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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낳은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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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메콩강 유역에 자리한 4000개의 섬,
시판돈을 탐험하다.”

 

솜파밋 폭포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SI PHAN DON
13°58'34"N  105°55'12"E


바다와 접하지 않은 라오스에 무려 4000개의 섬이 존재한다. ‘모든 강의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메콩강이 낳은 섬이다. 이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난다. 메콩강은 라오스 남부에 이르면 폭이 넓어지는데, 강을 따라 흘러 내려온 퇴적물이 쌓이며 수많은 섬을 형성한 지역이 바로 짬빠싹Champasak주에 속한 시판돈이다. 라오어로 시si는 4, 판phan은 1000, 돈don은 섬을 의미한다. 메콩강은 계절에 따라 수위가 크게 달라져 우기에 속하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일부 섬이 물에 잠기고, 나머지 건기에는 강이 말라 섬이 모두 드러난다. 대다수의 섬은 크기가 작으며, 식물이 무성하고 동물만 살아가는 야생 그 자체. 사람이 거주하는 섬 역시 평화롭기는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메콩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시판돈 사람들은 대다수 어업에 종사한다.
돈콩에 있는 어느 불교 사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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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고 한가롭게

돈콩은 시판돈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전혀 번잡하지 않다.

길이 18km, 너비 8km, 면적 144km2로 시판돈에서 가장 큰 섬인 돈콩Don Khong. 캄타이 시판돈Khamtai Siphandon 전 라오스 대통령이 고향인 이 섬에 거주하고 있다. 돈콩은 과거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지만, 섬 남부에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놓이면서 좀 더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돈콩의 중심지인 무앙콩Muang Khong 마을에 대부분의 숙박시설이 몰려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해 오전 4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열리는 무앙콩 시장으로 향한다. 메콩강에서 잡은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물고기가 팔딱거리며 시장에 활기를 더한다. 시장에서 발견한 야자 잎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방문한 곳은 힌슈-타이Hinsiew-Tai 마을의 야자 농장. 이곳은 오랜 세월 이어 온 전통 방식으로 야자를 기르고 수확한다. 현지 농부는 대나무 사다리를 성큼성큼 올라타 야자를 딴다. 야자를 짠 즙으로 만든 팜 슈거 사탕이 달콤한 경험을 남긴다.

돈콩의 관광안내센터에서는 가볼 만한 곳이 점점이 찍힌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지도에 나온 여러 불교 사원이나 프랑스가 이곳을 통치하던 시절에 남긴 이국적 흔적 등을 둘러봐도 좋다. 시판돈의 섬 대다수는 평평한 지형이지만, 돈콩은 해발 200m가 넘는 완만한 산이 많은 편. 가볍게 산책하듯 언덕에 올라 시판돈의 여러 섬을 전망한다. 푸교Phou Kyo산과 푸꾸Phou Kew산에는 신성한 동굴도 숨어 있다. 돈콩 역사박물관Don Khong History Museum 1층에서는 이곳 고유의 생활 방식과 라오스 소수 민족의 문화를 살펴본다. 섬을 순환하는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일주하며, 메콩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라오스 현지인의 삶을 마주한다.

 

기념 수집

프랑스 태생으로 오랫동안 라오스에 거주하며 활동한 화가 마크 르구아Marc Leguay는 1930년대 시판돈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돈솜Don Som에 머물렀다. 그는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100키프 지폐 뒷면을 도안한 주인공. 또한 약 20년 동안 라오스의 우표를 다수 디자인했다. 라오스의 사원과 현지인의 삶 등을 그린 우표는 수집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돈뎃에서 태양이 떠오르며 짙게 물들어가는 메콩강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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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원

쌍둥이 같은 두 섬 중 작지만
알찬 돈뎃.

롱테일 보트를 타고 배낭여행자의 메카로 불리는 돈뎃Don Det에 도착한다.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는 약 7.2km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차는 거의 발견할 수 없으며 심지어 오토바이도 많지 않다. 분명 강인데 드넓은 바다같은 품을 내어주는 메콩강에 풍덩 뛰어든다. 물결이 잔잔한 곳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튜브를 빌려 튜빙을 즐기기 좋다. 라오스 남부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수영장도 이 섬에 있다니 호기심이 생긴다면 여기서 실력을 뽐내도 되겠다.

돈뎃에는 라오스 역사상 최초이자 2009년까지 유일한 철도가 있었다(정확히는 돈콘Don Khon에 먼저 건설되었고 돈뎃까지 연장되었다). 콘파펭 폭포Khone Phapheng Falls로 인해 생긴 메콩강의 급류 구간을 배로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철로를 부설한 것이다. 1894년 급류의 상부인 돈뎃과 하부인 돈콘을 잇는 약 7km의 철도가 개통되었다. 메콩강을 따라 선박과 화물, 승객을 운송하던 증기기관차는 1940년대 멈췄다. 그러나 기차가 지났던 170m 길이의 올드 프렌치 레일웨이 브리지Old French Railway Bridge는 현재 철로가 제거된 채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이 다리 위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돈뎃과 돈콘을 오간다. 특히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돈뎃에서는 해 질 무렵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리에 걸터앉아 석양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현지인이 이곳의 낙조에서 영감받아 개발했다는 진저비어를 마시며 해넘이를 감상한다. 물론 비어라오도 좋은 선택이다. 여기에 돈뎃에서만 자생하는 고유한 호박으로 요리한 버거를 곁들이면 완벽한 저녁이 완성된다.

 

(왼쪽부터)
돈콘 강가의 고즈넉한 방갈로.
콘파펭 폭포에서 전통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현지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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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진수

쌍둥이 같은 두 섬 중 크고 벅찬 돈콘.

올드 프렌치 레일웨이 브리지를 건너 돈콘에 다다른다. 발걸음은 다리 부근에 있는 레일로드 뮤지엄Railroad Museum으로 이어진다. 야외 박물관인 이곳에 과거 운행되었던 증기기관차가 전시 중이다. 정글 속에서 발견된 녹슨 기차는 그 세월을 여실히 보여준다. 철도를 건설한 메콩 탐사 위원회Mekong Exploration Commission 등 그 역사에 대해 설명도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올드 프렌치 포트Old French Port 부근 약 150개의 계단을 올라 반항콘Ban Hang Khon 전망대에서 메콩강을 조망한다.

이후 돈라Don La와 돈시니앗Don Siniat 사이를 흐르는 솜파밋 폭포Som Pha Mit Falls를 감상하기 위해 섬의 북서부로 향한다. 라오스를 최초로 통일한 란쌍 왕국의 짜오 파 응움Chao Fa Ngum 왕이 배를 타고 이 지역을 여행하던 중 메콩강에 떨어뜨려 다시 찾을 수 없는 신성한 불상에서 폭포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리피 폭포Li Phi Falls라고도 불리는데 라오어로 리li는 덫, 피phi는 유령 또는 망자를 의미한다. 급류가 마치 목숨을 앗아가는 덫처럼 위험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폭포의 인상이 다소 무시무시하지만 직접 마주하는 순간 감격이 앞선다. 여러 갈래의 광대한 지류가 모여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기 때문. 폭포 근처에서 집라인을 타며 스릴을 즐길 수도 있다. 

이제 돈콘에서 카약을 타고 메콩강 남쪽으로 나아간다. 미소를 짓는 듯한 생김새 때문에 ‘웃는 돌고래’라고 불리는 이라와디돌고래Irrawaddy dolphin를 만날 수 있을까. 메콩강 일부 지역에서는 어부들과 협동해 물고기를 잡았을 정도로 인간에게 친밀한 녀석이다. 안타깝게도 메콩강에 서식하는 개체수는 점차 감소해 현재는 이곳에 10마리도 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하기 더욱 어려워졌지만, 운이 좋다면 불룩한 이마로 잠시 수면을 부수는 찰나를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2월, 라오스와 메콩강을 경계로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 북동부에 사는 유일한 이라와디돌고래 한 마리가 어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부디 완전한 멸종이 아니기를 소망하며, 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에 잠긴다.

 

냇지오와 탐험하기!

메콩강의 진주라 불리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거대한 콘파펭 폭포. 광활하게 쏟아지는 거센 물살과 아름답게 피어나는 무지갯빛 물보라가 탄성을 자아낸다. 라오스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커피를 마시며 폭포를 감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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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주MIN-JOO KI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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