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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사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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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충주 사과로 만든 사이더가
대한민국을 춤추게 한다.”

 

사이더를 마시는 순간, 과수원에서 갓 딴 신선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이다와 달리 원조 사이더(cider)는 사과를 발효해 양조한 과실주다. 프랑스에선 시드르(cidre), 스페인에선 시드라(sidra)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으나 국내 사과의 맛을 살린 코리안 사이더가 존재한다는 사실. 댄싱사이더 컴퍼니의 사이더는 충주와 그 인근에서 재배하는 사과 ‘부사’로 만든다. 이 품종은 당도가 높고 산도나 타닌 농도는 낮은 편이다. 해외에서는 부사만을 사용한 사이더를 럭셔리 라인으로 분류한다. 댄싱사이더 컴퍼니는 충주에 자리한 사이더 하우스에서 설탕과 인공착향료는 넣지 않고 수제 양조해 사과 본연의 맛을 구현해낸다.

“충주를 관통하는 남한강 줄기 덕분에 양질의 물이 풍부해요. 과수는 물론 양조를 위해서도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춘 셈이죠. 위치상으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데다 교통이 편리합니다. 유명한 사과 산지로서 지역 농민과 상생할 수 있고, 고유의 문화가 풍성해지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댄싱사이더 컴퍼니 이대로 대표) 좋은 술은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문화를 꽃피운다. 진정한 크래프트 문화는 다양성에 기반하는데, 댄싱사이더 컴퍼니도 독창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 문화를 전파하고자 한다.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고 개성을 맘껏 펼쳐내듯, 제품 역시 다양성이 돋보인다. 오리지널 사이더인 스윗마마와 단맛을 줄이고 도수를 높인 드라이 사이더 댄싱파파뿐 아니라 딸기와 복숭아 등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기 때문. 무엇이든 한 번 마시면 나도 모르게 춤을 추게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충주 사과로 만든 사이더를 마시고 춤추는 날이 올 수도! 

 

댄싱사이더 컴퍼니의
또 다른 풍미

애플사이더를 경험하기 위해 미국의 명성 있는 사이더리를 찾아다녔다고

미국은 크래프트 맥주와 크래프트 문화의 시발점이자 종주국이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뿐 아니라 제품의 독창성과 맛, 품질 그리고 상생하는 커뮤니티 문화까지. 다양한 문화 요소를 결합하여 재미있는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좋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미국 사이더리 규모의 크고 작은 점을 떠나 모두가 ‘즐긴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보스턴에 있는 다운이스트 사이더 하우스의 양조사를 데려와 기술을 배웠다던데

미국과 한국의 사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양조법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레시피 개발 기술을 배웠다. 2019년 다운이스트 사이더 하우스의 양조사 전원이 충주에 머물며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충주에서 살아보는 여행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이질적인 두 지역 보스턴과 충주를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생긴 셈이다.

 

2020년 1월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사이더 콘퍼런스(CiderCon®)에 참가했다.

미국사이더협회에서 주최하는 콘퍼런스로 사과나무를 가꾸는 방법, 사과에 대한 이해, 사이더 시장 상황, 각종 기술, 법 등 방대한 지식을 교육 차원에서 접근한다. 또한 유명 양조사와의 만남과 대화 등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전 세계에서 참여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의 플레이어를 만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스타일은 저마다 다양하고, 맛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본인이 만든 사이더를 가지고 파티를 연다든지, 춤을 춘다든지 하는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자적 문화도 인상 깊었다. 애플사이더는 아직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다. 나라는 다르지만 비슷한 업을 하는 입장에서 모든 플레이어가 이 시장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유의미했다.

 

사이더 하우스 투어 및 탭룸은 현재 운영하지 않는데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공간이 협소하여 2~3년 이후 양조장을 이전할 때 탭룸을 멋지게 꾸미고 투어를 진행하고자 한다. 사과 농장이나 사이더 제조 과정 체험뿐 아니라 크래프트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독특한 로고

비상구를 형상화하여 새로운 탈출구를 제안한다. 중심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윌리엄인데, 브랜드 슬로건인 ‘WILL MAKE YOU DANCE’의 WILL이 윌리엄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동작은 구성모 공동 창업자가 취했던 자세를 재미있게 로고화했다. 빨간 공은 사과 혹은 농구공이나 디스코 볼 등 춤추게 하는 무엇을 의미한다. 로고를 활용해 양말과 후드 등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중 마지막 한 모금까지 사과 향을 머금고 있는 사이더 전용 스니프터 잔이 가장 인기 있다.

 

감각적 패키지

한국의 미, 즉 한국적인 맛과 멋을 표현하고자 했다. 스윗마마와 댄싱파파 등 330ml 제품은 한국 민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다정한 엄마처럼 감미로운 스윗마마에는 퇴근길에 유기농 귀리를 한가득 물어와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금빛 하이힐 신은 오골계, 근엄한 아버지도 춤추게 만드는 댄싱파파에는 칼퇴 후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는 호랑이가 등장한다. 21세기형 부모를 묘사한 것으로 디자인에도 유쾌한 분위기를 더했다. 

 

풋사과로 만든 더그린치와 복숭아를 더한 치키피치 같은 여름의 맛이 생각나는 충주호.

상생하는 여행법

충주에 사는 선수단(댄싱사이더 컴퍼니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알려주는 로컬 스폿. 다 같이 교류하며 충주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사이더를 만나게 될 수도!

디저트를 만드는 ‘세’은이와 커피를 볶는 ‘상’창이가 만든 카페 세상상회는 조용했던 관아골 골목을 힙하게 물들였다. 사이더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류이다 보니 디저트와도 잘 어울리는데, 세상상회에서 직접 만든 케이크나 쿠키와 페어링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돗자리 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비채커피에서는 푸릇한 잔디밭에서 탁 트인 산세를 느껴보자. 드라이브하기 좋은 코스라서 가족이나 커플 단위 손님이 많은 편이다. 새롭게 부상 중인 사바이가든도 이색적이다. 구석구석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이국적 공간에 자기다움이 드러나며, 인도식 차이와 남미의 마테 등을 맛볼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이는 블루웨일하우스도 추천한다. 

글. 김민주MIN-JOO KIM
사진. NGT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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