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WELLNESS COLLECTION 3: THE POWER OF WATER
여행지에서 발견한 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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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웰니스 액티비티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스코틀랜드 호수에서의 수영, 동유럽 사우나 체험, 아이슬란드 온천욕 등 이 모든 경험이 물의 힘을 이용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세 번째로 깊은 호수인 로키 호수.

물 요법hydrotherapy은 얼음부터 증기에 이르기까지 물의 다양한 형태를 이용한 치료를 총칭한다. 그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물을 이용한 치료가 여러 방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물에 몸을 담그면 중력의 힘을 감소시켜 아픈 팔다리를 360도로 지탱할 수 있고 이는 혈액순환을 향상시킨다. 무릎 관절염 환자가 8주 동안 수중 운동을 한 후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며, 무중력 플로팅 탱크도 염증을 감소시키고 근육 사용을 개선시키는 등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물 요법의 이점은 신체적 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따뜻한 물 위에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가 하면,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것으로부터 몸속의 베타-엔도르핀,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수치가 급상승하면서 ‘자연적 각성’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전 세계에 있는 스파 시설들은 물과 관련된 다양한 요법을 도입하면서 수증기방과 자쿠지 목욕, 여기에 얼음 목욕과 소규모 냉탕을 갖추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아이슬란드로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견한 세 가지 체험 모두 정신과 몸을 이롭게 하기 위해 물을 이용한다.

 


SCOTLAND
탁하고 깊은 호수와 차가운 물


아침 7시, 로키 호수Loch Lochy는 탁하고 고요하며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폭신한 가운을 챙겨 차가운 자갈을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호수 가장자리로 걸어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짜릿한 흥분감이 고조되지만 이빨은 딱딱 부딪치며 호숫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전에 물이 얼마나 차가울지 두렵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오로지 새의 지저귐과 물결이 밀려와 부드럽게 찰싹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평화로운 이 장소는 공포 영화의 촬영지가 되기에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수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그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용기를 끌어모은 다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뛰어든다.
하일랜드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 호수의 깊이는 무려 70m로, 스코틀랜드에서 세 번째로 깊은 호수로 알려져 있다. 물 온도는 겨우 4℃에 불과한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일반 수영장의 평균 물 온도는 25~28℃ 정도이며 15℃보다 낮은 수온은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온도에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안 된다. 나는 좀 더 멀리 걸어 나가고자 했지만 두 걸음을 채 떼지 않았을 때 갑자기 바닥이 푹 꺼지면서 깜깜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다. 언덕에서 쓸려 내려온 검은색 토탄으로 호수 물이 불투명해 보여서 분위기는 더욱 으스스하다. 하지만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그 어떤 생각도 오래가지 못한다. 몇 초 만에 얼음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듯하다가 이내 피부가 타는 듯한 감각이 전해진다. 머리를 물속에 담그자 폐가 마비되고 뇌가 얼어붙는다. 나는 마라톤을 막 마친 사람처럼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나온다.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추위에 팔다리가 뻣뻣
해서 가운이 있는 곳까지 거대한 빙하의 속도처럼 느리게 걷게 된다.
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고 나니 엄청난 각성 상태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직 모닝커피를 마시기 전이지만 평소처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 느낌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팔다리가 부드러우면서 탄력 있어보이고 머릿속은 놀랍도록 맑다. 나는 이날 오후 벤네비스Ben Nevis 산 정상까지 수월하게 올라갔다.
로키 호수 옆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에 둘러싸인 더 위스퍼링 파인 로지The Whispering Pine Lodge 호텔로 돌아온 나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이고 부드럽게 울리는 만족감이 몸속에 남아 있다. 호텔에는 작지만 잘 갖춘 스파가 있어서 스스로에게 보상하는 의미로 마사지와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간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안락한 오두막 안에서 아침에 어기적거리며 밟았던 호텔 전용 자갈 해변을 바라본다. 끝이 안 보이는 수평선으로 뻗어 있는 물은 말로 형형할 수 없는 내적 평화를 가져온다. 이후 3일간 나는 매일 아침 7시에 호수의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저녁식사 전에 다시 물에 들어갔다. 바쁜 일상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치유법인 물에서 웰니스를 찾았다.

(왼쪽부터) 더 위스퍼링 파인 로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체험 가격
2인을 위한 2박 스파 패키지가 마사지와 중식, 조식 포함해서 68만5000원부터. blacksheephotels.com

 


ICELAND
온천과 평온한 자연경관


크밤스비크 온천을 에워싼 산 전망.

어두운 웅덩이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연하게 나는 것이 주변의 음울하고 까만 화산지형과 꼭 어울린다. 뿌연 물속에 발가락을 담그자 몸의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다. 조금 더 깊이 물속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지하수가 나를 감싸 안는다. 방금 대서양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온 터라 온몸의 피부가 수천 개의 바늘에 찔리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바닷물에 이어 따뜻한 온천수로 걱정거리를 모두 씻어내어 지금은 활력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크밤스비크Hvammsvík에 와 있다. 2023년에 개장한 이곳은 아이슬란드 전반에 있는 지열수를 활용한 여러 훌륭한 온천 중에서 가장 새로운 곳 중 하나이다. 크밤스비크의 특징이라면 주변의 지형과 하나가 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연으로 돌아와 땅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온천 소유주 스쿨리 모겐센Skúli Mogensen이 오전에 함께 온천 주변을 산책하면서 말했다.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 차로 45분 거리의 크발피외르디르Hvalfjörður(‘고래 피오르’) 바로 옆에 있는 이 온천은 판타지를 연상시킨다. 신화 속의 생물이 검은 수면 위로 올라오거나 작은 만을 둘러싼 설봉산을 가로지른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많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세대를 거쳐 전해진 이런 신화를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스쿨리가 조금의 농담조도 없이 요정과 엘프를 불편하게 했던 성공하지 못한 건설 프로젝트와 개발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땅을 많이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정과 엘프가 이곳에서 행복한 거예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 거죠.”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해 보인다.
스쿨리가 이곳에 지은 온천 시설은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군대 막사 자리에 지은 본건물이나 장기 숙박을 위한 검소한 손님용 캐빈 네 채를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이곳에 도착한 손님들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서 온천 주변의 고요함을 깨뜨리지 않는다.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를 제외하고 공기 중에 들리는 것은 물가의 물소리뿐이다.
여덟 개의 온천도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지열로 데워지고 대서양의 밀물과 썰물에 의해 식은 온천수는 6℃ 정도의 오션 플런지 풀Ocean Plunge Pool부터 40℃ 내외의 따뜻한 올드 핫 스프링Old Hot Spring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스쿨리의 말에 따르면 딱히 정해진 온천 요법은 없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을 오가는 방법으로 온천을 즐긴다는 것뿐이다. 먼저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몸을 긴장시켜서 엔도르핀 수치를 최고로 끌어올린 다음 따뜻하고 유황이 풍부한 온천에 몸을 녹인다. 스쿨리는 건선과 여드름, 습진 같은 피부질환부터 근육통 완화까지 온천 요법의 놀라운 효능을 직접 경험했다고 말한다. 온천욕이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물어보자 그의 눈이 반짝이고 목소리는 사색하듯이 부드러워진다. “삶의 일부예요. 수다를 떨기 위해,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기 위해, 심지어 데이트를 하기 위해 온천에 가니까요. 가족이나 친구와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도 갑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물 너머에 있는 스산한 분위기의 산을 바라보던 스쿨리가 이어서 말한다. “한 민족으로서 땅이 우리에게 선물한 따뜻한 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생존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날 오후,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 체험을마무리하면서 크밤스비크에 있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스토르무르Stormur에서 매콤한 해산물 국수 요리 한 그릇을 푸짐하게 먹었다. 레이캬비크에 있는 미쉐린 별을 받은 딜 레스토랑Dill Restaurant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셰프 힌리크 카를 레들레르츠손Hinrik Carl Ellertsson은 현지 식재료로 만든 수프와 오픈샌드위치, 샐러드로 구성된 균형 잡힌 메뉴를 선보이며 온천욕 후 에너지를 회복한 손님들을 배려한다.
“저는 지난 50년을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앞으로의 50년은 자연과 내 나라의 땅과 일부가 되어 천천히 살려고해요.” 스쿨리가 아까 해준 말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만을 바라보면서 평온함이 나를 감싸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이 이곳을 떠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왼쪽부터) 크밤스비크에 있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스토르무르.
온천 캐빈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투숙객.

체험 가격
크밤스비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주중에 1인당 약 6만8000원, 주말에는 8만7000원 정도다.
hvammsvík.com
숙소는 인근 레이캬비크에 있는 그란디 바이 센터 호텔이 1박에 조식 포함해 약 33만원부터다.
centerhotels.com

 


FRANCE
수증기 가득한 웰니스 체험


파리 15구 심장부에 위치한 좁은 골목 안. 언뜻 맞춤형 피부와 전신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뷰티 살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프랑스 최초의 바냐banya다. 북유럽의 사우나와 중동의 하맘을 결합한 이 동유럽 전통 사우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혈통의 두 여성이 파리에 만든 곳이다. 몸과 정신을 정화시키는 고향의 사우나를 즐기지 못한 벨라 라베크Bella Labèque와 엘레나 디미트렌코Eléna Dimitrenko는 2022년 쿠팔라 바냐 스파Kupala Banya Spa를 열었다. 이곳은 여느 스파와는 다른 곳이다.
바냐의 신비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던 나는 창업자 중 한 명의 안내를 받아 좁은 원목 계단을 내려간다. 거친 원목으로 만든 탈의실에서 가벼운 코튼 가운으로 갈아입고 고무 슬리퍼를 신고 나오니 수건을 두른 덩치 좋은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네 명의 ‘스팀 마스터’ 중 한 명이다. 그가 러시아어로 물으면 내가 폴란드어로 답하는 식으로 대화해 극히 제한적으로 소통하지만, 지혜와 평온함이 깃든 그의 얼굴에서 지식과 열정이 느껴진다.
내부는 따뜻하고 고요하며 작게 타는 화로의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환경을 만든다. 하지만 파릴카parilka라는 작은 목재 방 안으로 들어가자 온도가 바로 높아졌고, 스팀 마스터의 능숙한 안내에 따라 등을 대고 누워 있던 상태에서 순식간에 뒤집혔다. 온도가 50~75℃ 사이에 맞춰지고 습도가 60%인 방에 있으니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가수면 상태로 빠져든다. 소나무, 유칼립투스, 자몽 향을 맡으며 깊게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내면의 평온이 깊어지는 걸 느낀다. 들이쉬고, 내쉬고.
점점 커지던 희열은 채찍질이 시작되면서 멈춘다. 가지 쓸기branch sweeping라고 불리는 채찍질은 전체 스파 체험 중에서 가장 놀라우면서도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자극이 되는 부분이다. 스팀 마스터는 오크와 자작나무 가지를 한움큼 쥐고 리드미컬하게 내 몸 전체를 쓸다가 힘 있게 등과 다리를 내리친다.
스팀 마스터는 감정의 여정에 흠뻑 빠져 있는 나를 부드러운 폭포 샤워로 안내했다가, 매우 차가운 물이 담긴 커다란 나무통으로 데리고 가서는 물속에 몸 전체를 담그도록 이끈다. 모든 감각이 살아난다. 스파 순서를 잘 지켜서 몇 번 반복하면 혈액순환이 활성화되고 면역력이 강화되면서 피부의 모공을 열 수 있다고 한다.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를 오가며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겼던 나는 마침내 건초 침대와 해먹 침대가 있는 수증기로 가득 찬 휴식 공간으로 안내된다.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있으니 깊은 무중력 상태에서 몸과 정신이 날아오르는 듯하다. 몇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스팀 마스터가 달콤한 무아지경에 빠진 나를 조심스럽게 깨운다. 그는 자신의 솜씨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꿀, 소금, 허브, 과일로 만든 각질 제거제로 피부를 미는 단계가 남아 있다. 시원한 대리석 석판 위에 누워 있으니 몸이 다시 태어나고 활력으로 넘치는 기분이 든다.
3시간 동안의 스파를 통해서 나는 더 가벼워지고 빛이 나고 무엇보다도 디톡스가 되어 있다. 웰니스 체험 그 이상의 경험이라는 사실이 분명한 바냐는 몸과 정신을 이어주는 고대 전통이다.

쿠팔라 바냐 스파의 사우나와 목욕탕

체험 가격
쿠팔라 바냐 스파의 2시간짜리 프로그램은 1인당 약 39만4000원으로, 모든 수중 체험과 숙련된 스팀 마스터의 관리가 포함된다.
kupala.fr

글. 클로이 로스CHLOE LAWS, 칼리나 발레이코KARLINA VALEIKO, 카시아 디에츠KASIA DIETZ
사진. 알라미, 더 블랙 시프 호텔, 컴스빅, 스파 쿠팔라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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