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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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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월호

 

“여름에는 반딧불이 반짝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전라북도 무주.
한겨울, 순백의 세상에서 무궁무진한 모험을 그린다.”

 

눈꽃이 피어난 나무 뒤로 순백의 덕유산이 펼쳐진다.

소요 시간 — 서울에서 차로 약 3시간 
여행 기간 — 2~3일 
여행 타입 — 활기찬 모험가 
이런 선물 — 태권도원의 도복, 머루와인과 오미자차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은 덕유산 탐험을 위한 여러 선택지 중, 눈꽃 산행은 한겨울의 백미이다. 설천봉에서 정상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설화 속에서 환상의 세계로 접어든다. 유럽풍의 무주 덕유산 리조트는 국립공원 내 유일한 스키장으로 수려한 설산을 품에 안듯 스키와 보드를 즐길 수 있다. 무주는 예로부터 호국 정신이 깃든 무예의 고장이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9000명이 수도하였는데, 이들의 밥을 짓는 쌀뜨물이 계곡을 따라 눈처럼 하얗게 흘러내렸다고 한다. 이 전설에 따라 눈 덮인 천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설천면에 들어선 태권도원. 세계 유일의 태권도 전문 공간으로 교육과 수련, 체험과 문화 교류가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무예 정신의 순수성을 상징하는 하얀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수련한다. 태권도의 근본 정신인 천·지·인처럼 무주의 땅과 하늘 그리고 사람이 빚어낸 여정은 무구하게 깊어진다.

 

유럽 고성 분위기의 무주 덕유산 리조트 웰컴센터.

첫째 날 – 설산과 스키

아침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으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오르는 것이다(주말에는 곤돌라 예약 필수). 설천봉의 상제루쉼터에서는 겨울 등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빌려준다. 설산은 미끄러우므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대여료 5000원). 설천봉에서 20분 정도 트레킹 하면 향적봉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저 멀리 가야산, 적상산, 지리산 등의 산세도 보인다. 정상에서 100m 정도 내려가면 향적봉 대피소가 자리한다. 커피와 오미자차, 컵라면 등을 판매하므로 몸을 따뜻하게 녹이며 잠시 휴식하기 좋다. 다른 코스로 하산하지 않는 경우, 다시 곤돌라 타는 곳으로 돌아와 설천봉 레스토랑에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오후

30년 역사의 무주 덕유산 리조트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곳이다. 세월이 흐르고 무주가 아닌 평창에서 2018년 제23회 동계올림픽이 열렸지만,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러내며 세계적 수준의 슬로프를 갖추고 있다. 그중 총 6.1km로 국내 최장 슬로프인 실크로드는 리프트나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서 출발해 11개의 커브를 지나는 스릴 넘치는 코스. 이외에도 다양한 난이도의 슬로프가 있으니 스키와 보드를 맘껏 즐겨보자. 리조트는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대표하는 마을 티롤을 옮겨 놓은 듯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호텔 티롤. 오스트리아 건축가가 설계하고 티롤에서 공수한 목재로 지었으며, 서비스 역시 현지에서 직접 전수받았다고 한다. 어느덧 팔순이 된 노장의 건축가가 호텔 티롤 복원에 열의를 보이며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2022년 말 재개장 예정).

 

저녁

산행과 스키로 쌓인 피로를 야외 노천탕에서 풀어보자. 리조트 내 세솔동에 위치한 야외 노천탕은 소나무에 둘러싸여 덕유산 송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건강한 음식으로 보양하고 싶다면 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산들애로 향하자. 무주에 수많은 능이버섯전골 음식점이 있지만 이곳이 원조다. 12가지 자연산 버섯이 어우러진 전골의 국물을 맛보는 순간, 추위에 얼어붙은 심신이 사르르 녹는다. 버섯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곁들여주는데, 황금팽이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 등의 향긋한 내음과 쫄깃한 식감이 배가된다. 손수 만든 두부와 대부분 직접 농사지어 요리해내는 반찬도 풍성하다. 그중 별미는 야생 소간버섯! 마무리 죽까지 싹싹 비우고 나면 낮 동안 쌓였던 피로는 이미 사라진 상태일 터.

 

 절정의 상고대 

상고대 유무를 미리 알고 싶다면 무주 덕유산 리조트의 설천봉 정상 웹캠을 확인하자. 상고대는 영하의 날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와 만나 얼어붙는 것이므로 낮은 온도뿐 아니라 높은 습도 등도 중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보통 영하 6℃ 이하, 습도 90% 정도, 풍속 초속 3m 이상일 때 생긴다고 한다. 햇볕에 금방 녹아 없어지므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좋다.

 

 

태권도원의 상설 시범 공연 중 돌려차기로 격파하는 모습.

둘째 날 – 태! 권!

도전

태권도원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절반 정도로 방문객 편의를 위해 내부순환버스를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T1 경기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태권도 전용 경기장으로 지하 1층 공연장에서는 매일 상설 시범 공연이 열린다(월요일 등의 휴관일 제외). 해마다 공연이 달라지는데 올해는 ‘내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태권도 수련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국악과 부채춤, 태권도 격파와 품새 등이 어우러지며 20분 동안 펼쳐진다. 공연 후에는 시범단이 직접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태권도 기본 동작을 배워본 후 연습용 기왓장을 격파해보거나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차기를 응용해 미트를 타격하면서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린다.

 

도약

국립태권도박물관에서는 태권도의 역사와 기술, 세계화 등을 총망라한 상설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기획 전시가 열린다. 조선 정조가 편찬을 명하고 직접 서문을 작성한 무예서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무예도보통지>와 로보트 태권V 등 고대와 근현대에 이르는 각종 유물 3만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태경 선수가 기증한 메달도 전시 중이다. ‘체험관 Yap!’에서는 여러 기구를 통해 기초 체력을 단련하고, 모션 인식 장치를 통해 태권도 기본 동작을 익힐 수 있다. AR과 VR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경기장을 배경으로 겨루기를 하거나 장애물을 격파해보는 체험 등도 인기다(이용료 6000원). 백운산 해발 600m. 모노레일을 타거나 산책로를 걸어 닿을 수 있다. 3층은 카페이고 옥상은 태권도원의 전경과 소백산맥의 산세를 감상하기 좋다. 태권도원 안의 트레킹 코스나 바깥의 태권명상숲길을 산책해보자. 이곳을 자유롭게 노니는 산토끼와 고라니 등을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다.

 

도달

명인관은 고단자에게 예우와 존경을 표하는 공간으로 태권도를 빛낸 이들의 흉상을 전시하고 있다. 한옥호텔을 겸하는 이곳에서 숙박하고 싶다면, 한실인 다원과 양실인 한울 중 취향에 맞는 객실을 예약하자. 웰컴 기프트로 무주머루와인과 태권도원 기념품을 제공한다. 1인실과 2인실 등 다인실을 갖춘 도약관은 연수시설로 등록되어 수련 목적의 단체 예약만 가능하며, 개인의 경우 국가에서 지정한 여행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야외에 재현된 전통무예수련장에서 의식을 집중하고 품새를 하거나 발차기를 연마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태권도원의 전망대.

 

 태권도원 만끽하기 

가성비 좋은 투어 프로그램.

 

태권스테이

도약관 객실 1박과 식사가 포함된 상품. 상설 프로그램뿐 아니라 태권스테이만의 테마 콘텐츠를 더해 기존 입장객과 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치유・휴식형은 별 해설사가 들려주는 태권도원 밤하늘 이야기, 감성형은 태권도와 요가를 결합한 태권요가와 명상 등을 진행한다. 성인 1인 4만5000원.

 

태권투어

도약관 객실 1박을 포함하는 것은 태권스테이와 동일하나 주변 지역 관광과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라북도 내 주요 명소 무료 입장권 혹은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전북투어패스가 함께 구성된 상품 등 다양한 투어가 있으므로 원하는 여정을 선택하면 된다.

 

 

(왼쪽부터)
눈 쌓인 서림연가의 자쿠지.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페인트볼 흔적만 곳곳에 가득한 전북제사1970.

전북제사1970

대지 1만800평에 달하는 이곳은 1970~1980년대 무주 양잠산업의 중심지였다. 누에고치로 실을 뽑던 제사공장이 20년 동안 버려져 있다가 카페와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변모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손때 묻은 물품과 ‘아껴 써서 애국하자!’ 등의 흐릿한 표어가 과거의 흔적을 보여준다. 헬멧을 착용하고 페인트볼 총을 드는 순간 마음만큼은 강철부대 육준서 못지않다(그의 사인이 카페 한편에 놓여 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폐건물과 거목이 어우러진 풍경 속을 오가며 스릴 넘치는 게임을 한 판 해보자. 공간을 다 돌아봤다고 방심한 순간, 또 다른 세상이 열리며 흥미진진한 전투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머루와인동굴과 샤또무주

머루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포도의 순우리말이다. 높은 해발고도에 자리한 무주는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서늘해 국내 머루의 60% 이상이 생산된다. 무주에서 다양한 모험을 즐긴 후 쌓인 피로를 색다르게 풀고 싶다면 머루와인동굴에서 와인족욕을 해보자. 족욕 시설에 따뜻한 물을 받은 다음 머루와인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원주를 넣어준다. 와인 아로마에 감싸인 발은 곧 휴식에 취한다. 족욕을 마치고 나면 머루와인을 시음할 차례. 머루와인동굴에서 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다들 취향껏 한 병 이상 데려간다.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치즈 등도 함께 판매 중이다. 동굴에서 나오면 오미자차를 한 잔 주는데, 무주 오미자는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에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깊은 역사를 지녔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메인 와이너리인 샤또무주에서는 20인 이상 단체 방문 시 예약을 하면 와인 양조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서림연가

덕유산과 그 계곡을 품은 서림연가에는 11채의 독채가 풍광의 일부처럼 자리한다. 자연이 서려 있는, 인연이 있는 집이라는 뜻의 그 이름처럼, 소중한 이들과 함께 온전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독채마다 자쿠지가 있으며, 개별 마당에서 바비큐도 즐길 수 있다. 테라스나 중정 모두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며, 특히 겨울에는 눈 내리는 풍경과 눈 쌓인 정경이 청초하다. 객실에 들어서면 클래식이 흘러나오는데 마치 이곳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 같다.

 

 

 INSIDER 

샤또무주의 조동희 대표는 덕유산 리조트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무주의 매력에 푹 빠졌고, 이곳에 정착해 머루와인을 양조한 지 거의 20년이 되었다. 각종 액티비티를 섭렵한 그에게 무주는 가까운 거리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수 있고 겨울에도 골프를 즐기기 좋은 곳. 그가 머루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장소를 안내한다.

 

적상산

덕유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적상산은 한국 100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이고 산세가 험준해 요새로 최적이었기에 고려시대에는 적상산성이 축조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실록 등을 보관하는 사고를 설치하였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골프존카운티 무주

겨울철 하얗게 눈 덮인 덕유산 남부 능선을 바라보며 라운딩할 수 있는 곳. 중부를 대표하는 한지형 잔디 골프장으로 해발 400m 고지에 위치한다. 덕분에 여름에도 시원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코스는 비교적 난도가 높은 편.

 

천지가든

TV 프로그램 <한식대첩 시즌3>에 어머니와 며느리가 참가해 본선에 진출하며 전북을 대표하는 한식당으로 알려졌다. 2대에 걸쳐 30년 동안 운영해온 이곳은 직영 농장에서 필요한 채소를 재배해 요리를 만든다. 한정식 코스 요리뿐 아니라 단품 메뉴 역시 훌륭하다. 손님이 많으니 미리 예약하고 방문할 것.

 

글. 김민주MIN-JOO KIM
사진. 오충석OZ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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