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WINTER WONDERLAND
인문학적 겨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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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우리를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게 반드시 숨 막히는 풍광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화일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그림을 보다가 영감을 받아 떠난다, 겨울 속으로.

설국열차, 봉준호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칠러탈

영화 <설국열차>에서 지구는 기상이변으로 얼어붙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궤도를 끝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만 생활한다. 17년째 어느 누구도 기차를 벗어나지 않았다. 정해진 계급에도 순종한다. 그런데 반란이 일어난다. 최하위 계급이 사는 꼬리칸 사람들이 기차 엔진을 장악하기 위해 맨 앞칸까지 진격한다. 한바탕 전쟁이 일어난 기차 안과 다르게 밖은 여전히 온통 하얗다.

결국 기차가 멈춘다. 이곳이 바로 오스트리아다. 티롤주의 칠러탈Zillertal 마을에 있는 힌터툭스 글레처Hintertux Gletscher에서 촬영했다. 알프스의 서쪽인 힌터툭스 글레처는 세계 각국의 스키, 스노보드 팀의 하계 훈련지로도 유명하다. 스키나 스노보드뿐 아니라 썰매, 스케이트, 하이킹 등을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

해발 3250m에 있는 파노마라 테라스에서 알프스를 감상하다 보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세상의 마지막을 향해 아무 희망 없이 달릴 것만 같던 기차 안에서 두 아이가 태어나고 이들은 처음으로 기차에서 내려 비로소 대지에 발을 내딛고 어딘가를 바라본다. 아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그곳에는 흰 눈으로 덮인 산이 있고, 카메라가 산 정상에 있는 북극곰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글. 최윤정ASHLEY Y.CHOI, 김민주MIN-JOO KIM
사진. 칠러탈관광청, 오충근CHOONG-KEUN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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