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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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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호

스페인의 매혹적인 부름에 응답한 수많은 여행자들은 익히 잘 알려진 해안과 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반짝이는 바다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이베리아반도 내륙에 숨겨진 스페인 최고의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라만차 지역의 거울처럼 빛나는 호수와 짙푸른 에브로강 상류에서 수영을 즐기고, 군침 도는 전통 음식에 녹아든 이야기를 엿들어보자. 푸르른 피레네산맥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 그리고 다소 생소한 옛 왕궁과 묘한 매력을 풍기는 도시까지 다양한 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비스케이만과 지중해 사이, 광활한 공간 속 미지의 나라로 들어가보자. 

문학적 경관

맨 오브 라만차


나라에 기사도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모험을 떠난 스페인 최고의 문학 영웅, 이상적인 귀족 돈 키호테는 광활한 중부지방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를 누볐다. 극적인 평야와 숨겨진 동굴이 공존하는 황량한 지형은 새로운 이야기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 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변치 않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삐쩍 마른 말에 올라탄 갑옷 입은 남자와 그 옆에 당나귀를 타고 동행하는 작고 땅딸막한 체구의 남자일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남동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운전석에 앉은 내 시야에 이 이미지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온다. 마을 선술집 벽에 그려진 실루엣 벽화부터 상점 창문에 세워둔 캐릭터 광고판, 회전교차로 가운데 서 있는 조각상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말이다. 

피카소가 그린 두 남자의 잉크화를 보기 위해 성곽도시 쿠엔카Cuenca의 16세기 건축물 산타크루즈 교회Church of Santa Cruz에 들른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이미지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돈 키호테>를 읽어본 적 없는 이에게도 익숙하다. 가이드 파블로 모야Pablo Moya는 대다수의 스페인 사람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이야기가 너무 길고 이해하기 어려운 고어로 집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 여전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라 에스파냐 프로푼다La España Profunda에 사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죠.” 

파블로가 부르는 ‘깊은 스페인’은 세르반테스의 작품과 여행의 배경이 된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을 일컫는 사회문학적 용어다. 쿠엔카는 400년 전 작가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이 누볐던 도시의 모습 그대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석회암 협곡 위에 자리한 오래된 마을엔 르네상스 시대 성당과 수도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여전히 농사를 짓는 카스티야라만차의 산기슭 위 벌목장과 양목장은 평평한 밀밭과 포도밭으로 이어진다. 최근 몇십 년 동안 돈 키호테 길Ruta de Don Quixote을 따라 문화유산사업이 번성하고 있다. 몇몇 곳은 추측으로 지정되었으나, 주요 명소들은 세르반테스와 연관되어 있다. 일례로, 중세 대학 마을 알칼라데에나레스Alcalá de Henares는 이 위대한 국민 시인의 탄생지로 정성스럽게 보존되어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비록 불분명하지만 말이다. 

 

돈 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호전적인 거인으로 착각해 창을 들고 돌진했던, 소설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에 등장한 풍차가 현실에서 과연 어떤 풍차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풍차 주인들은 세르반테스에게 영감을 준 풍차가 자신의 것이라고 각자 주장한다. 흰색 원형 탑에 목재 날개가 달린 풍차들이 모여 있는 마을 모타델쿠에르보Mota del Cuervo와 캄포데크립타나Campo de Criptana도 그중 하나다. 이 중 몇몇 곳은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풍차를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조각가 아우티온 티라도Austion Tirado는 그곳에서 철판을 두드려가며 ‘키호테의 계시’라는 제목의 고통스러운 모습의 흉상을 만든다. “물론 책에 관련된 곳이죠. 하지만 밖에 있는 지형보다는 인물들의 내적 지형에 관한 거예요.” 

작은 농촌 마을 엘토보소El Toboso에 있는 세르반티노 미술관Museo Cervantino은 <돈 키호테> 빈티지판과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마거릿 대처 같은 유명 인사들이 서명한 번역본이 전시되어 있다. 그들 중 과연 책을 끝까지 읽은 이가 있는지, 그 속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했다. “라파엘 나달이 서명한 책도 있어요.” 미술관 직원 브리짓 모이스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라구나스데루이데라Lagunas de Ruidera는 카스티야라만차에서 녹음이 더 우거지고 물이 많은 지역이다. 이곳 호수의 담수가 다른 호수로 쏟아져 쿠에바데몬테시노스Cueva de Montesinos를 지나 지하로 흐른다. 가이드 프란시스카 비토리아 고메즈Francisca Vitoria Gomez가 나를 이끌고, 돈 키호테가 마법의 잠에 빠져들어 그의 상상 속 연인 둘치니 델 토보소를 꿈꾼 어둠 속으로 안내한다. 프란시스카가 소설에 등장하는 누워 있는 남자처럼 생긴 바위 형상과 그림자를 가리키며 손전등을 비추자 불빛 위로 박쥐 떼가 날아간다. 

“세르반테스도 이곳에 왔을 수도 있어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무엇을 믿고 싶은지에 달린 거죠.” 그녀는 작가가 처음 영감을 받았을 이 동굴의 전설과 신화에 더 관심이 있다. “이 땅은 엘키호테보다 훨씬 오래됐어요.” 프란시스카의 목소리가 스페인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울려 퍼진다. 

 

마드리드의 맛

접시 위의 여정 


마드리드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이 도시가 처음인 여행자라면 그 방대한 종류에 압도당할 수 있다. 스페인 수도의 독특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활기 넘치는 현지 시장과 전통으로 무장한 유서 깊은 카스티소castizo를 찾아 벨트를 느슨하게 풀고 도시 안으로 성큼 들어가보자. 

 

반드시 배고픈 상태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점심 메뉴는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인 코시도 마드릴레뇨cocido madrileño니까. 이 요리를 앉은 자리에서 싹 비우는 것은 마치 5km를 뛰고 난 다음 K2를 등반하는 것과 같다. “제가 알기로는 125년 동안 코시도 마드릴레뇨를 남김 없이 먹은 손님은 딱 두 명이었어요.” 4대째 말라카틴Malacatín을 운영하고 있는 호세 로드리게즈Jose Rodríguez가 말한다. 

주인장의 아내가 자신의 레시피로 이 스튜를 만들기 시작한 1985년부터 코시도 마드릴레뇨는 뒷골목 와인숍이었던 이곳의 대표 메뉴가 됐다. 요리는3 단계로 나눠서 먹는다. 먼저 시작은 국수부터, 그다음에 병아리콩과 감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닭고기, 순대, 족발 등의 다양한 고기 순서다. 물론 한꺼번에 담아서 먹어도 되지만, 어떤 방법으로 즐기든 스튜를 정복하기 전에 배가 불러 쓰러지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가장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스페인식 타파스 바를 일컫는 카스티소는 마드리드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다. 말라카틴은 그런 카스티소를 대표하는 곳이다. 호세가 “지금 마드리드에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여럿 있지만,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카스티소는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어요”라고 설명한다. 

마요르 광장이나 푸에르타델솔 주변의 여러 타파스 바 사이에 있는 카스티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손님의 90%는 지역 주민이라고 한다. 도시 건너편 트렌디한 펍과 칵테일 바가 즐비한 참베리Chamberí 지역의 폰사노 거리Calle Ponzano에는 엘 도블레El Doble와 피데Fide 등 주옥 같은 카스티소가 자리한다. 이런 기념비적인 곳의 인기 메뉴는 칸타브리아 지방에서 잡은 안초비와 우엘바 앞바다에서 잡은 새우로 모두 통조림한 것을 바로 꺼내 먹는다.

피데의 바텐더 다니 베르두고Dani Verdugo는 ‘생선 통조림은 고양이한테나 주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통조림 음식의 훌륭한 맛과 내륙 한가운데 있는 이 도시 사람들의 해산물에 대한 왕성한 식욕이 매우 신기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부친이 1958년에 피데를 처음 열었을 때를 떠올리며 마드리드의 타파스 문화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스페인의 수도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레시피와 레스토랑 사업가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전직 변호사 출신 마누엘 벤투라Manuel Ventura는 현재 운영하는 소박하고 현대적인 선술집인 바딜라Badila에서 아스투리아스Asturias 지방의 음식을 선보인다. 많은 이들이 마드리드 최고의 비밀이라고 극찬하는 곳이다.

스페인 북서쪽 산악지대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할 따름이다. “저는 아스투리아스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다만 그곳의 음식을 좋아할 뿐이죠.” 바딜라에서 즐길 수 있는 푸른곰팡이치즈 카브랄레스Cabrales 치즈로 만든 소스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포함해 그날 아침 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재료에 따라 매일 메뉴가 달라진다.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시장 또한 예전보다 세련된 모습이다. 유리와 철근으로 지은 성 같은 산미겔 시장Mercado San Miguel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스페인 내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래된 건물 안에 자리한 산페르난도San Fernando와 티르소데몰리나Tirso de Molina처럼 로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동네 식당가는 일본, 세네갈, 멕시코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몰려 있어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마드리드는 그런 곳이에요. 이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드리드 출신이 아니에요.” 반백 년 동안 현지인들만 아는 비밀 아지트였던 라바피에스Lavapiés 구역의 바 멜로Bar Melo의 라파엘 리케니Rafael Riqueni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세비야에서 온 라파엘도 바 멜로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특히 이곳만의 신발 크기만 한 ‘사파티야’ 햄치즈 샌드위치를!), 창업주가 노인이 되어 더는 운영이 힘들어지자 친구 몇 명과 함께 가게를 인수했다. 그들의 사업 계획은 단 하나, 원래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것도 맞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스티소는 단순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곳이에요. 그저 마드리드 어딘가에서 먹고 마시며 친구들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죠. 머무르고 싶은 곳 말이에요.”

역사에 뿌리를 내리다 


카탈루냐 지방의 몬시아Montsià 초원. 이곳엔 수령이 1000년을 넘어 보호수로 지정된 파르가Farga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있다. 농부들은 이 나무에 열린 열매에서 기름을 추출해 판매한다. 트라이구에라Traiguera 마을 주변에 있는 이 고대 나무를 가꾸는 전직 목수 아마도르 페세트 셀마Amador Peset Celma도 그중 한 명이다. 

당신은 원래 목수였죠. 목공 일을 하다가 올리브나무 재배자로 전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올리브, 캐럽, 아몬드 나무 등을 재배하시던 부모님이 제가 목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무척 놀라셨어요. 하지만 저는 목재를 다듬어 문이나 테이블로 아름답게 만드는 모든 작업 과정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다가 2010년 경제위기로 일감이 줄면서 살아있는 나무를 키우며 기름을 얻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파르가 올리브나무 중 몇몇은 수령 17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 키우고 있는 나무도 그렇게 오래됐나요? 확실히 답하긴 어려워요. 세월이 오래되다 보니 중심부가 군데군데 썩어 나이테를 세는 게 불가능하고, 탄소 측정도 정확하지 않거든요. 오래된 나무를 가꾸다 보면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복원하는 느낌이 들곤 해요. 

나무의 나이가 기름 맛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요. 기름의 맛은 나무의 나이보다 기후와 품종에 따라 좌우됩니다. 100년 된 파르가 나무에서 추출한 기름과 1500년 된 파르가 나무의 기름의 맛이 비슷해요. 다만 고대 건축물과 새로 지은 아파트처럼 완전히 다른 개체이긴 하죠. 분명한 건 1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최상급 기름을 만들어내는 식물이라는 사실이에요.

나무가 오래돼서 기름이 더 비싼 건가요? 정확히는 시간과 노동력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오래된 나무 한 그루는 농장에서 15 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모든 게 수작업으로 이뤄져요. 기름 500ml에 20유로 정도지만, 한 끼 식사에 지불하는 와인 값으로 반년 가까이 사용하는 올리브유를 산다고 생각하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도시 여행의 
또 다른 대안 

음식이든 축제든, 스페인의 덜 알려진 도시들은 
유명 도시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카세레스에서 즐기는 음식의 향연
엑스트레마두라주의 주도는 중세 성벽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주변 농가에서 생산된 다양한 식재료로 넘쳐난다. 구시가지에 있는 라미네르바La Minerva와 라카차레리아La Cacharreria 타페리아taperia(타파스 음식점)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로 만든 벨로타bellota 햄과 토르타델카사르Torta del Casar 지방의 양젖치즈 같은 지역 별미를 맛본 다음, 인기 식당인 엘 피곤 데 유스타키오El Figón de Eustaquio에서 야생돼지고기 스튜를 즐겨보자. elfigondeeustaquio.com, laminervacaceres.com 

코르도바의 무어 양식 건축물
세비야와 그라나다는 무어의 이슬람 문화로 유명하지만, 코르도바는 한때 이슬람 권력의 중심지였다. 코르도바 모스크 성당Mosque-Cathedral of Cordoba의 섬세한 기하학무늬와 도자기 장식이나 산미겔 성당San Miguel Church의 서로 이어진 아치형 입구에서 칼리프 왕조의 무슬림과 기독교가 혼재된 예술 양식을 찾아보자. mezquita-catedraldecordoba.es, diocesisdecordoba.com 

알바세테의 밤
현지인들이 농담 섞인 말로 ‘라만차의 뉴욕’이라고 부르는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의 가장 큰 도시는 어두워지면 평야에 펼쳐진 파티장으로 변모한다. 매해 9월, 페리아 데 알바세테Feria de Albacete 축제 기간이 되면 10일 동안 불꽃놀이와 춤이 계속되지만, 라소나La Zona와 로스티티스Los Titis의 북적이는 테라스형 바가 즐비한 거리를 밤에 걸으면 1년 내내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turismocastillalamancha.es, feriadealbacete.es

고야의 사라고사
사라고사의 거장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기독교 신화와 수많은 침략의 배경이 된 아라곤주 주도의 장면들을 작품 속에 담았다. 고야 루트Goya Route를 따라 필라르 성모 대성당Basilica de Nuestra Senora del Pilar에 있는 프레스코화와 사라고사 박물관에 전시된 궁중 회화, 이베르카하 카몬 아스나르 박물관Museo Ibercaja Camón Aznar의 판화 그리고 아울라데이의 수도원Charterhouse of Aula Dei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자. zaragoza.es 

루고의 로마시대 유산
갈리시아 지방의 고딕-바로크풍 고대 도시는 여기보다 더 오래된 로마시대 유적에 둘러싸여 있다. 6개의 아치가 있는 재건된 다리로 민호강을 건너고 성곽을 지나 지금은 발네아리오 데 루고 호텔Hotel Balneario de Lugo이 자리한 공중목욕탕을 구경해보자. 옛 로마시대 저택 안에 있는 하우스 오브 모자이크House of Mosaics에서 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다. balneariodelugo.com 

장대한 하이킹 루트 

또 다른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성 야고보의 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길고 경관이 아름다운 하이킹 루트 중 하나지만, 사실 스페인에 얽혀 있는 여러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일 뿐이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또 다른 트레일이 여행자에게 환상적인 대안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역사의 길: 모사라비크 웨이Mozarabic Way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루트가 지나치게 붐비거나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면, 중세시대 스페인의 기독교 순례자들이 무슬림의 지배하에 있던 남부에서 출발해 걸었던 조금 더 길고 고된 길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가는 것은 어떨까? 말라가와 알메이라에서 출발한 여러 노선이 내륙으로 향하다가 시에라네바다를 넘기 위해 합류한다. 그리고 북쪽으로 향하는 998km 거리의 비아 데 라 플라타Via de la Plata 길로 연결된다. 고대 로마시대 길을 따라 이어진 가장 오래된 구간은 눈 덮인 산과 건조한 초원을 지나 비 내리는 푸른 언덕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반도 전체를 가로지른다. 세인트 제임스 웨이 오거나이즈드는 숙박이 포함된 프라이빗 투어를 제공한다. stjameswayorganized.com 

평화롭고 조용한 길: 비아스 베르데스Vías Verdes
3057km에 이르는 옛 철도 노선이 하이킹과 자전거를 위한 경치 좋은 비아스 베르데스(초록 길)로 재탄생했다. 가장 긴 노선 중에는 옛 협궤 철도를 따라 바스크 지방을 가로지르는 101km 길이의 바스코-나바로 그린웨이Vasco-Navarro Greenway와 테루엘Teruel 마을을 돌아 산등성이와 다리를 건너는 시에라메네라 탄광 철도를 따라 조성된 오호스 네그로스 그린웨이Ojos Negros Greenway가 있다. 각 노선 중간중간에 있는 옛 기차역은 여행자들을 위한 휴게소와 미니 박물관 그리고 정겨운 시골 여관이 됐다. 사이클링 스페인을 통해서 가이드와 함께 그린웨이 투어를 하거나, 스페인철도재단의 도움을 받아 하이킹 계획을 세울 수 있다. cyclingspain.com, viasverdes.com 

야생동물의 길: 센다 피레나이카Senda Pirenaica
대서양부터 지중해까지 피레네산맥을 트레킹하는 여정은 6주가량 소요된다. 센다 피레나이카Senda Pirenaica나 G11 등 코스의 어느 구간에서나 여행자의 인생을 바꿀 만큼 아름답고 다채로운 경관이 펼쳐진다. 돌로 지은 가옥들이 모여 있는 동화 같은 마을과 협곡, 목초지 등을 지나는 동안 푸른 하늘을 유영하는 검독수리와 수염수리를, 산기슭에 사는 야생 돼지와 늑대, 불곰, 아이벡스,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포톡 조랑말을 볼 수 있다. 셰르파 익스페디션스는 이 루트의 일부를 혼자서 하이킹하는 패키지를 1인당 1040유로(한화 약 141만원)부터 제공한다. sherpaexpeditions.com, travesiapirenaica.com 

 

도시에서 보내는 하루 

오비에도 


페이스트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지방 민속음악에 맞춰 밤새도록 춤을 춘다. 아스투리아스주의 주도에서 보내는 완벽한 하루를 소개한다. 

9AM — 달콤하게 하루를 시작하기
오비에도의 대표 페이스트리 두 개를 즐겨보자. 아몬드 가루로 만든 동그란 비스킷 위에 달걀노른자를 뿌린 카르바요네스carbayones는 카밀로 데 블라스의 대표 메뉴다. 근처에 있는 콘피테리아 리알토Confitería Rialto는 초콜릿을 입힌 아몬드 쿠키 모스코비타스로 제과 제국을 만들었다. camilodeblas.es, moscovitas.com

11AM — 느긋하게 구시가지 걷기
역사적인 구시가지는 다섯 개의 중세시대 첨탑이 하이라이트다. 가장 압도적인 첨탑은 오비에도 성당Obiedo Cathedral에 있는 종탑이다. 라 코르테 데 펠라요La Corte de Pelayo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고, 옛 수녀원의 과수원이었던 캄포 산프란시스코Campo San Francisco에서 공작새들 틈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며 소화시키자. mercadofontan.es, lacortedepelayo.com 

1PM — 수백 년 역사의 스페인 예술 감상하기
아스투리아스미술관에서 서로 다른 기법으로 창조된 엘 그레코, 고야, 소로야, 피카소, 달리 등 여러 대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museobbaa.com/en

3PM — 나란코산 등산하기
도시 외곽의 완만한 산행로를 따라 노루와 야생 돼지 서식지인 숲과 목초지로 올라가보자. 하이킹 중에 전기 로마네스크 산타마리아 델 나란코 성당Church of Santa Maria del Naranco과 산미겔 데 리요 성당Church of San Miguel de Lillo을 지나게 된다. santamariadelnaranco.es 

6PM — 사과주 만들기
사과 재배지로 유명한 아스투리아스주의 주도 오비에도는 사과주 마을이다. 티에라 아스투르를 포함한 가스코나 길Calle Gascona을 따라 줄지어 선 사과주 전문점인 시드레리아스sidrerías에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사과주를 높은 곳에서 내려서 따른다. tierra-astur.com 

8PM — 카사 페르민에서 콩 스튜 먹기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파바다 아스투리아나fabada asturiana(흰콩, 순대, 돼지목살로 만든 스튜로 지역 대표 음식이다) 최고 맛집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투박한 아스투리아나를 전문으로 하는 카사 페르민에서 만든 버전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없다. casafermin.com 

10PM — 공연장을 접수하다 
몬 거리Calle Mon에 있는 시끌벅적한 바와 인근의 라타데 싱크Lata de Zinc나 라 살바헤La Salvaje 같은 라이브 공연장에서 라틴댄스 인기곡과 펑크뮤직, 켈트 음악과 유사한 아스투리아스 민속음악을 즐길 수 있다. facebook.com/latadezinc, facebook.com/lasalvaje.oviedo 

 

모험 

풍요의 땅 


고대 수도원, 독수리 탐조, 요란한 폭포. 스페인 서부, 사람 발길이 드문 라베라La Vera 지방의 고지대에서 극한의 하이킹을 경험하다.

기호데산타바르바라Guijo de Santa Bárbara 마을을 벗어나 떡갈나무 숲과 푸른 초원, 헤더와 양골담초가 핀 바위투성이 급경사를 오른다. 길가의 이끼 덮인 지붕을 얹은 돌로 만든 헛간이 이 고지대에서 아직까지 양치기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초원을 가로지르던 중 가이드 안드레스Andrés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들어보세요.” 청량한 물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마른 바위 틈에서 조금씩, 초원 풀숲에서 졸졸졸, 그리고 가파른 협곡 아래로 힘차게 흐른다.

스페인 서쪽의 엑스트레마두라주 북쪽 끝, 시에라데그 레도스산맥과 맞닿은 라베라 지방에 와 있다. 라베라에 오기 전까지 나는 이곳을 거칠고 극한의 지형이라고만 여겼다.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건조하고 먼지투성이의 너른 평지 라베라는 숨막히는 더위의 공격을 받아 현지 주민들도 1년 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라베라를 재발견했다. 햇살 아래 봄날 같은 상쾌함으로 가득 찬 공기가 살갗에 시원하게 와 닿는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는 평생 동안 전쟁을 치른 자신의 은거 장소로 이곳의 수도원을선 택했다. 왜 그랬는지 적어도 오늘은 이해가 된다.

고어텍스로 중무장한 채 밖으로 나온 나의 가이드 안드레스는 라베라를 진정으로 사랑한다. 전직 목수였던 그는 작업을 하기 위해 이곳에 처음 왔다가 이내 자신의 제2의 고향에 매료되었다. “이곳의 기후와 자연환경을 정말 좋아해요.” 

2시간 동안의 행군 후 눈의 성모에 헌신한 소박한 예배당에 도착한다. 수백 년 동안 그러했듯이 매년 8월 5일이 되면 신자들은 음식과 와인을 들고 기호데산타바르바라부터 이곳까지 걸어와서 성모 축일을 기념한다. 때마침 점심 시간이 되어 안드레스가 도시락으로 싸온 근대 토르티야와 지역 향신료인 피멘톤 파프리카 가루를 넣은 초리조를 가방에서 꺼낸다. 

식사 후 덤불 사이로 사라진 그는 잠시 뒤 숨을 몰아쉬며 나타났다. “계곡 아래에 떼로 몰려 있어요!” 얼른 뛰어가서 살피니 저 멀리 야생 산양 무리가 보인다. 무리의 알파 수컷은 뿔을 높이 쳐들고 한껏 위엄 있는 자세다. 그 위로 독수리들이 파란 하늘에 나부끼는 거대한 연처럼 빙빙 날고 있다.

“라베라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예요. 사람에 의한 파괴가 적다 보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죠.”(안드레스) 다양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앞서 플라센시아Plasencia에서 운전해서 올 때 체리 과수원과 카를5 세의 웅장한 은거지인 유스테의 산헤로니모 수도원를 지나왔으니까.

날이 어두워진 지금, 라베라에 있는 여러 협곡 중 하나인 가르간타하란다Garganta Jaranda 위에 서서 내려다보니 하얀 물살이 거대한 바위 사이를 지나며 비밀스러운 수영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해발 2400m 높이의 엑스트레 마두라에서도 기장 높은 지점인, 눈이 설탕처럼 뿌려진 칼비테로Calvitero 산봉우리가 마지막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건조하고 먼지가 날리는 평지가 절대 아니다. 가끔은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닫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된다. 

야생의 모험은 계속된다 

거칠고 아름다운 생명의 땅 위에서 각자의 생존 방식으로 살아가는 야생의 경이로움을 따라서.

 

스페인의 마지막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찾자 
이베리아 링크스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자 은둔형의 고양잇과 동물이다. 스페인에 남아 있는 400여 마리는 대부분 시에라모레나산맥의 관목지와 떡갈나무 숲에 산다. 에코투어 여행사 와일드 안달루시아와 버드&링크스 에코투어리즘은 링크스가 낮에 가장 많이 활동하는 겨울철에 안두하르 마을에서 사파리 투어를 진행한다. 링크스뿐만 아니라 붉은사슴과 스페인 흰죽지수리 등도 볼 수 있다. wildandalucia.com, birdslynxecotourism.com 

‘스파게티 웨스턴’ 촬영지에 가다
많은 이탈리아 영화감독들이 스페인의 타베르나스 사막이 미국 서부와 비슷하다고 여겨 정통 서부영화 촬영지로 선택했다. 그렇게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가 탄생했다. 오리지널 세트장 중 황량한 계곡과 흙길을 따라 선인장이 있는 알메리아의 포트 브라보는 다양한 볼거리와 당일 모험을 선사한다. 웨스턴 레오네에서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8년 대작 <옛날 옛적 서부에서> 촬영을 위해 제작한 배경막에서 카우보이 스턴트 쇼를 선보인다. fortbravo.org, westernleone.com 

에브로강을 따라 유유자적 
칸타브리아와 카탈루냐를 지나는 에브로강은 패들 인 스페인 여행사를 통해 카약이나 카누를 타고 모험하기 적당하다. 스페인 내전의 주요 전투지 플릭스에서 출발해 델타드레브르 자연공원의 습지대까지 3일 동안 노를 저어 템플 기사단 미라베트성과 댐으로 수몰된 파욘비에호Fayón Viejo 마을을 지난다. 유일하게 남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16세기 교회탑을 눈여겨보자. paddleinspain.com 

‘라벤더의 바다’를 발견하다
7월과 8월의 스페인은 냄비처럼 달궈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시원한 해안가로 피서를 간다. 하지만 과달라하라 지방의 주민들은 마을에서 라벤더를 수확한다. 히스파노라마 투어&인센티브의 로드 트립을 통해 햇살 아래 세상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브리우에가Brihuega의 향기로운 꽃밭으로 가보자. 7월 초, 수확 기간 동안 말라쿠에라 마을에선 콘서트가 열린다. hispanorama-tours.com 

곰과 와인의 지방 칸타브리아를 탐험하다
환경보존 단체 오소 파르도 재단의 노력과 와일드 워칭 스페인의 환경 탐사 덕분에 칸타브리아 산속의 불곰 개체수가 증가했다. 주로 겨울잠에서 깨어난 4~5월에 캉가스델나르세아Cangas Del Narcea 지역의 헤더로 덮인 산기슭에 있는 곰을 포착할 수 있다. 화이트 알바린과 레드 베르데호 같은 훌륭한 포도 품종을 재배하는 보데가스 비다스 등의 와이너리도 방문해보자. fundacionosopardo.org, wildwatchingspain.com 

 

건축학적 걸작

역사와 문화에 기반한 건축물의 향연

전해지지 않은 고대 도시
이슬람-고딕 요새 세비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보다 덜 알려진 이탈리카는 반폐허가 된 귀족 저택과 2만5000명을 수용했던 원형극장을 장식한 모자이크 타일이 있는 고대 로마시대 정착지다.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의 출생지로 여겨지는 이곳은 미드 <왕좌의 게임>에도 등장한 바 있다. italicasevilla.org 

유서 깊은 마천루
1929년에 준공된 텔레포니카 빌딩은 당시 마드리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만, 스페인 내전 동안 폭격 대상이 된 동시에 방공호 역할을 했다. 오늘날, 스페인의 바로크와 뉴욕의 아르데코 양식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복원된 건물 안에서 미술 전시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espacio.fundaciontelefonica.com 

가우디의 비밀 장소
바르셀로나는 안토니 가우디의 천재성을 독점하지 않는다. 카탈루냐주의 주도 곳곳에 작품을 남긴 이 자유로운 건축가는 지방 도시 레온León에 있는 아스토르가 주교궁Episcopal Palace of Astorga의 설계 작업을 의뢰받았다. 아스토르가 주교를 위한 첨탑과 해자가 있는 성과 같은 건축물이다. 지금은 근처를 지나가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한 박물관이다. palaciodegaudi.es

 

영혼을 가진 예술 


바스크주의 주도 비토리아가스테이스Vitoria-Gasteiz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사회활동가 이란투스 레쿠에Irantzu Lekue가 거리미술을 시민과 공유하는 인기 갤러리 무랄 이티네라리Mural Itinerary에 독보적이고 개인적인 기여를 했다. 

젊은 예술가에게 바스크 지방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나요? 창의력은 환경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는 도시는 예술가를 위한 경제적인 지원은 제한돼 있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죠. 제게 영향을 준 첫 번째 인물은 어머니예요. 인근 나바르주 출신의 역사학자이신데요. 어린 시절, 남동생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며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배우셨다고 해요.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시는데, 처음 작업은 어떤 것으로 시작했나요? 아주 어린 나이부터 회화를 시작했어요. 색이 너무좋 더라고요. 이후엔 몽타주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학창 시절엔 조각, 디자인, 사진에 심취했죠. 다양한 기법과 형식을 실험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항상 좇았어요.

비토리아가스테이스에 전시된 당신의 작품 중 특별히 여행자들이 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젊은 층이 주로 사는 노동자 계층 거주지역인 에레칼레오르Errekaleor에 설치한 작품이 있어요. 무척 흥미로웠죠. 피카소의 <게르니카> 스타일로 그린 <세나>라는 제목의 벽화가 있는데, 1976년 3월 3일 공정한 노동을 요구한 노동자들이 ‘로스 그리세스los grises’(독재자 프랑코 시대 과도기의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건을 추모하는 작품이에요. 사라마가Zaramaga 구역의 시장에 설치된 <에마쿠민 인다라>라는 이름의 공공미술 조각상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 이 구역 여인들이 이 시장에 모여서 친목 활동도 하고 파업 중인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기금도 마련했죠. 양성평등을 염두에 두고 역사적인 사건들을 재서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머물 곳 

랜드마크 호텔 


도심의 궁전부터 유서 깊은 국영 호텔 파라도르parador까지, 스페인 내륙은 위시리스트에 올리고 싶은 고급스러운 호텔들로 수놓아져 있다.

포시즌스 호텔 마드리드Four Seasons Hotel Madrid, 마드리드Madrid 
마드리드 중심부에 있는 19세기 금융 건물 7채를 연결하는 대대적인 공사 끝에 스페인의 첫 포시즌스 호텔이 2020년 9월 오픈했다. 럭셔리한 시설 또한 방대하다. 고급 상점이 입점한 전용 몰과 여러 층에 들어선 스파, 그리고 세계적인 안달루시아 출신 셰프 다니 가르시아Dani García가 총괄하는 루프톱 레스토랑이 있다. 객실 또한 스탠더드형 일반 객실마저 호화롭다. 조식 제외한 더블룸이 550유로(한화 약74만원)부터. fourseasons.com 

호텔 토레 델 마르케스Hotel Torre del Marqués, 테루엘Teruel
18세기의 아르곤주 농가가 지속가능한 미래형 시골 호텔로 재탄생했다. 석조 탑 주변으로 지어진 호텔은 주로 태양에너지로 가동되고, 중심부에는 인근 농지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킬로미터 제로’ 레스토랑이 있다. 정원과 농장, 올리브나무와 포도밭으로 이뤄진 빼어난 자연경관을 레스토랑의 테라스나 야외 수영장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호텔에서의 투숙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조식 제외한 더블룸이 234유로(한화 약 31만원)부터. hoteltorredelmarques.com

파라도르 데 레온Parador de León, 레온León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건물로 이뤄진 지방의 주도 레온에서는 국영호텔 또한 16세기 산마르코스 수도원San Marcos Monastery 안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의 석조 조각과 회랑 그리고 플래터레스크 양식의 건물 정면을 일부 복원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객실을 꾸미면서 3년간 개조한 끝에 2020년 말 다시 문을 열었다. 조식 제외한 더블룸이 200유로(한화 약 27만원)부터. parador.es 

호야 델 카스코Joya del Casco, 세비야Sevilla
포스투갈의 시아두Shiadu 호텔 그룹이 이 작고 군더더기 없는 부티크 호텔을 2019년 말에 열었다. 새로 꾸며진 15개의 객실이 기분 좋게 각진 인테리어의 호텔 내부 곳곳에 흩어져 있고, 강렬한 색감의 그림과 겨자색 가구가 호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위치 또한 훌륭해 테라스와 작은 루프톱 수영장에서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 탑Giralda Belltower이 정면으로 보인다. 조식 제외한 더블룸이 62유로(한화 약 8만원)부터. shiadu.com 

호텔 보데가 티오 페페Hotel Bodega Tío Pepe,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
정통 셰리는 오직 한 곳에서만 만들어진다. 이른바 안달루시아주의 ‘셰리 트라이앵글Sherry Triangle’로 불리는 헤레스 데 라 포론테라의 한 구석에 셰리 전문 호텔이 있다. 유서 깊은 와이너리 곤살레스 바이아스Gonzáles Byass는 일꾼들의 숙소를 높은 천장의 객실로 탈바꿈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19세기 보데가를 개조했다. 호텔 내의 레스토랑과 바는 보데가에서 생산된 훌륭한 셰리를 식사에 맞게 페어링해서 제공하고 시그너처 칵테일로도 만든다. 조식 포함된 더블룸이 165유로(한화 약 22만원)부터. tiopepe.com 

파라도르 데 트루히요Parador de Trujillo, 트루히요Trujillo 
탐험가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의 고향은 중세 시대 성이 분위기를 압도하는 외진 마을이다. 이곳의 옛 산타클라라 수녀원이 파라도르로 개조됐다. 원래의 르네상스 기둥과 차이형 구조물이 남아있는 회랑을 포함한 두 개의 회랑을 중심으로 세워진 웅장한 석조 건물이다. 마당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고, 내부에는 학구적인 분위기의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조식 제외한 더블룸이 80유로(한화 약 10만원)부터. parador.es 

 

글. 스티븐 펠란STEPHEN PHELAN & 폴 리처드슨PAUL RICHARDSON
사진. 벤 로버츠BEN ROB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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