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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타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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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사진가로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수행하다 보면 때때로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매 작업마다 경이롭고 감동적인 순간과 마주하기 때문.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위대한 등반가가 함께한다."

 

캐나다 산악계의 전설 존 월시가 부가부스산맥에 있는 와이드 어웨이크 타워의 루트를 개척 중이다.

짜릿한 도전을
거듭해 나가다

푸른 하늘이 검게 변하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고막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가 계곡에 울리더니 첫 번째 번개가 치면서 하늘에 구멍을 뚫었다. “제대로 젖겠는데요.” 앞 페이지의 사진을 촬영한 직후, 암벽등반가 존 월시Jon Walsh는 앵커를 고정한 다음 클라이밍 파트너 미셸 카다츠Michelle Kadatz와 함께 암벽 아래로 내려왔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방에서 번개가 치는 와중에 나 역시 버티지 못하고 높은 지대에서 내려왔으나 피할 곳이 없었다. 암벽에서 몇 미터 떨어진 눈 속에 내려놓은 짐. 나는 그 위에 걸터앉아 비를 흠뻑 맞으며 구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 후 사흘 동안 존과 미셸은 캐나다 부가부스산맥The Bugaboos 이스트 크리크East Creek에 있는 와이드 어웨이크 타워Wide Awake Tower 동남면의 첫 등반을 마쳤다. 그들이 개척한 루트는 일명 ‘일렉트릭 퓨너럴Electric Funeral 5.11+’로 명명되었다(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감전돼 장례식 치를 뻔’ 정도가 되겠다. 5.11+는 등반 난이도를 나타내는 등급으로 아무리 유능한 선등자라도 추락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어려운 수준임을 의미한다). 캐나다 산악계의 전설인 존과 함께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얼음과 그 결정 구조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 물론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를 동반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 얼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상상력에 스스로 영감받아 카메라로 찰나를 포착하는 일은 창조와 헌신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본연의 삶이다.

 

캐나다 쿠트네이 국립공원Kootenay National Park의 니오리딕 M11 해프너 크리크Neolithic M11 Haffner Creek를 오르는 암벽등반가 젠 올슨Jen Olson.

 

폴 브라이드는 암벽등반가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사진가다. 25년 넘게 클라이밍과 어드벤처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오며 다수의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디스크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전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글. 폴 브라이드PAUL BRIDE
사진. 폴 브라이드PAUL B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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