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NEW GEO EXPLORATION
지오그래픽적 지질 탐험 with 문경수 탐험가
2021년 01월호

NEW GEO EXPLORATION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월터 미티는 시사사진잡지 <라이프>의 전설적인 사진가 숀 오코넬을 찾아 아이슬란드의 시골 마을로 향한다. 그는 오코넬이 타고 있을 어선을 찾느라 북대서양의 차가운 물에 빠지기도 하고, 분출하는 화산을 피해 도망을 치기도 한다. 험난한 여정 끝에 어느새 그는 탐험가가 되어 있다. 탐험가를 만나면 정말 우리도 탐험을 하게 될까? 지속적으로 제주를 탐험해온 과학탐험가 문경수와 함께 수십만 년 전의 용암대지를 찾아 연천과 포천의 협곡으로 향했다. 그간 경험할 수 없었던 어떤 신비로운 여행을 기대하면서.

 

탐험 여행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양치식물을 찾아 멕시코를 여행한 올리버 색스나 마추픽추를 처음 발견한 탐험가 하이럼 빙엄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지질 여행에 나설 때의 느낌은 흡사 숨겨진 문명을 찾아 나서는 인디아나 존스와 같았다. 마침 스산한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우리가 내려가야 할 20m 아래 협곡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군부대의 대포 소리만 깊은 계곡에 울렸다.

최전방인 이곳 연천과 포천 북부를 찾게 된 건 ‘검은 돌’ 때문이다. “땅을 파니 죄다 검은 돌이었어요. 그땐 어려서 몰랐죠. 이 일대가 전부 용암대지라는 것을요.” 포천 교동마을 토박이 강석진 씨의 말이다. 그는 하천을 역류한 용암이 교동 어디까지 뻗어나갔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재미있게도 연천과 포천 몇몇 마을의 담장에서 제주의 그것과 똑 닮은 자잘한 현무암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이 제주도가 아닌 이곳에 드넓게 깔려 진귀한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처음 본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지는 이 풍경을 이색적이라 여겼고, 섬이 아닌 내륙지역에서 구멍 뻥뻥 뚫린 현무암을 만나는 게 ‘생뚱맞다’며 웃기도 했다. 이곳은 바닷가가 아닌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심지어 철원 비무장지대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다. 우리는 여태 화산의 존재를 왜 제주도에서만 찾았을까? 이 검은 대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구가 만든 비밀을 하나씩 풀고자 절벽 아래로 내려가 협곡을 따라 걸었다. 짙은 회색 점퍼 차림의 문경수 탐험가는 협곡을 본 순간 “와!”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무심코 올려다본 석벽에 쏟아져 내릴 듯한 현무암 주상절리가 나타나자 얼음처럼 멈춰 선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주상절리다. 그는 넋을 잃고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용암이 덮은 자리

철원에서 직선 거리로 85km 떨어진 곳, 평강군 오리산과 680m 고지에서 크게 세 차례 용암이 분출했다. 신생대 제4기 약 50만 년 전에서 12만 년 전의 일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용암은 옛 한탄강을 따라 파도 치듯 흘러내렸다. 물과 만나 급속하게 굳기도 하고, 퍼져나간 용암이 작은 하천을 만나면 물살을 거슬러 역류하기도 했다. 우리는 한탄강 지류로 연결된 재인폭포 협곡을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김대우 박사가 단면을 가리키며 “용암이 이 일대를 몇 번 흘렀는지 짐작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우리는 각기 다른 단면의 모양으로 미루어보아 서너 차례 흐른 것 같다고 말했다. “맞습니다. 단면을 볼 때 대부분 학자들은 50만 년 전에서 12만 년 사이에 3회 정도 큰 용암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폭포 앞에 이르러 수직으로 뻗은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 앞에서 김대우 박사는 “우리는 지금 절단면만 보고 있어요. 그런데 지구를 이해하려면 그 내부의 모습까지도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용암이 급속도로 굳으면서 규칙적으로 균열이 생겨 형성된 다각형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절리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암석이 떨어져나가요. 탈거가 진행 중이라 아래쪽에서는 안전모를 꼭 써야 하죠.” 밑으로 떨어진 다각형 현무암들이 주상절리 아래 가득 쌓여 있었다.

이윽고 나타난 재인폭포는 세찬 물줄기를 쏟으며 협곡을 뒤흔들었다. 폭포는 높이 18m, 너비 30m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계속해서 땅 아래를 침식해 5m 수심의 포트홀과 하식 동굴을 만들고 있다. 폭포 앞으로는 비슷하게 생긴 웅덩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서너 개 보인다. “폭포 자리는 암석이 계속 깎여나가면서 점점 뒤로 밀려나게 돼요. 이를 두부침식이라고 하는데, 하천이 상류로 침식하면서 길이가 길어지죠. 재인폭포도 점차 뒤로 밀려나는 중이니 지금의 폭포 자리는 큰 웅덩이로 남겠죠.” 김대우 지질학 박사가 말을 이었다.

김 박사의 설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그 시간을 그려본다. 굳은 용암 위로 다시 계곡 물이 흘렀을 터이고, 풀이 자라나며 암반의 틈새를 만들었을 것이다. 수십만 년에 걸쳐 굳어진 현무암 위로 흐르던 지장봉의 계곡물이 오랜 세월 동안 암석을 침식시키면서 지금의 폭포가 생겼을 터였다. 우리가 억겁의 시간을 거쳐 흐르는 지구의 시간 속에서 단지 특정 시기의 폭포를 잠시 보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니 인간의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문경수 탐험가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던 걸까. “인간이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경외감이에요. 자연 속에 있을 때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경외감이라는 단어를 요즘엔 책이나 유튜브로 배우는 것 같아요. 자연은 위험하고 지저분한, 문명과 분리되어야 할 것, 필요에 의해 지워버릴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죠. 이런 부정적인 현상을 의학계에서는 ‘자연결핍장애’라고 해요.” 그는 탐험이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명이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제 한탄강 본류로 나가 배를 타고 탐험에 나서기로 했다. 한탄강 협곡은 대부분 사람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수직 절벽 상태로 보존돼 있다. 온통 절벽과 낭떠러지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재인폭포 협곡을 걷는다는 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관광객들 모두 폭포를 조망하기 위해 만든 데크나 다리 위에서 내려다볼 뿐이었죠. 지역주민 몇몇만이 협곡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았을 거예요.” 대부분 지역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나 가설물이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자연재해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면 한탄강 수위는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다. 협곡으로 이뤄진 까닭에 상류에서 물이 내려오면 바로 불어나 엄청난 위력으로 흐르기 때문에 가설물을 설치할 수가 없다. 그 덕분에 수직 절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미지의 세계로 남았다. 들고 나는 배가 없는 한 인간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신비의 땅이다.

본류인 영평천까지 나오자 검은 석벽이 강 건너로 희미하게 보였다. 우리는 하얗게 언 한탄강의 살얼음을 깨고 건너편 절벽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인근 아우라지 식당에서 쏘가리와 빠가사리를 푸짐하게 넣은 매운탕을 파는 어부 신용선 씨의 고기잡이용 작은 모터보트로 한탄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는 어부로 일하다 한쪽 팔을 잃었다. 그래도 평생을 살아온 이곳 한탄강에서 매일 새벽 어부 일을 하며 간간히 찾아오는 지질학자나 탐험객을 위해 작은 배를 몰고 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 아래에서  

“지구 속을 탐험하는 쥘 베른의 소설 속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문경수 탐험가는 연천을 탐험하며 누구보다 비장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의 등장인물 린덴브록 교수는 어느 고서점에서 발견한 연금술사의 고문서를 해독해 아이슬란드 사화산 스네펠스의 분화구를 통해 지구 중심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마도 문경수 탐험가는 린덴브록 교수가 되고 싶었던 듯하다. “몇 년 동안 제주도를 탐험하다 보니 우리나라 다른 지역 화산의 기반 지질도 궁금해졌어요. 재인폭포와 베개용암을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에요.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네요.” 그는 용암이 빚은 협곡과 절벽을 비롯해 지구의 기억을 담고 있는 흔적을 살펴보는 것이 ‘너무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자연의 원형을 발견하고, 지구라는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커요.” 주상절리 아래로 밀집한 베개용암은 멀리서 볼 때 하나의 철쭉꽃 군락 같아 보였다. 방사형으로 쪼개진 형태의 암석이 흡사 꽃처럼 느껴졌다. 모르고 보았더라면 그저 ‘용암이 굳은 돌’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옆에서 보면 동그란 베개 모양처럼 보여서 ‘베개용암’이라 이름 붙은 이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귀중한 자연물로서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으나 강에서 발견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신기하죠? 엄청난 양의 물과 접촉해 용암이 급속도로 굳을 때 안쪽에서 아직 굳지 않은 용암이 표면으로 치약처럼 새어 나오기도 해요. 그것들이 베개 형태로 굳은 것을 베개용암이라고 합니다. 이 아래로는 용암이 흐르기 전 원래의 퇴적층인 미산층을 볼 수 있고요. 이곳을 용암이 덮었음을 잘 알 수 있죠.” 김대우 박사가 허리춤에 찬 망치를 꺼내 단면을 살살 긁어 퇴적층을 확인시켜주었다. 미산층은 변성퇴적암, 베개용암과 주상절리는 전형적인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절단면에 3개 층이 뚜렷하게 드러나 그간 쌓인 억겁의 시간을 감히 유추해볼 수 있었다.

지질 여행의 매력

문경수 탐험가는 호주 서부에서 화석 탐사를 시작하며 지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사막과 극지방의 빙하 지형 등을 탐험했어요. 하지만 화석을 알려면 지형과 지질을 알아야 하잖아요. 지질 여행은 자연이 남긴 흔적을 찾는 여정이기도 해요. 자연은 어떤 식으로든 증거를 남기니까요.” 그는 명탐정이 되어 자연이 남긴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을 충남 공주의 시골 마을에서 보낸 문경수 탐험가는 별을 보고, 논두렁을 걷고, 도랑에서 고기를 잡는 것이 일상이었다. 대학에 갈 즈음엔 오히려 ‘과포자’였다고 당당히 고백한다. 그는 화석 연구를 하다가 호주 퍼스로 날아가 한 탐험 여행사에 취직해 일을 하게 되는데 당시 자주 들렀던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틴 밴 크라넨동크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 소속 생물학 박사가 쓴 <태초 지구로의 탐험(Discovery Trails to Early Earth)>이라는 책을 읽고 그에게 메일을 보내 만나게 된다. 마틴 박사가 마침 서호주지질조사국에 연구원으로 파견을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연으로 서호주지질조사국과 나사의 우주생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탐사팀에 옵저버 자격으로 동행하는 행운을 얻는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남들은 그저 행운이라 말하겠지만 저는 과학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싶을 때 그 사람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를 했어요. 논문이나 책도 읽어보고 그 사람이 출연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챙겨 보았죠.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보려면 우선 책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보면 갈증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궁금증이 커지거든요.” 그는 무언가를 볼 때 ‘이걸 어떻게 이야기로 엮으면 좋을까’ 항상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연이 주는 통찰력은 실로 어마어마해요. 자연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까요. 더 많은 이야기를 발굴해 한 줄기로 엮어내기 위해 연구를 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문장은 칼 세이건의 ‘어디선가 굉장한 것이 알려지길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이다.

이제 다시 몽골과 알래스카, 호주로 탐험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탐험의 방향과 시나리오를 짜고, 탐험 중 관찰한 것들을 기록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것까지가 탐험이에요. 탐험가의 역할이라면 가기 힘든 곳에 가서 보고 느끼고 발견한 사실들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죠.” 몽골은 그가 여러 차례 다녀온 지역이기도 하다. 가보지 못한 다양한 나라를 가는 것보다 이미 가보았던 지역을 여러 번 탐사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여러 주기로 한 지역을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각기 다른 시기에 가서 식생 등 자연을 탐구하는 편이죠. 한번에 오래 탐험하는 것보다 짧은 주기로 여러 번 가는 게 더 좋아요.”

차탄천의 습곡

우리는 부지런히 이동해 차탄천 에움길에 다다랐다. 이곳에서는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암반을 휘도는 습곡의 흔적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이 정도로 누운 습곡구조가 나오려면 엄청난 힘을 받았어야 해요. 바로 판과 판이 만날 정도의 힘이죠. 열과 압력이 아주 셀 때 어떤 광물이 나오는지 확인해 이 일대가 판이 만났던 지점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어요. 임진강 벨트라고 말하죠.”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한반도를 지난 여러 개의 판 가운데 하나의 판이 이 임진강 유역에서 만났고 그래서 이러한 습곡구조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주상절리 아랫부분의 기반암은 선캄브리아기의 변성퇴적암으로 퇴적암의 층리를 그대로 보존한 채 심하게 습곡 되고 단층이 형성돼 있다. 그 위 현무암은 이들 암석들을 부정합으로 덮고 있다. 기존의 변성퇴적암이 지표에 노출되어 상당 기간 풍화된 후 현무암이 분출하여 이들 암석을 덮었으므로 기반암과 현무암은 상당한 시간차가 있는 부정합 관계이기도 하다. 습곡구조 옆 차탄천 절벽에서는 수직 방향으로 형성된 주상절리를 비롯해 가로로 길게 누운 수평 형태의 은대리 판상절리를 볼 수 있었다.

협곡과 카약 그리고 가마소

한탄강은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과 포천을 지나 연천 도감포까지 약 140km가 이어진다. 우리는장탄리에 솟은 60m 높이의 좌상바위 앞에서 카약에 올랐다. 연천군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약킹 팀 ‘와썹’에서 카약을 내주었다. 여울을 여러 번 지나 1시간 동안 10km 구간을 이동하는 일정이다. 배를 타야만 온전히 볼 수 있는 수직 절벽이 이어졌다. 강 위로는 찬 바람이 불었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석벽 앞에서 탐험을 멈출 수 없었다. 위로 보이는 좌상바위는 용암이 분출하던 통로로 용암 돔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 높이만 약 60m로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큰 덩어리는 현지 지명을 따 장탄리 현무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선봉바위, 풀무산, 좌살바위 등으로 불렸다는데, 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한탄강 본류를 벗어나 다시 용암이 하천을 거슬러 오른 포천의 교동 가마소까지 이동했다. 포천에서는 임우상 한탄강지질공원 지질공원팀장이 동행했다.

가마소는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놓은 것 같은 형상의 현무암으로 인해 가마소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천이다. 한탄강을 흐르던 용암이 건지천을 따라 역류해 이 일대를 덮었고 이후 냇물이 흐르며 올록볼록 물길을 따라 용암이 굳었다. 교동 가마소는 아직 지질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 더욱 은밀한 곳으로 느껴진다. 교동마을에서 자란 김성진 씨는 어릴 적에 이 가마소에서 고기도 잡고 물놀이도 했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 일대는 수풀만 무성한 채로 비어 있는데 2009년에 홍수로 수몰된 이후 보상 문제로 인해 더 이상 하천과 수직 절벽 일대에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천시는 이렇게 비어 있는 거대한 땅을 지질공원, 자작나무숲, 생태공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멍우리협곡과 비둘기낭폭포 

‘술을 먹고 가지 마라. 넘어지면 멍이 진다’고 하여 멍우리협곡이라 이름 붙은 곳을 지났다. 4km 수직 절벽이 이어진 곳으로 절벽의 높이만 30~40m에 달한다. 아찔한 계곡 사이에는 폭이 좁은 보행교가 놓여 있다. 여기에 서서 멍우리협곡을 내려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아찔하다. 하지만 양옆으로 펼쳐진 주상절리가 더욱 잘 보여서 절로 흔들다리를 건너게 된다. 비둘기낭폭포 인근에 있는 하늘다리도 마찬가지다. 50m 높이의 하늘다리는 한탄강을 잇는 절벽에 연결돼 있는데, 사람이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 보행교라 더욱 스릴이 넘친다.

옆의 건지천 방향으로 내려가면 비둘기낭폭포가 나온다. 이 폭포는 현무암 침식 협곡으로 불무산에서 발원한 불무천의 말단부에 있다. 비둘기낭이란 이름은 주변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6`25전쟁 당시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의 대피 시설로도 사용됐다. 이제는 유량을 한탄강사업소에서 조절하고 있지만 비가 온 직후에 가야 엄청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폭포를 빠져나와 아직 공사가 채 끝나지 않은 비둘기낭 전망대에 올랐다. 한탄강과 하늘다리가 저 멀리 내려다보였다. “다시 올 거예요. 더 자세히 봐야겠어요.” 문경수 탐험가는 제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연천과 포천을 여러 번 찾을 것이다.

탐험, 지오투어리즘의 미래

“사람들은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싶어 할까요?” 그는 나에게 되물었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고 다소의 배경 지식을 얻길 원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지루하겠죠. 사람들은 여행지에 숨어있는 이야기들과 지난 역사, 여기서 삶을 만들어나가는 현재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궁금해해요. 그래서 ‘지오트래블’은 지질 그 이상의 것들을 발굴하고 조합해 매력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지질 탐험을 마무리하며 “여행을 할 때 현재 내 삶과 자연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입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저 ‘멋지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거대한 자연의 시스템을 알고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해 아이디어로 응용해나가는 훈련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오트래블을 떠나기에 앞서 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 뇌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가 미국양치류협회 동료들과 함께 떠난 중남미 양치류 탐사 여행 일기를 엮은 것인데, 자연을 만나기 전 이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을 먼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탐험가적 마인드는 거창한 게 아니에요.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것 하나라도 다르게 보려고 애쓰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호기심을 탐구로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죠”

 

GEO TRAVEL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난해 7월 7일 한탄강 일대가 제주도, 청송, 무등산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한탄강 유역(연천/포천/철원) 일대에 총 27곳의 지질 명소가 있다. 지오트레일 상품과 카약 체험 프로그램 등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www.hantangeopark.kr

한탄강 지질공원센터

지구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 지질의 역사와 암석, 식생 등 한탄강 지질공원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D라이딩 영상관, 과학놀이터 등 아이들을 위한 재미난 학습 시설도 있다. 지질공원센터 인근에 있는 50m 높이의 하늘다리와 비둘기낭폭포도 함께 돌아보자.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이하인 상태에서만 전시관을 개방한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비둘기낭길 55

 

팜셰프에이롬

친환경 농법으로 연천에서 직접 재배한 제철 식품으로 만든 건강한 디저트와 빵, 파스타를 판매한다. 연천의 지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삼색 브루키(브라우니 쿠키), 스콘 등을 맛보자.

경기 연천군 연천읍 연천역로5번길 19 farmchef_megan

 

너른나무 공방

주상절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우드 카빙 포크와 주먹도끼를 형상화한 마그넷 등을 판매하는 공방. 수십 번을 사포질한 우드 카빙 포크의 그립감이 아주 좋다.

경기 연천군 전곡읍 양연로 1147 @ wide__craft

 

글. 강혜원 HYE-WON KANG
사진. 김현민 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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