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ISRAEL
이스라엘의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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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호

LAND
OF
PLENTY

이스라엘 골짜기의 평원에서 갈릴리 바다까지 뻗어 있는 북이스라엘의 로어갈릴리 지역. 이곳은 성서 속 배경이 되는 장소로, 성스러운 도시들과 기적을 기념하는 교회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그러나 결코 순례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이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에서는 포도주 양조업자와 농부, 공예가들이 수천 년의 전통을 토대로 시대를 초월한 미식 여행지를 일궈가는 중이다.

 


 

예술적 정취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한때 이스라엘의 아랍인 인구의 중심지이자 갈릴리 최대 도시인 나사렛Nazareth의 자갈이 깔린 비좁은 거리를 거닐었다고 믿는다. 오늘날, 옛 나사렛의 황토색 벽돌집들은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와 지역 수공예품들을 선보이는 갤러리, 그리고 치즈를 듬뿍 넣은 달콤한 페이스트리 쿠나파knafeh를 판매하는 전통 빵집들로 변모했다. 구시가지 외곽에는 1세기의 일상과 수공예품을 찍은 사진들과 함께 성서의 장면을 재현한 야외 박물관인 나사렛 마을이 자리한다. 나사렛시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연결하며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거의 문자 그대로 따라가는 65km 등산로인 지저스 트레일Jesus Trail의 시작 지점이다. 극적인 풍광을 감상하며 아르벨산Mount Arbel의 가파른 비탈을 따라 걷다 보면 순례자들은 갈릴리 바다Sea of Galilee에 이른다.


 

자연으로부터 시작된 맛의 여정
목초지로 뒤덮인 이 지역에는 유기농 염소 농장이 많다. 롬 농장Rom Farm에서는 여행자들을 어퍼갈릴리의 언덕이 내려다보이는 그늘진 계단식 논으로 이끈다. 이곳에서는 현지에서 만든 신선하고 숙성된 염소젖 치즈를 담은 접시에 수제 처트니와 갈릴리산 올리브오일, 키부츠kibbutz 전통에 따라 농장에서 재배한 허브 및 채소 등을 함께 제공한다.
최고의 갈릴리식 만찬을 즐기고 싶다면, 고대 정착지인 요드파트Yodfat 근처에 평온하게 자리한 (전기시설이 없는) 오프그리드 농장인 고츠 위드 더 윈드Goats with the Wind에서 팜투테이블 식사를 즐겨볼 것. 이곳은 하이파Haifa의 도시 생활을 떠나 갈릴리의 이 외딴곳으로 와서 염소 무리를 5마리에서 200마리로 키운 달리아Daliah와 암논 잘데슈타인Amnon Zaldestein 부부가 운영한다. 그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익힌 전통 치즈 제조법으로 독특한 치즈를 생산하는데, 캐롭 나무carob tree 아래 정자에서 이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성스러운 장소
갈릴리 바다는 타브가Tabgha의 어느 소박한 교회에서 기념하는 오병이어의 기적(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군중 5000명을 먹였다는 기적적 사건)처럼 그리스도가 행한 수많은 기적의 배경이 되었다. 호수의 남쪽 기슭에는, 카페르나움Capernaum과 기노사르Ginosar의 고고학 유적지 사이에, 예수가 산상수훈Sermon of the Mount을 전한 곳으로 여겨지는 팔복산Mount of Beatitudes이 있다. 현재의 팔복교회Church of Beatitudes는 1938년에 프란치스코 수녀회를 위해 비잔틴 유적지에 지어졌고 무솔리니가 일부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각형 평면도는 이 교회의 팔각형 돔의 황금 모자이크 바로 아래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제각기 표시된 팔복을 나타낸다. 열주 회랑 발코니와 화려한 정원은 호수의 북쪽 부분과 골란고원Golan Heights의 절벽이 펼쳐지는 장관을 선사한다.




카타예프와 로컬 와인
진취적인 장인 정신과 풍부한 지역 농산물이 결합된 로어갈릴리는 미식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여행지이다. 그중 꼭 가봐야 하는 곳은 아부 아슈라프Abu Ashraf의 기념품으로 가득한 카타예프katayef 식당이다. 카타예프는 견과류와 계피를 넣은 팬케이크를 여러 겹으로 접어 두툼하게 만든 다음 제라늄 시럽으로 튀겨낸 달콤한 디저트다. 또 다른 곳에서는 네토파 와이너리Netofa Winery가 화산토와 석회토 등 다양한 토양으로 구성된 타보르산Mount Tabor 기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양조한 포도주를 지역 농산물을 담은 접시와 함께 낸다. 이 독특한 테루아는 시라Syrah에서 슈냉 블랑Chenin Blanc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포도의 독특한 특성을 개발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낸다.


테루아에 관하여
신약성서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일화가 유명하다. 실제로 이 지역 포도주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나사렛 마을에는 1세기의 포도주 짜는 기계가 전시되어 있다. 번성하던 포도주 산업은 7세기의 이슬람 대정복 시대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달콤한 포도 품종이 종교의식용으로 재배되던 19세기에 이르러 회복되면서 테루아 기반의 고급 포도주를 중심으로 한 부티크 산업이 번성하게 된다. 치포리Tzipori 마을 근처에 있는 조나 빈야드Jonah Vineyard의 갈 요나Gal Yona는 주로 카리냥Carignan이나 비오니에Viognier 같은 론Rhône 품종에 집중해 연간 5000병만 생산한다. 하지만 그는 고대 빈티지 포도주를 재현하기 위한 탐구를 지속하며, 그리스도가 직접 마셨을지도 모르는 포도주와 유사한 포도주를 만들고자 열망한다.

 

글. 카롤리나 비에르치그로흐KAROLINA WIERCIGROCH
사진. 카롤리나 비에르치그로흐KAROLINA WIERCIGR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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