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지상 최고의 여행지

BEST OF THE WORLD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전 세계 편집부가 다가오는 새해에 가볼 만한 가장 흥미로운 여행지 28곳을 선정했다. 모험, 문화와 역사, 자연, 가족, 지속가능성. 이렇게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지구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발견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여행하는지에 변화를 불러왔지만, 여전히 짐을 싸서 길을 나설 수 있음에 설렌다. 탐험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NATURE & WILDLIFE

태초의 원시적 생명력을 보존하다

러시아 — 바이칼호수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호 탐험하기

러시아에서는 드넓고 깊은 바이칼호수Lake Baikal를 바다라고 부른다. 3만1500km2에 달하는 면적과 평균 수심 744m에 이르는 이 거대한 호수는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환경오염과 최근 축소된 정부 보호, 대규모 관광 개발 같은 위협으로 인해 국제자연보전연맹은 2020년 바이칼호수를 ‘심각한 우려 대상’으로 간주했다. 방문객들은 호수 주변에 하이킹 루트를 조성한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과 함께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툰드라, 스텝 지대, 북부 한대 수림 , 해변 같은 다양한 자연 지형과 호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 는 방법이다. “자원봉사자로 에코투어리즘 기반 시설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바이칼호수를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의 대표 엘레나 추바코바의 설명이다.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 보면 세계 유일의 담수 바다표범인 네르파 등 바이칼호수에만 서식하는1200여 종의 동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 빅토리아 멜레슈코Victoria Meleshko, 러시아판 에디터

벨리즈 — 마야 삼림보호구역

열대우림 맨 앞자리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다

아메리카 대륙에 남아있는 가장 큰 열대우림, 최근 그중 한 곳이 안전해졌다. 2021년 4월, 국제자연보호협회가 이끄는 보존기구연합이 벨리즈Belize 북서쪽에 위치한 960km2 규모의 열대우림을 매입해 벨리즈 마야 삼림보호구역Belize Maya Forest Reserve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숲 중 한 곳을 벌목과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 인근의 리오브라보 보존관리구역Rio Bravo Conservation Management Area과 이어진 삼림보호구역은 멕시코 남서쪽 지역에서부터 과테말라를 거쳐 벨리즈까지 야생동물 서식지에 있던 틈새를 메웠다. 통합된 보존 구역은 벨리즈 국토의 10분의 1을 보호한다. 나아가 멸종위기에 처한 토종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필수적인 환경을 보존한다. 이는 벨리즈를 상징하는 동물인 맥과 아마존검은짖는원숭이를 비롯해 400종이 넘는 새와 중앙아메리카에 현존하는 가장 큰 무리의 재규어를 포함한다. 현재 두 채의 오두막에서는 가이드가 탐험 프로그램을 이끄는 등 리오브라보 보존관리구역에서 친환경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 미네소타 북부

검은 하늘의 땅에서 불을 끄다

수천 개의 별이 반짝이는 미네소타주Minnesota 북부.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맞닿아 있는 이 외딴 지역은 빛공해가 거의 없으며 주민들이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지역 협회인 하트오브더콘티넨트 다크스카이Heart of the Continent Dark Sky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어두운 하늘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로, 가장 큰 두 곳이 미네소타주에 속해 있다. 하나는 4050km2 규모의 세계 최대 다크스카이 보호구역인 바우더리 워터스 카누 에리어 윌더니스Boundary Waters Canoe Area Wilderness(BWCAW)이고, 다른 한 곳은 미네소타주의 첫 국제 다크스카이공원인 보야저국립공원Voyageurs National Park으로 인근에 위치한다. 두 곳 모두 2020년에 다크스카이 인증을 받았고, BWCAW와 맞닿아 있는 온타리오주의 퀘티코 도립공원Quetico Provincial Park은 2021년 초에 국제다크스카이공원 인증을 받았다. “보야저국립공원 같은 곳을 어둡게 보존하는 것은 아름다운 경관과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학적 이점뿐 아니라 과거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수백 년 전 모피 무역을 하던 항해사들이 길을 찾고 오지브웨 원주민들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올려다봤던 것과 같은 하늘을 보기 위해서예요.”

호주 — 빅토리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독특한 야생동물과 조우하다

2019~2020년 사이에 발생한 산불로 18만6000km2 면적의 땅이 불타고, 30여 명의 사람과 1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목숨을 잃은 호주. 지금 이곳에서 초록의 잎이 다시 자라나고 있다. 호주 동남부에 위치한 빅토리아주의 오트웨이Otways 지방. 이곳의 와일드라이프 원더스Wildlife Wonders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야생동물보호구역이다. 울창한 고대 숲과 폭포를 품은 이곳은 뉴질랜드의 영화 세트장 호비튼Hobbiton을 설계한 브라이언 매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식물학자, 과학자, 동물학자, 환경 전문가와 함께 구불구불한 보호구역 곳곳을 훑으며 자연 지형과 완벽하게 융화된 데크 길을 조성했다. 투어에 나선 여행자들은 유칼립투스 숲을 걸으며 보호구역에 새로 정착한 코알라, 왈라비, 코와 꼬리가 긴 반디쿠트를 만날 수 있다. 연구소에 방문하면 이 보호구역이 포식자의 먹이가 될 수 있는 긴코쥐캥거루 같은 토착종에게 얼마나 안전한 공간인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컨서베이션 에콜로지 센터로 간다. 오트웨이 지방에서 진행하는 주요 보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곳으로, 긴코쥐캥거루의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 등이 그중 하나다. - 코너 맥거번Connor McGovern, 영국판 편집책임자

나미비아 — 카프리비 스트립

차세대 사파리 여행지로 향하다

나미비아Namibia 하면 사막, 광활한 모래언덕 그리고 메마른 산이 떠오른다. 그러나 국토의 최북단에 동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땅인 카프리비 스트립Caprivi Strip은 조금 다르다. 오카방고강, 콴도강, 초베강 그리고 잠베지강이 흐르는 덕분에 풍부한 녹지에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20세기 전반, 이곳에서는 격렬한 군사 활동이 벌어졌다. 외지고 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여러 무장조직이 주둔하기 알맞은 곳이었다. 1990년 나미비아가 독립한 후로 평화와 함께 전쟁으로 내몰렸던 야생동물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동부 지역에 자리한 은카사루파라 국립공원Nkasa Rupara National Park은 숨겨진 보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관리원 초소와 텐트형 숙소를 지으며 보다 관광하기 좋은 곳이 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은 적다. 남쪽으로 콴도린얀티강Kwando-Linyanti River이 흐르고, 북쪽에 늪과 작은 습지가 있는 은카사루파라에는 나미비아 최대의 보호 습지대가 자리한다. 이곳의 물이 불어나면 보츠와나의 유명한 오카방고 삼각주와 비슷하다고 해서 ‘미니 오카방고’로 불리기도 한다. 이 국립공원은 나미비아에서 가장 많은 물소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자, 표범, 하이에나 같은 맹수는 물론 악어와 하마가 강 주변을 차지한다. 서쪽에 위치한 마항고 야생동물공원Mahango Game Park은 습지대와 숲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코끼리, 하마, 악어가 큰 무리를 지어 자유롭게 다니며, 물 가까이 사는 희귀한 늪영양을 포함해 나미비아에 서식하는 거의 모든 종의 영양을 발견할 수 있다. - 마르코 카타네오Marco Cattaneo, 이탈리아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