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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땅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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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호

섬과 작은 부속 섬들로 이루어진 아가일의 풍경 속에는 풍부한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니다. 거리의 카페, 고급 레스토랑, 현지 요리사와 생산자가 서부 지역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에 주목해보자.

오반 마을과 항구.

카일라엠마호의 갑판에서 마크 맥클린Marc McLean이 고무장갑을 낀 채로 크레란 호수Loch Creran에서 갓 잡아 살아있는 오렌지색 가시발새우 랑구스틴langoustine(스코틀랜드 서해안에서 나오는 갑각류)을 움켜쥐고 있다. “랑구스틴은 좁은 진흙 구멍에 사는 작은 새우인데, 보통 해가 뜰 때나 해가 질 무렵에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랑구스틴의 진한 오렌지색을 보면서 감탄한다. 마크는 특이하게도 크릴creel이라고 불리는 바구니로 잡는다. 그는 이 크릴을 밧줄로 묶은 다음 부표에 고정한다. 해저에서부터 끌어 올려 잡는 방식의 트롤 어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선별해서 갑각류를 잡을 수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크기여야 좋은 랑구스틴인지 알고 있기에 좋은 랑구스틴만 확보해 둘 수 있죠”라고 마크가 말한다. “보통 약 400마리 정도 가져가게 돼요. 작은 배의 규모치고는 엄청난 양이죠.”
마크는 인근 해변 마을인 오반Oban에서 나고 자랐으며, 배를 갖게 되기 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일했다. 오반은 일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마을 뒤편으로는 나무들로 뒤덮인 언덕이 해안까지 펼쳐지고, 호수 입구에 있는 베인스굴이르Beinn Sgulaird 산의 봉우리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전기공학을 공부하던 마크가 2006년에 결국 바다에 이끌려 오반으로 돌아오기까지 가장 그리워했던 풍경이다. “세계 최고의 새우를 잡기 위해 스스로 제 배의 운전대를 잡는 이 자유가 좋습니다.”

(왼쪽부터) 어웨 호수 기슭에 있는 킬추른Kilchurn성.
인버Inver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브라운 버터로 만든 사바욘 소스.

마크의 여동생 줄리의 남편이기도 한 앵거스 맥닐Angus MacNeil 셰프와 함께 마크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앵거스는 줄리와 함께 오반 외곽에 위치한 레라그스글렌Lerags Glen에서 반 바Barn Bar라는 레스토랑 겸 펍을 운영하는 중이다. 마크가 쉬지 않고 신선한 랑구스틴을 납품해서 더욱 신선한 음식을 내놓도록 돕는다. 마크를 만나러 가던 길에 차를 세우고 작은 목조 창고에 들렀다. 칠판에는 ‘칼레도니아산 굴 12개가 약 1만6000원, #바로 당신의 것’이라고 적혀 있다. ‘생으로 혹은 요리해서 즐기세요’라고 적힌 파란색 아이스박스에 양심에 따라 금액을 지불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 굴이 스코틀랜드에서 최고라고 말해준 셰프 친구의 조언을 따라 왔다. 이 굴은 태평양에서 나며 종자로 양식을 하는데, 그물주머니에 넣어 해저에 설치한 일종의 금속 거치대에 부착해두면 썰물 때 자주 뒤집히면서 약 3년 후에 다 자란다.
나는 지금 반 바에서 과격한 에티켓을 따르느라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앵거스가 가르쳐준 대로 먼저 굴 껍데기가 서로 맞닿은 끝부분에 칼끝을 밀어 넣은 다음 부드럽게 비틀면서 갈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내가 굴 껍데기를 여느라 애쓰는 동안 앵거스가 끓는 소금물에 랑구스틴을 잠깐 넣어둔다. 그러고는 생굴에 곁들이는 미뇨네트 소스(양파, 후추, 와인, 식초 등으로 만든 소스)에 넣을 작은 샬롯 양파를 잘게 자른 다음, 재빨리 랑구스틴에 곁들일 마늘 마요네즈를 만든다. 다 만든 소스를 굴 한 접시와 함께 잔디 위 테이블로 가져간다.

보타니카 앳 더 반의 랑구스틴 새우와 굴.

앵거스는 나랑은 매우 다르게 전문적으로 새우 껍질을 발라낸다. 집게발을 잡아당기자 부드러운 새우 속살이 한 번에 쑤욱 나온다. 내가 먹어본 굴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할 만큼 신선했고, 랑구스틴은 깜짝 놀랄 만큼 맛있다. 앵거스는 “갓 잡은 재료를 주문과 동시에 바로 요리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한 맛을 냅니다”라고 설명해준다. “정말 환상적이죠? 아주 달콤한 맛이 날 거예요.” 섬들을 여행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식재료는 굴과 랑구스틴 이외에도 다양하다. 타이나브루흐Tighnabruaich 마을 외곽에 있는 보타니카 앳 더 반Botanica at The Barn 해산물 레스토랑에 잠시 들른다. 게의 집게발과 홍합을 포장해서 오스텔 베이Ostel Bay(킬브라이드 베이Kilbride Bay 로도 불림)로 간다. 약 15분 정도 걸어서 습지를 건너면 사구가 초승달 모양의 해변을
감싸는 오스텔 베이가 나온다. 이곳에서 수영을 한 뒤에 모래밭에서 포장해 온 해산물을 먹는다. 클라이드만Firth of Clyde과 애런섬Isle of Arran을 바라보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아가일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배고플 틈이 없다. 파인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난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동물복지 달걀과 채소, 과일 등을 판다고 쓴 표지판을 지나친다. 오터 페리Otter Ferry와 스트라쿠르Strachur를 오고 가는 B2000 도로에는 신선한 꽃과 통조림 같은 보존 식품, 정원에서 길러낸 과일이나 채소를 판매하는 정직한 창고형 상점이 있다.
크리넌 운하로 향하기 위해 인버라레이Inveraray와 로크길프헤드Lochgilphead를 지나친다. 로크 텐lock10에 위치한 폴리스 커피 스톱Polly’s Coffee Stop은 말 수송용 화물차에서 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 수프를 판매하는데 피크닉용 담요도 빌릴 수 있다. 호숫가 근처에 있는 아드펀Ardfern 마을에서 셰프 루시 글래드스톤Lucy Gladstone이 운영하는 루시스Lucy’s 베이커 리 카페에 들른다. 밝은 분위기의 루시스는 주인장이 파리나 런던에서 취미로 즐겼던 베이킹의 연장선이다. “아드펀 마을의 유기농 농장에서 자란 덕분에 뛰어난 품질의 농산물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알고 있었고 항상 다시 돌아와서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루시스의 메뉴는 지역 농산물로 가득하다. 홈메이드 마멀레이드를 곁들인 사워도 토스트, 훈제 송어 샌드위치, 석류를 넣어 만든 코울슬로를 곁들인 체더 토스트 등을 만든다. 그녀는 땅과 바다에서 얻은 아가일의 특산품을 최대한 활용해 매일 창의적인 특선 요리를 선보인다. 금요일에는 굴, 새우, 홍합, 피시앤칩스 등의 해산물 요리를 포장해 가서 집이나 야외에서 먹어도 좋다. 나는 아드펀 빌리지 스토어에 들러 기가Gigha 섬에 있는 위 아일 데어리 Wee Isle Dairy 유제품 제조소에서 만든 걸쭉하고 크림 같은 우유 한 병을 산다. 이 가게에서 킬마틴성Kilmartin Castle까지 차로 금세 갈 수 있다. 16세기에 돌로 지은 이 성은 마지막 빙하시대에 빙하가 깎은 협곡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수백 개의 고대 기념비가 있다.

(왼쪽부터) 루시스 아드펀 베이커리 카페의 생선 타코. 인버에서 나는 신선한 케일.

활기 넘치는 스테프 버곤Stef Burgon과 시몬 헌트Simon Hunt가 킬마틴성을 사들여 2015년에 B&B 숙소로 개장하기 전까지 성은 끔찍한 상태였다. 수년에 걸쳐 복원을 진행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그들 스스로 해내야 했다. 고생 끝에 이제는 목가적이며 고급스러운 성으로 탈바꿈해 인기몰이 중이다. 야생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연못과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야외 공간을 갖춰 낭만을 더한다. 유기농 밭에는 케일, 애호박, 루바브 풀, 당근, 셀러리를 심었고, 야생화로 조성한 초원과 사과와 배, 오디 등을 심은 과수원도 있다. 스테프는 주로 직접 키운 농산물로 아침식사를 만들고 갓 짜낸 주스와 함께 두 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둘은 때때로 계획에 없던 근사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웅장한 홀에서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옆에 앉아 스테프와 시몬과 함께 소박하게 술을 마시는 중이다. 시몬이 그레이트 글렌 샤퀴테리Great Glen Charcuterie 돈육가공소에서 만든 고기와 스코틀랜드산 치즈, 귀리 케이크, 딸기가 담긴 접시를 가져온다. 축음기에서는 스코틀랜드 출신 가수 에이미 맥도널드가 부르는 ‘This Is The Life’가 흘러나오고 지금 이 상황에 아주 적절한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성을 개조하는 일은 두려우 면서도 신나는 작업이었습니다”라고 스테프는 말한다. “인생이 바뀔 만큼 큰 도전이었지만, 우리가 했던 모든 일 중에서 최고예요.”

마크 맥클린이 크레란 호수에서 갓 잡은 랑구스틴 새우를 들고 있다.

 


아가일의 맛
지역 식재료로 만든 코스 요리로 미각을 일깨워본다.

인버
팸 브런튼Pam Brunton 셰프와 동업자 롭 라티머Rob Latimer가 파인 호수Loch Fyne 기슭에 있는 스트라스라클란Strathlachlan 마을에서 특별한 요리를 창조해낸다. 인버 레스토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크레란 호수에서 난 생굴 그리고 파인 호수에서 잡은 게 한 마리에 뜨거운 브라운버터소스를 끼얹고 사워도 빵을 곁들여 내는 점심을 꼭 맛보자. 이 밖에도 단품과 테이스팅 메뉴가 있다. 테이스팅 메뉴는 그때그때 바뀌지만 보통 살구버섯을 곁들인 아가일산 사슴고기 요리에 루바브 풀과 밀랍과 히스꽃 꿀 디저트가 나온다. 3개의 코스 요리가 나오는 점심 메뉴가 1인당 약 4만원부터, 7개의 코스 요리가 나오는 테이스팅 메뉴는 약 13만원.
instagram: inverrestaurant

보타니카 앳 더 반
타이나브루흐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매일 다른 메뉴로 구성된다. 모든 식재료는 아가일에서 나는 농산물로 그중 일부는 레스토랑에 딸린 작은 가게에서 판매도 한다. 홍합, 랑구스틴 새우, 바닷가재, 갈색 게 등 현지 해산물로 만드는 부야베스, 홀스래디시 소스와 구운 토마토를 곁들인 타버트산 훈제 청어 요리 등을 내놓는다. 3개의 코스 요리가 1인당 약 4만6000원부터. 
instagram: botanicaatthebarn

인버의 메뉴 중 하나인 겨울 호박을 가득 채운 호박씨 무스와 산자나무 열매.

 

 

 

 

글. 오드리 길런AUDREY GILLAN
사진. AWL 이미지스, 알렉스 맥클레오드, 알렉산더 백스터, 빌 베일리, 오드리 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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