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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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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호

김포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섬세하게 세워진 미학적 도시다. 그런 까닭에 여행자가 건축물 안에서 자연을 고스란히 감상하거나 자연에서 비롯된 다양한 요소를 오감으로 느끼도록 이끌기 충분할 터. 이제 어느 오후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러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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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STHETICS
구조적 미학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피라미드를 재구성해 완성한 듯한 기묘한 건축 공간이 신기하게도 이질감 하나 없이 김포에 녹아들었다. 공간을 디자인한 정기태 건축가는 만년설로 뒤덮인 알래스카의 험준한 산세에서 영감을 받아 이곳의 작업을 시작했다. 험준한 산세는 기하학적 구조물로 재탄생되었고, 산을 오르는 모험가의 마음은 여백의 공간에 스토리텔링을 더한다. 내부 공간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자연스럽게 동선을 이끌며 위화감 없이 여행자를 품는다. 이 같은 분위기는 디자인 안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과 새로운 감성을 담아내고자 하는 평소 건축가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싶다.
안으로 들어서니 비스듬한 벽과 창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롭다. 복층 구조로 된 2층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아치형 창이 한강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1층 이끼 정원과 2층 전시 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자연에서 영감받아 구현한 공간은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에 스며들었고 이곳을 찾은 여행자의 마음에 평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공간을 완성하는 방점은 바로 공기를 엷게 채운 빵 냄새이다. 아보고가는 베이커리 명장 주재근 대표가 새로 론칭한 브랜드로, 기본에 충실한 빵부터 다양하게 변주한 풍성한 맛의 빵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여정을 선보인다.

아보고가 경기 김포시 하성면 월하로 9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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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모험가의 마음은 여백의 공간을 채웠다"

 


REDISCOVERY
발견의 즐거움

한강 일대 김포의 기름진 평야에서 수확한 김포 쌀은 과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최고 품질의 쌀 중 하나다. 지리적으로 한강과 서해안을 끼고 있으며, 가을에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벼가 익기에 좋은 요소를 갖췄다. 이 지역에서 자란 쌀의 모양을 살펴보면 소립으로 심복백미가 없이 깨끗하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밥을 지었을 때 윤기가 도는 것은 이 모든 재배 요소가 영향을 주었을 터. 김포 지역의 유물과 탄화미 등으로 유추해보건대 이곳 쌀의 역사는 5000년에 가깝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런데 쌀 한 톨이 꽃 하나에서 영글어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쌀을 수확하는 농사꾼이자 꽃을 키우는 원예가의 마음으로 김포 민통선 일대의 청정 지역에서 3대째 쌀을 생산하는 농부가 있다. 그로부터 시작된 벼꽃농부는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업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이곳에서 진행하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자들은 직접 심고, 짓고, 빚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산물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김포 땅의 힘을 차분히 느껴본 뒤 이곳에 들러 약곡 연잎밥을 만들어보거나 인절미 떡메치기 등을 한다면 두고두고 기분 좋은 에너지가 기억에 남을 듯하다.

벼꽃농부 경기 김포시 하성면 마곡로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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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이 꽃 하나에서 영글어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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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ON
교감의 시간

홀연히 자연으로 들어가 자유를 만끽하는 여행이 그리운 이들에게 도심 속 대안이 될 만한 여행 공간이 있다.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깊게 호흡하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또 한 곳은 짙은 파랑을 유영하며 몽환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도록 돕는다. 600그루의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곳곳에 자리한 야자수가 이국의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뱀부포레스트. 이곳은 어린 시절 대나무 농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박스런 대표가 행복했던 순간의 향취를 한데 모아 완성한 공간이다. 온실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간에 대나무와 야자수가 빽빽하게 들어서 마치 숲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햇살 아래 끊임없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마음의 안정을 돕는다. 이곳에서 보내는 한때는 피크닉과도 같다. 대통을 채운 티라미수, 푸바오를 닮은 판다 마카롱 등이 피크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활기찬 대명항에 바다를 고스란히 품은 수산공원은 정중앙에 자리한 동그란 미디어월을 통해 짙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새하얀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자연스레 리드미컬한 파도의 움직임이 연상된다. 이곳에선 100% 유기농 밀을 사용해 72시간 저온 숙성한 발효종으로 만드는 건강한 빵이 기다림의 묘미를 선사한다고.

뱀부포레스트 경기 김포시 하성면 금포로1915번길 7
수산공원 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2로 13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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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내는 한때는 피크닉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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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MONY
자연 속 영감

세 개의 물길이 모여 바다로 흘러드는 조강을 끼고 우뚝 솟은 애기봉에서 여행자의 사유를 이어가 보자. 애기봉은 한반도 유일의 남북공동이용수역에 위치해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 조강은 남북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가능한 중립 구역이지만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곳이다. 그로 인해 재두루미, 저어새, 개리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자 번식지가 되었다. 여행자가 발 디디고 선 이곳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북한과 조강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 1978년에 설치되었던 애기봉 전망대가 노후되어 철거하는 과정 중에 조강전망대, 생태탐방로, 평화생태전시관을 새롭게 조성해 2021년 개관하였는데,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생태공원의 설계는 ‘건축은 인문학’이라고 말해온 건축가 승효상이 맡아 진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생태공원 안에 위치한 평화생태전시관에서 조강 일대를 조망하며 생태를 관찰할 수 있고 조강전망대 루프톱에 오르면 조강 건너편 1.4km 앞에 펼쳐진 북한 개풍군의 풍광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지난 2023년 김포 북부지역 작가 5인이 참여한 설치미술전 <공간, 공감연출>을 비롯해 <평화체험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전시> 등 문화예술을 통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왔던 이곳은 자연 속에서 다양한 영감을 구할 수 있는 일종의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경기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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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인문학’이라고 말해온 건축가 승효상의 공간을 따라가며"

 

 

 

글. 임보연BO-YEON LIM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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