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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OF LOCAL
낯선 감각을 일깨우는 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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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카탈루냐 지역의 레리다. 그곳으로부터 다시 차로 20여 분 달려 축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이 낯선 도시의 가을은 현지인들의 환대와 예술적 향유가 한데 어우러져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라이마트의 와이너리.

올해 두 번째를 맞이한 라이마트 아트 페스티벌은 바르셀로나 라 로카 빌리지가 공식 후원하는 예술 축제이다. 예술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모를 꾀하고, 여행자로 하여금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풍경과 사람, 지역과 산물이 음악과 퀴진 와인과 예술 등을 통해 새롭게 발현될 수 있도록 한다. 지역에 깊게 각인된 풍미와 예술적 함의를 발견하기 위하여 낯선 장소로 훌쩍 3일간의 여정을 떠나본다.

REGENERATIVE CULTURE
레리다와의 첫인사

스페인 여행을 좀 해본 사람만 알 것 같은 도시 레리다Lleida는 바르셀로나에서 자동차로 2시간, 기차로는 1시간 남짓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라이마트Raimat에서 10월 초, 라이마트 아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와인과 미식,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네트워킹을 도모하고 지역 재생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축제다. 이 축제는 라이마트 레리다 커뮤니티 재단Raimat Lleida Community Foundation으로부터 출발했다. 재단은 레리다와 라이마트 지역의 여행을 활성화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축제를 통한 혁신적인 이니셔티브와 프로젝트를 구축해오고 있다. 축제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우선 재단 측이 운영하는 라이마트 랩Raimat LAB을 통해 폐기물 제로 계획을 설계하고 식자재의 친환경 구매 및 현지 공급업체 선정을 통해 순환 경제를 도모한다는 것. 또한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콘서트 조명을 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인프라 절약, 게다가 축제의 수익금은 농업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청년들의 트랙터 자격증 취득 교육에 사용되다니 이보다 ‘착한’ 페스티벌이 따로 없다. 특히 올해 행사는 물 부족과 관련된 기후변화 이슈에 포커스를 맞춰 탄소발자국을 최소화된다고 한다. 페스티벌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소비하는 것 이상을 환경에 환원하여 재생 가능한 축제로 거듭나는 것이 바로 라이마트 아트 페스티벌의 비전인 셈이다.

라이마트의 다양한 와인 리스트.


TASTE OF LOCAL
지역 특산물과 함께하는 미식 탐험

레리다에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도착한 나를 반기는 축제 첫날 일정은 호텔 파라도르 데 레리다Parador de Lleida의 근사한 회랑에서 열린 갈라 디너였다. 레리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구운 채소, 피레네산 돼지고기와 멸치, 이베리코 하몽을 올린 미니 코카 데 레캅테Mini coca de recapte 스타일의 수프가 애피타이저로 나왔다. 입안에 사르르 퍼지는 훈향으로 시작된 코스는 역시 이 지역에서 키워낸 닭을 재료로 한 카넬로니와 크리미한 고구마, 데미글라스로 장식한 두 번째 요리로 이어졌다. 그리고 등장한 메인 요리는 후추크림과 사과 알리올리가 들어간 대구 요리였다. 여기에 함께 마신 라이마트 지역 화이트와인 ‘엘 니우El Niu’와의 마리아주가 일품이었다. 카탈루냐 지방 토착 고급 청포도 품종인 자렐로와 갈리시아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 알바리뇨, 샤르도네를 블렌딩한 이 와인은 열대과일과 시트러스의 매혹적인 향이 긴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레리다에서 생산된 호두, 석류, 모과가 곁들여진 크리미한 질감의 배 셔벗까지. 레리다의 달콤한 가을용 디저트로 금상첨화였다. 축제 둘째 날 점심은 레리다 시내에 위치한 레스토랑 레스푸르나L’Espurna에서 먹었다. 제철 식재료로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푸르나는 정직한 방식으로 레리다의 풍경을 접시에 담아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7가지 코스 요리를 즐기는데, 역시 미슐랭 2023 선정 레스토랑답게 훌륭했다. 특히 호두소스와 무화과를 곁들인 오리고기 요리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저녁에는 라이마트 와이너리에서 콘서트 전후로 현지 생산자들이 선보이는 시식회인 테이스티 오브 레리다Tasty of Lleida가 펼쳐졌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건강한 핑거푸드는 늦은 시간까지 활력을 충전해주었다. 하몽과 블랙 캐비어를 올린 카나페의 인기와 논알코올 음료로 콤부차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테이스티 오브 레리다’에서 경험하는 로컬 풍미.


CLASSICAL MUSIC
스페인 소울과 만난 클래식

둘째 날 라이마트 와이너리 창고에서 펼쳐진 콘서트는 축제의 절정이었다. 이 매력적인 장소는 1918년 안토니오 가우디의 제자 호안 루비오 이 빌베르Joan Rubió i Bellver가 건축한 스페인 최초의 철근 콘트리트 건물이라고 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자 클래식 기타리스트는 굉장히 낯이 익었는데, 바로 2020년 베를린 필 제야음악회에서 협연자로 등장했던 세계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파블로 사인즈-비예가스Pablo Sainz-Villegas였다.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악기는 클래식 기타 아닐까. 알베니즈와 로드리고 같은 저명한 작곡가들의 곡을 음반이 아닌 라이브로 들으며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기타 선율에 매료되었다. 경쾌한 스페인 민속 리듬과 우수에 젖은 선율을 절묘하게 오가는 연주는 왜 사인즈-비예가스가 “스페인 기타의 영혼”이란 찬사를 받는지 절감했다. 2부에는 카나리아제도 출신 소프라노 라켈 로헨디오Raquel Lojendio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며 20세기 초 카탈루냐에서 일어난 문화 르네상스의 후계자인 알베르트 귀노바르트Albert Guinovart의 앙상블이 이어졌다. 〈마술피리〉의 파미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파우스트〉의 마거릿 역을 맡는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로헨디오는 스페인 민요부터 헨델, 모차르트, 푸치니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과 클래식 레퍼토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표현으로 여행자를 밤의 여정으로 이끌어갔다.

기타리스트 파블로 사인즈-비예가스의 연주.
소프라노 라켈 로헨디오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며 알베르트 귀노바르트의 앙상블.


NATURE RESERVE
친환경 유기농 와인

라이마트의 자연을 즐기는 빌리지 라이마트 나투라Village Raimat Natura는 가족 및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워크숍, 기차 투어, 라이브 음악과 와인바를 운영하는 친근한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방문객들은 빨간 기차를 타고 3000헥타르가 넘는 100% 유기농 인증 포도밭의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철학에 따라 라이마트의 모든 와인은 농약과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한다. 대표적인 레드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템프라니요 품종으로 만든 라이마트 아바디아Raimat Abadia로 라이마트의 역사와 정수를 가장 잘 드러낸다. 둘째 날 레스푸르나 레스토랑에서 맛본 이 와인은 강렬한 체리 레드 컬러를 띠며 설탕에 절인 자두와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달콤한 풍미에 뒷맛은 약간 씁쓸했다. 이 밖에도 그르나슈 품종으로 만든 유기농 로제 와인Vol d’Ànima de Raimat Rosé은 라이마트의 영혼을 상징하는 와인으로 복숭아 향이 가미된 이국적인 풍미로 뚜렷한 개성을 자랑한다. 스페인 전통의 스파클링 와인 카바Cava에 관심 있다면 라이마트 와인 리스트를 주목해봐도 좋다. 복잡한 볼륨감이 특징인 라이마트 브뤼 나투르 샤르도네-자렐로 에콜로지코Raimat Brut Nature Chardonnay-Xarello Ecológico, 리저브 카바를 찾고 있다면 가장 낮은 온도로 숙성된 라이마트 로 프레드 데 포넨트 브뤼 리저브 자렐로Raimat Lo Fred de Ponent Brut Reserva Xarello를 추천한다. 15bodegas.com

미슐랭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에서 운영하는 라마 나투라의 미식 공간.

INSIDER
예술적 여정의 클래식과 모던을 각각 마주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가족 유산, 라이마트 성Castell de Raymat
라이마트 아트 페스티벌의 호스트 엘레나 데 카란디니 라벤토스Elena de Carandini Raventós의 증조부 때부터 내려온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으로, 가족 유산의 계승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해준다. 볕이 잘 드는 아늑한 9개의 스위트룸과 이국적인 바닥과 벽 타일, 그리고 역사적인 그림들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계속해서 보고 싶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잠시 명상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
castellderaymat.com

Caption


취향 발견, 라 로카 빌리지La Roca Village
라이마트 아트 페스티벌을 공식 후원하는 라 로카 빌리지는 150개 이상의 부티크에서 연중 최대 6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쇼핑 아웃렛으로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모던한 느낌의 글로벌 유명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숍에서 여유로운 쇼핑을 즐겨보자. 미슐랭 스타를 포함한 엄선된 레스토랑과 카페, 특급 호텔이 있는 라 로카 빌리지 체험을 통해 여행의 풍요로움은 배가될 것이다.
thebicestercollection.com/la-roca-village/ko (한국어 지원)

라 로카 빌리지 내 아마트먼트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글. 김정아JEONG-AH KIM
사진. 라이마트 페스티벌, 데이비드 델 발, 옥시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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