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INTO THE WILD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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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는 꽃이 만개한 정원과 눈길을 사로잡는 야생동물부터 어마어마한 화산과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온천 그리고 6000개 이상의 섬까지, 풍요로운 자연이 공존한다. 반짝이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이로운 야생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동이 틀 무렵, 가와구치호의 수면에 비친 후지산.

 홋카이도 
바람의 부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가장 야생적인 땅으로 여겨진다. 불곰이 겨울잠에 들고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를 꺼내기 시작하면, 느긋한 도시와 화산은 눈과 얼음으로 한 겹 덮인다. 겨울은 스노슈잉과 전율 넘치는 액티비티,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식사와 딱 어울리는 계절이자 2월 초 한 주 동안 전설적인 삿포로 눈 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다이세츠잔 국립공원의 소운교 협곡Sounkyo Gorge에서 즐기는 스노슈잉.
다이세츠잔 국립공원의 아사히산.

우리가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아사히카와Asahikawa에서 벗어나자 모든 것이 하얗게 뒤덮여 반짝인다. 멀리서부터 눈보라가 몰아치더니, 수만 개의 눈꽃이 흩날리면서 지붕 위에 쌓이고 나뭇가지를 무겁게 늘어뜨린다. 길은 미끄럽고 단단한 팬케이크 같지만, 여행 가이드 이도 가베이Ido Gabay는 여느 월요일 아침처럼 운전한다. “25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손님 덕분에 드디어 눈이 조금 내리네요.” 이도가 운전대를 조금 더 세게 잡으며 말한다. 사교적인 성격인 이도는 홋카이도의 자연경관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홋카이도 네이처 투어스Hokkaido Nature Tours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나를 데리고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다이세츠잔 국립공원Daisetsuzan National Park으로 가 산을 탐험할 계획이다.

시리게 차가운 약수터에 잠시 들러 병에 깨끗한 물을 채운 뒤 신발 끈을 동여매고 하이킹에 나선다. 텐닌쿄 협곡Tenninkyo Gorge을 천천히 오르는 동안 눈이 계속 내리면서 우리를 감싸거나 시야에서 지형을 가리기도 한다. 우리의 오른쪽으로 얼음 서린 강이 흐르고, 트레일 옆에 쌓인 깨끗한 눈 위로 토끼 발자국이 찍혀 있다. “가끔 스노보딩을 하다가 우연히 토끼를 만나기도 해요. 하지만 여기서는 토끼가 땅의 진동을 통해 우리의 발걸음을 느끼고 미리 도망가버리죠.” 잠시 후에 목적지인 하고로모 폭포에 도착한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부드러운 물줄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위 위로 떨어진다. 이도가 보온병에서 따라준 차를 마시며 경이로운 고요함과 물결치는 폭포수의 아름다움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본다. 이도가 설명하기를 하고로모는 ‘천사의 물결치는 망토’를 뜻한다는데, 폭포와 매우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다음 행선지는 섬 최고봉인 해발 2290m 휴화산 아사히다케Asahidake. 홋카이도의 유명한 가루 같은 눈 위를 내달리기 위해 온 유럽의 스키 여행객들과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드넓은 고원에 도착한다. 

이내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지형 전체가 티끌 없이 깨끗한 하얀색으로 두껍게 덮여 있고, 매서운 바람이 산기슭을 휩쓸면 눈가루가 구름처럼 광활하게 날린다. 스키어들이 옆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스노슈즈를 꺼내 아사히다케 바위 지대로 이동한다. 화산의 황산 연기와 증기가 배출되는 분기공 입구 두 곳 앞에 멈춰선다. 지하 세계로 연결된 구멍에서 나오는 ‘쉬익’ 소리와 동시에 매캐한 증기가 코를 찌른다. 순수하고 예측 불가한 형태의 자연을 마주하고 있으니 현기증 나는 전류가 몸을 관통하는 느낌이다. 내가 겨울에 이곳을 찾은 이유다. 

“삿포로 사람들은 느긋한 성향으로 유명해요.” 여행 후반, 홋카이도 주도의 얼음 서린 거리를 걸으며 현지 가이드 유이치 쿠도Yuichi Kudo가 말한다. “우리는 열린 생각과 포용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우리가 느리다고 해요. 물론 맞는 말이에요. 우리는 천천히 운전하고, 걷고, 심지어 말도 천천히 하죠.” 

 

(왼쪽부터)
홋카이도 동부 츠루이무라Tsurui Mura 마을에서 마주한 두루미.
삿포로의 수산시장에서 판매 중인 일본거미게.

삿포로 눈축제가 한창이다. 우리는 느긋하게 걸으며 무려 도시의 4개 구획에 걸쳐 줄지어 선 얼음 조각상을 구경한다. 태양이 회색빛 연무 뒤에 가려져 있고, 눈보라가 사선으로 매섭게 몰아친다. 나는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모자를 뒤집어쓰지만, 유이치는 고개를 꼿꼿이 든 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저는 현지인이잖아요. 이런 것에 익숙해요.”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함께 수산시장에 들렀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뜨거운 온천물에 언 몸을 녹인다. 몸이 따뜻해지자 다시 밖으로 나와 축제의 주요 행사장인 오도리 공원Odori Park으로 향한다. 주변에서 여러 언어가 뒤섞여 들린다.

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홋카이도의 야생동물, 섬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고대 문자 등 다양한 주제의 거대한 눈 조각상을 구경하며 감탄한다. 야외 조명이 조각상을 밝게 비추고 그 위에 화려한 영상이 상영 중이다. 행사장에서는 스노보드 전시, 와인과 사케 시음회 그리고 음악 공연이 열린다. 얼음 블록으로 만든 흡연실까지 마련되어 있다.

얼음 조각상에 푹 빠져 미처 몰랐지만,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은 음식이다. 현지 별미를 판매하는 가판대가 중앙 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나는 이날 밤, 꼬치에 구운 사슴고기와 꽃게, 닭튀김 등을 따뜻한 사케와 먹었다.

볼이 빨개지고 살짝 알딸딸해진 나는 폴란드-일본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눈으로 만든 바르샤바의 와지엔키 궁전Łazienki Palace 조각상 앞에서 밤을 마무리한다. 무대 끝에 앉은 피아니스트가 일본의 인기 가요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 마지막 사케 한 모금을 마시면서 가슴속에서 퍼지는 따스함을 느낀다. 밖은 여전히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끝없이 눈발이 날리고 있다.

 

- 인사이드재팬은 1인당 약 828만원부터 시작하는 14일 여정의 소규모 그룹 투어 ‘윈터 하이라이트’를 운영한다. 삿포로 눈축제 구경과 시레토코 반도에서 참수리류 관찰하기, 아바시리 해안에서 빙하 사이로 보트 타기 등을 즐길 수 있다. OMO7 아사히카와 호텔 숙박, 현지 교통편, 전 일정 가이드 동행이 포함된다. 국제 항공편은 불포함.
insidejapantours.com, omo-hotels.com/asahikawa, snowfes.com

 

홋카이도의 니세코Niseko에서 스키 타기.

겨울 모험

홋카이도의 겨울을 제대로 만끽하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유빙 크루즈

겨울이면 러시아 아무르강에 있던 얼음이 남하해 홋카이도로 내려온다. 이러한 유빙은 쇄빙선 갑판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몬베츠공항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는 오호츠크해의 아바시리 항구가 최고의 출발지다. 여기서 오로라호를 타고 유람을 즐겨보자. ms-aurora.com/abashiri

 

설인 조우

겨울철 혼슈에 있는 스키 리조트 마을 자오온센Zao Onsen을 내려다보는 전나무는 눈으로 뒤덮여 마치 다른 세계의 아름다운 생명체처럼 보인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면서 혹은 케이블카나 야간 크루즈 안에서 자연이 빚어낸 눈 조각상을 감상하자. zao-spa.or.jp

 

얼음낚시

홋카이도 주도에서 외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노츠 호수Lake Shinotzu는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번잡한 도시로 돌아가기 전 호수 인근 온천에서 몸을 녹이자. 추오 버스Chuo Bus는 삿포로에서 시노츠까지 전일 투어를 제공한다. uu-hokkaido.com

 

신나는 개썰매

홋카이도 날것의 자연과 겨울 전통에 대한 경험은 아사히카와 인근 도시 타카수Takasu에서 개썰매로 정점을 찍는다. 1시간 동안 기본 훈련을 받고 나면 잘 훈련된 온순한 개들이 이끄는 썰매를 스스로 운전해 눈 덮인 6km 코스를 달릴 수 있다. moonlightladies.info

 

흠뻑 눈 축제

혼슈의 아키타현에서 매년 2월 15~16일에 열리는 수백 년 역사의 눈 축제, 요코테 카마쿠라Yokote Kamakura. 눈으로 만든 수백 개의 돔인 카마쿠라가 축제의 명물이다. 여행자는 촛불로 내부를 밝힌 돔 안으로 들어가 달콤한 사케와 떡을 맛볼 수 있다. 눈 조각상뿐 아니라 음식 노점, 특별 행사 등이 가장 전통적인 축제에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japan.travel

 

 

(왼쪽부터)
블래키스톤물고기잡이부엉이는 홋카이도에 약 150마리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카무이와카 폭포에서 만난 에조사슴 어미와 새끼.
토카치산 주변에서 본 북방여우.

동물 마법

홋카이도의 시레토코 반도는 일본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곳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산과 숲, 강은 놀랍도록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다. 이에 대해 인사이드재팬 투어스의 가이드 타일러 팔마Tyler Palma가 안내해준다.

 

불곰

홋카이도에 서식하는 3000여 마리의 불곰을 볼 수 있는 최적기는 여름이다. 의외로 불곰을 관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배를 타는 것. 곰이 사는 지역을 하이킹하다 보면 일본인들의 가방에 매달린 곰을 쫓는 종소리가 들린다.

- 여행 방법 우토로에서 고지라이와 칸코Gojiraiwa Kanko사가 운행하는 곰 크루즈를 타자. 불곰이 사는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고코 호수 트레일을 가이드와 함께 걸을 수 있다. kamuiwakka.jp/cruising, goko.go.jp

 

에조 동물

에조는 일본의 봉건제 역사에 기반을 둔 용어로, 혼슈 북쪽 땅을 가리킬 때 쓴다. 홋카이도는 에조사슴과 북방여우Ezored fox의 주요 서식지다. 하늘다람쥐인 에조모몬가와 에조나 키우사기도 볼 수 있는데, 우는토끼의 일종인 이 작은 동물은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피카츄의 영감이 되었다고 한다.

- 여행 방법 우토로에 있는 피치오 야생동물연구소의 환경보호 활동가가 교육적인 야생동물 투어를 진행한다. shiretoko-picchio.com

 

거대한 수리부엉이

탐조에 진심이라면 수리부엉이의 일종인 블래키스톤물고기잡이부엉이가 홋카이도 대자연으로 떠날 이유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부엉이 종으로 야생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약 150마리임에도 시레토코 반도에서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다.

- 여행 방법 밤에 부엉이가 자주 출몰하는 라우수 인근 와시노야도Washino Yado(일본어로 독수리 여관이라는 뜻)로 향하자. fishowlobservatory.org

 

고래와 돌고래

홋카이도 주변의 영양분 풍부한 바다에 이끌려 범고래와 향유고래, 망치고래가 모여든다. 여름에는 배 위에서 고래를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

- 여행 방법 시레토코 라우수 린클Shiretoko Rausu Lincle사 등에서 운행하는 고래 관찰 보트가 매일 라우수에서 출항한다. shiretokorausu-lincle.com

 

- 인사이드재팬의 야생동물 투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insidejapantou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벚꽃 철의 도쿄 지도리가후치 공원Chidorigafuchi Park.

꽃이 만개하다

사무라이이자 시인인 와츠진Watsujin은 다음과 같은 하이쿠를 지었다. ‘벚꽃이 온 세상을 나무 아래에 둔다.’ 그는 수백 년 뒤에 자신의 글이 매년 봄, 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도쿄에서 실제로 이뤄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쿠라(벚꽃)와 하나미(꽃구경) 계절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꽃이 만개하기도 전인 4월이면 도시의 호텔은 모두 만실이 된다. 벚꽃 열정은 킷캣의 사쿠라 초콜릿, 스타벅스의 사쿠라 라테, 심지어 사쿠라 맥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맛이 있고 없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면, 시선을 더 멀리 두는 건 어떨까. 군중을 피해 이바라키현에 있는 미토Mito로 향하자.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카이라쿠엔Kairakuen이 자리한 미토는 벚꽃보다 먼저 만발하는 2월의 관능적인 매화꽃으로 유명하다. 더 다채로운 색감을 선호한다면 단풍이 장관을 이루는 가을철 일본 여행을 추천한다. 꽃의 개화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간다면, 그 반대로 단풍의 절정은 9월 말 먼 홋카이도에서 시작해 온도계가 떨어지듯이 12월 초 규슈로 내려온다.

 

후지산을 오르는 요시다 트레일의 등산객.

순례와 정상

빼어난 해안부터 극적인 화산 지형의 내륙까지, 일본에는 고대부터 있던 길과 현대에 새로 생긴 트레일 등 수많은 하이킹 코스가 연결되어 있다. 일본에 20년째 거주하는 워크 재팬의 CEO 폴 크리스티Paul Christie가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트레일 5개를 소개한다.

 

(왼쪽부터)
1000엔 지폐에 새겨진 모토스 호수 북쪽의 후지산.
요시다 트레일에서 만난 하이커 하야시 나오키Hayashi Naoki.
요시다 트레일 표지판.

 

서사적 여정
나카센도 길
NAKASENDO WAY

경로: 교토에서 도쿄까지
거리: 119km

트레일의 역사는 사무라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일본을 알아가기에 좋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문화의 요람 교토와 현대적 대도시 도쿄 사이의 다양한 지형을 걷는 것뿐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다. 여행자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지역을 지나며 세키가하라Sekigahara, 마고메Magome, 츠마고Tsumago, 나라이Narai, 카루이자와Karuizawa 등 그림 같은 마을에서 푸짐한 시골 밥상을 맛보고 숙박도 가능하다. 이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이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여정은 선택 경로에 따라 8~12일 정도 걸린다.

 

스님들의 명상길
쿠니사키 트렉
KUNISAKI TREK

경로: 후쿠오카에서 유후인까지
거리: 71km

내가 쿠니사키 반도에서 18년간 살았던 터라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불교 중심지 중 하나로, 스님들이 기도와 명상을 하러 가기 위해 걷던 흥미로운 트레일이 남아 있다. 8일이 소요되는 쿠니사키 트렉은 평화로운 풍경 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절과 조용한 마을을 통과하고, 험준한 산등성이를 지나 우뚝 솟은 절벽을 넘는다. 어느 정도의 체력과 고도에 대한 담력이 있어야 한다. 정상에 다다르면 좁은 능선을 극복한 짜릿함과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경치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일본의 참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고민 말고 떠나자.

 

인상적인 해안 지질
이즈 지오 트레일
IZU GEO TRAIL

경로: 도쿄에서 슈젠지까지
거리: 42km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이즈 반도Izu Peninsula는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불과 151km 떨어져 있지만 마치 다른 세상과 같다. 반도 양옆으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중 일부가 펼쳐지며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 반도의 최남단 시모다Shimoda는 1880년대 중반, 페리 제독이 이끈 흑선이 사무라이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며 일본에 처음 상륙한 곳이다. 6일 여정의 해안 트레킹은 동쪽과 서쪽 해안선을 따라 걷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이즈의 무희>를 통해 유명해진 반도의 중추 산맥을 걷는 코스도 있다.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후지산이 보인다.

 

오지 탐험
홋카이도 하이크

경로: 아칸코에서 시코츠코 온천까지
거리: 68km

일본의 마지막 황야 속 산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난도 있는 하이킹이다. 이 코스는 투어 가이드조차 한 계절에 한 번만 떠나려 한다. 10일 여정의 트레킹은 하루에 8시간 걷는 날도 있고 해발 1981m까지 오르기도 하며, 밤에는 안락한 소규모 호텔에서 숙박한다. 이 지역에 곰이 출몰하는 터라 훈련받은 가이드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며, 여행 적기는 7~9월이다. 산길에서 희귀한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숲과 습지를 가로지르며 여전히 활동 중인 화산 분화구에서 분출되는 증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여우와 사슴, 독수리 같은 야생동물을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상징을 정복하다
후지산

시작과 끝: 후지-스바루 노선 5합목 정류장
거리: 13km

해발 3776m 휴화산인 후지산은 일본에서 가장 높고 가장 우아한 산봉우리로 유명하다. 7~9월에 등반할 수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5합목 정류장(해발 2300m)에서 시작하는 요시다 트레일Yoshida Trail.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6시간 정도 걸린다. 매일 평균 3만 명이 후지산을 오르고 특히 일본의 최대 명절인 8월 오봉 기간에는 꽤 붐비지만 빼놓을 수 없는 대단한 모험이다. 하이커들 사이의 끈끈한 동지애뿐 아니라 일본 최고봉을 오른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 워크 재팬의 더 많은 정보는 walkjapa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70년에 조성된 이노카시라공원은 다이쇼 일왕이 국민에게 하사한 선물이다.

 도쿄 
대도시에서 느끼는 고요

도쿄만의 독특한 음악적 파노라마가 있다. 전기회로에 연결된 모든 것이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대도시에서 침묵은 드문 상태다. 그러나 푸르고 고요한 장소를 찾아 현지인처럼 정적을 음미해보자.

 

요요기공원

요요기공원의 드넓은 녹지대는 그 위치가 무척 인상적이다. 북쪽으로 번화한 신주쿠, 남쪽으로 시부야 교차로, 동쪽으로는 10대의 아지트 다케시타 거리가 있는 도쿄 중심부다. 1964년 올림픽 경기가 펼쳐졌던 요요기는 도쿄 시민의 대표적인 휴식처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현지인들이 잔디밭에서 태극권과 요가를 하는 평일 이른 시간에 방문해야 평온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핫포엔정원

일본 귀족의 개인 정원이었던 이 작은 녹지대는 사방으로 대도시가 형성되는 와중에도 300년 넘는 세월 동안 조용한 안식처로 남아 있다. 지금은 현대적인 회의장과 연결되어있고 인기 있는 웨딩 촬영지이지만, 여전히 일본 전통 정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작은 연못 위로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물가 옆에 찻집이 자리한다. 움푹 팬 지대에 정원이 위치해 도심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폭포수 소리와 연못 속 잉어가 헤엄치는 소리 그리고 어쩌다 웨딩 사진가가 누르는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려온다. 녹차 다도체험이 가능하다. happo-en.com

 

이노카시라공원

이노카시라공원은 기다란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도쿄 서부의 주요 녹지대다. 변재천 여신을 기리는 사원이 작은 섬 위에 자리한다. 연인이 백조 보트를 타고 호수 주변을 돌면 질투심 강한 여신에 의해 헤어지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호수변에 늘어선 벚나무 아래를 산책해도 좋다.

 

야나카묘지공원

1923년의 지진과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야나카 지구에는 옛 도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해 질 무렵 등불을 밝힌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에도 시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신사와 사원을 구경하고 생선 가게와 정육점, 찻집, 구운 문어 다리를 파는 노점이 자리한 거리를 느긋하게 걸어보자. 이곳에서 가장 조용한 모퉁이는 아마도 길고양이의 터전으로 유명한 야나카묘지공원일 것이다. 고층건물을 배경으로 묘비가 솟아 있는 공원에서 들리는 소리는 지나가는 자전거의 벨 소리뿐이다.

 

 

폭포수로 정화하는 전통 의식을 수행하는 신도들이 오타키Otaki 인근 기요타키 폭포Kiyotaki Falls의 차가운 물을 견딘다.

 칸토 
폭포수를 맞으며

신자든 아니든 신토(조상과 자연을 섬기는 일본 종교)의식인 폭포 제례는 일본 산의 영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좋아요, 할게요.” 나는 허세를 부리며 가이드에게 말했다. “저는 추운 나라인 영국에서 왔어요. 오리가 물에서 헤엄치듯 할 수 있어요.” 물론 거짓말이다. 나는 미소기misogi와 비슷한 그 어떤 것도 해본 적이 없다. ‘물 정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일본의 주요 종교인 신토의 의식으로 폭포수 아래 서서 영혼을 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일본의 영적 전통에 몰입해보고 싶었다. 물살이 부드럽고 열대의 새가 날아다니며 어디선가 스틸 드럼 소리가 들리는 샴푸 광고의 한 장면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치멘산Mount Shichimen 아래 자리한 폭포에 도착해 보니, 얼음처럼 차가운 급류가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다. 한겨울 이맘때면 수온이 극지방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가이드가 신난 듯이 말한다. 근처 건물 창가에는 공기를 주입해 부푼 산타 인형이 앉아 있다. 혹시 너무 성급하게 하겠다고 말한 건 아닐까?

시치멘산이 자리한 칸토Kanto는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에 있는 지방으로 후지산 서쪽 지역이다. 깊은 골짜기, 산꼭대기의 사원, 단풍나무와 떡갈나무 숲을 휘감는 신성한 길이 있는 세상이다. 신토 신자들은 영적인 존재가 계절의 흐름과 떨어지는 가을 낙엽 그리고 지형 사이를 흐르는 물속에 있다고 믿는다.

이른 아침, 폭포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주일 동안 폭포 제례를 하기 위해 시치멘산에 온 순례자 타마키 하라야마Tamaki Harayama를 만났다. 의식이 처음인 나를 도와주기로 한 그녀는 우선 천을 묶어 엉덩이를 가리는 남성용 미소기 의상을 건네준다. 과연 내가 이것을 제대로 묶을 수 있을지…. 경악하는 구경꾼들,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 대사관으로 급히 전화하는 장면 등 머릿속에 불길한 상상이 나래를 펼친다. 결국 시치멘산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여성용 의상을 입기로 한다.

탈의실에서 옷을 여러 번 매만지며 시간을 끈다. 그리고 폭포 부근 물웅덩이를 구경하다 속으로 생각한다. “물속의 오리 같은 거야.” 이윽고 번개처럼 내리치는 찬물 바로 아래 선다. 이내 몸속을 관통하는 아드레날린이 마치 레드불 1000개를 마신 것만 같다. 몇 시간 동안의 고뇌와 걱정에 찬 기대가 한순간의 짜릿함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피부는 불에 타는 듯하고 엔도르핀이 끓어오른다. 잠시 후 물 밖으로 나온 나는 고요한 희열을 느낀다. 이날의 기운은 온종일 내 몸속에 남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달려간 나는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갔다. 마치 냉동실에 있던 즉석 조리식품이 오븐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기분 좋게 몸을 녹인 뒤 볼이 발그레해진 나는 혈기왕성해진다.

신토를 믿든 안 믿든, 미소기는 마치 몸에 컨트롤-알트-딜리트 버튼을 눌러서 진정한 변화를 거듭하는 경험이다. “당신 얼굴이 환해요.” 타마키가 웃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변신한 거죠. 집에 돌아가면 조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 미소기는 폭포 수호자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진다. 칸토 지역 투어를 전문으로하는 하트랜드 재팬은 시치멘산 인근의 불교 사원과 풍광을 감상하는 3일 여정의 미노부산 영적 여행Mount Minobu Spiritual Tour을 제공한다. heartlandjapan.com

 

 

벳푸의 온천으로 이어지는 목조 산책로.

 

 오이타 
끓는 물, 피어오르는 수증기

오이타Oita 지역에는 땅에서 솟아나 뜨겁게 끓어오르는 다양한 형태의 온천이 존재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그 근원이 되는 산을 숭배하고 존중해 왔다.

 

마치 땅 바로 밑에 불을 내뿜는 괴물이 숨어 있기라도 하듯, 가란산Mount Garan 비탈 곳곳의 작은 구멍을 통해 천천히 증기가 스며 나온다. 아직 이른 아침, 비처럼 회색빛을 띤 휘파람새만이 오래된 길을 따라 걷는 우리와 동행한다.

“휘파람새는 봄의 시작을 알려요.” 가이드 유메Yume가 설명한다. “울음소리가 매우 독특하죠.” 귀를 기울이자 관객이 있다는 걸 눈치챈 듯 근처 삼나무에서 새들의 합창이 터져 나온다. 유메가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다. “이 소리를 들으면 누구든 행복해져요. 이제 이쪽으로 오세요. 새소리를 들으려고 온 건 아니니까요.”

우리는 지금 일본 최대 온천 지대라 일컫는 오이타에서 가장 유명한 츠카하라 온천Tsukahara Onsen으로 향하는 중이다. 큐슈 북동쪽에 위치한 오이타 곳곳에는 활화산이 분포한다. 산맥 아래 있는 단층선을 따라 흐르는 마그마로 인해 1000C°까지 끓은 지하수가 지표면을 뚫고 밖으로 분출된다.

“오이타는 일본에서 온천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유메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이 온천은 그 어디보다 미네랄 함량이 가장 높죠.” 온천에 닿기도 전에 그 냄새를 먼저 맡았다. 썩은 달걀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그만큼 물의 효능이 좋다는 걸 의미한다. 온천의 미네랄은 천식부터 관절염까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한다고 한다. 특정 온천은 농축된 미네랄 함량이 높아 20분 이상 목욕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불과 몇 분 만에 피부가 찌릿해진다. 타월로 물기를 닦으며 소박한 석조 온천탕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 뜨거운 물과 수증기를 가두는 법을 알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중국 불교 승려들에 의해 온천욕이 소개되었다고 해요. 그 이후로 일상생활에 온천이 자리 잡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유메)

 

(왼쪽부터) 
후타바사에 있는 아사코의 전통 스팀 오븐.
벳푸의 지붕 위로 증기가 올라온다.

산자락 아래에 있는 벳푸Beppu는 일상생활에 녹아든 온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가파르게 경사진 지붕과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작은 도시에는 식당 탁자 아래 숨겨진 족욕탕부터 호텔 정원에 마련된 개인 풀까지 사방에 온천이 있다. 지하 관을 통해 흐르는 폐수는 열대어가 서식할 정도로 따뜻하다. 하수구로 버려진 애완 열대어가 그렇게 살아남은 것이라고 한다.

도시의 녹지대인 카나와Kannawa 지구. 자신이 운영하는 전통 료칸 후타바소Futabaso 입구에서 아사코Asako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의 10개 객실에 묵는 손님들은 몇 달씩 체류하며 크고 작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매일 온천욕을 하고 그녀가 만든 근사한 요리를 즐긴다. 중앙 마당에 자리한 거대한 우물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 솟아나와 몇 개의 작은 탕을 이룬다. 빳빳하게 다림질한 유카타를 입은 노인 한 명이 오후 목욕을 하려고 지나가다 우리에게 인사한다.

아사코는 이곳에서 50년 동안 일해왔고, 그보다 두 배쯤 오래된 료칸은 손때 묻은 가구와 금이 간 벽에서 오랜 세월이 느껴진다. 달걀을 삶고(물론 온천물로) 저녁 후식을 위해 바나나 껍질을 까면서 아사코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는 산의 힘을 믿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항상 온천과 관련되어 있죠. 온천은 대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끊임없이 보여줘요.” 아사코는 신토와 불교가 혼합된 슈겐도Shugendo를 믿는데, 산에서의 수행이 핵심인 산악 신앙이다. 이를 믿든 안 믿든, 지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부터 맥박처럼 뛰는 힘은 오이타에 실재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온천이 이를 증명한다.

“사람을 능가하는 이 태곳적 에너지는 반드시 존중받아야 해요.” 아사코가 화선지로 만든 병풍 속 일련의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중 분주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가란산은 산길을 걷는 사람들, 변화하는 계절, 봄을 알리는 휘파람새를 의식하지 못한 채 수백 년 동안 늘 그래왔듯이 천천히 증기를 내뿜는다.

- 트레일파인더스는 온천 방문과 오이타 지방의 ‘벳푸 지옥 순례Hells of Beppu’ 체험이 포함된 7일 여정의 2인 1조 규슈 투어를 제공한다. 1인당 약 216만원부터. trailfinders.com, discover-oita.com

 

 

벳푸에 있는 푸른빛의 화산 온천 우미지고쿠Umi Jigoku.

온천 에티켓 가이드

 

태어났을 때처럼 알몸으로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알몸으로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기분 나빠 하지 말자. 아무도 눈 깜빡하지 않으며 동시에 당신은 해방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다소 불편하다면 개인 탕이 마련된 숙박시설을 이용하자. 고급 호텔에서는 탕속에서 입는 목욕용 수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 씻기

일본에서는 탕 안에서 절대 씻으면 안 된다. 모든 온천에는 샤워 시설과 작은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씻을 때는 앉아야 한다. 서 있는 상태로 때를 미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타월 사용법

모든 온천은 손님에게 유료 또는 무료로 크고 작은 타월을 제공한다. 이때 용도가 다른 두 타월을 혼동하지 말 것. 큰 타월은 목욕 후 물기를 닦는 용도로 탈의실에서만 사용한다. 작은 타월은 손수건만 한 크기로 온천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중요 부분을 가리기 유용하지만 물속에 넣으면 안 된다. 그래서 목욕하는 동안 머리에 수건을 얹어둔 사람이 많다.

 

문신 가리기

일본에서는 문신이 야쿠자를 연상시키기에 터부시한다. 붕대로 가릴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개인 욕탕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en.visit-oita.jp/onsen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있는 나미노우에 해변과 나미노우에 사원.

최고의 섬 휴양지

일본은 연어로 가득한 강이 있는 먼 북쪽의 섬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스폿이 있는 남쪽의 섬까지, 무려 6852개의 섬이 존재한다. 4대 섬인 홋카이도, 혼슈, 규슈, 시코쿠는 인구가 밀집된 주요 거주 지역이지만, 이 거대한 섬들을 벗어나면 매혹적인 장소가 기다리고 있다.

 

사이클링 마니아라면,
시마나미 카이도

혼슈섬과 시코쿠섬을 잇는 시마나미 카이도Shimanami Kaido는 세토내해Seto Inland Sea를 가로지르는 77km 길이의 교량이다. 대부분은 차량이나 기차를 타고 이 멋진 건축물을 건너지만, 모험을 원한다면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다. 몇몇 자전거 대여점에서 다리를 건너는 이들을 위해 편도로 빌려준다. 교량 주변에 있는 7개 섬에서는 숙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사색가를 위하여,
테시마

세토내해에 있는 10여 개 섬으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의 개최지다. 몇몇 특별전뿐 아니라 영구적인 설치미술과 전시가 열린다. 테시마 미술관Teshima Art Museum은 후자에 속한다. 물방울을 닮은 콘크리트 전시관은 사색과 명상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일정 중 최소 반나절은 이곳을 위해 남겨놓자. 인근 나오시마섬에서 상설 전시 중인 전통예술품을 감상한 후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하와이 감성,
오키나와

오늘날 다이버의 천국인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가장 치열한 전쟁터였다. 대만과 일본 본토 사이 동중국해에 15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는 과거 독립국이었다. 지금은 종종 하와이와 비교되는데, 바다 중심의 느긋한 분위기가 비슷하다. 매우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벚꽃부터 돼지고기 사랑까지, 일본 최남단에서는 모든 것이 조금씩 다르다.

 

동화 속으로,
야쿠시마

일본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야쿠시마를 방문한 후 영감을 받아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그린 1997년 명작 <모노노케 히메>를 발표했다. 섬의 수많은 나무는 에도 시대 무분별한 벌목으로 사라졌으나 다행히 오늘날 섬은 숲으로 우거져 있다. 여행자는 이끼로 뒤덮인 거대한 나무줄기가 산재한 트레일을 따라 섬을 탐험할 수 있다. 야쿠스기yakusugi는 수령이 1000년 넘은 삼나무를 의미하며, 대표적인 야쿠스기는 이곳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조몬스기Jōmon Sugi라고.

글. 제이미 래퍼티JAMIE LAFFERTY, 올리버 스미스OLIVER SMITH, 크리스 타프CHRIS THARP, 샬럿 위그램-에반스CHARLOTTE WIGRAM-EVANS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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