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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탐험해야 할 경이로운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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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호

 

텍사스주 서부의 빅벤드국립공원을 굽이굽이 흐르는 리오그란데강.

전 세계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편집부가 새로운 해에 탐험해볼 만한 여행지 25곳을 선정했다. 각각의 장소는 모두 로컬 문화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호흡하고 생태계를 순환하는 등 온갖 경이로움이 가득한 곳이다. 커뮤니티, 네이처, 컬처, 패밀리, 어드벤처로 분류된 장소들을 따라가며 탐험가의 개척 정신을 일깨워보자!

 


 

COMMUNITY
그리스 – 도데카네스제도

 

아테네에서 여객선으로 28시간 거리에 있는
외딴 카르파토스섬에 자리한 교회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본다.

"과거와 현재가 균형을 이루는 군도"

점점 더 많은 여행자들이 도데카네스제도Dodecanese Islands로 향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섬을 해치는 존재일까 아니면 부흥시키는 존재일까. 튀르키예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그리스 섬 12개가 아름다운 바위와 용맹한 역사를 앞세워 여행자를 매혹한다. 고대로마제국, 오스만 왕조, 이탈리아인들은 모두 한 차례씩 이 섬들을 정복하며 건축물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현대판 침략자로 여겨지는 여행자들은 보물을 찾는 대신 레로스Leros, 파트모스Patmos, 코스Kos 등 도데카네스제도의 수많은 섬에 사진을 남기기 위해 온다.

크레타Crete와 로도스Rhodes 섬 중간에 자리한 카르파토스Karpathos처럼 한가로운 섬도 이제는 여행자가 주는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섬은 젖과 꿀이 흐르는 구릉진 땅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현지인들이 가족 단위로 양봉업에 종사하거나 버터와 치즈를 만든다. 카르파토스는 오래된 마을과 외딴 교회 등 특유의 매력으로 미코노스나 산토리니 등 지나치게 유명한 여행지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의 발길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이내 부족한 물과 미흡한 재활용 시설로 인해 불편을 야기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현지 주민들의 참여”라고 에코투어리즘 카르파토스의 설립자인 에반젤리아 아가피우Evangelia Agapiou가 강조한다. 현지 주민들의 참여는 전통 와인 제조법 시현이 될 수도 있고, 현지 어부와 함께하는 야간 낚시 투어가 될 수도 있다. “영어로 ‘에코eco’는 ‘생태계ecology’와 연관이 깊지만, 그리스어로 ‘에코스ecos’는 ‘집, 땅, 공동체’를 뜻하죠. 이 단어야말로 궁극적인 에코투어리즘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거니까요.”

 

ADVENTURE
오스트리아 – 알프스

 

오스트리아 동부 티롤주에 있는 오베르슈탈러 알름Oberstaller Alm 마을에는
18채의 산악 오두막과 교회만이 자리한다.

"알프스에 자리 잡은 오래된 마을을 따라 하이킹하다"

산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한 법. 2008년부터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있는 고지대 마을들이 연대하여 산악 하이킹, 사이클링, 빙벽 등반,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선보이며 모험심 강한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베르크슈타이게르되르퍼Bergsteigerdörfer라고 불리는 이 네트워크는 산악 마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티롤Tirol과 카린티아Carinthia를 포함한 오스트리아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추가로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의 몇몇 마을도 이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다. 이들은 각 마을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여 산악 지대를 과도하게 개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일을 한다. 네트워크에 속한 36개의 마을은 스키 리조트와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 등 대규모 관광 사업을 거부한 채 지속 가능한 산악 여행에 중점을 둔다.

“저희는 더 크거나 더 높은 것을 내세우지 않아요. 그래서 날것의 알프스 그 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곤 하죠.” 오스트리아알프스협회의 바르바라 라이틀러Barbara Reitler가 이렇게 말하며 베르크슈타이게르되르퍼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거리를 소개해준다. 농부의 집에서 머문 뒤 온종일 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슈테르츠sterz라는 전통 음식을 대접받는 소소한 체험이 인기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라이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마을은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게조이제국립공원Gesäuse National Park 안에 위치한 욘스바흐Johnsbach다. “강을 따라 천천히 엔스 계곡Enns Valley 사이로 이동해요. 그러다 보면 게조이제산맥Gesäuse Mountains의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NATURE
보츠와나 – 중부툴리야생동물보호구역

 

미어캣과 여러 야생동물, 현지 문화가 보츠와나의 드넓은 황야로 여행자를 이끈다.

"사파리가 만들어내는 깊은 문화적 유대"

보츠와나의 광활한 국립공원과 야생동물보호구역이 밀렵과 관광으로 인해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 증가하는 반밀렵 활동과 볼런투어리즘(자원봉사활동에 초점을 맞춘 여행) 또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표범, 갈색하이에나, 점박이하이에나, 코끼리 등이 서식하는 보츠와나의 동쪽 국경지대 툴리블록Tuli Block에서는 공원 관리원들이 699km2 규모의 중부툴리야생동물보호구역Central Tuli Game Reserve 안에 첨단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네덜란드 단체인 스마트 파크스Smart Parks가 개발한 이 장비는 밀렵꾼이나 그들의 차량을 센서로 감지하여 중앙 관리실로 송출해준다. 심지어 동물의 이동을 추적하는 데도 유용하다.

보츠와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밀레니얼 세대 여행자들은 사람 간의 유대감 형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인 코켓소 코키 무코디Koketso Koki Mookodi가 덧붙인다. “덕분에 보츠와나에서도 맞춤형 투어와 마을 홈스테이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코켓소는 보츠와나에서 와일드버드재단Wild Bird Trust의 지역 총괄을 맡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오카방고 삼각주 동부에 자리한 외딴 마을 10곳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중이다. 에듀케이터 익스페디션스Educator Expeditions 프로그램은 마을 선생님들을 사파리에 초대하여 환경보호와 현지 문화를 어떻게 수업에 접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공유한다. “자연을 칠판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죠.” 코켓소가 설명한다. 여행자들은 보츠와나의 탐험 본부이자 가이드 훈련소인 아프리칸 가이드 아카데미의 크와파 캠프Kwapa Camp에서 단기 강좌를 신청할 수도 있다. 동물 발자국 추적과 황야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1주일 과정부터 아프리카 대자연을 심도 있게 탐색하는 28일짜리 가이드 코스 등 다양한 수업이 마련되어 있다.

 

NATURE
미국 텍사스주 – 빅벤드국립공원

 

"인파가 붐비는 옐로스톤을 벗어나 텍사스로 향하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약 40만 명이 텍사스의 빅벤드국립공원Big Bend National Park을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옐로스톤 방문객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내셔널지오그래픽 기고가인 로버트 드레이퍼Robert Draper가 밝힌다. 텍사스 서부에 있는 이 외지고 메마른 땅은 어느 국립공원보다 다양한 선인장종이 자라고, 뻐꾸기과의 로드러너roadrunner와 밝은 노란색 오리올oriole, 멧돼지의 일종인 자벨리나javelina 같은 동물이 서식한다. “야생동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날 때 더욱 짜릿하죠.” 로버트가 경쾌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빅벤드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3243km2를 차지하는 치후아후안사막Chihuahuan Desert은 묵묵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빅벤드국립공원에는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빅벤드국립공원과 멕시코 사이 190km에 달하는 경계선을 형성하는 리오그란데강Rio Grande River 양옆으로 다채로운 문화가 펼쳐진다. 멕시코 국경 마을인 오히나가Ojinaga와 텍사스 도시인 알파인Alpine 등에서 활동하는 개성 있는 화가들이 국립공원 밖을 서로 다른 매력으로 채워낸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멀리 떨어진 빅벤드국립공원을 고향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FAMILY
트리니다드토바고 – 그란데 리비에르 해변

 

토바고섬에 있는 조용한 만인 잉글리시맨베이Englishman’s Bay에서는 일광욕과 함께 거북 관찰이 가능하다.

"바다거북의 안식처를 보살피다"

바다거북은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았지만 어쩌면 이번 세기가 마지막 생존기일지도 모른다. 바다거북을 구하고 싶다면 서둘러 트리니다드토바고로 향하자. 이곳에서는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푸른바다거북green, 장수거북leatherback, 대모거북hawksbill, 올리브바다거북olive ridley 등 수백 마리의 바다거북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3월부터 8월까지는 산란기인 장수거북이 대규모 움직임을 보인다. 이 기간 동안 6000~1만 마리의 장수거북이 섬의 해안으로 운집한다. 트리니다드 북쪽 해안에 자리한 그란데 리비에르Grande Riviere 해변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장수거북 터로 알려져 있다. “32년이 지난 지금도 장수거북을 보면 경외심이 샘솟아요.” 수잔 라칸-밥티스트Suzan Lakhan-Baptiste는 장수거북 보존에 앞장서며 거북이 관찰 투어를 진행하는 네이처 시커스Nature Seekers의 책임자다.

인증된 가이드가 이끄는 거북 관찰 투어는 창출한 수익의 대부분을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플라스틱 오염 등의 위협을 받고 있는 바다거북을 위해 사용한다. 여행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장수거북 터를 청소하고, 산란하는 거북을 찾아 표식을 부착하고, 바다거북과 둥지의 숫자와 그 크기를 추적하는 작업을 하는 등 색다른 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CULTURE
이집트 – 대이집트박물관

 

3200년 된 람세스 2세의 동상이 대이집트박물관의 중앙홀을 압도한다.

"투탕카멘이 새집으로 이사한 기념비적인 날"

투탕카멘 발굴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유물들이 박물관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와 동시에 새로운 고고학적 발굴도 연달아 이루어져 이집트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카이로의 대이집트박물관은 기자Giza의 한 피라미드 끝에 자리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소속이자 고고학자인 프레드리크 히에베르트Fredrik Hiebert는 이곳을 “완벽한 장소에 자리 잡은 완벽한 박물관”이라 평한다. 프레드리크는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상 멀티미디어 전시 <비욘드 투탕카멘Beyond King Tut>을 감독하고 있다.

“옛 카이로 박물관 지하에 보관되어 있던 투탕카멘의 수많은 황금 보물을 전시하기 위해 이집트인들이 마치 또 다른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 같아요. 대이집트박물관은 이집트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여행지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이집트의 여행 패턴을 바꿀 겁니다.”(프레드리크) 50만m² 크기의 박물관에는 약 10만 점에 이르는 이집트의 방대한 고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공간마저도 곧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카라Saqqara에서 미라 250구가, 룩소르Luxor 인근에서 3000년 전 투탕카멘의 조부인 아멘호텝 3세가 건설한 ‘황금 도시’가 발굴됐기 때문이다. 발굴된 유물 중에는 평범한 이집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물건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얼마 전 스핑크스의 길Avenue of the Sphinxes 복원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집트는 거의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유적지들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기념물기금WMF에 따르면 초대 파라오들의 왕릉인 아비도스Abydos가 상승하는 지하수면과 불법 쓰레기 투기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ADVENTURE
페루 – 초퀘키라오

 

페루의 안데스산맥에 숨어 있는 잉카 유적지 초퀘키라오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보뿐이다.

"마추픽추의 인적 드문 자매 도시를 트레킹하다"

페루의 안데스산맥에 있는 가장 외진 잉카 유적지 중 한 곳인 초퀘키라오Choquequirao는 소수의 여행자를 위한 장소다. 29km 길이의 가파른 길을 오르락내리락 트레킹해야만 드높은 안데스와 그 아래 밀림 사이에 걸쳐진 해발 3048m 높이의 유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

“초퀘키라오에 관한 수많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요.” 2005년 이곳에서 첫 발굴 작업을 시작한 고고학자 고리-투미 에체바리아Gori-Tumi Echevarría가 말한다. 유적지 내의 여러 사원과 테라스 그리고 광장은 아직도 극히 일부만 발굴되었다. 이 고대 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유물은 라마 테라스Llama Terrace다. 가파른 계단식 지형의 벽면에 새겨진 실물 크기의 라마 형상 24개를 두고 지어진 이름이다. 석영과 유사한 흰색 돌로 만들어진 형상들은 어두운 편암 바탕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다른 잉카 유적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석조 예술이다. “안데스산맥에 있는 유일무이한 조형물이에요. 16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단 하나뿐인 조형물로 다음 세기에도 이와 같은 걸 만들어내지 못했어요.”(고리-투미)

최근 케추아어로 ‘금의 요람’을 뜻하는 초퀘키라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추픽추의 자매 도시로서 여행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새로운 기반 시설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페루관광청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마추픽추에 여행자 150만 명이 찾아온 반면, 초퀘키라오는 950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페루 정부는 접근성을 높이고자 2억6000만 달러를 투입해 키유냘라Kiuñalla 마을과 유적지 사이 4.8km 거리를 케이블카로 연결할 계획이다. 비록 초퀘키라오의 고요는 깨지겠지만 마을 주민들은 경제적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초퀘키라오는 21세기로부터 보호받은 안식처이자 여행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지의 여행지다.

 

COMMUNITY
라오스 – 란싼

 

고대 수도인 루앙프라방 동북쪽에 있는 농키아오Nong Khiaow 마을 옆을 흐르는 놈우강Nom Ou River.

"100만 마리 코끼리의 땅을 오가는 초고속 열차"

코로나19로 인해 라오스와 같이 여행업에 의존하는 여러 국가의 국경이 닫혔다. 하지만 메콩강 상류 지역은 2021년 12월 초고속 열차가 개통되면서 국내 여행의 호황기를 맞이했다. 란싼Lane Xang이라는 이 초고속 열차는 ‘100만 마리 코끼리의 땅’을 뜻하는 라오스의 고대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열차는 중국 쿤밍에서 출발해 라오스의 418km 구간인 국경 마을 보텐Boten과 터널 75개와 다리 167개를 통과해 수도 비엔티안에 이른다.

열차가 개통된 목적은 분명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대 왕국의 수도 루앙프라방을 포함한 라오스의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자국민들이 편히 누릴 수 있도록 여행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전역, 특히 비엔티안과 남부 지역에서 온 여행자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비단으로 만든 의류와 스카프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옥 팝 톡 컬처럴 센터Ock Pop Tok Cultural Center의 공동 설립자인 베오마니 두앙달라Veomanee Douangdala가 설명한다.

과거 라오스 여행자들이 도시로 오기 위해서는 무려 대여섯 시간을 차로 이동해야 했지만 지금은 시속 160km에 달하는 열차로 불과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열차는 저렴하고 안전하면서 빠릅니다. 창밖에 보이는 풍광도 아름답고요.” 베오마니가 웃으며 덧붙인다.

 

FAMILY
영국 – 맨체스터

 

맨체스터 여행을 주도했던 축구가
컬처 투어와 경쟁하고 있다.

"축구 순례지에서 예술적 부흥이 일어나다"

영국 제2의 도시가 스포츠와 음악을 내세워 자신들만의 대중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그라운드인 맨체스터가 2023년 코로나19 이후의 회복에 대비해 새로운 명소들을 개장한다. 2023년의 하이라이트는 렘 쿨하스 건축사무소에서 설계를 맡고 2억2500만 달러를 투입한 문화 공간 팩토리Factory. 조이 디비전Joy Division과 뉴오더New Order 등 현지 밴드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시킨 음반 회사의 이름을 딴 팩토리는 맨체스터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공식 공연장이 될 예정이다. 연간 두 번 열리는 이 예술 축제는 모든 연령의 관객을 고려한 연극, 오페라, 음악 공연 등을 선보인다.

2023년은 맨체스터박물관이 다시 개관하는 해이기도 하다. 영국계 아시아 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갤러리들이 함께 소개되며 인간, 식물, 동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한 전시관인 빌롱잉 갤러리Belonging Gallery도 문을 연다. 또한 비영리기구인 내셔널 트러스트 주관하에 ‘하늘 공원’으로 탈바꿈한 빅토리아 시대의 캐슬필드 고가Castlefield Viaduct도 최근 개방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경기장 올드 트래퍼드Old Trafford에서 열리는 경기 입장권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팬들은 인근에 자리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박물관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경기장 투어를 즐길 수 있다.

 

CULTURE
중국 허난성 – 룽먼 석굴

 

중국의 룽먼 석굴에 방문한 여행자들을 통해 불교 석굴과 석상의 웅장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고대 석조물과 현대 기술의 만남"

당나라의 고대 예술성이 21세기 메타버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국 허난성에 있는 룽먼 석굴Longmen Grottoes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것 같다. 이강Yi River이 내려다보이는 석회암 암벽을 따라 이어진 굴 안에 기원전 5~8세기에 조성된 10만여 점이 넘는 불상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허난성 방송국에서 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곡예 댄스 프로그램인 <룽먼 킹콩Longmen King Kong>의 촬영지로 삼았고, 웅장한 석상과 프로그램의 화려한 특수효과가 어우러져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석굴을 보다 주목하게 만드는 건 특수효과가 아니라 최첨단 복원 기술이다. 고고학자들은 파손된 석상을 재건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하고, 시안교통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의 공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유적지의 3D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디지털 스캐닝 작업을 하고 있다.

 

FAMILY
콜롬비아 – 산타 마르타 앵무새

 

과타페 바위산Rock of Guatapé을 정복하는 용감한
여행자에게는 콜롬비아의 환상적인 지형이 기다리고 있다.

"남아메리카에서 새들의 보금자리에 매료되다"

콜롬비아는 다양한 조류가 빚어내는 알록달록한 색을 뽐내곤 하는데 그 풍부한 색감은 애니메이션 <엔칸토>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전 세계 조류의 20%에 이르는 약 1900종이 서식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채로운 조류 보금자리다.

좀 더 본격적으로 새를 보기 위해 노던 콜롬비아 버딩 트레일Northern Colombia Birding Trail로 날아가보자. 이 트레일은 탐조가와 일반 여행자 모두가 선호할 만한 루트이다. 내셔널 어두본 협회National Audubon Society에서는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안 산맥인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 마르타Sierra Nevada de Santa Marta와 페리하산맥Perijá Mountains 그리고 아름다운 카리브해와 접한 타이로나국립공원Tayrona National Park으로 떠나는 투어를 운영한다. 여행자들은 운이 좋으면 관머리케찰crested quetzal과 산타 마르타 앵무새santa marta parakeet와 시클윙드구안sicklewinged guan 등의 현지 새를 발견할 수 있다.

콜롬비아인은 새에 애정이 깊고 박식해 종종 트레일에 참여하는 여행자에게 틈새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조류와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여행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페데리코 파르도Federico Pardo가 설명한다. “이러한 여행은 현지인의 경제 수준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동식물과 생태계를 아끼는 마음을 키워주죠.”

 

COMMUNITY
미국 위스콘신주 – 밀워키

 

밀워키미술관이 도시 호수변에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대호를 감싸 안은 도시가 소외된 지역을 되살리다"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한 도시가 노동자들의 호쾌한 에너지와 끈끈한 예술공동체를 토대로 오대호 주변 지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인 밀워키Milwaukee는 2023년을 위해 도시의 엔진을 예열 중이다. 중심부로 흐르는 세 개의 수로 옆에는 강변 산책로가 조성되고, 활기찬 디어 지구Deer District의 옛 공터에는 호텔과 콘서트장과 경기장이 활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디어 지구에서는 미국 흑인예술 전용 문화센터를 비롯해 트렌디한 볼거리가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현지인들을 따라 카약을 타고 세 개의 수로 중 하나를 유유자적 구경하다가 자전거 도로가 조성된 옛 상업지구 히스토릭 서드 워드Historic Third Ward에서 내리자. 밀워키 퍼블릭 마켓Milwaukee Public Market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치즈 한 봉지를 사거나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를 맛봐도 좋다. 그리고 미시간호Lake Michigan와 이어지는 밀워키미술관Milwaukee Art Museum으로 가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조각 공원을 구경하자.

밀워키라는 도시의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맥주다. 도시에 있는 십여 개의 양조장 중 한 곳을 공략하여 이들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살펴보는 건 어떨까. 수제 IPA 맥주와 흑맥주를 따라주는 분위기 있는 탭룸은 유리병을 요란하게 부딪치는 펍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선보인다.

 

NATURE
포르투갈 – 아조레스

 

피코산을 보호하기 위해 아조레스 정상을 오르는 등반객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 외딴 군도는 고래와 돌고래의 낙원이다"

화산이 폭발하며 생성된 아조레스Azores는 과거와 달리 울창한 녹음으로 뒤덮여 있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는 포르투갈 해안에서 약 1600km 떨어져 있다. “아조레스는 풍습과 언어가 각기 다른 아홉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피코섬Pico Island에 서 새끼 바닷새의 활동을 연구하는 해양생물학자인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미리엄 쿠에스타 가르시아Miriam Cuesta Garcia가 말한다. “하지만 아조레스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통일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변화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 보존에 앞장서죠.”

아조레스는 아홉 개의 섬 중 네 곳이 유네스코 생물권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세계자연기금으로부터 28종의 고래와 돌고래 서식지로 인정받았다. 또한 2019년에는 호주에 기반을 둔 국제 관광 자문 단체 어스체크EarthCheck가 인증하는 세계 첫 군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땅은 항상 생물다양성 보호, 수질과 공기질 관리, 원주민 유산 보전에 힘쓰고 있다. 그 예로, 정부는 포르투갈 최고봉인 피코산Mount Pico에 오르는 하루 등반객 수를 제한하여 여행자들이 대대손손 피코섬의 빼어난 화산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FAMILY
스위스 – 고다르드 파노라마 익스프레스

 

여행자는 스위스의 견고한 열차를 이용해 베르비에Verbier 등
유명 스키장으로 향할 수 있다.

"재미난 철도에 몸을 싣고 달콤한 여정에 오르다"

인구가 870만 명에 이르는 스위스는 날마다 대중교통으로 660만 명을 실어 나른다. 특히 스위스의 대중교통은 시간을 엄수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곳에 휴가를 보내러 오는 여행자들은 정시에 오는 열차를 타고 수려한 산과 전통 쿠키 등을 경험하며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동화 같은 여정에 오를 수 있다.

이 여정은 루체른Lucerne에서 출발하는 증기선 고다르드 파노라마 익스프레스Gotthard Panorama Express를 타는 것에서 시작한다. 호수를 건넌 다음 플뤼엘렌Flüelen에서 이탈리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스위스 남쪽으로 내려간다. 여러 언어로 표시된 표지판이 18세기 바센Wassen 성당으로 안내한다. 기차는 이 무렵 고지대를 오르기 위해 나선형으로 달리면서 성당의 세 면을 세 가지 각도로 보여준다. 열린 창문이 있는 칸 너머로 루스 계곡Reuss Valley을 포함한 아름다운 풍경의 광각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베른Berne에서 루체른까지 가는 쿠키 열차는 어린이들이 직접 쿠키를 굽고 자신만의 쿠키 상자를 만들 수 있는 캄블리Kambly 제과점에 잠시 들른다. 그리고 몽트뢰Montreux에서 출발하는 초콜릿 열차는 손님들에게 핫초코를 제공하며, 메종 카이에Maison Cailler 초콜릿 공장 투어를 위해 브록Broc에 정차한다. 여기에 여행의 달콤함을 배가시키는 것은 바로 16세 이하 어린이가 무료 또는 승차권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스위스 패밀리 카드다. “이 카드는 사용하기도 매우 간편해 즉흥적인 여행이 가능해요.” 내셔널지오그래픽 가족 여행 전문가 헤더 그린우드 데이비스Heather Greenwood Davis가 일러준다. 2023년 겨울, 스위스는 대중교통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가족들이 함께 스노보드 강습을 받을 수 있는 락스Laax 스키 리조트 등으로 여행자를 이끌 것이다.

 

CULTURE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 찰스턴

 

"참혹한 역사를 되돌아보다"

찰스턴Charleston은 미국 남부 지방의 음식과 산책로, 그리고 남북전쟁 이전 건축물로 잘 알려진 도시이다. 다가오는 1월 21일, 이곳에 미국 흑인박물관African American Museum이 개관하면서 도시는 역사의 어두운 면을 직시할 예정이다. 박물관이 위치한 찰스턴 항구 건너편에 개즈던 부두Gadsden’s Wharf가 있는데, 이 부두는 18~19세기에 10만 명의 아프리카인 노예를 선박으로 실어온 장소이다.

박물관의 9개 전시 공간에서는 그 당시 항로에서 벌어진 참상과 농장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예들이 이룬 승리와 이 시기에 생성된 문화유산에 대한 내용도 담아내고 있다. 일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부터 플로리다주까지 대서양 해안을 따라 터를 잡은 채 아프리카 조상들의 전통을 간직해온 굴라 기치Gullah Geechee 사람들에 대한 전시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박물관은 아메리카 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게끔 돕는다. 역사학자들은 아메리카 흑인의 90% 정도가 찰스턴 노예시장을 거쳐온 조상이 있다고 판단한다. 박물관 내 가족사센터에 흑인 수백만 명의 가계도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니 뿌리를 알고 싶다면 참고해도 좋겠다.

 

NATURE
슬로베니아 – 그린 구어메이 루트

 

자전거 여행자를 겨냥한 슬로베니아의 그린 구어메이 루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미각의 재발견을 모두 선사한다.

"자전거를 타고 풍요로운 맛의 여정을 완성시키다"

지속 가능한 여행의 선두 주자로 손꼽히는 슬로베니아는 이미 7년 전부터 그린 계획Green Scheme 아래 다양한 친환경 투어를 시행해왔다. 최근 새로운 투어를 추가했는데 바로 슬로베니아 그린 구어메이 루트Slovenia Green Gourmet Route다. 11일 동안 10곳을 들르는 이 푸드 트레일은 특히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바이커들은 외진 곳에 있는 시골 마을을 찾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각각의 초원이 서로 다른 독특한 치즈를 만들어낸다는 걸 발견할 수 있죠.” 트레일 기획자 중 한 명인 잔 클로바라Jan Klovara가 이야기한다.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에서 출발하는 루트는 수많은 동굴이 있는 카르스트 대지Karst Plateau를 향하다 이내 알프스산맥이 보이는 소차 계곡Soca Valley을 통과해 드라바강Drava River과 사바강Sava River으로 이어지며 국토를 횡단한다.

자전거 여행자들은 슬로베니아 열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한 뒤 시골길에서 페달을 밟으면 된다. 저녁식사는 마리보르Maribor에서 세르비아 음식으로 유명세를 치른 미쉐린 레스토랑에 가는 걸 추천한다. 또는 스타니엘Štanjel에서 프로슈토를 먹거나 슬로베니아의 토스카나로 알려진 포도 재배지 브르다Brda에 있는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한잔 곁들이자. 루트를 따라 차분히 여행해도 좋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좇아 자유롭게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봐도 좋다.

 

COMMUNITY
캐나다 앨버타주 – 크리족

 

캐나다의 앨버타주를 여행하는 이들은 이 지역 원주민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땅과 돌에 깃든 원주민의 신화에 귀 기울이다"

앨버타주는 로키산맥에 있는 아사바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와 밴프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등 자연의 신비를 대표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캐나다 서쪽 지방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향유하는 또 다른 여정을 제안한다. “저희를 찾는 여행자들은 발견을 열망하죠. 발견 대상은 자신을 이루는 뿌리일 수도, 미지 너머의 세상일 수도 있어요.” 앨버타주 선드리Sundre 인근 숲에서 약초를 캐는 크리족Cree 가이드 브렌다 홀더Brenda Holder가 설명한다.

앨버타주의 원주민 유적지에서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오기 이전 시대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에드먼턴 동쪽에 자리한 엘크아일랜드국립공원Elk Island National Park에서는 선사시대 석재 도구 체험 프로그램과 크리족 공예 수업을 통해 8000년 전의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또는 밀크리버밸리Milk River Valley의 초원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라이팅온스톤/애이시내피Writing-on-Stone/Áísínai’pi로 올라가서 사암 지형물과 바위에 남아 있는 암각화를 살펴보며 원주민들의 꿈과 신화를 유추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ADVENTURE
뉴질랜드 – 퀸스타운 트레일

 

모험가들은 풍경이 빼어난 남섬South Island에 있는 카라와우 다리Karawau Bridge에서 
43m 아래로 번지점프를 할 수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광들이 염원하는 세계가 돌아오고 있다"

번지점프의 종주국이 코로나19 이후 다시 비상하고 있다. 활기를 되찾은 뉴질랜드의 퀸스타운Queenstown은 모험심 가득한 여행자에게 영감을 준다. 이들은 리마커블스Remarkables 산맥을 하이킹하기 위해 인구 1만5000명 정도의 작은 호수변 마을로 찾아온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전거가 큰 역할을 도맡을 것이다. 퀸스타운 트레일스 재단Queenstown Trails Trust은 2025년까지 여가용 및 출퇴근용 자전거 전용 도로를 조성해 직장, 학교, 도심 속 지점들을 연결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뉴질랜드의 그레이트 라이드Great Ride 중 하나가 될 130km 길이의 퀸스타운 트레일을 주목해보자.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 옆에서 시작하는 이 트레일은 퀸스타운을 아울러 동쪽으로 깁스턴Gibbston까지 이어진다. 모험심이 충만한 여행자에게는 숲속으로 연결되는 50km짜리 코로넷 로프 트레일Coronet Loop Trail을 추천한다. 이 단선 도로는 1649m 높이의 코로넷 피크Coronet Peak를 지나 폭포와 계곡, 너도밤나무숲 그리고 애로강Arrow 인근의 옛 19세기 중국인 탄광 거주지를 한 바퀴 휘감는다.

 

FAMILY
미국 캘리포니아주 –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크로스타운 트레일은 도시를 사선으로 가로질러
태평양 해안의 드넓은 풍광을 펼쳐 보인다.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낸 트레일에서 도시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하이킹이 반드시 야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최근 완공된 크로스타운 트레일Crosstown Trail은 남동쪽의 캔들스틱 포인트Candlestick Point에서부터 북서쪽 끝의 랜즈엔드Lands End까지 도시를 사선으로 가로지른다. 트레일은 정원을 통과하고 언덕을 넘어 도심을 따라 약 27km 이어진다. “자원봉사자들이 맺은 결실이죠. 평범한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모여 트레일을 만들고, 어떤 구역은 직접 청소까지 하면서 도로들을 연결했어요.” 크로스타운 크레일 전 구간을 완주한 채니 곽Chaney Kwak은 트레일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크로스타운 트레일은 현지인들과의 만남이에요. 그들은 자신들이 가꾼 과일나무를 자랑하기도 하고 분홍빛 사과를 따서 나눠주기도 하죠.”

또 다른 구간은 프레시디오Presidio를 둘러 간다. 이곳은 과거 군 주둔지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시민공원으로 개발되어 금문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지난 7월에는 5만6655m² 규모의 프레시디오 터널 톱스Presidio Tunnel Tops 공원도 문을 열었다.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을 도맡았던 회사가 설계한 곳으로 플라스틱이 없는 자연 놀이터, 푸드트럭, 모닥불 모임 장소 등이 마련되어 있다. 필드 스테이션Field Station에서는 현지 식물을 탐색하고, 도시에 서식하는 코요테의 습성을 배우고,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천연 계곡물을 마셔볼 수 있는 자연 체험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CULTURE
이탈리아 – 아피아 가도

 

영화 007 시리즈의 팬들은 2021년작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한
풀리아의 폰테 델라케도토를 알아볼 것이다.

"로마 시대의 고속도로를 따라 역사 속을 걷자"

2300년경 지어진 고대의 고속도로는 이탈리아의 수도에서 시작해 아드리아해의 브린디시Brindisi 항구까지 약 579km로 이어진다. 아마도 이 길은 평범한 시민들, 행군하는 군인들, 그리고 극작가 오라스Horace, 로마의 황제였던 코모두스Commodus 같은 유명 인사들이 걸었으리라 추측한다. 로마가 멸망한 이후 방치됐으나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이 고대 자갈길을 발굴하고 복원하여 여행자들이 걷기 좋은 길로 조성하고자 준비 중이다. 최종 목표는 아름다운 풍경의 마을과 유적지와 운치 있는 숙소가 준비된 역사 속 순례길을 재현하는 것이다.

얼마 전 아피아Appia 가도를 여행한 내셔널지오그래픽 기고가 니나 스트흘릭Nina Strochlic은 자신만의 여행 팁으로 도보 여행 중간 중간에 현대식 이탈리아 요리를 즐겨보라고 조언한다. “만약 남쪽 풀리아Puglia 지방에 간다면 가장 가까운 제과점에서 베샤멜 소스와 모차렐라, 토마토로 속을 채운 버터 풍미 가득한 페이스트리인 루스티코rustico를 꼭 맛보세요.”

 

ADVENTURE
미국 유타주 – 자이온국립공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자이온국립공원의 형형색색 사암 절벽.

"아웃도어 레크리에이션에 심혈을 기울이다"

유타주는 국립공원 다섯 곳과 천연기념물 여덟 개를 보유해 모험가들의 낭만을 충족시켜주는 지역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는 자이온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같은 상징적인 여행지만 한 차례 둘러보곤 한다. 유타주 아웃도어 레크리에이션 사무소에서는 유타주 전역의 새로운 야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혁신적인 보조금 프로그램을 신설했으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자이온국립공원 포에버 프로젝트다.

2023년, 자이온국립공원의 장엄하고 좁은 계곡과 높이 솟아오른 사암 절벽 동쪽에 방문자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남쪽 입구와 앤젤스 랜딩Angeles Landing 등의 명소로 몰리는 연간 500만 명의 여행자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동쪽 바깥에 113km 이상의 새로운 산악자전거 트레일과 하이킹 트레일을 조성하는 작업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프로보강Provo River 협곡 중심부에 자전거 도로를 완공하고 솔트레이크시티 서쪽에 있는 조류 서식지인 트레이시 에이비어리 조던 리버 네이처 센터Tracy Aviary’s Jordan River Nature Center에 관측탑을 세우고 유타주의 헬퍼강을 복원하는 등 여러 작업이 착실히 진행 중이다. “아웃도어 액티비티는 유타주에서 필수적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출간한 <위대한 미국 공원 100>의 저자인 스테파니 피어슨Stephanie Pearson이 강조한다. 위와 같은 노력으로 유타주의 야외 활동은 곧 호황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CULTURE
한국 – 부산

 

부산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전통 시장과 더불어
힙한 수제 맥주 양조장과 커피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한류를 타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다채롭게 여행하다"

무려 30년 가까이 부산은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 중 하나를 개최해왔다. 지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해안가에 자리한 극장 17곳에서 영화가 상영됐다. 여행자들은 영화가 상영되기 전 부산의 유명한 수제 맥주와 커피를 마시거나 미군 부대를 재개발해 조성한 시민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2014년에 개방된 이 공원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하는데, 53만 8231m2 면적의 녹지대로 구성되어 100만 그루가 넘는 90여 종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부산은 산과 바다를 모두 아우르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 하구는 도시 사이를 흐르면서 큰고니를 포함한 여러 멸종위기 물새들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COMMUNITY
가나 – 아크라

 

작은 마을부터 수도 아크라에 이르기까지
기하학무늬는 가나의 특징이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뿌리 깊은 흑인 유산을 마주하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자 가나의 나나 아쿠포아도Nana Akufo-Addo 대통령은 과거처럼 세계인들에게 열렬한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의 문화유산을 탐방하고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특히 이와 같은 여정은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Danny Glover나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같은 유명 여행자들이 다녀가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가나의 해안에 남아 있는 노예무역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 여행자들은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여행은 그저 만끽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입니다.” 지난봄, 가나로 여행을 다녀온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부의 멜리사 부니 일리언Melissa Bunni Elian이 회상한다. 그녀는 가나에 ‘강력한 아프리카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택시부터 식료품점까지 어디서든 아프리카 비트가 울려 퍼지거든요. 물론 아이티의 디스코 음악과 미국의 힙합도 들리긴 하지만요.” 예술적 여행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가나의 패션 중심지인 수도 아크라Accra로 향해보자. “항상 압도적으로 화려한 무언가가 시선을 끌어요. 가나 사람들의 스타일링 방법은 매우 독특하죠.”

 

ADVENTURE
멕시코 – 레비야히헤도국립공원

 

백기흉상어와 해양 동물.

"멕시코의 갈라파고스에서 생태 보존의 성공 사례를 확인하다"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남쪽 끝에서 약 481km 떨어진 곳에 최상위 생물체로 가득한 국립공원이 자리한다. 14만5629km2 면적에 달하는 멕시코의 해양보호구역인 레비야히헤도국립공원Revillagigedo National Park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중 보호 공원이다. 귀상어와 혹등고래를 비롯해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은 열대성 해양 동물을 보호하는 이곳은 ‘멕시코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네 개의 섬을 감싸는 바다 또한 스쿠버다이버들 사이에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원은 쥐가오리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지구상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해양생물학자이자 수중 영상 제작자인 에릭 히게라Eric Higuera가 설명한다. 에릭에 의하면, 무게가 최대 1633kg까지 나가고 지름이 8m에 달하는 가오리는 다이버가 내뿜는 공기방울이 배에 닿는 느낌을 즐긴다고 한다. 공원 바다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또한 사람에게 호기심이 많아서 종종 다이버들 곁으로 다가와 탐색을 하곤 한다고. “야생 큰돌고래를 말도 안 되게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어요. 인간과 돌고래 모두 생명체로서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거죠.”(에릭) 공원은 매일 허용되는 배와 다이버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레비야히헤도국립공원에 들어서고 싶다면 최대 2년 전에 예약을 마치도록 하자.

 

NATURE
스코틀랜드 – 하일랜드

 

스코틀랜드 북부 알라데일 자연보호구역은 전국에 걸쳐 진행되는
리와일딩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광활한 북부 지대가 생태 복원에 박차를 가하다"

강한 바람이 부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Scottish Highlands는 수수한 자연으로 유명하지만 양들이 뛰노는 지형은 사실 사람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다. 고대에 스코틀랜드의 협곡과 언덕은 칼레도니안 숲Caledonian Forest으로 뒤덮여 있었다. 소나무, 마가목, 오크 나무가 늑대와 곰, 야생 황소의 일종인 어로크auroch를 포함한 지금은 사라진 각종 야생동물의 쉼터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수 세기 동안 행해진 벌목과 과방목에 의해 생태계는 처참히 파괴되었다. 이제 ‘리와일딩rewilding’ 작업을 통해 토종 동식물을 복원함으로써 하일랜드를 원래의 삼림 지대로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트리스 포 라이프Trees for Life는 대중에게 리와일딩을 알리기 위해 관련 센터를 던드리건Dundreggan에 건립했다. 인버네스Inverness 북쪽에 있는 93km2 규모의 알라데일 자연보호구역Alladale Wilderness Reserve에는 이미 1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고, 토종 스코틀랜드 살쾡이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번식 작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늑대가 이 지대로 돌아올 수 있는 장기 계획도 세웠다. 그중 가장 야심 찬 아프릭 하일랜드Affric Highlands 프로젝트는 네스호Loch Ness부터 서쪽 해안까지 2023km2에 해당하는 면적을 30년에 걸쳐 복원하는 사업이다. 30년 후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스코틀랜드는 지구상 첫 리와일드 국가가 되지 않을까?

 

글. 전 세계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편집부, 캐런 카마이클(추가 취재), 앤드류 넬슨(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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