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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여행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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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비움의 시간을 통해 채움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온전하게 고요한 공간 속에서 평화로운 시작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STAY

맘 편히 내려놓기

마음이 복잡할 땐 먼 길 떠날 것 없이 봉은사로 향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봉은사는 코엑스와 각종 호텔을 주변에 둔 대표적인 도심 사찰이다. 사찰에 들어서는 첫 번째 문인 진여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선다. 이는 곧 부처님의 세상에 들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찰은 강남 한복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하고 조용하다. 봉은사는 템플스테이 체험관까지 31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25만여 명의 신도는 이곳에서 수행과 신행을 함께한다. 유서 깊은 이 사찰에서는 수행자의 삶을 짧게 경험할 수도 있다. 템플스테이는 당일, 1박2일 두 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는 예불을 마친 뒤 불교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사찰 순례를 진행한다. 그다음에는 정신을 성숙시키는 다도와 사찰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참선과 울력, 108배가 이어진다. 낯설고 고요한 수양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법을 습득해보는 것도 좋겠다. 잊고 있던 나를 금세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봉은사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531

 

WALK

느리게 걷기

서울시에서는 한옥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고자 곳곳에 한옥마을을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이곳 은평한옥마을은 서울에서 세 번째로 지정된 한옥마을이다. 서촌과 북촌의 한옥마을이 남산을 배경 삼아 유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면, 은평한옥마을은 북한산을 뒤로 넉넉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2017년 완공된 ‘21세기 서울형 한옥 주거단지’다. 한옥이 가진 형태와 정체성을 살리고 보안이나 단열 등 전통 한옥이 가진 취약한 부분은 보완해 완성했다. 한옥에 궁금증이 생겼다면 근처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 들러봐도 좋다. 한옥 짓기 체험을 마치고 깊은 역사와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마음속에 자부심이 솟구친다. 박물관 뒤쪽에 위치한 동산에도 올라보자. 넓게 펼쳐진 북한산의 시원한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북한산 용출봉의 모습도 보인다. 그 아래로 고운 빛깔의 기와지붕이 잔잔하게 이어져 있다. 우리 전통 한옥은 재료와 형태가 주는 안정감 덕분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옥 사이사이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걷노라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이 마을에 머물며 더 깊이 스며들어도 좋고, 내친 김에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어 가도 좋겠다.

은평한옥마을 서울 은평구 진관동 127-27

 

EAT

온전하게 음미하기

‘한식의 중심’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가온은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차지한 명성 있는 식당이다. 광주요 그룹이 운영하는 곳으로 한국 식문화의 고급화를 목표로 움직여왔다. 훌륭한 전통일지라도 동시대와 호흡하며 연속성을 지녀야 생명력을 갖는다는 게 이들이 추구하는 철학이다. 그런 만큼 인테리어부터 식사까지 어느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작품 못지않은 식기와 고급스러운 주류, 세심한 서비스까지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다. 요리는 조선시대 왕의 수라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산과 바다에서 얻은 제철 재료는 맛깔 나는 요리로 재탄생한다. 디너를 주문할 때 처음 나오는 와송즙은 춤추는 용의 꼬리를 닮았다. 바닷가재살과 참외를 잣즙에 무친 냉채바닷가재잣즙무침과 볏짚에 훈연한 풍천장어는 세련되게 담백하다. 여기에 마지막 차례인 쌀두유빙과까지 나오면 기분 좋은 여정이 마무리된다. 미쉐린의 평가대로 이곳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이다.

가온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7 M층

 

RELAX

깊게 호흡하기

‘요가라마 홀리스틱’은 서촌에 자리한 요가원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마음이 금세 편안해진다. 은은한 조명이 내부 공간을 아늑하게 비추고, 그림 같은 양초는 보기 좋게 타들어간다. 자리에 앉아 따끈하게 끓여낸 차를 한 모금 마시니 긴장으로 경직되었던 몸이 스르르 이완된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수업을 들을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 요가원을 운영하는 윤범 원장은 28년에 이른 수련을 프로그램으로 완성했다. 해부학과 기능학 연구를 기초로 한 것이라 초심자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 직관적으로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 수업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의 수업에서는 한 번도 수강생이 다친 적이 없다.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서서히 마음이 비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곳은 요가뿐 아니라 심리상담센터인 ‘아율 마인드 워크’도 운영하고 있다. 원장은 여러 임상과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테라피와 마음챙김, 알아차림을 기반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이 셸터는 누구든 편안히 호흡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요가라마 홀리스틱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

글. 유수아SOO-A YOO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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