 2월의 바다는 아직 차갑고 그래서 훨씬 투명하다. GV80를 바다와 가까운 주차장에 세운다. 멀리 곧게 뻗은 수평선과 발 디딘 곳 가까운 지평선이 슬림하게 구현된 쿼드램프의 두 줄 디자인과 오버랩된다. 이제 세일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시간이다.

현대요트가 소장하고 있는 매끈한 자태의 요트 한 척이 눈길을 끈다. 어느 하나 모난 곳 없이 다듬어진 요트에 올라타,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파도의 움직임은 요트를 디딘 발 아래로 고스란히 느껴지고 바다의 생명력이란 이런 거라고 분명히 깨닫는다. 서해 바다에 좁은 간격으로 놓인 어망과 그 위를 맴도는 갈매기가 눈에 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어망이 드문드문 보이더니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돛을 묶어둔 줄을 푼다. 곱게 접혀 있던 돛이 형태를 드러내고, 마침내 바람을 받아 팽팽해진다. 이제 바람의 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거다. 조금 더 먼 바다로 향한다. 과연 지평선의 끝,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을 만날 수는 있는 걸까.

NAVIGATOR 1. 왕산마리나
인천광역시 중구 왕산마리나길 131 / 032-202-9960

NAVIGATOR 2. 현대요트
인천광역시 중구 왕산마리나길 143 / 032-710-6976

 

STOP 3. 바람과 파도가 조각한 자연, 선녀바위 해변 캠핑


문득 해양탐험가 김승진 선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망망대해에 있으면 지구가 거대한 물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지구地球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행성은 ‘수구水球’다. 지구는 물로 이루어진 별이다. 바다에서 보면 대륙도 다 섬일 뿐이다.” 한낮의 요트를 즐기고 난 뒤 일몰 전에 선녀바위로 갈 요량이다. 서둘러 시동 버튼을 누른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변속 다이얼을 D에 맞춘다. 출발과 동시에 앞유리창의 풍경이 내비게이션 속에서 증강현실로 펼쳐진다.

영종도의 서쪽, 간척사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용유도로 불린 곳. 이곳 서쪽 해안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인간이 오랜 노력 끝에 바다를 메워 만든 땅과 대비돼, 바람과 파도가 조각한 자연의 원시적 생명력을 느끼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동쪽으로 1km가량 달렸을까. 해안가 인접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로 돌출한 흡사 선녀의 모습을 닮은 기묘한 분위기의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선녀바위와 주변의 노두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쥐라기 홍색 조립질 화강암이다. 구성 광물은 석영과 장석, 유색 광물도 소량 포함돼 있다. 수mm에서 1cm까지 입자의 크기는 제각각이고,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수만 개의 입자로 이루어졌을 이 바위는 때때로 거대한 하나의 입자로 보이기도 한다. 바위 주변으로 흩어진 조개껍데기는 파도에 부딪히며 경쾌한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밀물과 썰물의 시간이 교차하고, 어느새 일몰의 시간이 됐다. 하늘이 서서히 핑크빛과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다. 바위 옆 해수욕장은 오로지 여행자 한 사람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처럼 여겨진다. 이제 더 어두워지기 전에 모닥불에 불을 붙여도 좋다. 타닥타닥, 철썩철썩, 마음을 안정시키는 자연의 소리가 주변을 채우기 시작한다.

NAVIGATOR.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

 

STOP 4. 거장이 설계한 휴식,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영종도에서 인천대교를 타고, 송도로 들어선다. 도시는 대자연의 웅장함을 마주한 지난 시간을 순식간에 반전시킬 만큼 세련되고 미래적이다. 그리고 동시에 조화롭다. 빌딩 숲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해 도심 속 골프클럽에 도착한다. 돌고래를 떠오르게도 하고, 바다의 너울을 그려보게도 하는 유연한 곡선 지붕이 인상적인 클럽하우스로 들어선다. 여긴 캘리포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메흐르다드 야즈다니Mehrdad Yazdani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곳을 ‘집을 떠나 만난 또 다른 집’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붕 끝에 내려뜨린 쇠줄이 눈길을 끈다. 이는 비가 오면 지붕을 타고 내린 빗물이 이 쇠줄을 지나 땅으로 조용히 떨어지게끔 한다.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코스는 3가지의 독특한 스타일로 설계됐다고 알려져 있다. 파크랜드(Parkland)와 록키에리어(Rocky Area), 링크스(Links)가 그것이다. 또한 ‘모든 수준의 골퍼들이 즐기고 기억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백 티를 기준으로 최고의 프로 골퍼도 도전하기 힘든 곳’으로 설계됐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자신이 가진 기질을 잘 들여다보고, 컨트롤할 때 비로소 기량을 펼치게끔 한다고. 필드 주변을 둘러싼 빌딩과 고층 아파트가, 멀리 서해 바다의 풍광과 한데 어우러져 처음 만나는 생소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발아래 밟히는 폭신한 잔디는 여행자에게 아직 남아있는 긴장을 풀어준다. 15번 링크를 둘러보는데, 저 멀리 오전에 건너온 인천대교의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NAVIGATOR. 인천광역시 연수구 아카데미로 209/ 032-850-8000 / WWW.JACKNICKLAUSGOLFCLUBKOREA.COM

 

STOP 5. 여백의 미를 담다, 경원재 앰베서더


어떤 것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면, 반드시 여백이 필요하다. 어쩌면 GV80 안에서 공존하던 여백과 직선의 미학은 비로소 차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여백의 미는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송도의 센트럴파크와 아찔한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현대 건축물 사이 위치한 경원재 앰베서더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표현한다. 먼저, 정문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경원루는 고려 시대 건축 기법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졌다. 이를 시작으로 기둥이 일렬로 늘어선 회랑을 지나면 비로소 객실인 경원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방금 지나온 경원루와는 달리 이곳은 조선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과 조선 시대의 선비 문화와 규방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객실은 방의 개념이 아닌 집의 개념과도 같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앞마당이 나오고,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한 방이 나타난다. 그리고 집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대청마루다. 이곳에 걸터앉아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바쁜 일상에 치이던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되리라.

NAVIGATOR. 인천광역시 연수구 테크노파크로 200/ 032-729-1101 / WWW.GYEONGWONJAE.COM

글. 임보연BO-YEON LIM
사진. 안웅철AN WOONG-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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