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AMONG THE ORANGE GROVES
오렌지 숲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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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그리스 동부 키오스섬의 감귤나무 숲으로 뒤덮인 지역에 한적한 캄포스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주인 반젤리스 시다스가 전통 축제를 찾는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펄리스 농장Perleas Estate에 있는 오렌지 숲.

브리티시쇼트헤어종의 고양이 시모스Simos가 주철 난로 옆에서 쉬려고 잠시 멈춘 순간,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행복한 표정의 얼굴 위로 감귤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금세 불만스러운 듯 ‘야옹’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가 그늘 속을 어슬렁거린다. 졸린 듯한 시모스는 방금 일과를 끝낸 모양이다.
나의 하루는 이제 시작이다. 오전 11시, 키오스Chios 섬의 캄포스Kampos 마을은 조용하고 나는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현재까지는 내가 펄리스 저택Perleas Masion의 유일한 투숙객이다. 1992년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어온 넓은 펄리스 농장의 17세기 부지에서 머물고 있다. 오늘 점심 준비는 본관 건물과 분리된 곳으로, 약 68000m²의 드넓은 감귤나무 숲이 내다보이는 개인 숙소의 주방에서 이뤄지고 있다.

반젤리스가 정원에서 따온 사탕무 잎을 들고 있다.

이 저택의 주인이자 우리의 요리를 담당하는 셰프인 반 젤리스 시다스Vangelis Xydas는 신선한 재료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든 채로 막 슈퍼마켓에서 돌아왔다. 그는 라디오를 틀어 방 안을 순식간에 부주키bouzouki(그리스의 전통 현악기)의 경쾌한 울림 소리로 가득 채우고는 곧바로 요리를 시작한다. 반젤리스의 주방은 작고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벽면의 석재들은 노출되어 있으며 마호가니 나무 대들보가 낮은 천장을 지탱한다. 이곳은 반젤리스가 옆방에 있는 자신의 작업장과 유사한 분위기로 연출하고자 직접 빈티지 스타일 수납장과 의자, 식탁으로 채웠다. 사방에는 구리 냄비와 복고풍 요리 저울,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와인병과 올리브유, 피클, 허브를 담은 유리병이 제멋대로 어지럽게 놓여 있다.
우리는 점심으로 생선 위에 기름과 채소를 듬뿍 올려 오븐 플라키 방식으로 요리한 프사리 플라키psari plaky를 먹을 예정이다. 프사리 플라키는 전통적으로 3월 25일에 먹는 요리이다. 그리스 독립 전쟁과 성모 마리아 수태고지를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 사실상 오늘은 24일이지만,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우리는 이 특별한 날을 앞당겨 축하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키오스섬에 있는 24개의 마스티하 생산 마을 가운데 하나인 피르기Pyrgi. 감귤 열매로 뒤덮인 캄포스의 길.

반젤리스가 분주하게 요리하는 동안, 나는 가족의 친구인 룰라 부라Roula Boura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9살짜리 쌍둥이 기오르기스Giorgis, 마리안나Marianna와 함께 어울렸다. 룰라의 남편인 바실리스 발라스Vassilis Ballas는 여행 가이드이자 가족의 친구인 에이리니 미트시Eirini Mitsi와 함께 오후 늦게 점심을 먹으러 합류할 예정이다. 일곱 명의 굶주린 배를 채울 의무를 짊어진 반젤리스는 어머니의 레시피를 활용한 두 번째 대구 요리를 만들고 있다. 오븐이 아닌 난로 위에서 생선을 익히는 점이 특별한 이 레시피에는 전통적으로 키오스섬 사람들만 넣는 재료인 사탕무 잎도 들어간다.
룰라는 원래 아테네 출신이다. 2006년, 룰라 부부는 수도 아테네에서 IT 직무를 그만두고 마스티하mastiha 생산업자가 되고자 키오스섬으로 이주했다. 이곳의 특산품인 마스티하는 매스틱 검mastic gum으로도 불린다. 사탕, 술처럼 식품류에서부터 화장품, 가구에도 널리 사용되는 다용도 수지이다. 안정된 일을 그만두고 시작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과감해 보이지만 적어도 룰라는 키오스섬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근처 키오스 타운에 살고 있음에도 그녀는 캄포스에 대해 호의적이다. “그리스 어디를 가도 캄포스만 한 곳은 찾지 못할 거예요.”그녀가 덧붙여 이야기한다. “여기엔 남다른 에너지와 향기, 그리고 색다른 분위기가 있어요.”

(왼쪽부터) 마스티하 나무. 메스타 마을Mesta village에 있는 전통 카페.

키오스섬에 거주하는 5만 명 가운데 약 3000명에 달하는 인구가 캄포스에 살고 있다. 마을 주변의 땅은 섬에서 처음으로 땅을 경작하여 농사를 지은 곳이다. 오늘날 이곳에는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이 지역을 점령한 부유한 제노바인들이 형성한 감귤 과수원과 철문이 있는 14세기 저택들이 미로처럼 뒤얽혀 복잡하게 자리한다.
길에는 오렌지와 레몬이 곳곳에 떨어져 있고, 과거 해적들로부터 땅과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높고 불그스름한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요즘에야 해적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말이다. 오전 산책 도중, 내가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라고는 덥수룩하게 콧수염을 기른 중국인이었다. 그는 한쪽 팔로 신선한 빵을 움켜쥐고, 다른 쪽 손으로 핸들을 조종하며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잽싸게 지나갔다. 반쯤 피운 담배가 그의 윗입술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왼쪽부터) 잘 손질한 대구. 마리안나는 반젤리스가 점심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현지 어시장의 붉은 숭어. 쌀 푸딩이라고도 불리는
리조갈로.

주방으로 돌아온 반젤리스는 우연히도 내일이 자신의 이름을 기념하는 축일이기도 하다는 이야기한다. 그리스 정교회의 전통에 따라 1년 내내 거의 매일 다른 성인의 이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념한다. ‘반젤리스Vangelis’는 ‘에반젤로스Evangelos’의 줄임말이지만, 그는 조카를 부르는 것 같다며 자신을 ‘반젤리스 삼촌Uncle Vangelis’이라고 부르길 원한다. 그는 프사리 플라키를 만들기 위해 감자를 얇게 썰어 베이킹 접시에 담은 후 양파와 토마토, 마늘, 올리브 그리고 물을 넣는다. 난로 위에 걸려 있는 말린 오레가노를 잡으려고 그가 손을 뻗은 순간, 라디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제일하우스 록Jailhouse Rock’이 흘러나오자 지그 춤을 살짝 선보인다.
나는 그가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물었다. 그는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시 멈춰 수염을 긁적이며 “살리가리아Saligaria”라고 대답한다. 달팽이를 뜻한다. “비가 그치면 아버지와 함께 밖으로 나가서 달팽이를 잡곤 했어요. 그러면 어머니가 달팽이 요리를 해주곤 했죠.” 룰라가 끼어든다. “이런 곳에서 자라면 달팽이와 홍합 같은 식재료를 사러 슈퍼마켓에 갈 필요가 없어요. 그냥 밖에 나가서 잡으면 되니까요.”
키오스섬의 요리는 그리스적인 면이 있긴 해도, 이 섬만의 특별한 요리와 식재료도 많다. 그중에는 튀겨서 먹기 좋은 쫄깃쫄깃한 우유 치즈인 마스텔로mastelo와 아몬드와 마스티하mastiha로 만든 얇은 페이스트리인 마수라키아masourakia, 그리고 키오스섬의 요리에 널리 사용되는 마스티하도 빠질 수 없다.
룰라와 내가 이 섬에서 마스티하 생산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는 동안, 반젤리스는 베이킹 접시를 오븐에 넣는다. 주재료인 대구와 소스를 추가하는 일은 나중이다. 지금은 오직 어머니의 난로를 활용하는 단계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그는 주철 난로에 나무 널빤지를 잔뜩 넣고 불을 붙인 다음 커다란 팬에 잘게 썬 당근과 양파를 넣는다.
갑자기 사라졌던 그가 몇 분 후 정원에서 갓 채취한 신선한 야생 사탕무 잎을 가득 담은 커다란 소쿠리를 들고 나타난다. 그 정원에서 그는 가지와 토마토, 오이를 재배하기도 한다. 룰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리안나는 사탕무와 간 토마토를 팬에 넣어 휘젓는 일을 돕는다. 순식간에 생겨난 연기로 부엌이 뒤덮여 마치 그녀를 집어삼킬 듯하다.
반젤리스는 몸을 숙여 팬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는 당황하여 고개를 젓는다. 뭔가 좀 부족하다며 그는 묘수로 커민을 약간 넣어본다. 그다음 감자가 들어 있는 큰 냄비로 재료를 옮겨 담고 그대로 계속 익히고 한참 뒤에 대구를 추가한다.


RECIPE
프사리 플라키 만들기

그리스의 국경일인 3월 25일은 대구를 먹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흔한 재료이기 때문. 심지어 산속의 마을에서도 대구 절임을 구할 수 있다.

분량: 6인분
소요 시간: 1시간 30분
재료
껍질을 벗겨 5~7조각으로 자른 킹에드워드 감자 1kg, 손질해 잘게 썬 양파 1개, 잘게 다진 마늘 1쪽, 큰 토마토 1개, 올리브유 3~4작은술, 말린 오레가노 1큰술, 레몬 ½개의 즙, 생수 200ml, 껍질 벗기고 가시를 제거해 6~8조각으로 자른 대구 1kg, 장식용 케이퍼(옵션)

소스 재료
큰 토마토 500g, 토마토퓌레 2큰술, 말린 오레가노 1작은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1큰술,  

만드는 법
1 오븐은 180℃로 예열한다. 오븐에 사용 가능한 크고 깊은 접시에 감자를 양파, 마늘, 토마토와 함께 넣고 올리브유, 오레가노, 생수, 소금과 후춧가루를 약간 넣는다. 접시를 포일로 덮고 오븐에 넣어 1시간 동안 익힌다.
2 기다리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강판에 토마토를 갈아서 나머지 소스 재료와 함께 그릇에 담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약간 뿌리고 잘 섞는다.
3 오븐에서 접시를 꺼내고 포일을 벗긴 다음 대구포와 ➁의 소스를 겹겹이 쌓고 레몬즙을 뿌린다. 오븐을 끄고 그릴을 가장 센 불로 켠다. 대구가 익을 때까지 접시를 그릴에 10~15분 동안 둔다.
4 맨 위에 케이퍼로 장식하고 손님들에게 낸다.


키오스섬 서해안에 있는 트라킬리 해변Trachili Beach에서 바라본 전망.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양파와 마늘, 당근의 풍미 가득한 냄새가 공기를 채운다. 누군가 뒷문을 열 때마다 순식간에 퍼지는 문밖의 상큼한 감귤 향이 뒤섞인다. 채소가 경쾌하게 익어가는 동안, 반젤리스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려고 식탁에 앉는다. 대화는 오늘의 메뉴에서 일반적인 가십거리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누군가의 딸은 공휴일에 아테네에서 돌아오고 누군가의 아들은 결국 돌아오지 않기로 했단다. 마리안나는 룰라의 무릎에 앉아 엄마를 껴안고 있고 기오르기스는 본관에서 아이패드를 갖고 놀고 있다.
반젤리스가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데, 주말에 먹을 생선을 충분히 사지 않아서 가게가 모두 문을 닫기 전에 사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는 ‘가자!’라는 뜻의 “파메Pamé!”라고 외치며 앞치마를 휙 벗어 던지고는 황급히 밖으로 나간다. 나는 그를 따라 나가 그의 흰색 픽업트럭 조수석에 올라탄다.
우리를 싣고 달리는 차가 오렌지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서 어시장을 향해 천천히 달린다. 키오스섬에는 식품 시장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식재료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하거나 뒤뜰에서 직접 재배한 걸 사용한다. 우리는 도로변 작은 어시장에 도착하여 친절한 생선 장수로부터 붉은 숭어 몇 마리를 사서 다시 저택으로 돌아간다. 나는 차창을 내려 감귤나무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려고 킁킁댄다.
“몇 달 후에 봄이 완연해지면 감귤 냄새가 정말 장난 아니게 짙어질 겁니다.” 반젤리스가 말한다. “여기서 57년을 살았는데도 아직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예요.” 참고로 반젤리스는 펄리스 저택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8년에 인근에 문을 연 시트러스 박물관Citrus Museum 또한 운영하고 있다. 마멀레이드 오일과 에센셜 오일도 직접 만든다.
펄리스로 돌아와서 돌이 많은 안뜰을 지나 본관의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 보니 공들여 꾸민 식당에 기오르기스와 마리안나가 저녁 식탁을 정성껏 준비해두었다. 천장에는 꼭두각시 인형이 매달려 있고, 벽에는 1990년대의 프랑스 전시 포스터가 붙어져 있으며 사파이어블루색 수납장에는 꽃무늬 찻주전자와 크리스털 그릇이 가득 채워진 공간을 상상해보라.

점심에 나온 두 가지 디저트 가운데 하나인 도넛 모양의 사과파이.

몇 분 후, 바실리스와 에이리니가 음식을 가지고 나오자 모든 사람이 일어나 그들을 돕는다. 대구 요리 두 가지와 빵이 담긴 바구니 하나, 구운 콜리플라워, 딜과 피망, 다진 정어리를 곁들인 병아리콩 샐러드, 집에서 직접 담근 피클 한 접시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쌍둥이를 위한 약간의 감자튀김이 나온다. 반젤리스가 식탁의 상석에서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는 이 섬에서 주조한 드라이한 화이트와인, 아리우시아 코라Ariousia Chora를 한 잔씩 따른다. 우리는 다 같이 “야마스Yamas!”라고 건배를 한 후에 음식을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음식을 나누기 위해 그릇을 주고받느라 식탁 위로 팔들이 분주히 오간다. 나는 메인 요리인 프사리 플라키를 두 스푼 크게 푼 후 약간의 샐러드와 빵 한 조각을 접시에 담는다. 이후 이어진 우리의 대화는 그리스어와 영어로 팬데믹처럼 사회적인 이슈에서부터 왜 반젤리스가 자신의 생선 요리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지와 같은 농담까지 다양한 범위를 오간다.
반젤리스가 “쯧” 하고 못마땅해하는 소리를 덧붙이며 “진심으로 어머니가 만들어 준 생선요리가 훨씬 더 맛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그리스의 아들 같아!” 에이리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눈을 위로 치켜뜨며 대답한다. 에이리니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 여행 가이드로서 이 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이곳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사람들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 어깨에 다정하게 얹으며 말한다. “여기 사람들은 삶을 즐길 줄 알고 변화를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키오스가 그리스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을 거주민 대부분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펄리스 저택Perleas Mansion의 점심식사.

인접한 주방에서 펄리스의 직원 가운데 한 명인 마리아는 식사의 정점을 찍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디저트로 도넛 모양의 사과파이와 함께 신선한 우유, 마스티하까지 첨가한 전통적인 라이스 푸딩인 리조갈로ryzogalo를 준비한다. 키오스섬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언제든 꼭 한번은 마스티하를 맛볼 수밖에 없을 거라고 룰라는 말한다. 자신이 한 말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듯, 그녀는 두 가지 다른 맛이 나는 마스티하 리큐어 병을 식탁 위에 ‘쿵’ 하고 내려놓는다. 한 병은 얼음 없이 바로 내놓은 진한 마스티하, 다른 한 병은 계피가 우러나와 선홍빛으로 물든 마스티하다. 내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잔뜩 부른 배 위에 손을 얹고 있는데도 룰라는 계속해서 디저트를 권한다. 사과파이와 리조갈로 둘 다 맛있어 보여서 결국 나는 디저트를 맛보며 이곳을 여행하던 중에 읽은 그리스 속담을 떠올린다. ‘배는 귀가 없어서 같이 논쟁하기 어렵다.’
잠시 후에 반젤리스는 요리를 하느라 지쳤는지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떠나 꿀 같은 낮잠을 자러 간다. 우리는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벽난로 옆으로 가 아이패드를 갖고 논다. 에이리니는 다시 정리를 하기 전에 내게 오늘 밤 계획에 관해 물었고, 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해야 하는 따분한 목록을 술술 읊는다. “진정해요. 여유를 가져요. 여긴 그리스예요. 이 섬의 리듬에 맞춰 여유를 가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안아주고는 자리를 뜬다.
바로 그때, 고양이 시모스가 유리문을 어슬렁거리며 지나가 오렌지나무 숲 입구 옆에 자리를 잡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너는 이 섬의 리듬에 잘 맞춰 살고 있구나.

More Info. 가는 방법
이스탄불에서 키오스섬 공항까지는 여러 항공사를 이용, 총 2회 이상 경유해 갈 수 있다. 에티하드항공 이용 시 아부다비를 경유해 아테네의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공항에 도착 후 국내선으로 키오스섬에 갈 수 있다. 이 경우 소요 시간은 33시간 25분.


글. 파리다 자이날로바FARIDA ZEYNALOVA
사진. 필리파 랭글리PHILIPPA LANG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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