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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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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개화기의 개항장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인 묘도해수욕장이 태어난 도시 인천. 서울에서 한 시간 반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항구도시다. 배와 비행기가 머물다 가는 이곳에서 우리는 드넓은 바다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인천을 생각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키워드들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이어 붉은빛으로 빼곡하게 물든 차이나타운이 그려진다. 네온사인 간판이 가득한 월미도도 머릿속에 살아있다. 추억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디스코팡팡을 떠올리면 아직도 기구 위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던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우리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멈춰 있던 인천은 그동안 많이도 바뀌었다. 부단히 움직이며 변화를 도모한 덕에 이루어낸 지금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익숙했던 키워드들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항구도시 인천의 푸른 바다에 마음껏 유영해보기로 한다. 지금의 인천에는 도시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로컬 기획자가 있고, 감각적인 카페와 세련된 상점들을 여는 청년과 창작자가 있다. 새롭게 피어나는 인천에서 바다 내음 그대로를 들이마셔보았다.

 

가볍게 걷는 연습하기

이곳은 모든 걸음걸음이 즐거운 여정으로 이끌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라마루 전망대는 걷기 좋은 길을 내어준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아라마루 휴게소를 꼭 거쳐야만 한다. 또 다른 이름은 UFO 전망대. 아래에서 전망대를 올려다보면 둥근 UFO가 공중에 떠있는 것만 같아서 붙여진 별명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계양산이 보인다. 바닥은 불투명한 나무 데크로 시작해 발아래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강화유리 길이 이어진다. 안전하다 생각해도 속절없이 무섭다. 길을 따라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아라폭포다. 휴게소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구간으로, 계양산 협곡 지형을 활용해 만든 인공폭포다. 둘레길을 따라 산책로까지 내려오면 방금까지 걷던 전망대의 모습을 올려다볼 수 있다. 왜 UFO 전망대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될 것이다.

걷기 워밍업이 끝났다면, 이제 월미공원으로 향한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지키던 군사기지였고, 6·25전쟁 때에는 인천상륙작전 첫 지점 역할을 했다. 이후 군부대가 50년간 주둔했고 2001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무(無)장애 나눔길을 시작으로 산길을 걷는다. 휠체어나 유모차 등 계단 오르기가 불편한 이들을 위한 길로 턱이 없는 평지다. 저 멀리 인천대교가 보이기 시작하면 곧이어 돈대가 나온다. 돈대는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물로, 외부 침입이 잦던 조선  후기에 이곳을 지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역사를 지켜봐 왔을 커다란 소나무 앞에 도착한다. ‘사랑의 나무’라고도 부르는 연리지다. 마치 두 사람이 서로를 안고 있는 듯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얽혀 있는 형태가 인상적이다. 만약 전망대에 들른다면 달빛마루 카페에서 잠시 쉬어 가도 좋을 듯하다. 인천시 중구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실버 카페로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가꿔나가는, 느리지만 포근한 공간이다. 단, 현재는 코로나로 잠시 휴업 중이니 미리 확인해보고 방문하는 게 좋겠다.

조금 더 시크릿한 산책을 하고 싶다면 선재도가 괜찮지 싶다. 사실 이곳의 이름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소우도였다. 영흥도를 어미 소처럼 따라다니는 송아지 섬이라는 의미다. 선재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871년으로, 1973년부터 옹진군에 속했던 이 섬은 1995년 인천광역시로 통합됐다. 여행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이 무렵 선재도와 대부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됐고, 이후 영흥도도 선재도와 이어졌다. 여전히 대부도보다 덜 알려진 터라 보다 적은 인파 속에서 바닷가를 자유로이 거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지 않는 목섬의 숲도 걸어서 갈 수 있다. 만조 때 물이 빠지면서 선재도와 목섬 사이에 모래로 된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목섬이 선재도를 향한 길을 내어주면 섬과 섬 사이로 난 길을 마음껏 누려보자.

 

뷰파인더로 쓰는 일기

월미바다열차를 타러 간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100선’에도 소개된 열차는 총 운행 거리 6.1km로, 평균 시속 9km로 달린다. 월미바다역을 출발해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42분이 소요된다. 월미도를 순환하는 이 모노레일은 역사 3층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서 예매해도 된다. 당일 한정 2회 재승차가 가능해 주변 여행지를 충분히 돌아보기 좋다. 모노레일에는 가이드가 함께 탑승해 꼭 봐야 할 8경에 대해 설명해줘 여행을 좀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벽화로 기네스북에 오른 사일로 벽화와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월미공원, 드넓게 펼쳐진 인천 앞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높게 자리한 덕에 풍경 사진을 찍기도 좋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운행을 중단하기도 하니, 탑승 전에 운행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다.

서해 일몰을 감상하려면 정서진으로 간다. 이곳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정확히 서쪽에 위치해 있고, 일출 명소인 정동진의 대칭점에 자리한다. 정호승 시인은 여기서 시를 짓기도 했다고.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노을 전망대. 노을종 주변으로 여러 색의 빛이 퍼져나가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 질 녘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이들이 데이트를 이어가고, 출사 나온 이들은 카메라와 삼각대를 펼친다. 이제 해가 떨어진다. 세상이 붉게 물들며 태양이 영종대교 아래로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해가 지는 것은 해가 뜨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뜻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 아라타워에서 바다 건너 강화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캠퍼들이 사랑하는 선녀바위해수욕장에는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영종진의 방어영에 수군들이 상주하던 시절, 군을 통솔하던 호군과 첩의 이야기다. 첩을 향한 호군의 마음이 금세 시들자, 이를 비관한 여인이 호군의 군부대 앞 바위 태평암에서 투신한다. 그녀의 시신이 물에 떠밀려와 용유도 포구에 닿았고, 호군은 반성을 하며 땅에 묻어준다. 이후 태평암엔 선녀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하늘이 맑은 밤 선녀들이 이곳으로 내려온다는 이야기다. 도착해보니 과연 바위들이 큼직하다. 캠퍼들이 곳곳에 텐트를 친 채 시간을 보내고, 낙조를 찍는 사진작가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굵직한 바위들은 사진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해변을 오가는 갈매기들은 피사체를 자처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환원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인천의 맛과 멋

바다로 통하는 내가 자리한 신포동을 찾았다. 19세기 말, 이곳엔 채소와 생선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살던 조계지를 중심으로 외국 문물이 수입됐고, 자연스레 전통시장이 형성됐다. 중국인 화농과 일본인 손님이 있던 푸성귀 시장이 신포시장의 전신이다. 2002년부터 현대화의 물결이 일었고, 이곳엔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단연 닭강정이다. 닭을 튀겨내 매콤 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시장의 명물이다. 1985년 닭과 달걀을 판매하던 닭전거리를 지금의 닭강정이 대신한다. 1971년에 문을 연 신포우리만두는 가장 처음 쫄면이 태어난 고향이다. 점포마다 내놓은 공갈빵, 꽈배기 등 간식거리도 포기할 수 없고, 바다에서 난 재료로 요리하는 횟집과 주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골목을 헤치며 음식의 바다를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뷰가 근사한 곳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싶다면 바다 앞 테라스가 제격이다. 영종도 구읍뱃터에 위치한 카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실내가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테라스가 마련된 공간으로 원목 가구와 초록 식물들이 휴양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가운데에는 빵을 늘어놓은 코너가 있고, 안쪽에서는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좌석은 단연 오션뷰 자리다. 시원하게 난 통유리창으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지금처럼 봄바람이 좋은 계절엔 야외 자리를 잡는 것도 좋다. 루프톱에 마련된 줄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빈백과 캠핑 의자 중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된다. 바다 위로 배가 유유히 떠다니고 때때로 저 멀리 비행기가 오간다. 눈으로는 바다를, 입으로는 음료와 케이크를 음미한다.

드라이브를 하다 이국적인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뻘다방으로 목적지를 입력한다. 선재대교를 통과해 저 멀리 뻘다방의 깃발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길을 잘 찾은 것이다. 표지판을 따라서 뻘다방으로 가니 마치 쿠바 혹은 이름 모를 외국의 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인다. 라탄 의자와 파라솔, 비비드한 원색의 해먹, 서핑보드 등이 이국적인 정취를 고조시키는 데 한몫한다. 추위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도, 해변이 그대로 보이는 야외석도 넉넉하다. 갯벌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으니 모히토 한 잔을 들고 바다를 만끽해보자. 경쾌한 오전의 활기도, 은은한 저녁노을도 모두 좋은 안주가 되어줄 것이다.

 

INSIDER

로컬 콘텐츠 기획자의 인천 유영법

이종범 기획자는 인천을 기반으로 출판, 전시, 축제 등 인천을 알리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서울에서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안내하기 위해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 <인천의 창작자들>을 집필했고, 인스타그램에서 인천의 콘텐츠와 공간을 소개하는 계정 인천 스펙타클(@incheon_spectacle)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닝 포트

개항로 뒤편에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 숨어 있다. 개항기 고관대작이 모여 살던 긴 담 모퉁이 골목이 그곳. 일본과 한국의 옛 건축양식이 뒤섞인 골목 사이에 한옥을 고쳐 문을 연 ‘오프닝 포트’가 있다.

코스모40

인천의 정체성 중 하나인 공업도시. 오래된 화학공장 건물을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코스모40은 인천만의 바이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곳에선 근처 골목을 돌며 인천의 개성 있는 창작자들의 공방과 로컬 숍들을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코스모40 3층에 위치한 빵집 ‘로아상’도 추천한다.

책방모도

‘이런 곳에 서점이 있어?’라는 생각으로 골목을 헤매다 보면 동화에서나 만날 법한 하늘빛 책방이 나타난다. 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책장 사이를 누비다 보면 마음에 맞는 새로운 책 한 권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토크나 심야 책방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용화반점

인천을 떠올릴 때면 짜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들도 북적이는 관광지 특유의 설렘을 느낄 수 있지만, 로컬 피플들만 아는 맛집을 찾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에서 떨어진 신포동, 개항로, 배다리 등의 중국집들을 추천한다. 대부분 맛있지만 클래식은 볶음밥, 간짜장, 탕수육.

글. 유수아SOO-A YOO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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