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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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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호

반짝이는 바다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수십년간 만끽해 온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사람들. 이제, 새로운 세대는 해산물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두들의 비밀 낚시터. 버터에 볶은 전복.

데이비드 두들David Doudle의 발목을 스치는 작은 파도. 그는 맑은 바닷물 위로 몸을 구부린 채 손으로 모래 바닥을 뒤지며 새조개를 찾는 중이다. 방금 해가 떠오른 참이고, 우리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벌써 다음 끼니를 위한 사냥을 시작했다. 매끈한 껍데기의 아주 작은 어패류를 100마리 정도 모으는 데 겨우 10분 남짓 걸린 그는 배고픈 표정을 짓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원할 때 언제든지 새조개를 먹을 수 있었어요. 물론 우리 아이들도 새조개를 아주 좋아합니다. 한 움큼씩 몇 번을 가져와 불에 익힌 뒤 바로 조갯살을 발라 먹죠.” 이처럼 말한 데이비드는 농부 출신으로 평생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에어반도Eyre Peninsula에서 살았고,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언 코스탈 사파리Australian Coastal Safaris의 가이드이자 소유주로서 여행자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채집 장소들을 보여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바다에 나가 조개를 잡는 일은 제가 다시 젊음을 만끽하는 방법이자,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곤 이렇게 덧붙인다. “정말 만족스러운 삶이에요. 바다에 의지해 먹고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나 이렇게 살 수 있죠.”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데이비드는 야생이 살아 있는 들쭉날쭉한 에어반도의 깊숙한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1950년대 호황기에 ‘참치 카우보이tuna cowboys’라고 불리던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독일계 이민자들은 이곳에서 거액을 벌어들였다. 그때 그들이 지은 저택들은 에어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인 포트링컨Port Lincoln과 해안에 정박한 거대한 고리 모양의 참치 ‘농장들’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파묻혀 있다. 우리는 데이비드의 비밀 낚시터 가운데 한 곳에 잠시 들렀고 낚싯줄을 던지자마자 연어 한 마리가 내 낚싯바늘에 걸려 몸부림쳤다.
다음으로 도착한 해변에서 데이비드는 잠수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더니 전복을 가득 담은 묵직한 망태기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러고는 바위 웅덩이 가장자리에서 방금 잡아온 재료들을 요리한다. 갈매기 떼가 모이기 시작하자 우리는 마늘 버터를 바른 번들거리는 새조개를 먹어 치운 뒤 얇게 썬 전복 볶음을 먹기 시작한다. 데이비드에 의하면, 간결함이 가장 중요하다. “밀가루 반죽 혹은 빵가루를 묻혀 튀기거나, 온통 소스 범벅이면 신선하지 않아요.”

(왼쪽부터) 갓 잡아서 익힌 조개 한 접시. 여행자들이 오이스터 팜 투어스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 코핀 베이 굴 양식장에서 굴을 까는 벤 캐터.

바다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이 가장 신선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인근의 코핀 베이 굴 양식장Coffin Bay Oyster Farm에서는 물속에서 굴을 건져내 접시에 올리기까지 거리가 고작 몇 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훨씬 더 짧다. “이곳은 이 지역에서 가장 양식이 잘되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긴 장화를 신은 양식장 주인 벤 캐터럴Ben Catterall이 말한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이 병목구간(폭이 병의 목처럼 좁아지는 구간)을 만들면서 물속에 영양분을 가두어 굴을 위한 풍부한 먹이터가 생성된 덕분이다. 한마디로, 벤이 호주에서 가장 좋은 굴을 가장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곳 굴들은 자라는 데 고작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아요.” 그가 손바닥만 한 크기의 굴 껍데기를 까면서 말한다. “다른 곳이라면 2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방문객들에게 양식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자 벤은 물이 얕은 곳에 반쯤 잠긴 목재 구조물을 지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양식장 일꾼들이 굴 바구니를 분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굴 껍데기 까는 법을 배운다. 나는 손에 칼을 들고 굴 껍데기를 열어 미끄러운 속살을 재빨리 벌컥 삼킨다. 마치 바다의 입맞춤과 같으며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풍미를 선사하는 오동통한 속살이다. 그것은 벤이 따라준 상쾌하고 시트러스 향이 나는 리슬링 포도주 한 잔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포도주 또한 이 지역에서 생산됐다. 호주 최고의 와인 산지인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북동쪽으로 80km 정도 떨어진 헨슈케 에덴 밸리Henschke Eden Valley 포도원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1866년부터 헨슈케 가문의 6대가 와인을 생산해왔다고 벤이 내게 알려준다.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벤은 한 가지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업은 팬데믹 기간 동안 증가하기만 했는데, 호주인들이  신들의 땅에 갖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이 서서히 다시 돌아오는 가운데, 벤은 허기진 방문객들이 다시 얕은 물속을 헤치며 채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한다. 

에어반도에서 지평선까지 펼쳐진 들판.

그러나 바다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즐긴다는 것이 항상 어업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포트링컨에 있는 더 프레시 피시 플레이스The Fresh Fish Place(카페가 있는 해산물 도매상)에서 내가 점심으로 먹은 레몬과 파슬리로 양념해 구운 킹조지휘팅King George whiting의 부드러운 생선살 두 조각은 어린 시절 여름마다 먹었던 피시앤칩스를 떠올리게 했다.
“킹조지휘팅은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에요. 우리 모두 이걸 먹으면서 자랐죠.” 카페 매니저인 안젤리카 선셋Angelica Sunset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어부들이 배를 정박하고 어획물을 작업실로 전달하는 드라이브스루 쪽으로 나를 안내한다. 그곳에서 주문을 받고 요리를 만든다고. “우리 메뉴는 계절과 어부들의 어획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요.” 안젤리카가 설명을 덧붙인다.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팔 수 있는 생선이 별로 없는데, 동네 슈퍼에서 생선을 사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놀랄 일이죠. 그렇더라도 여기 생선은 모두 직접 잡은 것이라서 지속 가능합니다.”
‘지속가능성’은 이 지역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단어다. 20세기 중반의 어업 호황기와 그 이후의 남획으로 해양 자원이 거의 고갈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어업 종사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 에어반도의 양식장들은 어업을 규제하기로 했다. 어류 종을 추적 관찰하기 위해 할당량만을 잡기로 약속했으며 정기적으로 감사도 받고 있다. 안젤리카는 이것이 더 프레시 피시 플레이스가 3년간 분홍 도미를 비축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포트링컨의 생명줄이면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참다랑어를 위해 호주어업관리청은 과학자들 및 업계와 협력하여 정기적으로 어족 자원을 조사하고 연간 어획 할당량을 업데이트한다. 모든 어선에는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 조업하지 못하도록 위성 감시 시스템이 부착되어 있으며, 일부 어선에는 선상 활동을 감시하는 카메라도 장착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오늘날 참다랑어는 호주 정부에서 ‘지속 가능한’ 어족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역의 참치 개체수가 매년 약 5%씩 서서히 증가함에 따라 어업은 향후 몇 년 동안 할당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망이 낙관적인 이유가 이 때문만은 아니다. 와인 양조장 겸 레스토랑인 보스턴 베이 와인스Boston Bay Wines의 공동 대표이자 수석 주방장인 토니 포드Tony Ford가 저 너머로 어른거리는 포도나무들과 라피스블루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식당에서 이야기해준다.

(왼쪽부터) 보스턴 베이 와인스에서 시행하는 포도 검사.
서던 오션 록 로브스터의 수조에서 움직이는 바닷가재.

“바로 지난주에 포도를 수확했습니다. 폭우 덕분에 포도를 수확하기에 참 좋았죠.” 이 식당에 전시된, 흙더미에서 삐져나온 거대한 모형 참치 꼬리를 보고 토니도 장난꾸러기 같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것은 마치 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참치 양식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표식 같다.
프랑스 탐험가들이 17세기에 처음 이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며 호주 해안의 거의 전역을 지도에 표시했을 정도다. 특히 그들은 에어반도의 지중해성 기후가 포도주 생산에 이상적이라고 일지에 언급한 바 있다. 지난 40년 동안 이 언덕에서 포도를 재배해온 토니의 부모님은 틀림없이 이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물가에 정말 가까이 있는데, 그 점이 우리가 포도를 재배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토니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곳에서는 서리가 내리거나 흰곰팡이가 없는 데다, 짭짤한 바닷바람은 포도가 터지더라도 건조시켜 포도나무가 병해에 감염될 가능성을 줄여주거든요.”
와인 양조는 단순히 가업일 수 있지만, 토니가 진심을 다해 열정을 쏟는 것은 요리다. 보스턴 베이 와인스의 메뉴는 계절별로 바뀐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동안 토니는 접시에 재료의 질감이 잘 느껴지는 음식을 내놓았다. 바삭바삭하게 튀긴 옥수수가루 반죽이 크리미한 새우와 아보카도 소를 감싼 모양새다. 그리고 칼라마리 튜브calamari tube는 으깬 팝콘과 입안에서 터지는 방울토마토로 뒤덮여 있다. 여기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 바로 최상품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이다.
늘 그렇듯이, 토니는 계속 재치 있는 말을 던지며 참치 타다키를 능숙하게 썰어 올린 접시를 내 테이블에 슬며시 밀어 놓는다. 참치 타다키는 혀에서 살살 녹는데, 매운 생강의 톡 쏘는 끝맛이 느껴진 다. 창문으로 짠 바닷바람이 들어오고 나는 밖을 내다본다. 배 한 척이 바다로 빠르게 나아간다. 또 다른 하루를 위해 나아가는 새로운 세대의 지속 가능한 참치 카우보이들일 것이다.


더 많은 정보
포트링컨 호텔 portlincolnhotel.com.au
오스트레일리언 코스탈 사파리 australiancoastalsafaris.com.au
오이스터 팜 투어스 oysterfarmtours.com.au


네 가지 음식의 발견

1 맥주
20세기 중반의 어업 호황기 이전에 에어반도 최대 수출품은 곡물이었다. 비어 가든 브루잉은 지역 품종을 사용하여 스타우트, 에일, 라거 등을 양조한다. beergardenbrewing.com
2 바닷가재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바닷가재는 남극 해류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자라 남극해에서 채취되는데, 10월부터 5월까지 가장 맛이 좋다.
3 굴
이 반짝이는 속살은 에어반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레몬즙이나 비네그레트 약간과 함께, 혹은 보드카 한 잔에 넣어 맛보자.
4 진
최근 생겨난 증류업자들은 흙냄새가 나는 반도의 풍미를 병에 담고 있다. 에어반도 스피리츠의 새로운 포도주 시음장에 들러 시음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eyrepeninsulaspirits.com

글. 저스틴 메네구치JUSTIN MENEGUZZI
사진. 게티, 조엘 맥도웰, 저스틴 메네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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