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사이공 함락은 이제 먼 기억이 되었고, 소규모 양조장과 멋진 카페, 미쉐린이 극찬하는 레스토랑들이 이 도시의 다채로운 음식 풍경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나는 지금 베스파 뒷좌석에 올라타 한 갱스터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물론 아직은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말이다. 밤은 내려앉았고 빗줄기가 아스팔트길 위로 세차게 내리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뼛속까지 흠뻑 젖은 채로 호찌민의 작은 골목에 있는 옥 로안Oc Loan이라는 레스토랑에 도착해 바깥에 베스파를 주차한다. 마치 노점처럼 보이는 물통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안에는 내 주먹보다 더 큰 달팽이와 통통한 조개, 반짝이는 민물새우가 담겨 있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찢어진 데님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남자로, 두꺼운 금목걸이와 너클 반지, 여기에 아주 큼직한 팔찌의 무게에 눌려 힘겨워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내가 예상했던 레스토랑 주인의 모습은 아니다.
2023년에 발간된 미쉐린 최초의 호찌민 레스토랑 가이드북에서 영감을 받았던 나는 스쿠터 투어를 통해 이 도시의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 문화를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 주인이 한때 갱스터였어요.” 내 가이드이자 운전자인 옌 나비Yen Navi가 블링블링한 차림새의 호스트를 가리키며 우리를 플라스틱 의자 쪽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처음에는 그의 아내가 레스토랑을 운영했죠. 그런데 그의 금목걸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 옥 로안이 갈수록 더 인기를 얻게 됐어요.”
나는 베트남 제2의 도시에서 외식을 하는 것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걸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주인장의 인상적인 외모와는 별개로, 옥 로안은 현지의 달팽이 애호가들과 해산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정말 인기 있는 식당이다. 이곳은 식당 안팎 할 것 없이 손님들로 붐빈다. 빈 조개껍데기와 홍합껍데기가 마치 스페인 타파스 바의 꼬챙이처럼 오래되고 지저분한 바닥 위에 무심하게 버려져 있다. 그리고 나오는 요리는 인근 메콩 삼각주Mekong Delta에서 채취한 식재료로 만든 투박하고 정겨운 음식들이다. 나는 거대한 달팽이를 시도해볼 용기는 나지 않지만 레몬그라스 향이 물씬 나는 군침 도는 조개 수프와 숯불 위에 지글지글 구운 새우 요리, 땅콩과 봄 양파를 곁들인 부드럽고 훈제 향이 나는 가리비 한 접시를 만족스럽게 열심히 먹는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여전히 사이공Saigon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호찌민은 지난해 12월에 일본의 영향을 받은 획기적인 지하철 노선을 개통했지만, 여전히 이 도시를 제대로 느끼는 가장 클래식한 방법은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 스쿠터의 두 바퀴에 의지하여 우리는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이 도시의 미로 같은 시장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가 재스민 아이스티와 다진 돼지고기와 태국 바질, 특유의 생선 비린내가 진한 피시리프 허브fish leaf herb로 속을 채운 반쎄오 쌀가루 팬케이크를 먹기 위해 잠시 멈춘다. 우리는 노출된 전구 아래 식탁 주위로 옹기종기 모인 현지인들과 바짝 붙어 앉아 식사를 한다.
배가 터질 정도로 풍성했던 어제 나의 저녁식사에서 눈에 띄게 빠졌던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베트남 샌드위치인 반미banh mi다. 다음 날 아침 이 도시의 아침 식문화를 둘러보던 중 현지 가이드인 제리 탄 응이아Jerry Thanh Nghia가 미국식 억양이 섞인 느린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그건 반미가 주로 아침식사로 먹기 때문이에요.”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우리는 2019년에 넷플릭스의 〈스트리트 푸드: 아시아〉 시리즈에 소개된 샌드위치 가게인 베이호Bay Ho를 찾아 1군District 1 모퉁이의 좁은 골목에 다다른다.
“사이공에는 150m마다 앉아서 식사나 음료, 또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말 그대로 미니 푸드카트들의 도시죠.” 오토바이들이 끊임없이 가게로 들어와 주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야구 모자를 손에 든 제리는 말한다. 루이비통 티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이곳 주인 호 꾸옥 중Ho Quoc Dung이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절(1857~1954년)부터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뭉툭한 바게트를 집으려고 커다란 왕골 바구니 안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고는 그가 돼지 간 파테와 고수, 절인 무, 캐슈 씨로 문질러 붉게 물들인 다진 돼지고기로 바게트 속을 가득 채우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우리 차례가 되자, 그는 내가 맛볼 수 있도록 거친 질감의 파테를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 준다. “이 파테의 비법 레시피는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그것은 입에서 살살 녹고 마늘 향이 나며 놀라울 정도로 간이 잘 되어 있어서 샌드위치 안의 다른 재료들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30대 후반의 둥은 자신이 3대째 요리사로,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가장 신선한 고수와 칠리를 찾아 시장을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호찌민의 시장들이 이 도시의 음식 문화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아침나절이 이곳 시장들을 경험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기에 제리와 나는 곧장 그곳으로 향한다. 우리가 3군을 지나 부온쭈오이Vuon Chuoi 재래시장 쪽으로 걸어가자 흙으로 된 화덕 위에서 고기를 굽는 연기 냄새가 따라온다. 누군가는 속이 깊은 웍에서 춘권이 튀겨지는 동안 젓가락으로 그것들을 뒤집는가 하면, 누군가는 문을 열어둔 채 소파에 앉아 잠시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날 아침 늦게, 우리는 1730년대에 조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기 위해 5군District 5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18세기에 지어졌다고 추정되는 티엔하우 사원Thien Hau temple으로 들어가 높이 매달려 있는 벌집 모양의 향로들을 지나며 기도를 드린 다음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풍흥 시장Phung Hung market에 잠시 들러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자욱한 증기에 휩싸인 노점 주인인 쯩 꾸옥 훙Chung Quoc Hung은 베트남의 전통에 따라 우리의 작은 유리잔 바닥에 연유를 조금 붓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가 토기에서 꺼낸 얇게 짠 면 필터에서 직접 추출한 커피를 붓는다. 이 기술을 ‘라켓 커피racket coffee’라고 하며, 쯩 대표의 가족은 70년 넘게 카페 바루Café Ba Lù에서 이 부드럽고 깊은 맛의 커피를 완성해왔다. 나는 그의 간이 카트 옆에 있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균형을 잡고 앉아 커피를 홀짝홀짝 마신다. 연유 덕분에 맛이 진하고 치아가 찌릿할 정도로 엄청 달다.
베트남은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커피 생산국인데, 이 커피는 프랑스인들이 처음 심고 재배했다. “그들은 1900년대 초에 이곳에 젖소를 들여와 낙농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열대 지방의 더위 속에서 젖소가 잘되지 않았어요.” 제리는 왜 연유가 프랑스의 커피 마시는 유행을 따라 하긴 했지만 신선한 우유를 살 여유가 없었던 노동자 계층의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설명하며 말한다.
“요즘 베트남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어요. 버터를 넣기도 하고, 초콜릿 가루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생선소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말한 사람은 그날 오후 내가 합류한 커피 만들기 워크숍에서 만난 젊은 바리스타인 응우옌 쩐 아잉Nguyen Tran Anh이다. 우리는 호찌민의 옛 프랑스 지구에 있는 전통 상점을 개조해 만든 라카프Lacàph라는 커피숍의 다락 공간에 있다. 아래층에는 유행에 민감한 베트남 젊은이들이 도쿄의 세련된 사람들처럼 무채색의 맞춤 리넨 옷을 입고는 벽돌로 마감된 공간에서 콜드브루 커피를 즐기고 있다.
호찌민의 맛
보코간
대나무 지게에 물건을 싣고 다니는 베트남의 ‘간ganh’ 노점상들의 이름을 딴 10군District 10에 있는 이 길가 식당은 계피와 레몬그라스를 곁들인 보코 소고기 스튜를 전문으로 판매한다. 이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부부는 1975년부터 한결같은 맛의 향긋한 레시피를 고수해 왔으며, 현재는 미쉐린 빕 구르망을 받은 식당이다.
bokhoganh.com
뉴란
이 거대 반미 샌드위치 가게는 1968년에 설립되었으며, 여전히 전통적인 50cm 길이의 바게트를 만들어 사용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판매자 카트들이 오븐 주위로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 안뜰에 있는 테이블에는 소박한 공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 반미 속 재료에 변화를 준 실험적인 메뉴들도 맛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돼지고기 미트볼이나 생선살 반미 등이 그렇다.
nhulan.vn
파스퇴르 스트리트 수제 맥주
콜로라도 출신의 양조업자가 운영하는 이 호찌민의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국제적인 수제 맥주 제조 기법과 현지 재료들을 접목해 만든 맥주를 판매한다. 재스민 IPA가 시그너처 맥주이고, 그 외에도 포멜로 IPA나 파인애플 사워도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2015년에 문을 연 원조 탭룸은 1군의 파스퇴르 스트리트에 있다.
pasteurstreet.com
넨 라이트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호찌민에서 가장 독창적인 식당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경계를 허무는 테이스팅 메뉴는 현지 식재료들을 참신한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따뜻한 사케에 담긴 ‘사악한 달걀’이나 ‘새우 껍질을 갈아 만든 면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요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모든 메뉴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restaurantnen.com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5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