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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레이 심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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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스코틀랜드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아일레이는 위스키 증류소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스키뿐 아니라
아름다운 해변과 장엄한 일몰, 거친 지형이
여행자를 흠뻑 취하게 만든다.”

 

오아반도Oa Peninsula의 바다 위로 깎아지른 절벽이 서 있다.

소요 시간 — 글래스고에서 비행기로 45분
여행 기간 — 3~4일
여행 타입 — 위스키와 해변의 조합을 즐기는 느긋한 여행자
이런 선물 — 싱글몰트위스키 향이 감도는 비누

 

아일레이에 오느라 들인 시간이 제법 된다. 먼저 런던과 스코틀랜드에 오가는 칼레도니안 슬리퍼Caledonian Sleeper 열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철로 위를 달려 새벽 무렵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페리나 비행기를 타고 약 160km를 이동해야 했다. 이렇게 힘겹게 도착한 아일레이에서 과연 어떤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특유의 투박한 환대를 경험한 후 전설적인 위스키의 향취를 따라 걸음을 옮겨본다. 이 향취는 주로 습지에 두껍게 쌓인 이끼류, 갈대, 소나무, 자작나무 등이 물과 균에 의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토탄peat에서 난다. 이 지역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바다에 흩어져 있는 헤브리디스Hebridean 군도의 일원으로 이 토탄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아일레이와 위스키는 동의어나 다름없다. 섬 전역의 울퉁불퉁한 해안선을 따라 증류소가 물결치듯 펼쳐져 있다. 하얗게 칠한 창고와 삼각형 박공지붕과 위풍당당한 굴뚝이 세워진 농장은 위스키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도 흥미를 끌만하다.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양 떼와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현지인들, 새조개와 게를 찾는 어린아이들을 마주친다. 풀이 자라는 사구 너머에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무시무시한 대서양의 파도를 숙련된 서퍼들이 헤쳐 나가고 조수간만의 차로 생긴 광활한 만은 새들의 안식처가 되어 조류 관찰자들을 불러 모은다.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북동부로 떠나 바다 건너 팹스 오브 쥐라산맥이 만들어내는 서사적인 장면을 응시한다.

 

아스카이그Askaig 항구에 보트가 정박해 있고 사운드 오브 아일레이Sound of Islay 해협 너머로는 팹스 오브 쥐라Paps of Jura 산맥이 보인다.

첫째 날
조개껍데기와 일몰

 

아침

섬의 수도인 보모어Bowmore에는 아일레이 최고의 가게들이 자리한다. 스피리티드 솝스Spirited Soaps는 히스, 도금양, 싱글몰트위스키 향이 나는 비누나 치약을 판매한다. 더 셀틱 하우스The Celtic House에서는 예술적인 기념품을 수집해보자. 포트샬럿Port Charlotte 마을의 만에 위치한 아일레이 라이프 박물관Museum of Islay Life에 가면 석기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섬의 역사가 담긴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아침 여행의 정점은 240년 넘게 싱글몰트위스키를 주조해 온 보모어 증류소Bowmore Distillery다. 모닝 위스키를 시음하다 몸이 나른해지면 보모어스 피트제리아Bowmore’s Peatzeria에 가서 스토노웨이Stornoway 블랙 푸딩과 아일레이 가리비를 올려 돌에서 구운 피자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자. spiritedsoaps.com, theceltichouse.co.uk, islaymuseum.org, peatzeria.com, bowmore.com

 

오후

여행 가이드인 도널드 제임스 맥피Donald James MacPhee(DJ로 불린다)와 함께 말을 타고 서쪽에 있는 린스오브아일레이Rinns of Islay 반도를 둘러본다. 전직 사냥터지기인 DJ는 아일레이 아웃도어스Islay Outdoors를 운영하며 야생적인 반도 탐험을 이끈다. 그뤼나트Gruinart와 인달Indaal 호숫가에는 반도 특유의 바위 웅덩이가 곳곳에 자리해 새조개를 캐내기 좋다. 이곳에서는 아일레이 토탄 지대의 생태도 관찰할 수 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아일레이에 살아온 DJ의 가족은 헤브리디스 군도에 서식하는 새부터 풀까지 자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DJ의 설명에 따르면 가을마다 수만 마리의 황제기러기와 그린란드 흑기러기가 날아와 습지에 내려앉는 덕분에 그뤼나트 호수는 조류 관찰지로 꽤 유명하다고. islayoutdoors.com

 

저녁

사진가 마크 운스워드Mark Unsworth는 아일레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포착할 수 있는 명소를 잘 알고 있다. 그가 알려준 포인트 중 한 군데인 포트나헤이븐Portnahaven은 작은 만에 자리한 마을이다. 바다표범이 서식하는 이 만은 선원들이 거주하는 오두막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매우 평온하다. 마을에는 19세기에 토목 기술자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Stevenson이 설계한 등대도 있다. 과거에는 해안을 오가는 선박을 감시하는 일종의 망루 역할을 했다고 한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백사장과 바위를 배경으로 또 다른 만이 펼쳐진다. 이곳에 위치한 작은 무대에서는 현지인의 민속음악 공연이 열리곤 한다. 해가 지면 포트샬럿 호텔Port Charlotte Hotel이나 보모어 앤드 더 하버 인Bowmore and The Harbour Inn 호텔에서 고급스러운 음식과 싱글몰트위스키를 주문해보는 건 어떨까. islaystudios.co.uk

 

 

 눈부신 해변 4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펼쳐지는
바닷가의 삶이 궁금하다면.

 

마히르 베이
Machir Bay

약 1.6km 길이의 때묻지 않은 사구로 현지 해류에 익숙한 서퍼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현지에서는 킬초만이라 불리는데 이는 인근에 있는 증류소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이 증류소는 124년 전 아일레이에 문을 연 첫 번째 증류소로 2005년부터 위스키를 만들어왔다. kilchomandistillery.com

 

살리고 베이
Saligo Bay

아일레이 서부에 위치한 만으로 대서양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 사진가, 여행자, 조류 관찰자들이 즐겨 찾는다. 모래사장이 있는 만과 풀이 무성하게 자란 사구가 여러 개 있다. 파도가 심해 수영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수준급 서퍼들에게는 성지로 유명하다.

 

킬노튼 베이
Kilnaughton Bay

한적한 해변 뒤로 낮은 사구가 펼쳐져 있다. 여름에는 포트엘런Port Ellen 근처에 있는 예배당에서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 파도가 잔잔한 편이라 카약, 패들링, 수영을 하기 좋다. 포트엘런에 자리한 시솔트 비스트로&테이크어웨이에서 피시앤칩스를 맛보자. seasalt-bistro.co.uk

 

로크 인달
Loch Indaal

아일레이에서 가장 큰 호수로 손꼽히는 곳. 특히 포트샬럿Port Charlotte을 포함해 한적한 해변이 많아 수영, 카누, 카약 등을 즐기기 적합하다. 포트반Port Ban이나 블랙록Blackrock 등의 해변은 피크닉을 하기에도 좋다. 한편
킬리날란Killinallan에서는 썰물 때마다 물개들이 모래를 쌓는 귀여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섬의 북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드나회 증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둘째 날
모래와 선돌

아침

아일레이에서 가장 긴 백사장인 빅스트랜드Big Strand를 산책해본다. 이 백사장은 라간 포인트Laggan Point에서 오아반도를 아우르며 전체 길이가 약 11km에 달한다. 뒤로는 완만한 모래언덕이 형성돼 있는데 바닷물이 유입되어 작은 만이 여러 개 생겨났고 그 위로 히스 꽃이 피어나곤 한다. 이곳에서는 침묵에 가까운 고요한 상태로 몇 시간을 훌쩍 보낼 수 있다. 여름에 방문하면 깨끗한 물빛으로 인해 마치 카리브해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빅스트랜드 남쪽으로 이동해 오아반도의 높이를 가늠해보자.

오아반도의 만에는 약 200m 높이의 바위 절벽이 우뚝 솟아 있다. 반도에 자리한 카레이그 파다Carraig Fhada 등대에서는 간혹 수달이 발견되기도 한다. 등대 너머에 자리한 싱잉샌드Singing Sands 해변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모래 알갱이 속의 산화물인 실리카silica가 진동으로 인해 부딪히며 발 밑에서 독특한 운율을 만들어낸다. 드물게 금독수리가 날아오르기도 하니 틈틈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펴보자.

 

오후

포트엘런에 자리 잡은 아일레이 호텔Islay Hotel에서 꽃이 가득한 안뜰에 앉아 바닷가재와 위스키를 넣어 만든 크림 브륄레를 맛본다. 그 후 호텔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더 블루 레터박스The Blue Letterbox에 들어선다. 선물 가게 겸 우체국인 이곳은 아일레이 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지 장인 40여 명이 빚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소금 알갱이가 박힌 캐러멜, 로컬 보석디자이너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액세서리, 아일레이 양털로 짠 모직 옷 등이 유명하다. 위스키를 대규모로 취급하는 포트엘런 몰팅스Port Ellen Maltings를 지나 킬브라이드Kilbride 농장으로 향하다 보면 들판에 놓인 가느다란 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돌은 신석기시대나 청동기시대에 천체를 표시하기 위해 놓아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heislayhotel.com, theblueletterbox.co.uk 

 

저녁

마크리 호텔Machrie Hotel은 투숙을 하지 않더라도 저녁 식사를 위해 한 번쯤 방문해봐야 할 장소다. 레스토랑 안 바에 앉으면 빅스트랜드의 모래언덕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테라스에서 식사를 한 뒤 아일레이 진을 넣은 마티니 한 잔을 마시거나 벽난로가 있는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달걀노른자, 헤이즐넛, 섬에서 채취한 허브, 로크 그뤼나트에서 따온 굴, 구운 호밀에 포트엘런산 크랩과 절인 오이를 곁들인 현지식 카르파초를 맛본 뒤 클로티드 크림과 위스키를 한 모금 더해본다. 마크리 호텔은 1891년에 지은 18개 홀의 골프 코스가 모래언덕을 우아하게 감싸고 있으며, 2018년에 리모델링을 거쳐 세련된 현대 미술품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외딴 증류소 3 

아일레이의 본질과도 같은
위스키를 만나다.

 

증류소로 가는 길

포트엘런 동쪽으로 약 5km 길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초승달 모양의 만 뒤로 라프로아이그Laphroaig, 라가불린Lagavulin, 아드벡Ardbeg 등 오래된 증류소가 늘어서 있다. 증류소 3곳 모두 시음과 와이너리 투어를 진행하며, 독특한 향취를 머금은 위스키를 제조한다. 2017년에 개통된 그린웨이가 확장될 경우 섬 전역에 있는 증류소들을 하나의 루트로 여행할 수 있다. laphroaig.com, malts.com, ardbeg.com

 

브루이클라디치
Bruichladdich

2021년 봄에 개방된 브루이클라디치 길은 차 없이 다니는 증류소 트레일이다. 포장된 도로가 로크 인달에서 시작해 브루이클라디치 마을 증류소의 선착장과 만과 황금 보리밭을 가로질러 포트샬럿에 있는 작은 나무 다리까지 이어진다. bruichladdich.com

 

카올 리라, 아드나회, 부나하바인
Caol Ila, Ardnahoe, Bunnahabhain

이 증류소 3곳은 절벽이 많은 섬의 북동쪽 해안에 모여 있다. 덕분에 섬에서 가장 외딴 위스키 루트로 알려져 있다. 보라색 히스 꽃, 모래언덕, 절벽을 살피면서 일방통행로를 따라 걸으며 가벼운 위스키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malts.com, ardnahoedistillery.com, bunnahabhain.com

 

 

핀라간 호수에 있는 에일린뫼르Eilean Mòr 섬에는 14세기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자연석 구조물이 있다.

야생적 동부를 탐험하는 방법

아직 개발되지 않은 아일레이 동부는 거칠고 험준하며 대부분 비포장도로라 날것 그대로의 탐험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여행자는 끊임없는 도전 끝에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와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물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걸어서

중세시대 아일레이 왕의 영지였던 핀라간으로 떠나본다. 한적한 핀라간 호수에 들어선 3곳의 정박지에는 16세기의 유물과 예배당 터, 작은 박물관이 자리한다. 여기서 출발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약 9.6km 이동하면 부나하벤 증류소Bunnahabhain Distillery가 나온다. 거침없는 하이커라면 외딴 곳에 있는 루발 등대Rhuvaal Lighthouse와 아름다운 바그 안 다 도뤼즈 해변Bàgh an Dà Dhoruis Beach까지 멈추지 않고 걸으면 된다. finlaggan.org

 

자전거로

스리 디스틸러리스 패스웨이 투어Three Distilleries Pathway Tour를 계속 이어가면 8세기 무렵 세워진 킬달턴 크로스Kildalton Cross에 닿게 된다. 스코틀랜드 초기 기독교의 십자가로 알려진 킬달턴 크로스는 마치 그림처럼 절벽 끝에 서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정교한 복원력에 감탄하게 된다. 북쪽으로 5km 정도 더 가면 한적한 분위기의 클래가인만Claggain Bay에 닿는다. 자전거가 필요하다면 포트엘런에서 빌리도록 하자. islaycycles.co.uk, islayewheels.co.uk

 

패들보드로

섬의 남쪽 해안은 노를 저으며 탐험하기 좋다. 물결이 잔잔해 카누, 카약, 패들보드를 타기 적합하다. 날씨가 좋으면 킨타이어Kintyre 반도와 북아일랜드의 전경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일레이의 그림 같은 해안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안개가 살짝 끼었을 때 카약을 타고 바위섬 인근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kayakwildislay.co.uk

 

사파리로

스코틀랜드의 특별보전지역에 속하는 사우스-이스트 아일레이 스케리스South-East Islay Skerries 바위섬 일대에는 라가불린만과 아드모어 포인트Ardmore Point 사이의 썰물 지대를 아우르는 만들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투어에 참여해 물개를 관찰하거나 사파리에 들어가 직접 가리비를 채취해봐도 좋다. islay-sea-adventures.co.uk

 

안나 호크Anna Hock와 그녀의 가족이 직접 채취한 오르세Orsay 소금은 센스 있는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다. 오르세섬과 포트웨미스Port Wemyss 사이로 흐르는 바닷물에서 얻은 이 소금은 햇빛에 말릴 뿐 인공적인 가공은 전혀 하지 않는다. orsayseasalt.co.uk

 

 

 TRAVEL WISE 

가는 법

칼레도니안 슬리퍼 열차는 런던에서 글래스고까지 야간에 운행한다. 편도 요금 약 23만원부터. sleeper.scot
로간에어 항공사가 글래스고와 아일레이 사이를 오간다. 포트엘런과 포트아스카이그까지 페리선이 다닌다. 아일레이 내에서는 버스가 제한적이라 자동차로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loganair.co.uk, calmac.co.uk

 

더 많은 정보

스코틀랜드 관광청
visitscotland.com

 

글. 사라 배럴SARAH BARRELL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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