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GOING FOR GOLD
조지아의 금빛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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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조지아주의 길이 177km 해안은 사바나의 유서 깊은 도심에서부터 골든아일스의 백사장과 서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해안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보물로 가득 차 있다. 이끼로 뒤덮인 해안림을 탐험하며 참고래와 붉은바다거북 등 아름다운 야생동물과 조우하는 이곳만의 즐거움을 만끽해본다.”

 

지킬섬 북단에 있는 드리프트우드 해변.

나는 해안선을 따라 걷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 이끼가 잔뜩 펼쳐진 해안림에 들어서자 나뭇가지가 머리 위에서 아치 모양을 이룬다. 대머리독수리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삼엄한 경비를 서고, 밝은 청색을 띤 물총새들은 분홍빛이 감도는 고요한 강물을 스치듯 지나간다. 

그 순간 가이드 윌리 해즐허스트Willy Hazlehurst가 멈춰서서 ‘쉿!’ 하고는 해변 바로 너머 원을 그리며 부글부글 거품이 이는 수면을 가리킨다. 이내 ‘첨벙’ 물이 튀더니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콧구멍 두 개가 쑥 올라온다. 그제야 녀석들을 발견한다. 얕은 물에서 놀고 있는 매너티 세 마리. 느긋하게 뒹굴며 자신들의 크고 거추장스러운 배로 강물을 가른다. 

“이래서 내가 이 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윌리가 아름다운 선율 같은 남부 어조로 말한다. “어디에나 해변은 있지만, 여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곳이에요.” 이 장소에 딱 어울릴 만한 두 단어가 바로 ‘조지아 순금’이다. 나는 이 섬들의 이름을 저 일출 색깔에서 따온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이 섬들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기에 ‘골든’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지킬섬의 클램크리크Clam Creek에 있는 염성 소택지.
(왼쪽부터)
리틀세인트시몬스의 박물학자 에밀리 앵글Emily Engle이 철새들을 연구하기 위해 스포팅 스코프spotting scope를 들고 야생동물 은신처로 향한다. 
이 지역의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며 볼 수 있는 300여 종의 새 가운데 하나인 물총새.

총 길이가 177km에 불과한 조지아주의 해안은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생태학자들은 이곳을 ‘조지아 바이트Georgia Bite’라고 부른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케이프피어Cape Fear에서 플로리다주의 케이프커내버럴Cape Canaveral까지 남쪽으로 뻗어 있는 해안의 가장 안쪽 지점. 그 독특한 지질은 해마다 여름에 이곳에서 알을 낳는 붉은바다거북부터 겨울에 따뜻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수역을 분만장으로 사용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 가운데 하나인 참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과 해양생물을 이곳 해안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이곳의 해안에는 훨씬 더 많은 천연 보물이 숨겨져 있는데, 바로 보초도다. 육지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얕고 작은 만과 만 사이에  14개의 섬이 함께 엮여 바다 난간을 만든다. 해안의 동쪽으로는 모래언덕과 광활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열대림처럼 푸르고 생명으로 충만한 해안림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이 골든아일스이고, 나는 최고의 네 개 섬 사이를 여행하며 일주일을 보낼 계획이다. 나는 윌리가 마땅히 표현할 말을 찾기 힘들어한 그 느낌을 찾고 있다. 일명 ‘조지아 순금’을 말이다.

 

19세기 미국 남부 지역의 신고전주의 스타일로 특징되는 전전 건축antebellum architecture으로 유명한 사바나의 스카이라인.

나는 내륙으로 몇 킬로미터 들어가 역사, 음식, 건축, 예술 분야에서만 부유한 도시, 바로 남부의 여왕, 사바나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1864년 미국의 피비린내 나는 남북전쟁이 끝나갈 무렵, 셔먼Sherman 장군은 자신의 북부군을 이끌고 조지아주를 통과해 진군하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러나 사바나에 도착했을 때 그는 행동을 멈추었다. 불태우기에는 이 도시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한다. 사바나는 미국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곳이다. 그만의 매력적인 유산을 보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기도 한다.

나는 수백 년 된 떡갈나무의 녹음이 우거진 광장을 걷는다. 광장 중앙에는 보글보글 거품이 이는 분수가 있고, 그리스 부흥 양식의 기둥, 고딕 양식의 작은 첨탑, 새하얗게 칠한 견고한 리젠시 주택regency homes 등 다채로운 건축 양식의 저택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다. 증기선들이 강을 오르내리는 풍경까지, 이 모든 것이 남쪽의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마음을 다독인다. 느긋한 걸음으로 따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키 큰 야자수 아래를 거닌다. 역사지구는 종종 실생활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며, 여행자들이 넋을 잃고 관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은 다르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할 수는 있지만, 사바나는 고지식하고 지나치게 얌전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여긴 현지인의 도시예요.” 이곳에 사는 주민이 귀띔한다. “우리는 느긋하지만, 때때로 신나게 놀기도 합니다.” 

 

사바나의 더 그레이 식당에서 내어준 굴.

 

그녀의 말이 맞다. 사바나는 젠체하지 않고 재미있다. 그것은 짭짤한 쾌락주의이자 맛있는 음식과 술에 취하는 기쁨이 있는 문화와 공존하는 역사다. 이 마을에서 최고의 식당은 더 그레이The Grey다. 이전의 그레이하운드 버스정류장에 문을 연 이 식당은 1938년 아르데코 스타일의 화려한 장식들이 원래의 광택 그대로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thegreyrestaurant.com

나는 루비처럼 붉은 새우와 굵게 빻은 옥수수, 생강으로 감싼 쥐치 등 남부의 풍부한 감성이 더해진 간단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다. 인근의 굿 타임스 재즈 바 앤드 레스토랑Good Times Jazz Bar & Restaurant은 거의 비슷하게 좋은 2순위 식당이다. 이곳의 메뉴 중 조지아 피치 코블러Georgia peach cobbler가 있는데, 정규 밴드의 멋진 드럼 솔로 연주를 들으며 즐기면 더욱 맛있다. 하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절반도 못 했다. goodtimesjazzbar.com

존슨 광장Johnson Square에서 나는 현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수녀 브이로 알려진 보네트 굿워커Vaugnette Goode-Walker를 만난다. 그녀는 과거 이곳에 도착한 수천 명의 노예들이 항구에서부터 농장까지 행군하듯 걸었던 발자취를 따르는 투어를 담당한다. 그녀는 노예가 된 남자, 여자, 아이들을 사고팔았던 시장 광장과 그들을 소처럼 가둔 가축 우리, 공기가 통하도록 두꺼운 화강암 벽에 뚫은 아주 작은 화살 구멍을 내게 보여준다. 이것들은 새소리와 어른거리는 빛 이면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어두운 역사다. 

마지막에 보네트가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 “만약 내가 노예가 된다면, 나는 무덤에 묻히고, 나의 신에게 돌아가 자유로워질 거야~.” 이 노래는 그녀의 조상들이 부른 노래인데, 그녀가 매번 음정이 틀릴지라도 그들은 항상 그녀와 함께였던 것 같다. 우리는 그날 아침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눈을 감고 두 주먹을 꼭 쥔 채 부른 두 소절이 그 모든 것 이상을 말해주었다. footprintsofsavannah.com

 

(왼쪽부터)
이본 그로브너가 미국의 마지막 굴라 기치 공동체 중 하나의 본고장인 사펠로섬에서 바구니를 짜고 있다. 
리틀사펠로섬에 있는 유서 깊은 초콜릿 농장을 방문한 애런 밀러.

 

사펠로의 정신

근처 사펠로섬Sapelo Island에서 이 이야기는 계속된다. 새벽안개가 저지대 들판 위로 짙은 분필 선처럼 맴도는 가운데, 나는 한 시간 동안 남쪽으로 자동차를 몰아 페리를 타고 도보이 해협Doboy Sound을 건넌다. 굶주린 갈매기들이 우리의 뒤를 따른다. 총 길이는 고작 18km 정도이고 폭이 가장 넓은 지점에서도 6km에 불과한 이 작은 섬에는 영주권 취득자가 30명도 채 안 된다고. 그러나 이 섬에서 그들의 입지는 놀라울 정도다.

나는 부두에서 이 섬에 깊이 뿌리를 둔 전통 바구니 직공인 이본 그로브너Yvonne Grovner를 만난다. 그녀는 자동차로 나를 동쪽 해안으로 데려가 그곳에 있는 호그 해먹 공동체Hog Hammock community를 만나게 해준다. 그들은 비바람에 찢긴 보잘것없는 샷건하우스shotgun house(방 하나 너비의 이 좁은 집들의 현관문을 통해 총을 쏘면, 총알이 벽에 부딪히지 않고 뒷문으로 곧장 나갈 수 있어 그렇게 불린다) 여러 채에 모여 산다.

호그 해먹은 1857년에 설립되었다. 현재 주민들은 한때 밭에서 일했던 서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의 직계 후손이다. 자유를 얻은 뒤 그들은 그곳에 남아 이전 숙소를 집으로 만들고 육지와 바다에 의지해 살기로 선택했다. 미국 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지막 굴라 기치Gullah Geechee 섬 공동체 가운데 하나로, 그들만의 고유한 방언, 관습, 신념을 가지고 자신들의 뿌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섬의 유일한 상점에서 그들의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선조들의 농사 기술을 물려주고자 고군분투하는 모리스 베일리Maurice Bailey를 만났다. 토종 종자로 붉은 완두콩을 재배하고 사탕수수를 수확해 방앗간에서 달콤한 시럽을 짜낸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휴가용 별장으로 인기 있는 곳이지만, 황량한 분위기의 지역 백사장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곳 호그 해먹에는 극심한 빈곤이 있을 뿐 좀처럼 기회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사펠로의 정신입니다. 그 정신은 좋은 시절에서 나쁜 시절로, 노예제도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그 정신은 여전히 여기에 있어요.”(모리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펠로는 마음을 무장해제시킬 만큼 안락한 장소다. 사람들은 해변에서 조개껍데기와 태양빛에 하얗게 바랜 샌드달러sand dollar라는 작고 평평한 성게류의 잔해를 보여준다. 그리고 내게 악수를 청하고, 이본은 습지에서 뜯어 온 마른 향모를 꼬아 아름다운 문양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준다.

 

리틀세인트시몬스, 장밋빛 저어새가 머리 위로 날아갈 때 놈의 연못Norm’s Pond 둑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악어 놈Norm.

그날 밤 늦은 시각, 호그 해먹의 심장부에 있는 버드하우스The Birdhouse라는 한 오두막에서 나는 습지 너머로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본다. 어깨에 긴장이 풀리면서 긴 숨을 내쉬고는 이내 더없이 행복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이 섬에서는 속도를 늦추는 것 말고는 서둘러 해야 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게 아닐까. facebook.com/sapeloislandbirdhouses

비단 이곳만 그런 건 아니다. 17~18세기에 조선업과 대규모 농장으로 처음 경작된 골든아일스의 대부분은 부유한 실업가들이 사냥용 로지와 겨울철 놀이터로 쓰기 위해 땅을 사들였다. 그러나 차로 80km 정도 이동해 남쪽으로 짧게 보트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리틀세인트시몬스Little St Simons는 가까스로 개발을 피했다. 

“그곳은 생태학의 보고입니다.” 리틀세인트시몬스의 수석 박물학자인 스테이시아 헨드릭스Stacia Hendricks가 섬을 구경시켜주며 말한다. “그곳은 우리가 아직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어요.”

또한 그곳은 지질학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조지아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알타마하강Altamaha River은 북쪽 고지대에서 이 섬의 가장자리로 흘러내려 초당 38만 리터의 담수를 바다로 쏟아 버린다. 리틀세인트시몬스는 그 강이 운반하는 퇴적물이 쌓여 형성되었고 놀라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약 4000년 전,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스테이시아가 이곳에서 일한 13년 동안 이 섬은 축구 경기장 50개 정도 크기인 1000에이커를 바다로 확장시켰다. 바로 그 점과 이곳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는 점 때문에 이곳은 스테이시아가 말하듯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장소로서, 섬 생태학의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과도 같다.

그녀의 말처럼 이곳은 과학계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장소다. 우리는 새소리(매년 300종 이상이 이곳에 서식하거나 이곳을 거쳐 이동한다)가 울려 퍼지고 수백 년 된 목련나무가 만발한 숲을 거닐고 있다. 야자수 잎으로 완벽하게 위장한 네온 색깔의 거친 녹색 뱀들이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갑옷을 입은 너구리 같은 은빛 아르마딜로는 덤불을 헤치고 나아간다. 푸른 잠자리들이 떼 지어 색을 분출하고 날개를 펄럭이며 내 머리 위로 날아오른다. 두 마리 새끼 악어는 내 손보다 크지 않은 습지 통나무 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엄마 악어는 근처 물속을 미끄러지듯 헤엄친다.

 

리틀세인트시몬스 갯골에 있는 악어.

 

그러고 나서 오리풀이 무성한 연못가에서 피크닉을 하는데, 우리 머리 위로 독수리 한 마리가 지나간다. 이에 깜짝 놀란 흰따오기 떼가 갑작스럽게 하늘로 날아오르며 거대한 구름처럼 하늘을 가득 메운다. 리틀세인트시몬스는 자연 세계가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서로 아름답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의 스타일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 섬의 과학 및 보존 활동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리틀세인트시몬스섬의 더 로지’로 알려진 에코 리조트이다. 이곳에선 농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요리를 식탁에서 바로 먹는 팜투테이블 식사, 귀여운 오두막집, 자연 산책, 강에서의 카야킹, 자전거 타기, 낚시, 그리고 오로지 이곳에 머무는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11km 길이의 개인 전용 해변에서 일광욕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여기서 단지 하루를 머물렀는데 마치 오랜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듯 떠났다. littlestsimonsisland.com

 

리틀세인트시몬스섬의 박물학자 가운데 한 명인 앨리 스미스Allie Smith가 마시멜로 꽃marsh mallow flower을 관찰하고 있다.

생동하는 컬러

골든아일스가 부른다. 이 섬 저 섬으로 이어지는 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 바다 바로 건너편에는 리틀세인트시몬스의 큰형 격인 세인트시몬스가 있다. 자동차로 접근 가능한 두 개의 보초도 가운데 하나다. 이곳은 형제 섬들과는 정반대로 술집과 식당, 상점들이 있다. 단연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이곳의 음식이다. 

조지아 시 그릴Georgia Sea Grill에서 나는 현지의 포틀리커 농장Potlikker Farm의 유기농 농부 샘 맥퍼슨Sam MaPherson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조지아주 남부의 식품업계를 더욱 신선하고 건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열정적인 젊은 유기농 농부들 중 한 명이다. 프라이드치킨과 바비큐 립 같은 전형적인 남부 요리는 사라졌다. 이곳의 요리는 모두 바
다에서 그날 잡았거나 정원에서 갓 수확한 재료로 만든 것들이다. 나는 주방장이 직접 동네 연못에서 잡아 요리한 메기구이와 샘이 수확한 비트를 구워 페타 치즈에 곁들인 그린 샐러드를 먹는다. georgiaseagrill.com, potlikkerfarm

“바다는 재생력이 있습니다. 바다는 항상 들고 나기에 신선하죠. 우리는 음식도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샘)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 남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지킬섬Jekyll Island에서 나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이 섬의 해안가를 휘감은 40km 길이의 오솔길을 달려 내륙의 숲을 통과한다. 그 길에 거북이 둥지들을 발견한다. 각각의 둥지는 바다로 가는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기다리는 새끼들을 품고 있다. 나는 화석림으로 뒤덮인 모래 만의 한 부분인 드리프트우드 해변Driftwood Beach을 따라 걷는다. 그곳 숲을 메운 고목들의 나뭇가지들이 유령 토템 조각품처럼 모래 속에서 삐쭉 튀어나와 있다. 

사펠로와 리틀세인트시몬스가 역사 및 자연의 경이를 경험할 수 있는 조용한 장소였다면, 지킬은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장소다. 나는 파도가 해안가로 밀려와 부서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가리타를 홀짝이고, 어부들이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동안 해변에서 잠이 든다. 

 

컴벌랜드섬에서 야생마들이 이끼로 뒤덮인 나무 아래를 지나고 있다.

 

나의 마지막 방문지인 컴벌랜드섬Cumberland Island은 색다른 면을 지닌 곳인데, 아마도 골든아일스 가운데 가장 눈부신 섬일 것이다. 페리를 타고 45분이면 갈 수 있는 이 국립공원은 한때 미국의 도금 시대Gilded Age를 이끈 제왕들인 카네기 일가의 놀이터였다. 그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화려한 대저택 두 채(하나는 폐허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다)와 여러 호사스러운 것들 가운데 얼음집icehouse을 하나 남겼다. 아마도 금박을 입힌 그 G&T는 바위 위에 새겨지지 않았다면 예전 같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컴벌랜드는 티무쿠아족Timucua의 고향이었고, 내가 이곳에서 가장 통렬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유산이다. 그들은 이 섬을 모코마Mocoma(그들 말로 ‘바다’를 뜻한다)라고 불렀고 1000년 넘게 이곳에서 낚시와 사냥, 식용식물 채집, 신대륙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몇몇 도자기를 제작하며 평화롭게 살았다. 

내가 현지 가이드 윌리 해즐허스트를 만난 곳도 바로 여기다. 그는 나중에 나에게 매너티를 보여주고 이 섬의 마법에 대해 속삭여줄 것이다. 그 느낌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우리는 수 세기 동안 짠 공기 때문에 성장이 저해되어 마치 우리 머리 위에서 춤추는 사람들처럼 뒤틀린 모양새를 한 나무들과 수풀이 무성하고 이끼가 잔뜩 낀 숲을 지나 모래 길을 따라 걷는다. 윌리는 나에게 여러 패총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다. 분명히 티무쿠아족은 꽤 깔끔했다. 해안과 내륙 수로를 따라 수만 개의 버려진 굴 껍데기로 이뤄진 거대한 큰 무더기가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대부분 흙속에 묻혀 있다. 

“어디서나 땅에 삽을 꽂으면 그들의 저녁식사 잔해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윌리)

섬의 북쪽으로 향하던 윌리는 갑자기 땅을 샅샅이 뒤지는 걸 멈추고 모래진흙에서 검은 갈고리를 세 개 뽑아 내 손에 떨어뜨린다. 바로 근처 만에서 건져 올린 상어 이빨 화석이다. 형성된 지 수천 년이 지난 후에도 그것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절단할 수 있을 만큼 날카롭다.

그날 오후 늦게 우리는 강기슭 옆 모래 바닥에 텐트를 쳤다. 텐트 주변에서는 야생마들이 조심스럽게 먹이를 찾으러 다니고 매너티는 물장구를 치고 있다. 우리는 조지아주에 오기 전에는 자연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보름달이 모래언덕 위에 분홍빛으로 뜨고, 해가 염습지 위로 놀라울 만큼 황홀한 색으로 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nps.gov/cuis

그러나 그것은 이제 내가 알고 있는 색이고, 해가 질 때 반짝반짝 빛나는 색이며, 티무쿠아족에서 사펠로의 노예들과 그 너머에 이르기까지 경탄하며 서로 공유하는 색이다. 그것은 마치 밀물처럼 피부에 스며든다. 그것은 두 개의 간단한 단어로 표현된다. 바로 ‘조지아 순금’ 말이다. 

 

 


 

 TRAVEL WiSE 

가는 법

인천공항에서 애틀랜타공항까지 1회 경유하는 항공편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시애틀을 경유, 알래스카항공으로 애틀랜타까지 갈 수 있으며, 19시간 정도 소요된다. flyasiana.com, alaskaair.com

리틀세인트시몬스와 지킬섬은 자동차로 갈 수 있으며, 자동차가 없는 사펠로와 리틀세인트시몬스, 컴벌랜드는 페리로 갈 수 있다. 사펠로와 리틀세인트시몬스 투어는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jekyllisland.com, cumberlandisland.com, littlestsimonsisland.com, sapelonerr.org

 

여행 적기

조지아 남부의 여름은 사람들로 붐비고 기온이 최고 35℃까지 오르며 여름 폭풍까지 더해지면 습할 수 있다. 봄가을은 최고 기온이 20℃ 정도로 쾌적하며, 그중 봄은 철새와 둥지를 튼 바다거북에게 가장 좋은 계절이다.

 

잠잘 곳

더 마셜 하우스
The Marshall House, 사바나.
150달러(한화 약 20만원)부터.
marshallhouse.com

지킬섬 클럽 리조트
Jekyll Island Club Resort.
399달러(한화 약 54만원)부터.
jekyllclub.com

 

더 많은 정보

골든아일스
goldenisles.com

익스플로르 조지아
exploregeorgia.org

사펠로 아일랜드 투어스
sapelotours.com

사우스이스트 어드벤처
southeastadventure.com

 

글. 에런 밀러AARON MILLAR
사진. 벤 갈랑BEN GAL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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