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GENESIS ROAD TRIP @MONTEREY
여행의 정서, 빛나는 순간에 대하여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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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 방향으로 120마일을 달리는 것으로 몬터레이-빅서를 향한 여행이 시작됐다. 캘리포니아 햇살은 사소한 것들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잊고 지내던 보통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여행의 모든 순간은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

 

STOP 1. 시를 닮은 서사적 여행지, 캐너리로CANNERY ROW


고요하고 다정한 바닷가 마을에 들어섰다. 작은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 마을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몬터레이 캐닝 컴퍼니Monterey Canning Company 건물이 보인다. 채도가 낮은 붉은색 건물을 끼고 돌아가는데, 제네시스 G70의 채도 높은 빨간색이 햇빛에 ‘반짝’ 하고 빛난다. 잿빛 머리카락이 근사한 할아버지가 차 옆을 지나가며 유쾌한 미소로 여행자를 반겼다.

이곳 이름이 캐너리로가 된 것은,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이 쓴 동명의 소설 <캐너리로> 때문이다. 몬터레이 부근 퍼시픽그로브Pacific Grove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가 이 동네를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소설로 담아냈다. 캐너리로는 몇 번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인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시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는 항구도시였던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말까지 정어리 어업의 중심지였다. 덕분에 항구 주변으로 통조림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거리엔 30여 개 통조림 공장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친 포획으로 어류가 고갈돼 결국엔 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됐다는 이야기. 다행스럽게도 이후 국립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으면서 지금은 고래나 수달, 물개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생물이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문 닫은 통조림 공장에는 호텔과 갤러리, 와인 테이스팅 바 등이 들어섰으며, 오징어 통조림을 만들던 호브덴 캐너리는 몬터레이베이 수족관이 됐다. 시간의 서사가 쌓인 캐너리로는 내내 여행자의 마음을 흔든다.

NAVIGATOR. 711 Cannery Row, Monterey, CA 9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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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의 색과 취향,
스튜디오 카페STUDIO CAFE

운이 좋았다. 이른 아침 몬터레이베이 수족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커피 생각이 간절했고, 골목길을 헤매다가 마침내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주문하는 곳에는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지역의 원두가 다양한 스타일로 로스팅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만큼 향을 맡아보며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르면, 친절한 주인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준다. 기다리는 동안 카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야외 좌석에 마련된 온돌 의자. 일교차가 제법 큰 가을 날씨에 따뜻한 돌 위에 앉아 취향껏 고른 커피를 마시는 것, 캐너리로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겠다. 참고로 요가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NAVIGATOR. 774 Wave St, Monterey, CA 93940
+1-831-655-2033 /08:00~18:00 /studiocafemonterey.business.site

 

STOP 2. 여행의 시작과 끝, 17마일 드라이브17MLLE DRIVE


모든 곳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이번 여정에서 17마일 드라이브는 그런 의미였다. 여행을 시작할 때도 마칠 때도 이 길을 달렸고, 로드트립 사이사이 새로운 목적지를 달리면서도 이 길 위에 있었다. 내내 해무가 낮게 깔려 바다와 도로의 경계가 흐릿했다가도, 달리는 사이 안개가 개고 저 멀리 수평선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곳이다. 실제로 도로는 스패니시만Spanish Bay을 따라, 퍼시픽그로브와 카멀을 이어주고 있다.

17마일 드라이브를 달리다 존 스타인벡이 유년기를 보냈다는 퍼시픽그로브를 지난다. 둥글고 거친 모양의 돌로 이루어진 해안가,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캘리포니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내 수직으로 높게 솟은 바닷가 절벽에 단단히 뿌리내린 소나무 한 그루, 론사이프러스The Lone Cypress가 모습을 드러낸다. 잠깐 차를 멈췄다. 엔진 소리가 툭 끊어지고, 차 안의 작은 빛도 사라지는 순간마다 순식간에 거대한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달리기와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17마일의 끝에서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NAVIGATOR. 17 Mile Dr, Pacific Grove, CA 93950

 

STOP 3. 올드카와 함께하는 오후 피크닉, 페블비치PEBBLE BEACH


17마일 드라이브를 달려 목적지인 페블비치 리조트에 도착했다. 이곳엔 전설적인 골프코스 페블비치 골프 링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1919년 개장해, 미국의 오픈 챔피언십 대회를 6차례나 개최한 곳으로 특히 카멀베이를 마주하고 있는 파5 18번홀은 골퍼들에게 가장 극적인 ‘마지막 홀’로 통한다. PGA투어 73승, 시니어 투어 18승 총 117승의 우승 기록을 보유한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는 이곳 필드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에게 마지막 한 라운드의 골프를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페블비치로 향할 것이다.”

도착한 페블비치 리조트에서는 마침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Pebble Beach Concours d’Elegance(매년 페블비치 골프장 18번홀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클래식 모터쇼)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출품한 차들의 주인이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함께 와서 차 옆에서 작은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1920년대 모델부터 5, 60년대 차량까지 색상부터 스타일 모두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드러내며 클래식카의 향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NAVIGATOR. 1700 17 Mile Dr, Pebble Beach, CA 9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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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의 기록
몬터레이 카 위크MONTEREY CAR WEEK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몬터레이 카 위크 2019’에서는 제네시스가 콘셉트카 ‘민트’를 선보였다. 작고 세련된 스타일의 이 콘셉트카의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트라는 이름에는 멋지고 세련된, 완벽한 상태라는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반영돼 고유의 디자인 감성을 녹여냈다. 실내는 한국의 전통 디자인과 현대적인 유럽 가구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고.

 

STOP 4. 소비뇽블랑과 라벤더의 페어링, 버나더스 로지BERNARDUS LODGE


페블비치에서 내륙 쪽 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달렸을까. 내내 보아오던 해안도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맥과 아기자기한 레스토랑, 그리고 마침 하교 시간이 막 지났는지 어린이들이 근처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후의 풍경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그때, 우아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가진 카멀밸리Carmel Valley에 도착했다.

오랜 전통의 엄격한 분위기를 지닌 보테 와이너리Boete Winery, 하얀 성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느낌의 포크테일 와이너리Folktale Winery&Vinyards 등, 이곳에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받으며 탐스럽게 포도를 키워내는 와이너리가 모여 있다. 그리고 산타루치아산맥에 둘러싸인 포도밭, 그 옆 장미 정원 사이에 고요하게 자리한 버나더스 로지를 발견했다. 이곳은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여행자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환영의 의미로 건네받은 소비뇽블랑, 가볍고 청량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보디감이 이곳 자연을 그대로 닮은 느낌이다.

최근에 리뉴얼한 레스토랑 루치아LUCIA에서 로컬 식재료로 만든 풍부한 맛의 요리를 맛보거나, 생명력 넘치는 나무들이 이룬 숲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서 스파를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오감에 의지한 채, 라벤더 향기를 따라가보면 좋겠다. 향기의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것을 깨닫는 순간, 눈앞에 근사한 정원이 등장한다. 잘 가꾼 라벤더와 함께 자라고 있는 각종 장미와 허브 등이 여행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NAVIGATOR. 415 West Carmel Valley Road Carmel Valley, CA 93924
+1-831-658-3400 / Instagram.com/bernarduslo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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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밸리 로컬 페이버릿
카페 러스티카CAFÉ RUSTICA

카멀밸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카페 러스티카CAFÉ RUSTICA에 들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낮은 나무 담장 너머 초록색 파라솔과 사이사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이끌렸던 것 같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 어떤 이는 커다란 반려견과 함께 오붓하게 식사를 즐겼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노부부의 테이블도 보였다. 햇살이 좋은 날이라 야외 테이블 좌석에 앉아 전염성 있는 미소를 가진 스태프가 추천해주는 메뉴를 먹기로 했다. 이날의 추천 메뉴는 연어가 올라간 화덕피자, 신선하고 큼직한 가지에 치즈가 어우러진 애피타이저, 그리고 뭉근히 끓여낸 비프 굴라시가 올라간 파스타였다. 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플레이팅이 지친 여행자의 식욕을 돋우기 충분했다.

NAVIGATOR. 10 Del Fino Pl, Carmel Valley, CA 93924
+1-831-659-4444 / 11:00~14:30, 17:00~20:30 (월요일 휴무)

 

STOP 5. 일상적 탐미, 카멀바이더시CARMEL-BY-THE-SEA


아름답고 우아한 것들을 좋아한다. 카멀바이더시에 들어선 순간, 일상적 탐미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100개 가까운 갤러리가 골목길과 메인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어 마치 동네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 같다. 게다가 큐레이션이 훌륭한 부티크나 문구 매장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개성 있는 모습으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한때 예술가들의 피난처였다. 샌프란시스코 지진 이후, 매리 오스틴Mary Austin,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s, 잭 런던Jack London 같은 유명 작가들이 보헤미안적인 매력에 이끌려 이곳에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대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 로빈슨 제퍼스Robinson Jeffers는 1914년 아내와 함께 카멀에 도착해 이곳을 ‘필연적인 장소’라 말했다고. 특히 그는 고전문
학을 탐구하며, 해안의 거친 풍광을 배경으로 그리스 신화를 재창조했다는데 아마도 캘리포니아의 해안이 그의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글. 임보연 BO-YEON LIM
사진. 김영철YOUNG-CHU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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