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GENESIS ROAD TRIP@JEJU
DEEP DIVE INTO THE WILD
2021년 09월호

DEEP DIVE INTO THE WILD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듯 생성된 화산섬 제주에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본질을 거스르지 않는 움직임으로 땅의 온기를, 물의 순리를, 숲의 생명력을 깨닫는 시간. 여행자는 그 안에서 감각을 일깨운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원시림을 달리며 지형과 호흡하고, 거친 파도 앞에서 마음의 고요를 찾는 요가 동작을 완성하며, 켜켜이 쌓인 지층을 탐사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공존을 사유한다. 제네시스 ELECTRIFIED G80와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본질적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여정을 열망하며 그 모든 순간을 기록해나간다.

STONE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흘러내려 제주도가 형성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죠. 제주도는 한반도의 지질에 비해 굉장히 젊은 편에 속합니다. 긴 시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으며 흉터가 남은 다른 곳들과 달리, 이 섬은 그 자체로 순수함을 가지고 있죠. 대규모 화산활동의 흔적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을 여행하는 건 낯선 것과 조우하는 설렘과 호기심에 열망을 불러일으킵니다.” ━ 지질학자 이응상

태초의 시간을 새기다
수월봉

제주의 서쪽 자구내포구에서 노을해안로를 따라 1.3km쯤 달렸을까. 제주의 처음을 형성한 화산활동의 과정과 흔적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는 수월봉에 도착했다. 지층의 결을 섬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수월봉의 절벽. 1억 8000년 전의 뜨거운 마그마가 물을 만나 폭발하듯 수월봉이 형성되었고, 이후 파도에 의해 절단면이 만들어졌다. 절벽과 마주한 해안가에는 검은색 현무암이 파도에 깎여 부서진 검은 모래가 펼쳐져 있다. “항공사진을 보면 근처에 여러 기생화산이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수월봉 북쪽 몇 개의 기생화산이 분출하며 화산재를 내뿜었을 것이고, 화산재가 퇴적해 수월봉이 만들어진 거죠. 물론 단 한 번의 화산활동으로 지금의 모습이 된 건 아닙니다. 반복된 지층의 수로 몇 번의 화산활동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유추해볼 수 있죠.” (지질학자 이응상)

멀리서 보았을 때는 치열했던 지각 활동을 일제히 멈춘 고요의 장소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서니 기왓장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수월봉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해안 절벽의 틈새를 채우고 있는 작은 게들의 바쁜 움직임과 절벽을 타고 연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그렇다. 녹고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이 물방울은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그 아래 진흙 부분을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나온 것이다. 그로 인해 절벽 아래쪽 땅은 온통 이끼로 뒤덮였다. 주변의 검은 모래 해변에는 톳이나 모자반 등 갈조류가 풍부한데, 원형 그대로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이곳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NAVIGATOR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760

+
SUSTAINABLE JOURNEY
지속가능한 공존에 대하여

자연과 교감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를 바탕에 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계절은 한여름을 통과하 는 중이었고 푸른 초원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 속에서 제주의 말들은 평온 한 계절을 지나는 중이었다. 천연 염료를 쓴 나파 가죽 시트와 나무의 자투리 조각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여 재탄생한 G80의 인테리어는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어느새 제주의 풍경에 동화되었다.
NAVIGATOR 성이시돌목장 제주시 한림읍 산록남로 53

용암의 역동성에서 비롯되다
용암동굴
시간이 축적된 형태의 수월봉에서 지질 트레일을 마친 뒤 제주의 동굴 탐사를 위해 G80에 올랐다. 문을 닫는 순간 제주의 바람 소리가 사라지고 거친 노면을 인지한 차는 주행 준비를 마쳤다. 낯선 길을 증강현실로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덕분에 중산간도로의 굽이치는 경사면에 어렵지 않게 적응을 한다. 목적지는 제주 동부성읍민속마을 녹차밭 사이에 위치한 성읍녹차동굴. 동굴로 가는 길에 양옆으로 널따랗게 펼쳐진 녹차밭은 가장 짙푸른 녹색의 계절을 맞았다. 지평선과 맞닿은 오름과 저 멀리 산등성이 뷰가 인상적이다. 이곳 땅은 물 빠짐이 좋은 화산암반 토양이다. 여기에 온화한 섬의 기후와 맑은 지하수가 더해져 차밭을 일구기 좋다.

“우와, 여기 굉장히 멋진 곳이네요. 이런 용암동굴은 현무암질 화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형 중 하나예요. 분출된 용암은 표면부터 굳기 시작하는데, 이때 굳지 않은 용암이 경사 방향으로 흘러 나가면서 형성된 것이 용암동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면 용암이 흘러나가는 듯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지질학자 이응상)
순간 동굴 입구에 선 여행자를 시원한 바람이 휘감아 돌자 섬의 습한 열기가 잦아든다. 두꺼운 암석으로 둘러싸여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동굴은 1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어 상대적으로 여름엔 시원하게 느껴진다. 인공적인 장치 하나 없는 원시의 동굴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선다. 막힌 동굴 끝으로부터 안개가 차오르고, 천장엔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하는 중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원형의 모습으로 보존된 울퉁불퉁 굴곡진 동굴의 천장이 용암의 자취를 상상하게 만든다.
NAVIGATOR 오늘은녹차한잔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4772

OCEAN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오다카 요가는 바다에서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파도의 움직임에서 얻은 모티브를 우리 몸에 적용한 요가 동작이라 할 수 있어요. 물이 가진 한계 없는 본질을 우리의 삶 속으로 수련을 통해 가져오죠. 감정적인 유연성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삶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믿고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줍니다.” ━ 요가마스터 김희지

파도의 역동성과 순환을 체득하다
시크릿 비치

“아가스트의 오다카요가, 포레스트요가, 인요가는 어떤 특정한 자세와 동작이 완성되는 걸 강요하지 않아요. 다만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상태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돕죠. 제주에 머물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삶을 경험했고, 그 안의 본질을 찾아내려고 응시해요.” (요가마스터 김희지) 그녀는 요가를 수련하는 과정을 통해 겸손과 관용, 자연 안에 머무르는 방법을 배운다.

태풍이 제주 가까이 오고 있다는 예보가 며칠 전부터 이어진 참이었다. 아침부터 바다에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중이었다. 간조와 만조 사이, 평소보다 물이 높이 차올라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물고 바다의 움직임이 역동적인 이곳은 요가를 수행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정적인 동작을 하는 동안엔 파도의 소리가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가 힘 있게 뻗어내는 동작에서 순환의 여정을 경험한다.
발 딛고 선 이곳은 산방산과 송악산 사이, 사계 해안사구이다. 물이 활등처럼 뭍으로 휜 형태의 만입상 해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형이 나타난다. 제주에서 가장 젊은 지층이자 침식에 약한 하모리층이 기반암을 이루고 있다. 해수면보다 높게 드러난 곳은 수직 절벽이 솟아 있고, 수평의 땅 위로는 항아리 모양의 마린포트홀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바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 땅의 모양은 물의 움직임이 빚어낸 셈이다. 몰아치는 파도와 만조와 간조 시기 물이 드나드는 과정을 통해서.
NAVIGATOR 환태평양평화소공원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83-7

자연과의 공존을 터득하다
신창풍차해안도로

저 멀리 미니어처 크기로 보였던 풍력발전기가 점점 더 존재감 있게 다가온다. 어느새 내비게이션 속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500m, 300m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한경면 서쪽 해안을 따라 조성된 해상풍력단지 부근의 신창풍차해안도로는 거대한 구조물과 망망대해가 어우러져 이국의 정취를 풍긴다. 바다와 맞닿은 길은 해수면의 높이와 비슷하게 위치해 주행하는 동안 바다 위를 달리는 듯 자연과 일체감이
들게끔 한다. 신창리 포구를 출발한 차가 해안도로를 따라 5분 남짓 달렸을 무렵, 바다 한가운데 유유히 떠 있는 차귀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금지되었던 무인도인데,
기암괴석과 가파른 해안 절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거센 바닷바람이 빚어내는 에너지와 한낮의 햇살은 공존하는 삶의 여정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
NAVIGATOR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1481-23

FOREST
“자연의 불규칙적인 형태는 삶의 균형을 이루도록 인간을 끊임없이 단련시킵니다. 트레일러닝은 자연의 원형을 계속해서 찾는 지속선상에 있죠. 그 끝에 비로소 오로지 자연과 나만 남게 되는 궁극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 트레일러너 류형곤

낯선 지형을 여정하다
안돌오름과 군산오름

신생대 3기의 거대한 화산활동으로 틀을 형성하고 그 위에 신생대 4기의 기생화산들이 분출하면서 지금의 제주도가 완성됐다. 그런 연유로 섬 전역에 368개의 오름이 펼쳐져 있다. 류형곤 감독과 함께 접한 오름의 낯선 지형들, 숲속 트레일러닝은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을 경험하도록 이끌었다. 먼저 도착한 곳은 구좌읍의 1112도로를 따라 달리다 서쪽 방향으로 모습을 드러낸 안돌오름이다. 민트색 트럭 카페를 지나 키 큰 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통과하면 어느새 방향을 잃고 오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게 된다. 흙길과 평야, 나무숲과 언덕,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지형을 따라 달리다 마침내 잠시 멈춰 선 곳엔 말굽형 화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화구는 이 오름의 처음을 상상하도록 이끈다.
그런 다음 차로 오를 수 있는 오름 중 한곳인 서귀포시 안덕면의 군산오름으로 향한다. 동서로 길게 누운 형태의 군산오름은 대평리를 오롯이 에워싸고 있다. 주차장에서 344m 정상까지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서귀포 일대의 마을과 한라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에 대해 쓴 책에 나와 있던 지침과도 같은 문장 “계속하는 거,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그 말을 되뇌며 제주의 오름을 기분 좋은 속도로 달려본다.
NAVIGATOR 안돌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66-2 군산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564원시림의 생명력과 호흡하다
사려니숲길

이른 아침, 비자림로를 달린다. 해가 낮게 뜨는 이 시간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 사이로 빛이 반짝거리며 새어 나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엔진 소음이 완벽하게 사라진 G80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마저 제어해 여행자를 고요의 세계로 이끌었다. 차는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인 양 사려니숲길 원시림 속으로 조용히 안착했다. 이곳은 해발 500~600m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한다. 참고로 생물권보전지역은 유네스코 MAB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데,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개선하고 일종의 화해와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덕분에 멸종위기 동물인 매, 참매, 팔색조 등이 숲에 서식하며 제주족제비, 제주도롱뇽, 큰오색딱따구리 등이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2002년 12월, 처음 제주도 면적의 45%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그 면적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사려니숲길은 조천읍의 물찻오름을 지나 남원읍의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 코스로 이어진다. 이 온대성 숲에는 편백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나무 아래로는 뱀톱이나 가는홍지네고사리 같은 양치식물과 둥글레, 천남성류의 풀이 무성하다. 숲길 트레일러닝을 마친 뒤 차를 세워둔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연한 노란색 나비 한 마리가 잠시 차의 보닛 위에 앉았다 다시 날았고, 삐빅 차문을 여는 소리에 맞춰 숲속에서 새소리가 화답처럼 들려왔다.
NAVIGATOR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37-1

물성을 파악해 재창조하다
디앤디파트먼트

“예전에 제주에는 방풍림으로 삼나무를 심었어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였으니 귤 상자로 제작하기 딱 좋았죠. 그러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종이 상자로 대체되면서 그 쓰임새를 잃게 됐지요.”(디앤디파트먼트 스토어 팀장)
버려진 귤 상자를 제주답다고 생각한 손호남 작가는 이를 업사이클링의 소재로 사용해 소반으로 제작했다. 흥미로운 여정에 함께한 건 ‘롱 라이프 디자인’과 ‘지역다움’을 발굴하고 전해온 디앤디파트먼트이다. 구도심 속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며 개관한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은 이렇게 지역과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삶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공간을 둘러보니 지역에 기반한 로컬 제품, 섬의 다양한 자연을 소재로 해 완성한 공예품이 눈에 띈다. 대정읍의 김석환 작가가 전통 방법으로 만든 초경바구니는 원래 파종을 위한 씨앗이나 거름을 담는 용도로 쓰였으나 작은 물건을 수납하는 디자인 상품으로 재해석했다.
제주 출신의 김경찬 작가는 제주 화산회토로 옹기 작업을 하는데, 붉은색 옹기가 아니라 모던한 스타일의 검은색으로 구워내 눈길을 끈다. 그렇게 제주의 자연 속 다양한 요소들에 영감을 받은 제주 출신 작가들은 자신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지속가능함을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NAVIGATOR 제주시 탑동로2길 3

“원래 그 자연 속에 존재했던 것을 발견하고 본질적 가치를 공유하며 비로소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의 여정’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ELECTRIFIED G80와 함께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생명력과 고요한 숲속에서 마주친 고라니,
원시림의 어둠을 밝혔던 반딧불과 조우했던 이번 여정.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보존에 대한 열망을 담아봅니다.”

글. 임보연BO-YEON LIM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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