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YANGYANG
양양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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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아스팔트 바닥을 지글지글 태운다. 호흡조차 버거운 한여름의 더위를 잊기 위해 차에 몸을 싣고 저 멀리 동쪽으로 달렸다. 크고 작은 물결이 일고 바다 위로 별빛이 쏟아지는 양양의 해변으로.

2017년 6월 30일, 서울과 양양을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길이 뚫리자 스윔슈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든 청년들이 몰려와 앞다투어 양양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변 주변으로 보드와 슈트를 파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생겼고, 서핑을 마치고 허기진 서퍼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들이 연이어 오픈했다. 순식간에 젊음과 활기의 신선한 바람이 도시에 불어닥친 것이다. 2018년, 계속해서 감소하던 양양 인구는 16년 만에 증가세를 보이며 전환점을 맞았다. 변화의 기류를 읽고 시류에 올라탄 양양은 여전히 뜨고 있는 도시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뜨거운 서퍼들의 고향이다.

 

서퍼들의 놀이터

명실상부한 서핑의 메카, 서퍼들의 놀이터로 통하는 이국적인 프라이빗 비치 서피비치에 입성했다. 모래사장 위로 솟은 11개의 노란 알파벳 ‘SURFYY BEACH’. 그 주위를 수많은 서퍼들이 바쁘게 오간다. 이곳은 2015년 7월에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기 시작했다. 서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변을 서핑 전용으로 조성했다. 파도를 타는 시간이 끝나면 충분히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해먹과 빈백을 놓아둔 쉼터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서퍼가 될 수 있다. 예비 서퍼들을 위한 서핑 입문 강습과 비기너들을 위한 수중 강습이 이뤄져 서퍼들을 위한 학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원한다면 패들보드 위에서 노를 젓는 강습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진짜 서퍼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장비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멋진 구두가 좋은 곳에 데려다준다는 말처럼, 잘 갖춘 아이템이 훌륭한 파도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찾은 곳이 슈러스. 2013년부터 하이엔드 핸드 셰이핑 서프보드를 판매해온 ‘슈러스 서프샵’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활짝 열어놓은 폴딩도어와 백사장을 닮은 새하얀 외관이 눈길을 끈다. 우드와 베이지로 톤을 맞춘 매장 안은 얼핏 보면 해변 앞 위스키바처럼 보인다. 바나나 껍질 모양의 매끄럽고 반짝이는 서프보드가 키를 재듯 줄을 맞춰 진열돼 있다. 언뜻 보기에도 공들여 만들었음이 짐작된다. 기능과 디자인을 고루 갖춘 웨트슈트와 함께 판매하는 의류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km의 백사장이 펼쳐진 죽도해수욕장은 서핑을 연습하기에도, 긴장을 풀고 휴식에 즐기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바다의 수심이 낮고 경사가 완만해 서퍼 못지않게 가족 여행객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해변 부근으로 바위가 많아 낚시꾼들의 바다 낚시터로도, 캠핑족들의 여름 캠핑장으로도 통한다. 해변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죽도봉의 가장 높은 정상에 위치한 5층짜리 철탑 전망대에 오르면 동해의 푸르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을 실컷 감상한 뒤 사찰인 죽도암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휴식처이자 일출 명소인 죽도정에서 한 템포 쉬어 가도 좋다. 내려가는 길 내내 그림 같은 절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컵 속에 담긴 파도

인구해변을 빠져나와 1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아침바다펜션과 탁씨네민박 사이에 난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른편으로 서퍼들의 낙원이라는 뜻의 서퍼스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다. 자갈이 깔린 마당을 지나 커다란 통유리창으로 된 입구의 문턱을 넘으면 카페로 입성할 수 있다. 내부 한쪽에는 의류와 굿즈를 진열해두고 판매하는 공간이 있고, 커피를 마시는 안락한 테이블 좌석과 술을 음미하기 좋은 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커피 머신 옆으로 양주 병이 주르륵 놓인 오픈 키친 형태의 카운터로 가면 손님을 바라보는 모니터 위로 메뉴가 띄워져 있다. 시그너처 메뉴는 코코넛라떼로, 커피와 차, 맥주, 칵테일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초록 잔디가 넓게 깔리고 키 큰 야자수가 하늘 높이 뻗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플리즈웨잇은 해가 떠 있는 낮 동안에는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였다가 어둠이 내려앉는 밤이 되면 술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펍이 된다. 통유리로 이뤄진 건물은 채광이 좋아서 오전에는 따사로운 햇볕을 그대로 받을 수 있고, 어두워지면 3층에서 밤하늘에 뜬 별과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인구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물놀이를 마치고 갈증이 일 때 가볍게 들르기에 제격. 시원한 에이드와 달콤한 스무디부터 맥주, 양주, 칵테일 등 주류까지 즐길 수 있고, 프리패스 티켓을 사면 진토닉과 스크류드라이버,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양양에서 가장 핫한 가게 하나를 꼽자면 단연 닌베다. 이 집의 빙수는 급격한 체력 소모로 당이 떨어진 서퍼들에게 기분 좋게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메뉴. 폴딩도어 밖에도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는데, 캠핑용 우유 박스를 의자와 테이블 다리로 활용한 모습이다. 빙수는 밀크, 녹차, 초코 세 가지 중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곱게 갈린 부드러운 얼음에 직접 만든 팥과 떡이 찰떡같이 어울린다. 차가운 메뉴가 부담이 될 땐 양갱으로 허기를 달래도 좋겠다. 양갱은 낱개로 구매해 맛봐도 좋고, 세트로 주문해 간식이나 선물용으로 테이크아웃하는 것도 추천한다. 여기에 생초콜릿과 이탈리아식 우유푸딩인 판나코타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방으로 가져온 바다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공방 리오션에 도착했다. 리오션에서는 석고 방향제와 캔들을 비롯해 마그넷, 디퓨저 등을 판매한다. 초록과 파란색 유리를 조각조각 붙여 만든 석고 방향제는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의 꼬리와 거북이를 꼭 닮았다. 하늘색과 분홍색이 그러데이션으로 뒤섞인 상어 지느라미, 연하고 진한 바다의 색을 띤 파도 모양 캔들은 하나만 고르기 어려울 만큼 귀엽다. 리오션의 서민정 대표는 바닷가를 거닐 때마다 조개껍데기를 줍곤 했다. 그럴 때마다 발에 밟히는 유리 조각이 늘 걱정스러웠고, 염려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비치코밍(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것으로 발전시켜 쓸모 없어 보이던 바다 쓰레기에 새 생명을 덧입혔다. 방문객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직접 내 손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바다 쓰레기의 재활용은 서퍼가 만든 브랜드 사비나 컬렉티브에서도 계속된다. 자연에서 온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원색의 분홍과 파랑, 보라색 액세서리가 장식장 위에서 빛난다. 언뜻 재활용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양새지만 이곳의 시글라스Sea Glass 역시 한 번 버려졌던 것들이다. 바다가 뱉어낸 것들이 보석이 되어 새 삶을 얻은 것. 이외에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액세서리들도 눈길을 끈다. 진열대 위로 조개와 원석을 엮어 만든 팔찌와 발찌, 목걸이가 얼기설기 놓여 있다. 자개로 만든 반짝이는 오브제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액세서리를 담기에도, 컵 받침으로 사용해도 좋을 실용적인 모양새와 멋스러운 색이 마음에 든다.

많은 서퍼들을 마주한 결과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목에 걸린 돌고래 꼬리 모양의 펜던트. 엉클스톤을 찾은 이유는 많은 서퍼들이 늘 몸에 지니고 있는 이 액세서리에 호기심이 생겨서다. 원목 인테리어로 분위기를 살린 매장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서퍼들을 위한 공간답게 바깥에는 간이용 캠핑 의자가, 실내에는 기다란 서핑보드가 배치돼 있다. 그리고 매장 한쪽에 많은 수공예품이 탄생해왔고 또 새롭게 태어날 작업실이 마련돼 있다. 진열장 위로 이곳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돌고래 꼬리 모양의 공예품이 보인다. 보드핀의 소재인 레진을 깎아 섬세한 손길로 태어난 이 작품은 마치 세상에 하나만 존재하는 컬러를 이 조각에 녹여낸 듯 저마다의 색감이 쨍하게 영롱하고 특별하다. 서퍼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에 도움을 준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INSIDER

전은경 서퍼가 택한 핫플레이스

‘죽도 여신’이라 불리는 전은경 서퍼는 국내 1세대 여성 서퍼로 각종 대회에서 수많은 상을 휩쓴 실력자다. 2009년 친구의 손에 이끌려 양양에 처음 놀러 와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터를 잡은 지 10년이 넘었다. 자발적 로컬 피플인 그녀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핫스폿을 함께 따라가보자.

가미

스시와 덮밥을 파는 이곳은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컬 맛집으로 떠올랐다. 점심때는 규동과 냉모밀을, 저녁때는 술과 더불어 사시미 모리아와세 등을 맛볼 수 있다. 전은경 서퍼가 추천하는 메뉴는 가라아게. 염지 후 튀겨낸 닭고기의 맛이 일품이라고.

스케줄양양

서울에 스케줄청담이 있다면, 양양에는 스케줄양양이 있다. 풀파티를 열 수 있는 풀장과 분위기를 한껏 드높여줄 와인, 칵테일이 준비돼 있다. 훌륭한 맛과 비주얼의 브런치는 주말 늦은 아침을 먹으러 온 여행자들의 기분을 고조시키기 충분하다.

알로하웨이브

레트로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식당. 막 해외로 떨어진 듯한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며 햄버그 스테이크를 양껏 먹어보자. 칵테일을 비롯한 다양한 주류를 갖춰 성수기를 맞는 여름 주말에는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피빙

맛있는 피자와 세련된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피자 전문점. 전은경 서퍼는 피자와 함께 마시는 눈꽃 맥주를 권한다. 눈꽃 얼음을 듬뿍 올린 맥주 한잔, 서핑 후 천국이 따로 없다.

글. 유수아SOO-A YOO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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