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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인권운동의 역사와 솔 푸드, 활발한 음악 신으로 잘 알려진 할렘이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지역공동체와 문화를 향유하고자 열망하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왼쪽부터) 이스트 할렘의 전망. 아프리카에서 공수한 물건을 판매하는 말콤 샤바즈 할렘 마켓.
(왼쪽부터) 웨스트 135번가 229번지에 있는 재즈 트럼펫 연주가 디지 길레스피를 그린 벽화. 1913년 개관한 음악 공연장인 아폴로 극장.

“저는 1965년부터 학교 수업이 끝난 뒤 그리고 주말이면 이곳에서 심부름을 했어요.” 빌리 미첼Billy Mitchell이 공연장 문을 열면서 회상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가 멋진 음악인들을 만나고 있었죠.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 슈프림스The Supremes,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마빈 게이Marvin Gaye는 저를 무척 귀여워했어요. 브라운 씨가 특히 더했는데, 저에게 학교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항상 물어보곤 하셨죠.”
6월 중순 아침, 밖의 기온은 이미 30℃를 육박하지만 우리는 아폴로
극장Apollo Theater의 시원한 실내에 머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비어 있는 붉은색 좌석이 사방에서 경사를 따라 내려오고, 무대를 비추는 조명은 오늘 저녁의 공연을 준비 중이다. 아폴로 극장의 오래된 직원이자 비공식 홍보 대사인 60세 가까운 빌리가 수없이 보아온 광경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새로운 나는 층층이 올라간 객석과 빌리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음악계의 대부분 인사들을 만나본 빌리는 마치 내가 점심 메뉴를 고민하듯 아무렇지 않게 음악 이야기를 한다. 빌리는 이 지역 유명 인사, 미스터 아폴로다.
“저를 스스로 그렇게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할렘이라는 지역이 제게 그런 이름을 지어줬어요. 매우 감사한 일이죠. 이 극장은 항상 이 지역의 자부심이었어요.”
동쪽으로 5번가 그리고 서쪽으로 허드슨강Hudson River 사이, 센트럴 파크에서 155번가까지 이어지는 45개 블록의 할렘은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오는 곳은 아니다. 심지어 두 번째여도 이곳을 찾진 않는다. 하지만 굳은 결심을 하고 이 독특한 업타운 구역까지 조심스럽게 찾아온 여행자들은 왜 진작에 오지 않았을까 후회를 하게 된다. 할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도 웨스트 125번가에 있는 아폴로 극장은 들어봤을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부터 머라이어 캐리까지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펼쳤다. 전설적인 아마추어 나이트Amateur Night는 오랫동안 신인들의 등용문이었고,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와 로렌 힐Lauryn Hill이 이곳에서 발굴됐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가 사망했을 때는 거대한 인파가 극장 앞에 모여 가수의 삶을 추억하기도 했다. 2006년 제임스 브라운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되자 사람들은 솔 뮤직의 대가에게 예를 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1930년대 당시 이곳은 흑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할렘의 유일한 극장이었어요.” 할렘을 미국 흑인 문화의 중심지로 이끈 20세기 초반의 문화예술운동인 할렘 르네상스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던 빌리가 말한다.
“극장 운영진이 영리했죠. 인종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일을 찾기 위해 남부에서 할렘으로 이주한 흑인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니까요. 남부의 흑인들이 왔을 때 극장은 그들을 환영했고 공연할 장소를 제공했어요. 오늘날에도 저희는 미국 흑인들이 성장하고 실험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해요. 물론 실력이 부족하면 실패하기도 하죠. 아폴로 극장은 엔터테인먼트만을 위한 곳이 아니에요.”
요컨대 아폴로 극장은 지역사회가 중심이라는 뜻이다. 할렘도 마찬가지다. 그와 헤어지고 한 시간 후 나는 넓은 인도와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높게 솟아오른 브라운스톤 주택들이 양쪽에 늘어선 조용한 길을 걷고 있다 .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우리 만치 조용하다. 벤치, 폭포, 바비큐장이 군데군데 있는 공원은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고, 작은 커피숍들은 카페라테를 마시는 현지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외지인들이 상상하는 밀집도 높은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할렘이 어떻게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역사를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로워 맨해튼 개발이 북쪽으로 점차 올라오면서 할렘 농지대는 백인 중산층을 위한 매력적인 부동산 지역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폭락하면서 흑인 노동자 계층이 대신 주택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다운타운과 활성화된 노동 시장에서 가까운 위치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뒤이어 작가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와 미술가 애론 더글라스Aaron Douglas 같은 인사들이 이끈 할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재즈 음악이 번창하면서 백인 맨해튼 주민들은 금주법 시대에 이 지역의 여러 클럽을 찾았다. 지금도 뉴욕 최고의 재즈클럽들은 할렘에 있고, 아늑한 빌스 플레이스Bill’s Place 같은 몇몇 클럽은 고풍스러운 브라운스톤 건물에 은밀하게 자리한다.
할렘의 북쪽 끝을 향해 천천히 걸으면서 예상치 못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해밀턴 그레인지 국립기념관이다. 녹지에 둘러싸인 연한 노란색 저택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자택으로, 그는 1802년 지금의 할렘인 12만m² 규모의 자신의 농지에 집을 지었다. 뜨거운 야외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 기념관에 있는 원목 마루와 조각된 흉상, 광택 나는 은식기를 보니 마치 20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체된 공기에 답답함을 느끼는 찰나, 옆에 있던 한 여성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며 가이드에게 ‘해밀턴’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인물이 아니라 동명의 뮤지컬에 대한 질문들이다. 해밀턴의 인생을 그린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2015년 초연되면서 기념관을 찾는 방문객 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다시 밖으로 나온 나는 성 니콜라스 공원을 지나 남쪽으로 향한다. 또 다른 가이드에게 <해밀턴> 공연을 보고 온 방문객 중에 할렘을 더 구경하고 가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묻자 “그리 많지 않아요”라고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솔의 여름"
작년 오스카상 수상작인 다큐멘터리 〈1969 할렘 문화 축제 1969 Harlem Cultural Festival〉에서 영감을 받아 2023년 할렘에서 새로운 콘서트가 기획되었다.

모닝사이드 하이츠에서 내려다본 할렘의 석양.

할렘의 변화

20분 뒤 공원은 푸른 기억으로 사라지고 도심의 광경이 다가온다. 햇볕에 그을린 웨스트 125번가를 걷고 있다. 여름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노점상인들은 선글라스와 휴대폰 케이스를 팔기 위해 호객하고, 길거리 노점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긴다. 아폴로 극장의 자매 극장으로 예술 기관으로 개조하기 위해 공사 중인 빅토리아 극장Victoria Theater이 건설용 비계에 가려져 있다. 할렘에서 진행 중인 여러 문화 프로젝트 중 하나다. 2024년에는 흑인 예술가들을 기념하는 스튜디오 뮤지엄Studio Museum이 재개관할 예정이다.
이게 다는 아니다. 맬컴 엑스 대로Malcolm X Boulevard를 걸으면서 신축 아파트를 위한 광고와 고급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 매장을 지나간다. 할렘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외부 사람들이 새로 유입되고 있다. 이런 경우 흔히 그렇듯이 현지인들은 내몰리고 있다. 빌리는 지역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해왔다. 할렘은 항상 다양한 인종이 거주해 왔고, 미국 흑인이 살기 전에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이민자 그리고 유대인들이 살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발언을 자제하는 것은 아니다. 남쪽으로 몇 블록 더 걸어가자 교회 밖에 큰 글씨로 쓰인 간판이 보인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멈추자.’

(왼쪽부터) 모닝사이드 공원에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 맨해튼에서 최초로 미국 흑인이 운영한 수제 맥주 바 할렘 홉스.

할렘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다. 오랜 기간 형성된 지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를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어렵다. 지역이 점점 더 부유해지는 가운데 실질적인 문제는 할렘의 변화하는 계층인지, 아니면 변하는 인종인지 의문이 든다.
할렘에 백인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할렘의 독특한 정체성을 고수한 채로 문화를 알리면서 소득을 높이는 흑인 운영 사업체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세련되고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이 사업체들은 지역을 트렌디하게 재구성한다. 에티오피아와 스웨덴 출신의 유명 셰프인 마커스 사무엘 손Marcus Samuelsson은 2010년에 레드 루스터Red Rooster 레스토랑을 열면서 지형을 바꿨다. 그는 이전에도 지금도 할렘 주민은 아니지만, 이 지역과 문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마커스는 길 아래에 있는 실비아스Sylvia’s처럼 조금 더 레트로한 동네 식당에서 먹어볼 수 있는 대표 메뉴를 참고해서 옥수수빵, 프라이드치킨 과 와플, 새우, 그리츠 같은 솔푸드를 만든다. 나는 레드 루스터 안에 있는 부스식 테이블에 자리 잡고 포보이 후무스를 올린 데블드 에그와 동부 콩을 곁들인 팬에 바싹하게 구운 메기 요리, 그리고 오늘 식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끈적한 꿀을 뿌린 육즙 풍부한 프라이드치킨을 남김없이 먹어 치운다.
이 지역의 여러 소규모 사업체들은 할렘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오후에는 맨해튼에서 미국 흑인이 소유한 최초의 수제 맥주 바인 할렘 홉스에서 파인트 한 잔을 마셨다. 슈거 힐 크리머리Sugar Hill Creamery에서는 할렘 토박이인 페트루슈카 바진 라슨 Petrushka Bazin Larsen과 닉 라슨Nick Larsen이 만든 달콤한 꿀과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맛본다.

(왼쪽부터) 레드 루스터의 메기 요리. 아이 라이크 잇 블랙의 사장인 알리야 베이로르.

하지만 이 중 최고의 발견은 아폴로 극장 직원인 마야Maya에게서 얻은 정보 덕분에 찾게 됐다. 바로 극장에서 서쪽으로 몇 분 걸어가면 있는 아이 라이크 잇 블랙I Like It Black이라는 수제 커피전문점이다. 더운 날 밖에 서서 브라질 다크 로스트 커피에 치커리, 설탕, 우유를 섞어 얼음 가득한 잔에 부은 환상적으로 차가운 서던 브루Southern Brew를 마시고 있으니 알리야 베이로Aliyyah Baylor가 밴에 박스를 싣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옆에 있는 베이커리도 제가 운영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살펴보니 박스 안에 갓 구운 케이크가 가득 들어 있다. “저기 보이는 제 딸이 계산대를 맡고 있죠.” 베이커리 창밖에서 큼지막한 레드벨벳 케이크와 바닐라버터크림 케이크 조각이 올려진 진열대가 보인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저는 할렘에서 25년째 남부식 케이크를 만들어오고 있어요. 카페는 최근에 열었고요.” 알리아가 윙크로 인사하면서 운전석에 앉는다. 내일은 준틴스Juneteenth 연휴 첫날이어서 그녀는 배달을 하느라 바쁘다.
미국 흑인 노예 해방일을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인 준틴스는 할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념일이다. 늦은 오후 마지막 산책을 즐기고 있으려니 벌써부터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하교한 아이들은 나무가 우거진 공원을 가로지르면서 서로에게 물병의 물을 뿌려대며 깔깔거린다. 브라운스톤 계단에 올려놓은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한다. 내일의 퍼레이드를 준비하기 위해 텐트가 설치되고 뷔페용 알루미늄 그릇이 접이식 테이블에 줄지어 올려진다. 재즈 가수 빌리 미첼Billy Mitchell이 직접 사회를 본다고 한다.
이 따뜻한 분위기의 거리와 뉴욕 시내를 상징하는 익명성과 초고층 건물을 비교하면서 내가 아직 맨해튼에 있는 게 맞는지 다시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지도에 표기된 것과 상관없이 할렘은 맨해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할렘은 할렘이다!

"지하로"
금주법 시대 할렘에는 수십 개의 불법 나이트클럽이 있었다. 비밀스러운 스피크이지 바는 수백 개에 달했다고 한다. 심스 캠벨E. Sims Campbell이 1932년에 펜으로 그린 클럽 지도가 할렘 국립재즈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민턴스 플레이하우스의 재즈 공연.

INSIDER TIPS

할렘에는 다양한 시장이 선다. 의류, 악기,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여러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매일 여는 맬컴 샤바즈 할렘 마켓Malcolm Shabazz Harlem Market에 가보자. 매주 토요일에는 모닝사이드 공원에서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4~11월 매월 두 번째 목요일에는 업타운 나이트 마켓으로 가자. 50개가 넘는 노점상이 영업하는 웨스트 할렘의 트렌디한 음식 행사다.
uptownnightmarket.com
할렘 주민들처럼 재즈를 듣고 싶다면? 민턴스 플레이하우스Minton’s Playhouse와 빌스 플레이스Bill’s Place처럼 잘 알려진 곳 외에도 지역 곳곳에서 팝업식으로 공연을 하는 재즈모빌에서 훌륭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jazzmobile.org
레드 루스터Red Rooster, 실비아스Sylvia’s, 찰스 팬프라이드 치킨Charles Pan-Fried Chicken 같은 레스토랑이 가장 유명하지만, 할렘 주민들은 성니콜라스가에서 1974년부터 한 가족이 운영해 온 페이머스 피시 마켓의 단골이기도 하다. 음식은 간판에 적힌 그대로다. 생선 튀김 샌드위치와 바삭한 새우 그리고 감자튀김이 주메뉴다.
famousfishmarketnyc.com


할렘 홉스의 맥주 바.

할렘의 14시간

 

8AM 든든한 한 끼
145번가 지하철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구경에 나서기 전 속부터 든든하게 채우자. 훌륭한 아이 라이크 잇 블랙 카페는 나중을 위해 아껴도 좋고(아폴로 극장 주변 남쪽 구역을 구경할 때), 훌륭한 커피와 다양한 페이스트리, 아침용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편안한 슈거 힐에서 카페라테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하자. 저녁에는 이곳에서 코미디 공연이 열린다. 하지만 앞으로 먹을 음식을 위해 너무 배불리 먹지는 말자.
sugarhillcafe.com

9AM 준비, 출발!
브라운스톤 주택과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그리고 넓은 인도가 펼쳐진 할렘의 조용한 거리를 걸으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의 자택인 해밀턴 그레인지 국립기념관은 꼭 들러야 할 명소이고, 래퍼 투팍과 가수 밥 딜런이 한때 이곳 주택에 살았던 아름다운 거리 스트라이버스로Strivers’ Row도 걸어보자. 웨스트 할렘 인근에 사진 찍기 좋은 컬럼비아대학교가 있지만 모닝사이드 공원과 마커스가비 공원, 성 니콜라스 공원도 쉬어 가기 좋다. 유서 깊은 아폴로 극장에 가보는 것도 잊지 않도록.

1PM 솔 충만한 점심
레드 루스터는 이 지역의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이지만, 몇 가게 건너 자리한 실비아스는 1962년부터 솔 푸드를 만들어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 식당의 소스를 듬뿍 바른 립과 맥앤치즈 그리고 감자샐러드를 먹으러 오기도 했다. 레스토랑 벽은 빛바랜 사진으로 가득하지만 날씨가 따뜻할 날엔 옥수수빵을 먹으며 사람 지나가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제격이다.
sylviasrestaurant.com

3PM 재즈 입문
재즈는 뉴올리언스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지만, 분명 할렘에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시실이 한 개뿐인 작은 공간이지만 할렘 국립재즈박물관은 할렘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재즈의 역사를 심도 있게 설명한다. 전시품 중에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피아노와 레코드 음악이 흘러나오는 구식 축음기가 있다. 방문객들은 박물관 직원들로부터 라이브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시 최고의 공연장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
jmih.org

4PM 문화적 발견
북쪽을 향해 다시 걷다가 맬컴 엑스 대로와 웨스트 135번가 모퉁이에 있는 숌버그 흑인문화연구센터Schomburg Center for Research in Black Culture로 들어가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문화원, 도서관 겸 갤러리인 이곳에 미국과 전 세계 흑인들의 삶을 기록하는 다양한 전시품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특별전이 흥미롭다. 최근에 흑인 코믹북 작가들을 심도 있게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다.
nypl.org

6PM 칵테일 아워와 저녁
할렘의 떠오르는 레스토랑들을 공략할 시간이다. 여럿이 나눠 먹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아시아-미국식 레스토랑 빅시가 팬데믹 동안 이 지역에 문을 열었다. 셰프 세레나 바스는Serena Bass는 고수 아이올리소스와 오이 피클을 넣은 갈빗살 샌드위치부터 레몬그라스와 폰즈소스로 만든 닭 날개 요리까지 대륙을 넘나드는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식사를 하기 전 칵테일을 몇 잔 마시거나 인근의 인기 있는 바에 먼저 들러도 좋다. 웨스트 112번가부터 웨스트 120번가 사이 구간의 프레드릭더글라스 대로Frederick Douglass Boulevard에는 비건 레스토랑과 비어 가든 등 다채로운 음식점이 꽤 있다.
bixiharlem.com

8PM 정통 할렘 재즈에 취하다
뉴욕에서 재즈를 듣고 싶으면 할렘으로 향하자. 정확히 말하면,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빌스 플레이스로 가면 된다. 이곳에서 격식이나 가식은 기대하지 말자. 그저 역사적인 할렘 브라운스톤에서 저명한 색소폰 연주자 빌 색스턴과 그의 밴드가 들려주는 환상적인 음악만 있을 뿐이다. 저녁 9시 공연 티켓을 온라인으로 30달러에 구매한 뒤 자신이 마실 술을 챙겨 가면 된다. 지정 좌석이 아니니 아늑한 구석에 있는 앞좌석에 자리를 잡자.
billsplaceharlem.com

10PM 맥주 거품 가득한 마지막 한 잔
맨해튼 최초의 미국 흑인 운영 수제 맥주 바인 할렘 홉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자. 현지식 라거와 스타우트, IPA를 소규모로 만든다. 좁은 바에 자리를 잡고 칠판에 적힌 10여 종의 드래프트 맥주 중에서 구미가 당기는 맥주를 주문하면 된다. 아니면 할램 브루잉 컴퍼니에서 만든 125번가 IPA부터 이블트윈 브루잉의 ‘호밀 베이글 필스너’ 캔이나 보틀 메뉴 중에서 골라도 좋다. 선택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친절한 바텐더들이 탭에서 맛보기용으로 조금씩 따라 주기도 한다.
harlemhops.com

인기 있는 재즈 공연장인 민턴스 플레이하우스의 바.

TRAVEL WISE

가는 법 & 현지 교통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델타항공이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1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할렘은 도보로 다니기 편리한 지역이다. 신용카드로 승차권을 구입하면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의 다른 지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운타운에서 출발한다면 125번가와 145번가 정류장까지 특급열차로 이동할 수 있다.

방문 최적기
뉴욕은 비수기가 없지만 늦봄부터 초가을까지가 할렘을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공원은 녹음이 우거지고 테라스에서 즐기는 식사와  6월 19일의 준틴스를 중심으로 열리는 축제들로 흥겨워지는 때다. 7월과 8월은 평균기온이 26°C로 매우 덥기 때문에 여행하다 조금 힘들어질 수 있고, 한겨울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글. 알리샤 밀러ALICIA MILLER
사진. 마리아 미도스MARIA MIDÕ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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