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BEYOND MOROCCO
모로코 사막에서 펼쳐지는 다정한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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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 귀퉁이에 자리한 모로코는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감각을 향유하도록 이끈다. 평화로운 전통 가옥 리아드와 현지 시장 수크 뒤에 다양한 문화적・지리적 요소들이 혼재된 그곳을 여행하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모로코 땅 깊숙이 들어가 뿌리 깊은 식문화와 장대한 로드트립 그리고 사막의 환대를 누려보자.”

 

사하라 사막의 서쪽 끝자락에서 낙타를 이끌고 가는 투아레그족.

 

트레킹의 시작
더 깊은 산 속으로


노새를 타고 아틀라스산맥을 따라 트레킹하면서 우연한 만남을 즐긴다. 그 만남은 농부들과 함께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현지 여인들과 가슴 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왼쪽부터)
아틀라스산맥에 자리한 아이트 부구에메즈Ait Bouguemez 계곡. 
하이킹 도중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점심식사. 

 

코끝에 잘 익은 무화가 향기가 진하게 감돈다. 피죽새들이 호두나무 위에서 지저귀고 베르베르족 가이드인 비아 아자비Bia Azabi가 내 옆에서 걸으며 노래를 가르쳐준다.

“왈라 헨 이 쿰, 왈라 헨 이 아!”
“비아, 이곳 사람들은 왜 그렇게 노래를 자주 부르는 거예요?”
내 물음에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답한다.
“행복하니까요!”

아마 나도 장미꽃과 갖가지 나무며 과일이 풍요롭게 자라는 이런 아름다운 계곡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가이드로 일한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비아는 내 가방에 넣어둔 580쪽짜리 가이드북에서 겨우 몇 문단으로 소개된 모로코 중부 지역의 므군 계곡M’Goun Valley에서 자랐다. 이 계곡은 마라케시에서 동쪽으로 322km 떨어져 있으며 아틀라스 고원의 인기 하이킹 코스와 근접하지만 아직까지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다. 나는 앞으로 며칠 동안 비아와 함께 계곡을 따라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며 총 56km를 걸을 계획이다.

놀랍게도 우리 일행은 네 명 모두 여자다. 내가 참여한 것은 인트레피드 트래블Intrepid Travel 여행사에서 기획한 그룹 투어인데, 이 여행사의 고객 중 65%가 여성이고 이 중 상당수가 여성 전용 투어를 선호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행이 모두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투어는 편안하고 실용적이다. 우리는 서로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고 세세한 공통점도 많다. 그리고 이런 공통점은 이렇게 보수적인 시골 동네를 여행할 때 더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여행 첫날, 우리는 올리브를 수확하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양에게 먹이로 주기 위해 땅바닥에 떨어진 무화과 잎을 줍는 등 일과를 마친 후 강가에 모여 빨래 중인 현지 여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현지 여인들은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 민트차와 아몬드를 대접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그 집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일행 중에 남자가 있었다면 이렇게 갑작스러운 만남과 숙박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현지 여인들의 집에 여행 가방과 장비를 맡긴 우리는 밭을 따라 난 길을 거침없이 걷는다. 우리가 타고 온 노새는 모로코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노새꾼인 말리카 메르둔Malika Merdoun이 보살피고 있다.

야생화가 가득한 계곡의 풍경은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거친 산세를 따라 목가적인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그 중심에 흙색의 탑과 폐허가 된 아랍식 가옥인 카스바kasbah가 자리한다. 개울을 뛰어넘고 바위투성이 협곡을 지나다가 달콤한 대추야자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동안 비아는 자신이 10대 때 했던 강제 결혼과 비로소 자유를 가져다준 이혼 등 그간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짧은 휴식 후에 우리는 르바트 마이트 아흐메드Rbat M’Aït Ahmed 마을로 내려가다가 바위가 듬성듬성한 곳에 멈춰 선다. 그리고 비아가 “이 작은 돌은 엄마 옆에 묻힌 아기를 위한 것이에요”라고 알려준다. 마을 묘지의 일부인 이곳은 최근까지 많은 여인들이 출산 도중에 사망했다는 씁쓸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다행히 의료기관이 들어서고 우리 같은 여성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마을 여성들의 삶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 홈스테이를 약속했던 집으로 돌아갔다. 집안은 이미 축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였는데 집주인의 딸이 곧 결혼을 하기 때문이라고. 예비 신부의 어머니가 나를 베틀 앞으로 이끈다.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이걸 만들고 있어요.” 그녀가 거대한 모직 담요를 꺼내 보이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트레킹은 셋째 날이 가장 고되다. 다음 날 아침, 동쪽을 향해 황토색 언덕과 수많은 동굴을 지나 물이 마른 강바닥을 걷는다. 이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 한 농부 가족이 우리에게 차를 건넨다. 일행 중 한 명은 몸이 좋지 않아 노새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비아는 쾌활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야생 허브를 딴다.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문득 행복한 삶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가족이죠. 자녀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로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과 자유를 느껴요.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예요.” 그러고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왈라 헨 이 쿰, 왈라 헨 이 아! 

 

 

(왼쪽부터)
바히아 궁전의 정교하게 장식된 문.
자전거를 탄 현지인이 마라케시의 번잡한 메디나를 달린다.

 

도시 재발견
대비를 이루는 색채

마라케시는 위풍당당한 황토색 벽 덕분에 ‘붉은 도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면 야생 새들이 날아드는 루프톱부터 구시가지인 메디나에서 업사이클링 공예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들까지, 도시의 초록색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제시간에 오셨네요.” 리아드 네스마Riad Nesma의 호텔리어가 타일로 정교하게 장식된 계단을 가리키며 말한다. 계단을 밟고 단숨에 네 개 층을 오르자, 태양이 거대한 사막 뒤로 넘어가며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슬람 사원들이 일제히 기도 시간을 알리고, 나는 마라케시를 내려다본다. 다른 건물 위에도 나처럼 경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풀장과 화분으로 이뤄진 마라케시의 루프톱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새들의 착륙장이기도 하다. 다음 날 아침, 루프톱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멧새 무리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바그리르baghrir 팬케이크, 무스믄msemen 빵, 코브즈khobz 빵이 가득 차려진 테이블을 보며 어떤 빵의 부스러기를 먼저 나눠줘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또 다른 날에는 처음 보는 종류의 새들이 등장했다. 칼새 떼가 머리 위로 빠르게 날아가고 비둘기가 쿠투비아 모스크Koutoubia Mosque 옆 과수원 사이를 방황하는가 하면, 황새들이 엘 바디 궁전El Badi Palace 위에서 애정 표현을 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북적거리는 메디나에서 고양이가 고요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야자나무가 올려다보이는 조용한 광장.

 

마라케시는 붉은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는 푸릇푸릇한 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1세기 알모라비드Almoravid 왕조가 이 도시를 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 제국의 첫 수도로 정했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메마른 땅에 야자수를 심고 케타라스khettaras라고 부르는 지하 송수로를 지어 물을 공급한 것이었다. 거의 1000년이 지난 지금도 마라케시에는 야자수가 많다. 메나라 정원Menara Gardens과 아그달 정원Agdal Gardens의 올리브나무 사이에도, 라 팔미에La Palmeraie 호텔 주변에도 수천 그루의 야자수가 자란다. 물 역시 여전히 매우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최근 마라케시에 모로코의 물 문명을 기리는 모하메드 6세 박물관이 건립됐다. 이 독특한 문화 시설에서는 사막에 물을 공급하는 방법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마라케시가 본격적으로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6년부터다. 하지만 역사적인 건축물을 친환경적인 시설로 바꾸는 작업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가이드이자 수공예 장인인 아티카 아이트 네자르Atika Aït Nejjar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이곳의 골목은 좁고 오토바이들이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오가요. 그렇다고 오토바이 운행을 제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바쁜 현지인들에게 오토바이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없거든요. 외곽 지역에서는 전기 버스를 운행하지만요. 전동 오토바이나 전동 자전거 등을 더 저렴하게 공급해야 진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아티카의 뒤를 따라 나는 지속 가능한 기념품을 살펴보는 중이다. 하지만 제마엘프나Jemaa el Fnaa 광장의 화려함 탓에 어떤 물건을 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티카는 장애 여성들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인 알누르Al Nour로 나를 이끈다. 이곳에서 직접 운영하는 부티크에서는 수작업으로 만든 의류를 구매할 수 있다. 쿠투비아 허벌Koutoubia Herbal로 발걸음을 옮긴 우리는 유기농 아르간 오일을 맛본다. 아르간 나무는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 모로코 남서쪽 지역이 사막화되지 않도록 보호해준다고 한다. 목공소에서는 유칼립투스 나무와 업사이클링 원단, 가죽을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이브라힘 알바즈Ibrahim Albaz를 만났다. “이드 알카비르Eid al-Kabir 축제 기간 동안 희생물로 도살된 동물의 가죽을 사용해요. 원래는 버려지는 것들이죠.”

하지만 마라케시의 가장 큰 보물은 따로 있다. 라벤더 향이 가득한 비밀의 정원Le Jardin Secret 산책길을 걸어본다. 16세기에 조성된 이곳은 지하 송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받았다고 한다. 혹은 마조렐 정원Majorelle Garden에서 고요함을 만끽하며 사진을 남겨보자. 큰 모자와 펄럭이는 원피스 차림으로 정원을 오가는 여행자들을 마주칠 수도 있다.

이 묘한 매력이 깃든 도시는 친환경적인 먹거리에도 관심이 있다. 5성급 호텔 즈나네 탐스나Jnane Tamsna 내에는 환경보호 활동가가 운영하는 에스노보타니카 카페 앤 숍Ethnobotanica Café and Shop 같은 현대적인 카페와 유기농 전문 매장인 아야소Ayaso가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을 가장 끄는 곳은 루프톱이다.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노매드Nomad 레스토랑과 르미다 L’mida 레스토랑에서 석류알이 반짝이는 샐러드와 신선한 채소로 만든 타진 등 싱그러운 채식 만찬을 즐겨본다. 그 즈음 사원에서 흘러나오는 기도가 노랫소리처럼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왼쪽부터)
탕헤르의 그랑소코 광장을 내려다보는 시계탑. 
북아프리카 최초의 예술영화 상영관인 시네마리프의 아르데코풍 외관. 

 

현지인처럼
항구도시의 모든 것

화려한 구시가지와 호화로운 궁전 그리고 오래전부터 자유로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 매혹적인 카페가 자리한 모로코의 활기 넘치는 항구도시로 떠나본다.

 

모로코 북쪽 끝에 위치한 창의적인 도시 탕헤르Tangier는 수 세기 동안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관문이었다. 20세기에는 앙리 마티스, 잭 케루악, 믹 재거, 지미 헨드릭스 같은 유명인들이 도시의 반짝이는 햇살과 여유로운 카페 분위기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왔다. 탕헤르는 박물관이나 기념비보다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도시다. 첫 번째 목적지인 파스퇴르 대로Boulevard Pasteur에 있는 라 테라스 데 파레수스La Terrasse des Paresseux에 들어서는 순간 앞선 설명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그랑소코Grand Socco 광장도 다채로운 풍경과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기 좋은 장소다.

광장 남쪽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드 탕헤르는 현지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펍이다. 아르데코 시대에 건축된 시네마 리프Cinéma Rif 건물 안에 자리해 북아프리카 최초의 예술영화 상영관과 빈티지한 포스터로 가득한 카페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cinemathequedetanger.com

세 개의 원형 잔디가 인상적인 멘두비아 가든Mendoubia Garden이 여행자를 북쪽으로 이끈다면,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길들은 여행자를 동쪽으로 이끈다. 메디나Medina라 불리는 이 지역은 700년 전에 지어진 탕헤르의 구시가지로 최근 재정비를 마쳤다. 줄무늬 차양막이 드리워진 상점과 카페 위로 아르데코풍 장식이 도드라지는 발코니가 자리해 마치 스페인에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광장 남쪽에 위치한 아메리칸 리게이션에는 미국과 모로코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legation.org

메디나에서는 반짝이는 올리브와 탕헤르를 대표하는 과일인 귤 등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한다. 이곳에 위치한 카페 팅지Café Tingis 또는 화려한 색감으로 장식된 부티크 호텔 팔레이 자히아의 루프톱에 들러 민트차를 음미해보자. palais-zahia.com

메디나의 남서쪽 끝 고지대에 위치한 요새 카스바Kasbah에서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바브 엘 아사Bab el Assa로 진입하면 눈부신 타일로 장식된 아름다운 아사 분수Assa Fountain를 지나게 된다. 요새의 중심 역할을 하는 다르 엘 마크젠Dar el Makhzen에서는 모로코 미술관Museum of Moroccan Arts과 고대 유물 박물관Museum of Antiquities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 비단, 보석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요새 주변을 둘러보면 하얗게 칠한 가옥 사이에 탕헤르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엘모로코 클럽을 비롯한 몇몇 음식점이 숨어 있다. maroc.net/museums, elmoroccoclub.ma

해 질 무렵에는 산책을 하기 위해 절벽 인근이나 해변으로 내려가도 좋고, 대서양과 지중해를 비추는 등대가 있는 자연보호구역 카프 스파르텔Cap Spartel이 있는 서쪽으로 향해도 좋다. 도심으로 돌아와 라보 스튜디오스Labo Studios에서 잔잔한 연주를 감상해보자. 혹시 모로코의 힙합 그룹 중 하나인 그루프 아크로바티크 드 탕헤르가 마침 이 도시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달려가야 한다. liveroomproject.com, groupeacrobatiquedetanger.fr 

 

(왼쪽부터) 
메디나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선한 과일.
카펫을 파는 메디나의 상인.

 

 Q & A 
 남다른 기념품 

주베르 아브데라자크Zoubair Abderrazzak는 현지인에게 공예 기술을 가르치는 이브 브랜슨 재단Eve Branson Foundation의 프로젝트 매니저다.

 

재단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재단 대표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 부모님과 함께 마라케시 남쪽에 있는 호텔인 카스바 타마도트Kasbah Tamadot를 매입한 뒤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재단의 목표는 현지 베르베르족 젊은이들을 훈련시켜 자립할 능력을 길러주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길 원하죠.

 

여행자들도 동참할 수 있나요?

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예 센터에 방문하면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살펴보고 장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공예센터는 카펫을 비롯해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완성된 물건은 카스바 타마도트 밖에 위치한 부티크에서 판매해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마을 공동체가 번창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뿌듯합니다. 브랜슨 여사는 매달 며칠씩 이곳에 머물며 현장에서 일하곤 했어요. 지난해 96세로 작고하셨을 때 현지인들 모두가 슬퍼했죠. 그분이 설립한 공예 센터가 새로운 프로젝트의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evebransonfoundation.org.uk

 

우아르자자트 인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아이트 벤하두.

길을 떠나다
무수한 여정

해안가를 따라 정처 없이 이동하든,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대 보물을 찾아 국토를 달리든, 모로코는 용감한 여행자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만의 모험 루트를 짜는 데 영감을 줄 세 코스를 소개한다.

 

유산을 찾아서

모로코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총 9개의 문화유산이 있는데, 그중 으뜸은 페즈Fez의 메디나라 할 수 있다. 9세기에 형성된 이 골목은 복잡하게 얽힌 구역 안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을 품고 있다. 옛 건물이 그대로 보존된 테투안Tétouan에는 안달루시안풍 구시가지와 흉벽, 18세기 도로 설계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에사우이라Essaouira의 성벽 도시가 자리한다. 앞서 언급한 두 곳을 둘러보며 모로코의 문화 투어를 완성해보자. 마지막으로, 포르투갈인들이 훌륭하게 복원한 엘 자디다El Jadida 지역의 카페와 17세기의 요새 마을이 자리한 아이트 벤하두Aït Benhaddou, 옛 이슬람 왕국의 수도였던 메크네스Meknes를 방문해보자. whc.unesco.org

 

해안가의 운치

2018년에 개통된 모로코의 알보라크Al Boraq 고속열차를 타면 대서양 북부 해안을 한결 수월하게 둘러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손꼽히는 이 기차는 탕헤르, 라바트, 카사블랑카를 오가는 데 아주 유용하다. 해안가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자동차, 오토바이, 그랑 택시(도시 간 공유 차량 서비스), 버스를 이용하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안 도시 아실라Asilah에서 긴 시간 머무르는 것을 추천한다. 오래된 석조 성벽과 하얗게 칠한 건물들, 새롭게 떠오르는 거리 미술이 인상적인 도시다. 남쪽에 위치한 에사우이라, 타가주트Taghazout, 아가디르Agadir는 유명한 지역이라 인파가 많이 몰리는 편이다. 어부들이나 현지 음악가들과 대화를 나눠도 좋고, 바다를 만끽하는 서퍼들과 함께 어울려도 즐겁다.

 

거친 야생

아가디르 남동쪽에서도 장대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도로가 수스마사Souss-Massa 지역을 굽이굽이 돌아서 소아틀라스산맥으로 들어간다. 거칠게 깎아지른 산세, 산호색 화강암, 베르베르족 무역인들이 드나드는 수크, 타셸히트 방언을 사용하는 마을 등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타프라우트Tafraoute 마을에서는 느긋하게 하이킹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를 타고 아멜른계곡Ameln Valley의 작은 마을들과 아이트 만수르 협곡Aït Mansour Gorge 사이를 거칠게 달려볼 수 있다. 탈리우인Taliouine 주변의 사프란 재배 지역을 통과한 뒤 드라타필라레트Drâa-Tafilalet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다 우아르자자트Ouarzazate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남동쪽 드라 계곡Drâa Valley을 가로질러 사하라 북쪽 끝에 있는 에르그 치가가Erg Chigaga까지 운전해보자. 사하라가 상상 속에나 나올 법한 풍광을 선사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래언덕 위로 낙타가 무리 지어 이동하고 어둠이 내려 앉으면 완벽한 적막만이 흐른다.

 

 야생동물 관찰지 4 

푸른 석호

메르자제르가 국립공원Merja Zerga National Park은 1년 내내 새들의 천국이다. 멸종위기종인 모로코 습지 올빼미moroccan marsh owl가 석호 어귀를 낮게 날며 설치류를 사냥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겨울에도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데, 되부리장다리물떼새 같은 철새는 남쪽으로 내려가기보다 오히려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비늘과 가시

네이처트렉을 통해 전문 파충류 학자와 함께 모로코 남부의 대자연을 탐험할 수 있다. 독사, 스페인거북, 사막뿔살모사, 모로코가시꼬리도마뱀 같은 토종 동물을 찾아보자. 날이 어두워지면 도마뱀이나 이집트코브라 등을 마주칠지도 모른다. naturetrek.co.uk

 

대이동

여름이 끝나면 모로코 북부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벌잡이새, 황새, 뻐꾸기, 나이팅게일 같은 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로 변모한다. 간혹 북극제비갈매기가 북극에서 남극으로 날아가는 연례 대이동 중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한다.

 

맹금류와 독수리

대아틀라스산맥은 매, 검독수리, 수염수리 같은 육식성 조류의 근거지다. 반면, 우에드마사Oued Massa 석호는 아가디르 남쪽에 있는 자연보호구역으로 물수리와 개구리매를 관찰하기 좋은 장소다.

 

그나와 밴드가 트벨 드럼과 크라케브를 연주하고 있다.

 

버스킹의 매력
소생하는 리듬

아프리카 서부의 중세시대 마을에서 그 기원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영혼을 뒤흔드는 음악, 춤, 시가가 어우러진 그나와Gnawa를 보지 않고는 모로코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모로코의 어느 도시에서 하루나 이틀쯤 머무르다 보면 레스토랑에서 연주 중이거나 광장에서 버스킹을 하는 그나와 사람들로 이뤄진 밴드를 분명 보게 될 것이다. 캐스터네츠와 비슷한 크라케브krakeb라는 악기로 기본 박자를 맞추면 구엠브리guembri(낙타가죽으로 만든 세 개의 줄이 달린 현악기) 연주자들이 처연한 음을 연주한다. 가수들은 운율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는데 아랍어, 베르베르어, 밤바라족 방언 등이 뒤섞인 외침과 응답이 주를 이룬다. 그 외에 음악가인 말렘mâallem, 무용수인 쿠유kouyou, 지휘자인 모크드마트mqadmat, 기수인 포르트-드라포portes-drapeaux, 운반인인 모바크라트mbakhrat 등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나와 밴드만의 생동감은 여행자를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수놓은 조끼, 바부슈 슬리퍼, 조개껍데기와 긴 술로 장식한 모자까지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쉴 새 없이 춤을 춘다. 노래가 빨라질수록 무용수들은 빙글빙글 돌면서 무릎을 구부린다. 모자에 달린 술은 마치 헬리콥터 날개처럼 빠르게 회전한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역동적인 동작 너머에는 심오하고 영적인 세계가 존재한다. 소수민족인 그나와인들은 전통적으로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끊임없이 춤과 노래를 행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조상은 지금의 세네갈, 말리, 기니를 포함한 중세시대 서아프리카 제국 출신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잊혀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근원이 다양한 모로코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나와 사람들이 자신들의 수도로 삼은 에사우이라에서 정통 그나와 공연을 관람해보자. 혹은 매년 6월 한 달 동안 무료로 공연이 열리는 그나와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 맞춰 여행 계획을 세워도 좋다. 모로코와 서아프리카의 명가수들이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festival-gnaoua.net

 

 

음악 축제에서 공연 중인 파이즈 알리 파이즈Faiz Ali Faiz 밴드의 가수.

 로컬 음악 축제 5 

세계의 신성한 음악 축제
WORLD SACRED MUSIC FESTIVAL

신성한 도시 페즈만큼 이 명상 음악 축제에 적합한 곳은 없다. 매년 6월 초에 열리는데 중국 현악기 연주부터 미국
가스펠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fesfestival.com

 

트랜스사하라
TRANSAHARA

메르주가 모래언덕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잔잔한 일렉트로닉과 사이키델릭 비트를 비롯해 멋진 의상과 기발한 미술을 선보인다. 단, 사막에서의 비박 대신 안락한 텐트나 호텔에서 숙박하길 권한다. dunescandance.com

 

마와진 리듬 월드 페스티벌
MAWAZINE RHYTHMS OF
THE WORLD FESTIVAL

5월부터 6월까지 페스티벌이 개최되면 라바트는 전 세계 음악가와 그들의 연주를 들으려는 군중으로 들썩인다. 2019년에는 무려 300만 명이 이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라바트를 찾았다. 

 

오아시스 페스티벌
OASIS FESTIVAL

이 축제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북아프리카 버전의 이비자 또는 크로아티아 파티라 불리기도 한다. 귀를 울리는 쨍한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과 샴페인을 마시고 요가를 즐겨보자. intothewild.ma

 

재자블랑카
JAZZABLANCA

카사블랑카를 대표하는 음악은 재즈다. 하지만 팝, 록, 힙합, 포크송 등 다양한 음악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행사는 보통 가을 무렵 개최된다. jazzablanca.com

 

(왼쪽부터)
가지로 만든 잘루크를 비롯한 다양한 모로코식 샐러드.
메크네스에서 코브즈 빵을 나눠 먹고 있는 현지인들.

 

미식 체험
모로코를 맛보다


향신료로 섬세하게 요리한 타진, 오븐에서 갓 구운 빵, 고소하고 달콤한 다과 등 모로코는 군침 도는 미식의 거점이다. 길거리 음식 투어나 로컬 요리 클래스를 통해 이곳의 다채로운 맛에 흠뻑 빠져보자.

 

남부의 민트차

모로코에서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뜨거운 허브티가 담긴 유리잔을 건네는 것이 일상적이다. 타리크 오르티-시티 셰프가 타두아르트 마을 인근에서 운영하는 아틀리에 드 퀴진은 현지식 허브티에 대해 배우기 좋은 곳이다. 녹차가루를 허브와 함께 끓여서 높이 따라주며, 계절에 따라 타임이나 레몬버베나 등을 추가한다. atelier-chef-tarik.com

 

스트리트 푸드

현지인 가이드들과 함께 아침・저녁 시간에 모로코의 별미를 맛보는 워킹 투어도 있다. 좁은 골목을 걸으면서 식료품점과 과일 가판대, 길거리 음식점에서 빵, 대추야자, 올리브, 염소치즈, 호두, 과일 등으로 식욕을 돋우자. 마지막에는 테이블에 앉아 당근샐러드, 생선튀김, 타진 등을 맛보며 만찬을 즐기면 된다. moroccanfoodtour.com

 

쿠킹 클래스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 클래스에 참여해보자. 팔레 아마니 호텔 내부에 있는 쿠킹 스쿨에 등록한 수강생들은 현지 셰프와 함께 수크에서 신선한 채소를 구입한 다음 비사라bissara(잠두콩 수프)와 잘루크zaalouk(구운 가지 샐러드) 같은 요리를 루프톱 주방에서 만들어본다. fezcookingschool.com

 

쿠스쿠스 만들기

통통하고 폭신한 쿠스쿠스를 만들려면 인내심과 정성이 필요하다. 인트레피드 트래블을 통한 모로코 시골 여행에서는 베르베르족 가정집에서 주인이 직접 쿠스쿠스 요리 비법을 알려준다. 큐민, 계피, 정향을 섞은 모로코의 정통 향신료 조합인 레스엘 하누트res el hanout를 더하는 게 바로 그 비법. intrepidtravel.com

 

코브즈 굽기

빵 굽기는 매일의 의식.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폭신한 코브즈는 앞접시만큼 작게, 혹은 맨홀 뚜껑만큼 크게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은 장작 오븐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는 집에서 빵 반죽을 만든 다음 마을의 공동 오븐으로 가져가 제빵사에게 직접 구워 오기도 한다. 메크네스에 있는 리아드 라불에서는 코브즈 빵 굽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riadlahboul.com

 

 

사하라 끝자락에 설치한 반이동식 사막 텐트.

사막 여행
모래가 들려주는 이야기

사하라 사막의 주황빛 모래언덕을 오르는 것은 모로코 최고의 모험이다. 모닥불 옆에서 만찬을 즐기다가 끝없이 펼쳐진 별무리가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잠을 청하자. 

 

왠지 무리 중 내가 가장 혹이 큰 낙타를 고른 듯하지만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다. 그저 고삐를 세게 쥐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밖에. 우리는 지금 살구색 모래로 뒤덮인 언덕 위를 표류 중이다. 내가 상상했던 모든 것을 초월하는 광경이다. 그런데 우리의 가이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몹시 조급해 보인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조급함을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멀리 보이는 구름이 하얗게 떠다니다 점차 짙은 회색으로 물들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선두에 있던 낙타 조련사가 이야기하는 순간, 갑자기 구름 사이로 번개가 친다. 사하라 북서쪽 끝에서 낙타 트레킹을 나섰을 때는 태풍이 불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낙타의 울퉁불퉁한 등과 다가오는 태풍을 애써 무시하고 나는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한다. 또 다른 투어 일행이 차량의 조명을 밝힌 채 우리 옆을 빠르게 지나친다. 나는 내심 우쭐한 기분이 든다. 이처럼 고요한 자연과 하나가 되어 터벅터벅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서다. 민트차를 마시기 위해 모닥불 옆에 잠시 앉아 쉬면서 또 한 번 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사하라 사막 중심부에서 북쪽에 위치한 모래 지형인 에르그 체비Erg Chebbi에 우리 캠핑장이 자리한다. 캠핑장 내부는 널찍하고 안락하지만 그만큼 야생적이지는 않다. 아이트 아타Aït Atta 부족 출신 가이드들이 여행자를 사하라에 있는 자신의 유목민 가족의 집으로 초대할 경우 대부분 이런 집에 묵게 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사막 생활 방식이 갈수록 불안정해진 마그레브Maghreb 지방의 유목민들은 여행자를 위한 숙박과 액티비티를 개발하고 있다. 

근처에 캠핑장이 몇 곳 더 있으며 최근까지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미등록 캠핑장도 꽤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캠핑장들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자 정부에서 2019년에 일부 캠핑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에 대해 다시 논란이 일자, 정부는 남아 있는 캠핑장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사막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나와 공연장이 있는 작은 마을 캄리아Khamlia, 별을 관찰하기 좋은 메르조가Merzouga, 활기찬 시장이 있는 리사니Rissani 등 사하라에는 끝없는 모래언덕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전설에 의하면 영화 <스타 워즈>에 등장하는 메마른 땅의 인종은 마그라베 마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마을로 가는 길에 경치가 좋은 곳이 있어 잠시 멈춰 섰는데 잡상인이 화석, 광물, 수정 등을 팔고 있다. 그에게 최근에 운석을 찾았는지 농담처럼 물으니 그가 크게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운석을 찾았으면 내가 여기에 있지 않죠!” 

일요일엔 리사니에 활기가 가득하다. 원뿔처럼 쌓아 올린 향신료의 향이 공기 중에 퍼지고 상인들은 감자, 고추, 고수로 가득한 가판대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빵집에서 메드푸나medfouna를 주문한다. 납작한 빵 속을 허브, 향신료, 고기 또는 채소로 채운 리사니의 대표 별미다. 이 음식은 원래 독특한 훈연 향을 내기 위해 모래 속에 만든 모닥불로 굽지만 마을에서는 칼조네 피자처럼 거대한 나무 장작 오븐에서 굽는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대추야자를 산다. 큼직하고 끈적거리는 대추야자는 햇살에 익어 따뜻하다.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전사가 모래언덕 옆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돈다. 홀로 선 커다란 능수버들 나무 아래 점심이 차려져 있다. 갓 구운 메드푸나를 먹으면서 오늘 밤의 풍경을 기대한다. 모닥불, 술 한잔, 사와리 드럼의 두드림, 그리고 수많은 별들이 흩뿌려진 장대한 사막 하늘을. 

 

 역동적인 어드벤처 3 

토드라 협곡에서 암벽등반

국토 중앙에 위치한 토드라Todra 석회암 계곡은 모로코 자연의 신비 중 하나로 언급된다. 거친 바위를 마주할 준비가 된 등반가들은 볼트가 설치된 12개의 공식 루트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고르면 된다. 난이도 높은 경기용 등반과 멀티 피치 등반도 가능하다. 어벤처스 버티컬스 마로크Aventures Verticales Maroc 같은 아웃도어 회사에서 장비와 등반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가이드 등을 제공한다. climbing-inmorocco.com

 

타가주트에서 서핑

최근 모로코의 서핑 명소인 타가주트에 새로운 5성급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전히 오래된 어촌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범고래가 종종 목격되는 킬러포인트Killer Point와 마치 흡혈귀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드라큘라스Draculas가 가장 인기있는 서핑 지점이다. 현지 서핑 전문 업체 서프 마로크와 서프 베르베르에서 장비와 강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surfmaroc.co.uk, surfberbere.com

 

대아틀라스산맥에서 산악자전거

산과 사막에 여러 사이클 루트가 조성된 모로코 남부 지역은 사이클리스트에게는 어드벤처 놀이터나 다름없다. 구불구불한 노새 이동 경로와 도보로 가기 힘든 외진 바위 코스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일정의 세부 사항이 모두 준비된 장거리 사이클링을 경험하고 싶다면 단체 사이클링팀에 합류해보자. 새들 스케다들에서 하루에 26~58km까지 이동하는 9일 일정의 아틀라스 투 데저트 상품을 제공한다. skedaddle.com

 

 

 Q & A 
최고의 등반!

아틀라스산맥 출신인 하피다 두베인Harfida Hdoubane은 1994년 모로코 최초의 여성 산악 가이드가 됐다. 그녀는 지금도 하이킹 그룹을 이끌고 모로코의 산에 오른다.

 

20년 넘게 가이드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틀라스산맥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들이 대부분 유럽인이었고, 모로코 여성은 집에 머물며 가정을 돌봐야 한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저는 다른 길을 선택했죠.

 

강인한 여성들로 이뤄진 가정에서 자랐어요.

다섯 자매 중 첫째인데, 저희 아버지는 아들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셨어요. 그게 오히려 저희 자매를 강하게 만들었죠. 각자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했거든요. 제가 처음 어머니에게 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이랬어요. “야생동물은 어쩌고? 사자는?” 물론 모로코에는 사자가 없지만 그 말에는 어머니의 염려가 담겨 있었죠.

 

세계 최고의 직업을 택했다고
생각하지만 물론 희생도 있었어요.

일과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보니 모로코에는 여전히 여성 가이드가 많지 않아요. 저는 아들이 하나 있고, 안타깝게도 결혼 생활은 유지하지 못했어요.

 

남자 가이드와 여자 가이드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어요.

저는 주로 여성 여행자들에게 어머니나 언니로 여겨지곤 해요. 제 일은 안전을 지켜주고 여행자들에게 신뢰감과 힘을 주는 거예요. 저는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도 담당해요. 유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터라 양쪽 세계를 잘 이해하는 편이거든요. 양쪽 세계는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것을 추구하죠.

 

모로코에서 사하라 사막 여행을 많이 이끌었지만,
저는 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모로코의 최고봉을 무수히 많이 올랐어요. 이곳의 계곡을 하이킹할 때 완벽한 자유를 느끼죠.

 

모로코에서 여행업은
좋은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여행자들은 단순히 금전적인 이점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에요.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거나 모험 정신을 보여주기도 하죠. 대신 모로코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드넓은 자연과 단란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답니다. tawadatrekking.net

 

글. 엠마 그레그EMMA GREGG
사진. NGT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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