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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ROAD TRIP @YEOJU
A FEAST FOR THE SE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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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호

 

“계절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자연의 생명력이 한껏 고조되는 장면을 마주한다. 메말랐던 나뭇가지마다 여린 싹이 움트고, 땅은 온기로 가득하며, 계절의 색은 더욱 다채로운 향연을 이어간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수집해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키는 플로리스트와 계절의 경계를 넘는 여정을 시작한다. 봄의 출발점에서 봄의 절정으로 향하는 시간, ELECTRIFIED GV70를 타고 여행자는 생의 찬란한 감동을 맞이한다.” 

공병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화기에 봄을 떠올리게 하는 색과 소재를 담았다.

REFINED FLOWER

자연과의 공존,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여행을 꿈꾸며 꽃이 만개한 인적이 드문 섬으로, 농도가 짙어지는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때로는 인간이 빚어낸 예술적 아름다움을 마주하며, 여행의 시간은 여행자에게 매 순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만개한 개나리와 유채꽃에서 비롯된 노란색과 한해살이풀 쪽에서 파생된 푸른색, 그리고 석양 아래 빛나던 순간의 오렌지색까지. 새로운 쓰임으로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화병에 플로리스트가 수집한 색이 차곡차곡 형태를 쌓아간다. 

 

물레 작업에 몰두한 플로리스트 신선아.
마이포터리의 원목 책상에 도자기의 형태를 섬세하게 다듬는 다양한 도구들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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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MATERIAL
흙의 온기와 맞닿다


봄 햇살이 커다란 창을 통해 쏟아지는 스튜디오로 들어서니 흙의 빛깔 본연의 색을 담아낸 도자기가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레이 톤의 콘크리트 벽에 설치된 나무 선반 위로 완성된 도자기가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수작업으로 빚은 도자기는 1250℃의 가마에서 구워내며 모양과 크기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점이 매력적이다. 테이블 위로는 건조 과정에 있는 미완의 작품들이, 그 옆으로는 잠시 움직임을 멈춘 물레가 자리 잡고 있다.

나의 도자기라는 뜻을 가진 ‘마이포터리’는 세라믹 아트를 전공한 남지현 작가와 남편 조원철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1층은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며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쇼룸으로 운영하고, 2층에는 그릇의 쓰임새를 경험할 수 있는 카페가 자리한다. 그리고 플로리스트의 여행은 공방에서 물레를 천천히 돌리며 흙의 촉감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NAVIGATOR 마이포터리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비룡로782번길 71-40 

 

이번 여행에 함께한 반려견 타쿤이.
이끼 정원에서 마주한 마을의 풍경과 산의 전경.

자연을 관망하고 시간을 탐닉하다 

'스테이보다'


887m 높이의 축령산에 둘러싸인 야생의 땅은 마을을 휘감아 도는 구운천을 곁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땅에서 바라본 광활한 뷰에 마음을 사로잡힌 누군가도 있었다. “땅을 뒤덮은 잡초와 검불을 걷어내고, 본래의 지형을 유지한 채 정원동과 보다동, 2개의 객실로 구성된 스테이보다를 완성했어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프라이빗하게 닫힌 공간이지만 자연을 향해서는 오롯이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죠.” (스테이보다 호스트 임정미) 

조금 더 높고 깊은 곳으로 향하던 길, GV70는 고요하고 부드럽게 오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스테이보다에 도착했다. 머무르기로 한 정원동은 프라이빗한 이끼 정원을 품고 있다. 산소를 가장 많이 내뿜는 식물 중 하나로 알려진 이끼 덕분에 호흡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정원의 굴곡진 형태는 마치 동양화 속의 산세를 닮아 활짝 열린 덧문을 통해 감상하던 산맥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공간 안에 거대한 자연을 담아낸 모양새다. 이끼 정원의 산단풍은 원래 그곳에 있던 나무이고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는 꽃은 모두 야생화이다. 가을이 되면 정원에 갈대가 일렁이는데, 그 모습 또한 무척 아름답다고 호스트가 설명을 덧붙인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액자처럼 담고 있던 덧문을 닫으면, 시선은 자연스레 열린 하늘로 옮겨간다.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은 공간을 채우는 일에도 영향을 미쳤고, 가구나 침구 등은 친환경적인 것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여름이 되면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는 말에 여행자는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흐름’에 대해 생각해본다. 산맥이 만들어내는 땅의 흐름, 이끼 색이 짙어지는 시간의 흐름, 원래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적당한 속도 같은 것을 말이다. 

 

NAVIGATOR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로 21-2

 

전기차만의 간결한 디테일과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GV70 내부.
교감의 건축을 선보이는 더닷의 외관.
플로리스트가 더닷의 쇼룸에서 작품을 살펴보는 중이다.

사람과 사물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

'더 닷' 


예로부터 좋은 흙과 뗄감이 풍부해 도자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천에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가 형성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지역의 산물과 그곳에 모인 공예가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41만m² 대지 위에 조성한 창조적인 공간들은 여행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차를 멈춰 세운 곳은 부식된 적갈색의 내후성강판이 멋스럽게 존재감을 뽐내는 건축물 앞이었다. 이곳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진 크고 작은 점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문화복합공간 ‘더닷’이다. 아트와 디자인을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는 1층 쇼룸에서 출발한 여정은 감상에 좀 더 힘을 실은 2층의 갤러리와 라운지 공간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젊은 작가와의 쇼케이스 공간으로, 때로는 대중과 예술가의 소통의 장으로 역할하기도 한다. 이곳 건축은 다수의 사람이 함께 즐기고 누릴 수 있어야 비로소 공간에 생명력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이한아 대표와 남편인 김대성 교수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여러 분야의 장인, 명장과의 협업을 진행해왔어요. 그중 이천의 김성태 명장과의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전통 자기에 변화를 주고자 했던 장인의 열망은 한국적 전통으로 재해석된 와인잔을 탄생시켰고요.”(더닷 이한아 대표) 1층 쇼룸에는 이외에도 유기잔이나 초자 유리를 재해석한 실용 작품들이 각자의 서사를 엮어내는가하면, 젊은 작가의 시대적 가치가 반영된 작품 또한 시선을 끈다. 플로리스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리사이클링 유리공예 작품으로 활동 중인 박선민 작가의 리앤티크Re:Antique 시리즈.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는 폐유리병의 변신이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늘 고민하는 여행자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NAVIGATOR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 67 

 

갤러리미음에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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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ED
사각의 구조에 담는 무한


반듯한 형태의 사각형 구조가 돋보이는 갤러리미음. 이곳의 정체성은 두 작가의 흥미로운 공존을 통해 완성이 된다. 기하학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을 활용해 테이블 위의 오브제를 만드는 조미현 작가. 그녀는 모던하고 유니크한 작업으로 공간에 색을 입힌다. 도자 조형에서 그릇으로 작업의 범위를 확장한 김일완 작가. 그는 조형 작업에서 보여지는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흙과 유약을 만들어 쓴다. 정체성 뚜렷한 두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큐레이팅은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세계를 확장시키기에 충분하다. 

 

NAVIGATOR 갤러리미음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 32 

 

VISIONS OF COBALT BLUE

자연에서 추출한 쪽빛이 아마실로 짠 얇은 직물을 곱게 물들였다. 

물, 빛, 바람의 색을 담다 

'여성생활사박물관' 


염색(染色)이라는 한자에 천연염색의 과정이 명확하게 새겨져 있다. 물(水), 숫자 아홉(九), 나무(木)로 이루어진 한자는 물들일 물과 색을 추출할 여러 식물(나무로 대표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긴 공정은 9라는 숫자로 표현됐다. 한 전문가의 열망은 박물관이라는 공간으로 귀결되었다.

천연염색 전문가 이민정 관장은 지난 30년 동안 여성 생활 관련 유물을 수집해왔고, 그 수가 3000점에 이르렀다. 수집의 범위는 단순히 여성에만 국한하지 않고 의상과 장신구, 가구 및 집기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오랜 수집의 여정은 2001년 여주 강천면의 폐교를 업사이클링해 여성생활사박물관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박물관 1층에는 전통염색전시실, 작품전시실, 솜씨방 등의 공간이 자리하며, 2층에는 고전 의상, 장신구,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지역 문화예술 플랫폼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획전을 여는가 하면, 여성들의 복식 중 가장 개방적인 스타일로 설명되는 고쟁이 체험전 등 시대의 위트를 담아낸 전시 등도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여행자의 시선을 끈 것은 전시실 벽면과 보관함을 가득 채운 천연염색 천이었다. 수많은 천은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미묘하게 다른 색으로 물들었다. 한 겹 꽃잎 같은 노랑, 순금처럼 깊고 진한 노랑, 우아한 풀색을 띤 노랑 등 규정할 수 있는 이름 대신 색 앞에 여러 수식어를 붙이게끔 한다. 각기 다른 노랑은 울금, 치자, 뽕나무 뿌리 등 각기 다른 자연 재료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에서 만난 건 자연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미감이 아니었을까. 

 

NAVIGATOR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324-20 

 

SEEING GREEN

벚꽃이 한창이던 시기를 지나, 
연둣빛 잎사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제 새로운 색의 꽃이 피기 시작할 거라는 암시와도 같다. 

 

남양주에서 이천을 거쳐 여주로 이어진 122.7km의 로드트립은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

SUNSET GOLD

석양빛이 길게 드리우면, 자연의 모든 색상은 조금씩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GV70의 우유니 화이트 색 위로 다채로운 자연의 빛이 물드는 순간을 목격한다.

지속 가능한 여정

'강천섬'


여주 동쪽 끝, 남한강이 섬강과 조우하며 물길의 흐름이 서쪽으로 급하게 바뀐다. 그리고 마지막 목적지인 강천섬에 도착한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 강천교 인근에 주차를 한 참이었다. 여주 지역을 감싸 안은 듯 여유로운 곡선의 물길 위에 동서로 길고 부드럽게 솟은 섬. 강천교를 통과하고 나면 흙길에 이어 너른 잔디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목련나무가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섬은 강을 따라 벚나무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봄의 끝자락엔 초록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중이다. 군락을 이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단양쑥부쟁이도 눈에 띈다. 한때 캠퍼들의 성지로 불렸던 강천섬은 자연보호를 위해 캠핑이 금지되었고, 대신 여강길 코스를 걸으며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한강의 원래 이름인 여강에서 비롯된 이 길은, 원래 상류 코스를 중심으로 개발되었으나 여주시내부터 이포에 이르는 하류 코스가 만들어지면서 300리의 긴 여정을 완성하게 되었다. 수천 년 맑은 물과 야생의 나무, 물고기와 철새가 공존하는 삶을 살았던 섬에서 지속 가능함의 정의를 마주했다.

민들레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바쁘게 쫓아가던 반려견 타쿤이와 섬의 다양한 색에 매료되어 연신 감탄을 하던 플로리스트의 오후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NAVIGATOR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 627 

 

꽃에 새겨진 시간의 기억

'청록화'


여행을 마친 뒤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온 플로리스트는 자연에서 수집한 색들을 펼쳐내 보일 준비를 했다. 원목 작업대 위에 놓인 꽃은 모두 그곳에서 영감을 받아 준비한 소재들. 작업실 한편에는 줄기가 물에 푹 잠긴 싱싱한 꽃이 가득하다. “마거리트, 으름덩굴, 둥굴레, 아이리스, 튤립, 스위트피, 금잔화, 작약, 캄파눌라, 옥스퍼드, 페니쿰, 보리사초 등을 준비했어요. 봄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꽃과 색조를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녀가 작업하는 청록화 공간은 오래된 한옥을 다듬고 개조해 완성했다. 덕분에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이 공간 전체에 내려앉았다. 옛날 집의 ㄱ자 구조는 그대로 살린 채 작은 마당엔 나무 기둥을 세우고 하얀색 작은 돌을 깔았다. 자연에서 가져온 소재들이 불어넣은 온기 속에서 동양의 침봉과 나뭇가지, 치킨와이어 등을 사용해 환경을 생각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침봉꽂이를 할 때면 꽃 한송이마다 생김새와 상태를 살피면서 작업을 하게 돼요. 몇 송이 꽂았을 뿐인데 시간이 훌쩍 지나 있기도 하죠.” 

여행에서 인연을 맺은 업사이클링 화병에 침봉을 넣고 어울릴 만한 색과 형태의 꽃을 신중하게 고른다. 길이를 다듬고 고른 꽃을 그림 그리듯 꽂다 보니 어느새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 하나가 완성된 듯 보였다. 여행의 기억이 각인된 꽃은 그 자체로 봄이었다. 

 

NAVIGATOR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26길 4-3 

 


SUSTAINABLE 
JOURNEYS 

새로운 쓰임에 대하여 
업사이클링 화병 


박선민 작가의 리앤티크 시리즈를 통해 폐유리병이 새로운 쓰임새를 부여받았다. 버려진 유리병이 유리 블로잉Glass Blowing작업과 연마 기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거듭나며 컵이나 작은 볼 혹은 화병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예술가의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미감을 완성했고, 플로리스트는 그 안에 지난봄의 기억을 담아냈다. 

 

 

꽃을 만지면서 차를 즐기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자연을 관망하며 차를 즐기던 선조들의 삶에 관심이 갔기 때문.
오후 3시에 마시는 국화차도, 봄의 목련차도 좋다. 

 

 

“마냥 설레는 계절에 시작된 여행이었어요. ELECTRIFIED GV70의 고요한 세계를 통해 자연의 가장 역동적인 순간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깊은 감동을 남겼죠. 벚꽃이 흩날리던 때, 유채꽃이 막 올라오기 시작하던 시간, 목련꽃이 투둑 벌어지던 찰나의 경험을 통해 영감에 사로잡혔어요. 자연의 색감과 나무와 꽃, 풀들이 이루는 높낮이가 빚어내는 균형은 무척 흥미로웠고, 제 화기 속에서 새롭게 재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플로리스트 신선아 

 

글. 임보연BO-YEON LIM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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