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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EST HIGHTS
히말라야 정상에서 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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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호

히말라야산맥이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만 이 산맥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베레스트 기지부터 부탄에 위치한 호랑이 서식지까지 모험심을 자극하는 길들이 무수하다.

인도에 자리한 키에 곰파 사원.

인도 아대륙에는 방글라데시, 부탄, 몰디브,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의 나라가 속해 있으며 이 대륙의 가장 높은 곳에 전설적인 산맥인 히말라야가 들어서 있다. 등반가라면 누구나 이 무시무시한 산맥의 봉우리에 도전하길 원한다. 산맥으로 향하는 험난한 길에 등장하는 외딴 마을과 사원은 덤이다.
인도, 부탄, 네팔에 있는 고지대 계곡을 걷다 보면 청록색 호수와 싱그러운 야생화, 널찍한 초원과 눈 덮인 언덕 등 등반가가 되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갖가지 풍경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산맥의 봉우리들 사이로 엿보이는 가파른 자연 속에서 야크를 치는 유목민과 깨달음을 구하는 승려와 산을 타는 셰르파 원주민(주로 티베트계 네팔인) 등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티 하우스’라 불리는 히말라야식 대피소 겸 숙소나 거친 등반로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사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는 여정은 선택지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모험이 될 수도, 휴양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탄에서 가이드, 요리사, 텐트 전문가 등을 고용하고 심지어 짐을 싣는 마차까지 섭외를 마쳤다면 등반가가 준비할 것은 사진기와 지팡이 정도에 불과하다. 반대로 모든 여정을 홀로 기꺼이 감수하는 등반가에게는 의미 있는 상이 수여된다. 고지대에 서식하는 눈표범이 누리는 고독을 경험하거나 얼었던 물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봉우리에만 부는 귓속말 같은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만약 초급 또는 중급 정도의 등반이 가능하고 체력이 충분하다면 부탄이나 네팔에 있는 두 개의 등반로를 걸어보자. 혹은 인도의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며 희귀한 새를 찾아봐도 좋겠다.


여정 1. 네팔에 있는 에베레스트 기지 로드
시작과 끝: 루클라 마을•최고 고도: 5645m•1일 누적 고도: 2785m•길이: 약 130km•가이드: 필요함

전 세계에 8000m보다 높은 봉우리는 총 14개이며 그중 8개가 네팔에 있다. 그 8개의 봉우리 중 가장 높은 8849m 높이의 에베레스트산(사가르마타Sagarmatha)을 찾아가본다. 5000m 높이를 2주 동안 숨이 턱턱 막히도록 걸으면 그제야 에베레스트 기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중에 고대 마을에 들러 곳곳에 자리한 불교사원과 불교식 초르텐chorten 탑을 감상해보자. 또는 아찔한 높이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와 얼음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놀랍게도 이런 전망은 등반 내내 생각보다 자주 나타난다. 불교 신자이면서 셰르파인 농부들과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 일대를 고향으로 여긴다.
기지로 가는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산간 마을뿐만 아니라 카페, 베이커리, 등반용 지팡이와 오리털이나 거위털이 든 재킷을 파는 가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길목마다 아늑한 티 하우스가 들어서 있어 편안한 방에서 쉬고 따뜻한 식사를 하고 심지어 시원한 맥주까지 마실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이 이토록 매끄럽게 어우러지는 등반로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불교의 사리탑이 아마다블람산 주변에 위치한 에베레스트 기지를 따라 늘어서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곳

1 남체바자르 마을
산에 작은 활주로를 낸 루클라공항에서 남체바자르Namche Bazaar 마을까지 산길로 이틀을 꼬박 걷는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향한 이 마을은 돌로 지은 오두막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고대 성지를 비롯해 등반용품을 파는 상점과 야크 스테이크를 내놓는 레스토랑과 고된 산행으로 지친 등반가들을 반기는 아이리시 바가 한데 자리한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쿰중Khumjung, 쿤데Khunde, 타메Thame 등 현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셰르파 마을로 산행을 이어가보자.

2 아마다블람산
6812m 높이의 아마다블람Ama Dablam산은 히말라야산맥 중심부에서 가장 완벽한 봉우리로 손꼽힌다. 마치 고립된 파수꾼처럼 서 있는 모양새가 에베레스트 기지를 따라 늘어선 불교의 사리탑과 닮았다. 무엇보다 남체바자르와 텡보체Tengboche 사원 사이로 보이는 아마다블람산은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3 텡보체 마을
히말라야를 찾는 등반가들에게 텡보체 마을에 있는 사원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사원에 상주하는 승려들이 바로 1953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와 텐징 노르게이Tenzing Norgay, 그리고 네팔 출신 등반가로 새로이 기록을 경신한 니르말 푸르자Nirmal Purja 등을 손수 맞아주었기 때문. 수백만 명의 등반가들이 텡보체 마을의 전통적인 건축물과 다채로운 벽화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이 마을을 ‘가장 아름다운 정류장’이라 칭하기도 한다. 마을 내 산장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눈 덮인 봉우리와 풀이 우거진 고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4 에베레스트 기지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기 위해 거쳐 가는 전형적이지만 전설적인 등반로. 산재한 바위와 이빨처럼 생긴 얼음 첨탑 사이마다 돔 모양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등반인들이 위성 전화기 주변에 모인 채 회의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베이커리에서 따끈한 사과파이 한 조각을 먹고 고락셉Gorak Shep 거주 지구에 있는 티 하우스로 향하는 여정이 등반로를 따라 준비되어 있다.

5 칼라파타르산
아쉽지만 에베레스트 기지에서는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이 7861m 높이의 눕체Nuptse 산 바위 뒤에 가려져 있는 까닭이다. 세계 최고봉의 놀라운 전망을 자유롭게 감상하려면 고락셉에서 검은 바위산인 칼라파타르(5645m)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라가야 한다. 정상까지 약 2시간 동안 숨가쁜 오르막길이 펼쳐지지만 칼라파타르에서는 쿰부글라시에Khumbu Glacier 빙하 위로 웅장하게 솟은 에베레스트산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다. 주변에 다른 산이 하나도 없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여행 방법
항공편: 인천공항에서 네팔 트리부바공항까지 최소 7시간 10분이 소요된다. 대한항공 직항편이 주 4회 운항하며, 캐세이퍼시픽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은 1회 경유다.
현지 여행하기: 인트레피드 여행사를 통해 네팔에 있는 에베레스트 기지까지 15일간 가이드가 포함된 등산을 할 수 있다. 1인당 약 172만원부터 시작하며, 카트만두행 항공편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intrepidtravel.com


여정 2. 부탄에 있는 조몰하리 로드
시작과 끝: 파로/ 팀푸•최고 고도: 4930m•1일 누적 고도: 2120m• 길이: 약 124km•가이드: 필요함

부탄의 조몰하리Jhomolhari 로드는 파로국제공항 근처에서 시작해 수도 팀푸에서 끝이 난다. 바람에 휩싸인 계곡을 지나 일주일 동안 오르막길을 따라 캠핑을 해야 한다. 길의 이름은 주요 지형지물인 조몰하리산에서 따왔는데 부탄을 수호하는 다섯 명의 여신 중 한 명이 이 신성한 산에 거주한다고 알려져 있다.
장고탕Jangothang 고산으로 출발하기 전 탁상 고엠바Taktshang Goemba 사원으로 연습용 산행을 떠나보자. 호랑이 서식지로 잘 알려진 이 사원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장고탕산은 조몰하리 로드의 구심점으로 얼음으로 뒤덮인 산이 폐허가 된 요새 위로 봉긋하게 솟아 있다.
등반하는 내내 광활한 별빛 아래 잠을 청하다보면 도시에서 지내온 생활이 까마득하게 잊힌다. 식사, 음료, 텐트, 가이드, 장비를 운반하는 마차 등은 대부분 여행사에서 준비를 해주기 때문에 등반가가 반드시 챙겨 와야 할 것은 단단한 의지력뿐이다.

호랑이 서식지로 잘 알려진 탁상 고엠바 사원.

놓치지 말아야 할 곳

1 탁상 고엠바 사원
호랑이 서식지로 잘 알려진 탁상 고엠바 사원은 절벽 면에 위태롭게 걸쳐 있다. 아마도 부탄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일 것이다. 순례자가 기도문을 낭송하고 기도자가 꽂은 깃발이 히말라야 산들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수많은 부처와 보살이 기도의 방에 앉아 있다. 파로에서 출발해 이곳에 이르는 4시간의 등반은 앞으로 이어질 가파른 산행에 큰 도움을 준다.

2 드룩겔 종 사원
고대의 드룩겔 종Drukgyel Dzong 사원은 조몰하리로드의 출발점인 샤르나잠파Sharna Zampa 야영지로 가는 언덕 위에 들어서 있다. 중요한 여정을 앞둔 등반가들이 등산화 끈을 묶기 전 잠시 이곳에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곤 한다. 1951년 큰불이 난 이래 이 사원은 꾸준한 복원 작업을 거쳐오고 있다. 히말라야의 오래된 건축 기술을 통해 기도실과 나무 조각품 등이 옛 명성을 회
복해가는 중이다.

3 장고탕 기지
샤르나잠파에서 출발해 이틀 동안 등반을 하다 보면 장고탕 야영장이 나온다. 조몰하리 로드 중 가장 높은 지점의 약 750m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이 야영장과 이어지는 장고탕 계곡 끝에 조몰하리산의 봉우리가 봉긋하게 솟아 있다. 야영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전망대와 호수와 한때 부탄과 티베트 사이에서 교류하던 상인들을 지켜주던 요새 등을 오가자. 비교적 완만한 길이 굳어있던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준다.

4 링지 마을
링지Lingzhi 마을 곳곳에서 야크 떼와 야생화밭이 목격된다. 그 너머로 조몰하리산의 형상도 이따금 엿보인다. 1667년 부탄은 티베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언덕 꼭대기에 요새를 지었다. 이 요새는 현재 산악 전초기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옐리라Yeli La 산으로 향하는 길목의 아늑한 쉼터로 쓰이기도 한다.

5 옐리라산
오로지 기도자들의 깃발만이 공허하게 나부끼는 외로운 돌무덤이 위치한 산이다. 옐리라산은 주변의 봉우리에 비하면 작은 언덕에 불과하지만 고도가 꽤 높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4820m 높이의 등반로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도착점인 팀푸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왕추Wang Chhu 계곡에 서식하는 티베트푸른양과 마못다람쥐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로에 위치한 린푼 종Rinpung Dzong 사원은 조몰하리 로드 시작점 부근에 있다.

Q&A
블루 포피 투어스 앤 트렉스 대표 초키 도르지Choki Dorji

부탄이 등반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탄은 외딴곳에 있고 부탄의 산은 훨씬 더 외진 곳에 있습니다. 야크를 치는 목동들이 수백 년 전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등산로가 많이 훼손되지 않았고 별다른 호텔도 없어서 자연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부탄은 다른 나라에 비해 등반하는 사람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여럿이 아니라 혼자 산을 오르게 될 수도 있어요. 대신 등반 전문가가 곳곳에 상주하는데 실력이 매우 좋습니다.
부탄의 산은 언제가 가장 아름답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꽃이 피는 풍경을 볼 수 있는 6, 7, 8월, 즉 봄에서 여름 사이를 좋아해요. 하지만 동시에 장마철이기도 해서 호불호가 나뉠 것 같긴 하네요.
bluepoppybhutan.com

여행 방법
항공편: 부탄으로 가는 직항편이나 환승이 용이한 항공편이 없으므로 스케줄에 주의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방콕이나 싱가포르로 향한 뒤 파로로 가는 항공편을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천에서 방콕이나 싱가포르까지는 대한항공으로 약 5시간 30분~6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드루크항공을 통해 파로국제공항에 닿을 수 있는데 운항 요일이 제한적이므로 반드시 웹사이트를 먼저 확인하자.
현지 여행하기: 어드벤처 피플 여행사를 통해 12일 동안 조몰하리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 1인당 약 796만원부터 시작하며 파로에서의 식사, 텐트 숙박, 호텔 숙박, 가이드가 포함되고, 항공편 및 비자는 별도다. theadventurepeople.com


 

EYEWITNESS
인도에서 쉽게 등산하기

굳이 땀을 흘리지 않아도 장엄한 히말라야를 경험할 수 있다. 우타라칸드Uttarakhand에 있는 쿠마온 힐스Kumaon Hills라면 초보 등반가라도 높은 산에 올라 희귀한 조류를 보거나 외딴 마을을 방문할 수 있다.
글. 로나 파크스LORNA PARKES

지금 내 앞에 있는 참나무에 검은 독수리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다. 가지가 늘어지다 못해 삐걱대기 시작하자 그제야 저 독수리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마치 코끼리가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달까. 날개의 폭이 약 90cm나 되는 거대한 이 맹금류는 조금 전까지 녹색 물결이 이는 계곡 위로 넓은 원형을 그리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처럼 쿠마온 힐스에 자리한 1800m 높이의 언덕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있으면 독수리가 날개 끝이 세밀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히말라야 등반 중에는 종종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그만큼 이곳의 지형은 거칠고 험난하다. 하지만 우타라칸드에 위치한 히말라야에서는 산맥의 온화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 소나무, 참나무, 진달래 등으로 둘러싸인 산맥은 고고한 매력을 표출한다. 우타라칸드의 등반가들은 높은 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와 나무를 보고자 이곳을 오른다.
다음 날 아침 현지 가이드인 디팍 조시Deepak Joshi를 만났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를 이곳에서 더욱 크게 체감한다고 한다. “보통은 4월에 철새들이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2월부터 철새들이 돌아오더라고요. 두 달은 차이가 정말 크죠.” 디팍은 빌리지 웨이스 워킹 컴퍼니Village Ways Walking Company를 공동 창립한 대표이기도 하다. 나는 칼리 에스테이트Khali Estate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디팍의 무리에 합류했다. 칼리 에스테이트는 19세기 후반 인도에 주둔했던 영국 장교 헨리 램지Henry Ramsey가 여름을 보낼 별장으로 지었으며 풍성한 포도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나와 일행은 기운을 북돋워주는 따뜻한 알루 파라타aloo paratha(밀가루 반죽 속을 감자로 채워 튀긴 플랫브레드)로 아침을 해결한 뒤 산에 오를 채비를 한다. 오늘은 빈사르 야생동물 보호구역Binsar Wildlife Sanctuary에서 더 많은 새를 찾기 위해 여러 마을을 오갈 예정이다. 아침 공기가 서늘해 디팍이 겉옷의 지퍼를 목 위까지 채우고 카메라의 버튼에 엄지손가락을 댄다. 빈사르 야생보호구역에서 유난히 개체수가 많은 새들의 모습부터 천천히 기록하는 중이다.
디팍에 따르면 이 보호구역은 넓이가 약 77km²에 불과한데 이 안에 독수리, 딱따구리, 히말라야 독수리 등 200종의 조류가 밀집되어있다고 한다. 최근 인도 남쪽에 자리한 웨스턴가츠Western Ghats 산맥의 기후가 크게 변화하면서 더 많은 새들이 보호구역에 몰려들게 되었다고.
이로 인해 히말라야 구릉지에 서식하는 조류는 의도치 않게 다양하고 풍부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리에서 벗어나 보호구역을 관통하는 약 209km 길이의 길로 나선다. 이 길은 칼리 에스테이트와 달라르Dalar 마을 내 5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연결해주는 통로나 다름없다. 나는 달라르 마을에서 다음 가이드인 헴 조시Hem Joshi를 만나 리사이Risai 마을로 출발한다. 숲의 바닥에 떨어져 있던 솔잎이 발밑에서 으스러진다. 이 소음으로 인해 야생동물들이 겁을 먹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곳의 야생동
물들은 보다 대담할 것이다. 개발이 금지된 동네라 공포를 겪었을 만한 자동차나 집 등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숲속의 거대한 새장으로 들어선다.
갑자기 헴이 하던 말을 멈추고 소나무에서 튀어나온 머리가 제법 큰 잉꼬를 가리킨다. 내가 잉꼬의 밝은 녹색 왕관에 채 감탄하기도 전에 헴은 벌써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닭처럼 볏이 있는 독사 독수리예요.” 그가 하늘을 가리키며 유쾌하게 속삭인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그러고는 쌍안경으로 계단식 농경지를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중얼거린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들 사이로 달라르 마을의 돌집들이 언뜻 눈에 들어온다. 계곡을 거의 내려올 때쯤 습도가 높아지더니 <정글북>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덩굴이 길을 내어준다. 헴이 거주하는 달라이 마을에는 총 여섯 가구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은 모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 마을을 찾는 등반가가 많아진다면 다시 마을이 북적이게 될지도 모른다.
헴이 숲의 생태에 맞춰 닌자처럼 은밀하게 움직인다. 계곡 아래에서 부드럽게 휘파람을 불거나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어 염소 떼를 유인하고, 떡갈나무 앞에서 쌍안경을 들어 몸통이 불꽃처럼 적갈색을 띠는 딱따구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물이 불어 건널 수 없는 바위투성이의 강바닥을 야생동물처럼 쉽게 건너간다.
“어떤 조류 관찰자들은 이 구간에서만 하루를 온전히 보내기도 해요.” 헴이 조용히 덧붙인다. 곧이어 우리는 깨끗한 물웅덩이 주변에 모여 곤충을 찾는 참새류와 딱새류를 관찰한다.
잠시 차를 마시며 쉬는 짧은 시간에도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16종의 새를 발견했다. 드디어 달라르 마을에 도착하자 새끼염소를 인형처럼 안고 있는 어린 소녀가 우리를 반겨준다. 강황색 겨자꽃과 분홍색 복숭아꽃이 가득 핀 앞마당에서는 물소가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나는 파란색 셔터가 내려진 헴의 산속 집 계단에서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풍경을 포착한다. 새하얀 눈에 뒤덮인 히말라야가 들쭉날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지금도 히말라야 어딘가에서 등반을 하고 있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도 나와 같은 풍경을 보면서 연이어 감탄하고 있겠지. 단지 나는 그들과 조금 다른 루트를 택했을 뿐이다.

계단식 밭이 쿠마온 힐스에 있는 계곡의 경사면을 껴안고 있다.

여행 방법
항공편: 인천공항에서 인도 델리공항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인디아가 직항편을 운항한다. 8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현지 여행하기: 빌리지 웨이를 통해 11박 여정으로 빈사르 야생보호구역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다. 교통편과 대부분의 식사를 포함해서 1인당 약 175만원부터. 항공편은 포함되지 않는다. villageways.com

 


히말라야에서 즐기는 축제 4

마니 림두Mani Rimdu, 네팔 텡보체 사원
10월이나 11월이 되면 에베레스트 기지로 가는 길에 위치한 텡보체 수도원이 셰르파 원주민 순례자들로 북적인다. 티베트 본교에 맞선 불교의 승리를 기념하는 이 축제에서 무용수들은 티베트 전설에 등장하는 수호신과 인물을 묘사한 가면을 쓰고 춤을 춘다. 티베트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옐로해트Yellow Hat 신도들의 행렬도 즐길 수 있다.

파로 체추Paro Tshechu, 부탄 파로
파로 도심에서는 해마다 3월이나 4월에 활기 넘치는 체추 축제가 열린다. 따스한 시기인 만큼 등반을 즐기는 사람도 증가한다. 뿔피리와 징 소리가 파로를 가득 채우고 현지인들은 무시무시한 수호신이나 야생동물 등을 묘사한 화려한 가면을 쓴 채 활기 넘치는 춤을 춘다.

헤미스 곰파Hemis Gompa, 인도 헤미스 마을
인도 북부의 마카 밸리Markha Valley 끝에 있는 헤미스 곰파Hemis Gompa 요새는 5~7월에 인도의 구루(영적 지도자)인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의 탄생을 기념한다. 히말라야 고지대에 불교를 전파한 현자를 묘사한 가면과 벽화와 탕카(직물에 그린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팀푸 체추Thimphu Tshechu, 부탄 팀푸
9~10월 무렵 조몰하리 로드의 맨 끝자락에 있는 부탄의 수도가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다. 부탄 전역에서 붉은 예복을 입은 수천 명의 순례자들과 승려들이 몰려들어 타시초 종Tashichho Dzong 사원의 넓은 뜰에서 화려한 가면 춤을 감상한다.

팀푸 체추 축제 기간 동안 트라시 초 종Trashi Chhoe Dzong 사원에서 가면을 쓴 무용수가 춤을 춘다.

 

MORE INFORMATION
히말라야 산행을 위한 실용적인 안내

언제 가야 할까요?
네팔과 부탄에서 산행을 하기 가장 좋은 때는 2~3월과 10~11월로 하늘이 맑고 기온도 적당하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는 3~4월, 9~10월이 매우 온화하다. 하지만 6~9월 장마철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등반이 어렵다. 12~2월 한겨울은 추위가 아주 혹독하기 때문에 능숙한 등반가가 아니라면 이 시기를 피하는 게 좋다.

어떤 옷을 챙겨 가야 할까요?
고도가 높아지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산행하는 동안 필요에 따라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웨어러블한 의류를 챙기자. 보온 내의, 가벼운 바지, 플리스 소재 상의, 추운 밤을 위한 오리털 혹은 거위털 재킷 등이 필수다.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까요?
뭐니 뭐니 해도 등산화가 발목을 가장 잘 지탱해준다. 물집이 생기지 않게끔 건조한 양말을 신고 부츠는 젖는 즉시 말린다. 새로 산 등산화라면 등반을 하기 전에 길을 들여 두는 게 좋겠고, 등산용 스틱을 써서 무릎이 받는 충격을 줄이도록 하자.

등산 장비를 직접 다 가지고 다녀야 하나요?
직접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짐꾼이나 야크를 쓰거나 등산로 시작점에서 가방을 말에 실어 옮기는 편이 용이하다. 안내와 더불어 짐도 옮겨주는 짐꾼 가이드가 하루에 약 2만5000원을 받는다. 보통 영어도 조금 할 줄 안다. 조직적인 산행을 할 때는 카메라와 물병과 하루치 등산 배낭만 챙기기도 한다.

침낭도 필요한가요?
티 하우스에서 얇은 매트리스와 담요를 주지만 방은 거의 난방이 되지 않는다. 좋은 침낭을 가져가면 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고도가 높은 산에서는 사계절용 침낭이 좋다.

등반 도중 생수를 살 만한 곳이 있나요?
히말라야에는 무책임한 등반가들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병이 곳곳에 나뒹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용 물병, 알약으로 된 정화제, 휴대용 정수기 등을 가져가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고산병이 심각한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2500m가 넘는 높은 산에서는 누구라도 고산병에 걸릴 수 있다. 고산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등반 속도를 제한하고 몸이 높은 고도에 적응하도록 정기적으로 쉬어야 한다. 다이아목스Diamox 정제를 먹으면 두통 같은 경미한 증상이 나아질 수는 있지만 메스꺼움, 현기증, 혼란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등반을 멈춰야 한다. 고산병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등반을 하려면 허가증을 받아야 하나요?
부탄에서 히말라야를 오르려면 허가받은 여행사를 통해 움직여야 한다. 보통 비자 수수료, 하루치 관광 수수료, 등반 등에 드는 대부분의 비용이 포함된다. 네팔은 현지 등반 전문 대행사를 통해 가이드를 소개해주고 네팔 산행 대행사 협회(taan.org.np)가 발급하는 카드비용을 청구한다. 에베레스트 기지로 향하려면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등의 보호구역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머스탱Mustang이나 돌포Dolpo 같은 국경 지역을 등반하려면 반드시 허가가 필요하다.

 

 

 

글. 조 빈들로스JOE BINDLOSS
사진. 게티, CHRISTINE RÖESCH(일러스트), 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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